[열린라디오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4년 02월 17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송영훈 뉴스톱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다음 팩트체크는 무엇인가요?
◆ 송영훈 기자(이하 송영훈)> 최근 SNS에서 ‘한국 1위 서울대, 싱가포르에 밀렸다... 초유 사태’라는 제목의 기사가 관심을 모았습니다. 영국 타임즈의 대학 평가기관인 THE가 발표한 2024 세계 대학 순위에서 국내 1위 대학인 서울대가 싱가포르 국립대에 크게 밀렸다는 내용입니다. 기사 제목만 보면 서울대가 싱가포르 국립대에 처음으로 순위가 뒤처진 것처럼 보여서 화제가 됐습니다. 해당 기사가 인용한 THE 대학 평가 결과에 따르면, 2024년 세계 대학 순위에서 서울대는 62위, 싱가포르 국립대학교는 19위로 서울대가 싱가포르 국립대보다 순위가 낮은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THE가 평가해 발표한 이전 순위를 보면 ‘초유’의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 최휘> 순위가 역전된 것이 처음은 아니라는 거군요?
◆ 송영훈> 네. 그런데, 서울대가 싱가포르 국립대학교보다 순위가 낮은 것이 올해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THE 대학 평가가 시행된 이후 14년 동안 서울대의 순위가 싱가포르 국립대학교보다 높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THE 사이트에서는 대학별 연구 환경, 전망 등의 점수와 세계 대학 순위 발표가 시작된 2011년부터 최근까지의 대학 순위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2011년부터 2024년까지 14년간 서울대의 평균 순위를 계산하면 70위였습니다. 반면 싱가포르 국립대의 평균 순위는 26위였습니다. 해당 기간 서울대의 최고 순위는 2014년의 44위, 최저 순위는 2012년의 124위였습니다. 반면,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의 최고 순위는 2023년과 2024년에 기록된 19위였고, 최저 순위는 2012년의 40위였습니다.
◇ 최휘> 14년간 서울대가 기록한 최고 순위는 44위인데, 싱가포르국립대학교는 최저순위가 40위, 차이가 좀 있네요.
◆ 송영훈> 네. 해당 사이트상으로는 넘을 수 없는 벽, ‘넘사벽’ 수준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사에서는 “한국 KAIST를 벤치마킹 모델로 삼았던 싱가포르난양공과대는 2014년 76위에서 32위로 도약했다.”, “같은 기간 KAIST는 56위에서 83위로 밀려났다.”라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배경으로 “싱가포르 대학들이 약진하는 사이 한국 대학들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17년간 이어진 대학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 악화 속에 갖은 규제에 손발이 묶여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2014년부터 10년 사이 THE 순위권 내 국내 대학 순위가 떨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서울대는 44위에서 62위, 카이스트는 56위에서 83위, 포스텍은 60위에서 149위로 모두 순위가 떨어졌습니다.
◇ 최휘> 국내 대학 등록금 동결과는 관련이 있나요?
◆ 송영훈> 우리나라의 대학등록금 동결은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대선에서 ‘반값 등록금’ 공약을 내걸었는데 공약이행이 쉽지 않자 대학 근로장학사업 평가 항목에 ‘등록금 인상률’을 포함시켰습니다. 이후 대학들은 2009년부터 16년째 등록금을 동결해왔습니다. 해당 기사는 국내 대학 순위 하락의 이유로 각종 규제와 함께 등록금 동결로 인한 대학 재정 악화를 꼽았는데, 국내 대학 등록금 동결 때문에 THE 세계 대학 순위가 하락했다고 단정짓기에는 근거가 부족했습니다. 서울대는 2011년 등록금 동결 후 2012년~2017년에는 인하, 2018년부터 2024년까지는 다시 동결한 상태입니다. THE 대학 평가와 비교하면, 서울대 순위가 가장 높은 폭으로 상승했던 때는 등록금 인하가 시작된 2012년으로, 124위에서 59위로 65계단 상승했습니다. 그다음으로 순위 상승 폭이 높았던 해도 등록금 인하가 시행되었던 2013년이었습니다.
연세대학교 또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등록금 인상이 없었고, 2016년부터는 동결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THE 세계 대학 순위에서는 2016년 300위 대에서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며 올해 76위로 가장 높은 등수를 기록했습니다. 포스텍(포항공과대학)의 경우는 2011년부터 올해까지 14년간 등록금이 동결됐는데, 2011년 28위로 최고 순위를 기록한 뒤, 2022년 해당 기간 최저 순위인 185등을 기록했습니다. 올해는 149위로 올랐습니다. 카이스트의 경우 등록금 인상이 있었던 시기 순위가 상승한 것은 맞지만, 2015년부터 지금까지 동결된 후의 순위 또한 2016년 148위에서 2024년 83위로 상승을 보였습니다. 이처럼 THE 세계 대학 순위 100위 안에 든 국내대학들의 등록금 동결 기간과 같은 기간 순위를 비교했을 때 인과관계는 물론 상관관계가 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습니다. 등록금 동결기간 시작과 마지막 연도만 비교하면 순위가 하락했지만 해당 기간 대학마다 다른 순위변동은 설명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 최휘> 정리하면, 세계대학 순위에서 서울대가 싱가포르 국립대에 밀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조사 시작 이후 올해까지 계속 낮은 순위였습니다. 해당 기사는 국내 대학 순위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등록금 동결’을 꼽았는데, 해당 기간 순위 변동을 보면 인과관계나 상관관계를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 송영훈> 네, 참고로 해당 기사는 기사 발행 9일 후인 최근 제목을 변경했습니다. ‘초유’라는 내용이 삭제됐습니다.
◇ 최휘> 네, 논란을 인지했나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