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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귀빈 아나운서(이하 박귀빈) : 특허청과 함께하는 <독특허지 기특허지> 시간입니다. 특허청과 관세청, 경찰청, 소방청, 해양경찰청이 머리를 맞대고 국민 안전을 지켜줄 발명 아이디어를 찾는 '국민안전 발명챌린지'가 올해도 열렸는데요. 여기서 과학수사를 돕는 발명품으로 금상을 받은 분이 계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 수상이 처음이 아니라고 하는데요. 이렇게 발명에 중독된 이유가 뭔지,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과 이준희 경사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준희 : 네, 이번에 금상을 받게 된 발명품은 범죄현장에서 DNA증거를 효율적으로 채취할 수 있는 휴대용 진공 DNA 채취기인 ForD-Vac입니다. 휴대성이 높고 사용이 간편하면서도, DNA 채취 효율을 높이고 오염의 위험을 낮추어 증거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박귀빈 : 이걸 발명한 계기는 뭘까요? 보통 과학수사에서 DNA가 많이 쓰인다고 알고 있는데. 기존에 DNA 채취, 분석하면서 애로사항이 있었던 걸까요?
◆ 이준희 : 과학수사에서 DNA는 지문과 함께,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증거입니다. 이 DNA를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DNA를 채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DNA를 채취하는 방법은 과거와 동일한 멸균 면봉 채취법을 사용해오고 있습니다. 면봉 채취법은 다양한 검체에 대해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고, 채취 효율도 나쁘지 않아 과학수사에서 주로 활용되는 방법이지만 의류와 같은 다공성 검체, 벽돌과 같이 표면이 거친 검체에서는 채취가 어렵고, 채취 과정이 번거로워 DNA가 오염될 위험이 있습니다. 또 면봉은 한 번에 채취할 수 있는 수용한계치가 있기 때문에, 보다 넓은 범위에서 미량의 DNA를 농축하며 채취할 수 있는 방법. 그러면서도 사용이 간편하고 오염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 박귀빈 : 이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이나 차별점을 꼽아본다면요?
◆ 이준희 : 해외에는 M-Vac이라고 하는 진공 습식 DNA채취 장비가 개발되어 국내에 한 대 도입한 적이 있습니다. 채취효율은 면봉의 약 200배라고 홍보하고 있는데 크기가 상당히 커서 현장에 들고 가기 어려우며 장비 자체도 상당히 고가인데다가 한 번 채취할 때마다 약 25만원 정도 하는 소모품을 교체해야 해서 실제 현장에 활용하기 어려웠습니다. 큰 사건 하나에 DNA를 50개 넘게 채취하기도 하기 때문에 감당이 되지 않죠. 제가 개발한 ForD-Vac은 이와 유사한 원리로 같은 효능을 내면서도 휴대와 사용은 더 간편하고, 장비 비용은 약 150배, 소모품 비용은 약 125배 절감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 박귀빈 : 발명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도 있을까요?
◆ 이준희 : 처음 DNA채취 장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 게 약 2년 전이거든요. 그 동안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구현하면 좋을까를 항상 생각하며 지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서 쉬고 있는데 와이프가 피부 관리를 하고 있더라고요. 한 손에 들어오는 기기로 진공을 이용해 피지를 뽑는 모습을 보다가 순간 ‘유레카’라고 할까요? 아! 이거다. 이걸 응용해서 조금 개조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종류의 기기를 사서 사용해보고 분해해봤던 것 같아요. 다행히 가격도 저렴했고요.
◇ 박귀빈 : 발명품 수상 경력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들었어요. 예전에도 수상 경력이 있으시다고 들었는데, 프로 발명가처럼 보입니다. 당시에는 어떤 발명품으로 수상하셨을까요?
◆ 이준희 : 다양한 공모전에 참가하고 있는데 운이 좋은 건지 여러 번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번이 국민안전발명챌린지에서는 두 번째이고, 다른 공모전 모두 합치면 8번째네요. 21년 국민안전 발명챌린지에서는 올인원 폴딩 탐색기를 개발해서 동상을 받았습니다. 과학수사관은 현장에서 다양한 종류의 광원을 사용하거든요. 백색광, UV, 청색광 등... 현장에 갈 때 많은 광원을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그래서 폴딩 형식으로 구조를 변형시켜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고, 프레넬 렌즈를 변형하여 집중광과 확산광 효과를 모두 낼 수 있는 올인원 폴딩 탐색기를 개발하여 동상을 받았습니다.
◇ 박귀빈 : 이렇게 계속해서 발명을 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 이준희 :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첫 번째는 어릴 적 꿈이 발명가였어요. 그래서 그런지 이런 것들이 너무 재미있어요. 하나하나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또 좋은 결과로 얻게 되는 성취감으로 이제 저에게는 하나의 취미생활이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 된 것 같아요. 두 번째는 이를 통해 받게 되는 상금을 좋은 곳에 쓸 수 있다는 것인데요. 과학수사관으로 일하면서 현장의 최일선에서 범죄 피해를 당한 국민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피해자들. 특히 그들의 어린 자녀들이 자꾸 눈에 밟히더라구요. 그래서 매달 범죄피해아동 지원 사업에 기부를 조금씩 하고 있는데 공무원 월급이 많지는 않잖아요? 넉넉하진 않아 많이는 못하고 있었는데, 이런 공모전들에서 받게 되는 상금을 기부하여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했습니다. 올해도 꼭 상금을 받아서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매년 도전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내년에도 또 도전해서 좋은 결과 얻고 싶습니다.
◇ 박귀빈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 이준희 : 국민안전 발명챌린지라는 것이 단순한 공모전이라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적극적으로 여기에 참여하는 것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치안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저희 경찰들의 노력이라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더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달려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