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선 최수영의 이슈&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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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행 : 이익선, 최수영 / PD : 김양원 / 작가 : 이혜민, 박수지

인터뷰전문

감독이 전하는 <어른 김장하> 제작기 "진정한 어른이 청년에게 건네는 위로…인류애 충전하러 오세요"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3-12-01 14:02  | 조회 : 606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3:00~14:00)

진행 : 김수민 평론가

방송일 : 2023121(금요일)

대담 : <어른 김장하> 김현지 감독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김수민 평론가(이하 김수민) : 이슈앤피플 2부 시작합니다. 지난해 말, MBC 경남에서 처음으로 방영했던 <어른 김장하>라는 제목의 다큐가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에 방송이 됐고 현재는 극장에서 영화로 상영이 되고 있습니다. 요즘 어른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쉽지 않은 세상인데요. 많은 사람들에게 김장하 현상까지 일으킨 이 영화. <어른 김장하>를 제작하고 이 영화로 백상예술대상까지 수상을 하신 김현지 감독과 영화에 대한 얘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어른 김장하> 김현지 감독(이하 김현지) : 안녕하세요.

 

김수민 : 사실 개인적으로는 제가 MBC 경남 출연 이력이 있어서 익히 반가운 얼굴인데 서울 방송에서 뵙는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최근에 서울에 자주 올라오시겠어요?

 

김현지 : . 주말마다 GV가 많이 있어서요. 검색하고 GV 많이 참석해 주시면 좋겠어요.

 

김수민 : 청취자 여러분들도 이 흥행의 행진에 같이 참여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저 같은 사람은 SS 타임라인만 봐도 이 영화 얘기가 많이 올라오고 있는데. 그래도 아직까지는 안 보신 분들이 더 많기 때문에 어떤 영화인지 <어른 김장하>에 대한 소개를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김현지 : 일단 김장하 선생님은 경남 진주에서 60년 동안 남성당 한약방을 운영하면서 가난한 학생, 이웃 그리고 지역사회를 돌봐 오신 분이에요. 그런데 절대 자신의 선행을 드러내는 인터뷰를 하지 않으셨거든요. 바로 이 부분에 저희가 집중했고요. 경남도민일보의 김주완 기자가 은퇴를 하면서 30년 자신의 숙원이었던 김장하 선생님 인터뷰를 시작하는 얘기죠.

 

김수민 : 30년 숙원이었다는 거는 김주완 기자 입장에서도 녹록치 않은 인터뷰였다는 건데. 아까 말씀 중에 제가 딱 드는 생각은, ‘인터뷰에 응하시지 않는다. 본인의 말씀을 하지 않는다라는 게 김장하 선생의 특징인데 그러면 보통 저 같은 사람들은 아 그러면 이분한테는 어떤 얘기를 못 듣겠구나이렇게 생각을 하기 마련이거든요. 그런데 그걸 거꾸로 파고드셨단 말이에요. 어떻게 해서 이 영화를 제작을 하시게 됐습니까?

 

김현지 : 처음 기획서를 쓴 건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는 인물 다큐는 가능하다는 기획서였어요.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는 인물 다큐, 그걸 만들어 보겠다는 약간 황당한 기획서였고요.

 

김수민 : 방송국 소위 윗선에서 받아들여지는 아이디어인가요?

 

김현지 : 2년 동안 안 받아들여졌어요. 2년 동안. 근데 제가 너무 궁금하니까. 저도 동시대인이잖아요. 저한테 이렇게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야기라면 충분히 다른 사람들도 설득할 수 있겠다 싶었고요. 그리고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으면 주인공을 증언하는 다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합해서 그 인물을 그려보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

 

김수민 : 그러면 김장하 씨를 만나기 전에 다른 분들을 통해서 여러 얘기들을 많이 들으셨을 것 같은데. 그렇게 들은 얘기와 그리고 막상 만나 뵀을 때 느껴진 차이랄까요? 이런 게 있었던가요?

 

김현지 : 주변 분들이 다 너무 어려워하시고 너무 존경심이 크다 보니 무섭기도 하다고 말씀 하셨는데. 정말 긴장하고 갔거든요. 근데 만나 뵈니까 너무 작고 고운 할아버지인 거예요. 말씀도 별로 없으시고 권위적인 태도도 전혀 없으신데 이상하게 그 앞에 있으면 제가 말도 좀 가려하게 되고 자세도 바로 하게 되고 그런 힘이 있으시더라고요.

 

김수민 : 거기까지는 그전에 들었던 얘기하고 거의 비슷한 인상이겠네요.

 

김현지 : 이분이 19살 때부터 가족을 돌보고 주변을 살피기 시작하셨으니까 평생 어른으로 얼마나 책임감이 무거우셨을까. 외로웠겠다이런 생각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정말 유쾌하고 유머가 넘치는 분이더라고요. 그래서 훌륭한 분은 이렇게 자기 자신도 잘 돌보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수민 : 처음 뵀을 때 바로 유머러스하다고 느끼셨나요?

 

김현지 : 아니요. 그렇지는 않았죠.

 

김수민 : 몇 번 거듭해서 뵈니까.

 

김현지 : 처음에 저희 진짜 좀 식은땀 많이 흘렸어요.

 

김수민 : 그래서 더 유머러스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처음부터 유머러스하신 분들은 나중에는 썰렁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데. 오히려 처음에는 평온한 그런 캐릭터이었던 것 같고. 그런데 그 선생님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던 분들이 인터뷰에 또 이번에 적극 응해주셨기도 하거든요. 그분들이 밝히는 김장하 선생의 모습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김현지 : 장학생들이 정말 많은데요. 천여 명의 장학생들한테 장학금을 주실 때도 어떤 행사나 포토타임 이런 거 전혀 없고요. 그냥 필요한 돈 주시고. 그리고 한 번도 어떤 사람이 되라든지 공부 열심히 하라든지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없대요. 그냥 하고 싶은 걸 하면 된다고 믿어주고 응원해 주셨고요. 영화에도 나오지만 학생운동을 해서 장학금을 받고 그 보답을 못한 것 같아서 죄송하다는 학생들한테 민주주의를 위해서 투쟁하는 것도 그냥 나라를 위하는 한 방법이다하셨어요. 선생님은 직접 하신 말씀인데 평생 한약방에서만 계셨어야 되니까 많은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장학생들을 도우면서 참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다고 회고하시더라고요.

 

김수민 : 근데 본인이 즐거워하셨던 것에 비하면 말씀은 많지 않았던 그런 분이었는데. 사실 이런 분을 인터뷰하는 거 상당히 힘들었을 것 같아요. 제작하고 연출하시는 입장에서도 그리고 특히나 이제 본인의 선행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입을 꾹 다무시는 그런 모습이었는데요. 이렇게 인터뷰를 어떻게 진행을 하실 수 있었는지 사실 영화를 보신 분들이 다 궁금해 하셨을 대목인 것 같습니다.

 

김현지 : 그냥 많은 행운들이 겹쳤던 것 같아요. 마침 저희가 촬영을 시작할 때가 남성당을 은퇴하시려고 준비를 하고 계셨기 때문에 마음이 좀 그래도 여유가 생기셨던 게 아닐까 생각도 하고요.

 

김수민 : 연출 이렇게 준비하실 때 곧 은퇴하신다는 소문은 듣고 준비를 하신 건가요?

 

김현지 : 아니 그렇지는 않았어요. 처음 기획서 쓸 때는 전혀 몰랐고 김주완 기자를 섭외할 때만 해도 은퇴 사실을 모르고 있었죠. 근데 보니까 3, 4월쯤에 저희가 5월 달에 은퇴하신다는 소식을 알게 됐었거든요. 그런 것도 있고 또 김주완 기자 역시 지역사회에서 절대 허튼 소리 하지 않는 기자로 유명하거든요.

 

김수민 : . 경남도민일보 활동을 통해서 사실 경남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찾아봤을 때 풀뿌리 지역 언론을 대변하는 가장 베테랑의 기자로 알려져 계신 분이죠.

 

김현지 : 저한테는 김주완 기자도 좋은 어른이니깐요. 그래서 김주완 기자가 자기 기자 인생으로 증명한 걸 선생님도 알고 계시기 때문에 조금 더 너그럽게 저희의 이런 막무가내 취재를 허락해 주시지 않았나. 허락은 아니죠. 그냥 눈 감아 주시지 않았나 싶어요.

 

김수민 : 그럼 김주완 기자는 그전에 김장하 선생을 자주 인터뷰하고 그걸 기사화하고 이랬던 적이 있나요?

 

김현지 : 아니요. 시도는 많이 했지만 제대로 인터뷰를 한 적은 없었고. 그래서 2015년에 본인의 <별난 사람, 별난 인생>이라는 책을 쓸 때 허락받지 않고 또 한 챕터로 썼던 거예요. 그래서 두려운 마음에 선생님을 찾아갔더니 선생님이 마구 휘갈겨 놨대.’ 이렇게 말씀하셨고 하지만 이미 쓴 걸 어떻게 하겠냐라고 크게 뭐라 하지 않으셨대요. 그래서 거기에 자신감을 얻고, 은퇴를 하면 채현국 선생 다음으로 김장하 선생님을 취재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계셨는데. 마침 저는 그걸 모르고 제 나름의 조사를 한 뒤에 같이 협업을 제안했죠. 그래서 정말 잘 됐던 것 같아요. 사실 기자와 PD가 같이 일한다는 게 거대한 파국만을 불러오잖아요? 대부분의 경우. 근데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김수민 : 얘기를 듣고 보니까 김장하 선생 입장에서는 김주완 기자와 같이 나타난 김현지 PD, 뭐 달리 얘기해서 김현지 PD와 같이 나타난 김주완 기자님을 보고 경계심을 혹시 가지시지 않았나. 이런 궁금증도 들거든요. ‘저 사람 또 왔네? 또 막 휘갈기는 거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셔가지고. 근데 어찌 됐든 간에 김주완 기자님을 다리로 해서 섭외가 된 것 같은데. 김주완 기자가 결국에 설득력을 갖고 있었다고 봐야 될까요?

 

김현지 : 그렇죠. 자신의 기자 인생으로 증명한 정직함, 절대 허튼 소리 하지 않는 그리고 저 역시도 김주완 기자라면 김장하 선생님의 명성에 짓눌리지 않고 질문할 건 질문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무작정 이렇게 우상화하는 그런 다큐는 만들지 않을 거라는 제 각오를 실현시켜 주실 것 같았어요.

 

김수민 : 김주완 기자 입장에서는 그전에 거절당하거나 했던 경험들 때문에 좀 두려움이 있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김주완 기자는 혹시 나는 이번에 안 할래이렇게 하진 않으셨나요?

 

김현지 : . 전혀 그런 건 없으셨고요. 다만 저희 방송 만드는 걸 크게 신경 써주시진 않았어요. ‘같이 취재를 하는데. 내 취재를 방해하지는 마.’ 약간 그런 거였는데. 1년 동안 같이 다니면서 또 방송하는 사람들도 이런 힘든 점이 있구나. 이렇게 열심히 하는구나하고 후배들이니까 저희가. 되게 따뜻하게 봐주셨어요.

 

김수민 : 일단은 그렇게 해서 두 분이 굉장히 협력을 잘 하게 된 셈인데. 그래도 인터뷰이가 만만치 않은 분이었습니다. 중간에도 본인의 선행이 돋보인다 싶은 대목에서는 침묵을 하시는 이런 분이었는데. 근데 어떻게 해서 카메라 앞에 모시고 인터뷰를 하게 됐는지 이게 되게 궁금하거든요. 왜 결국에는 거부를 안 하시고 묻는 말에 답변도 하시고 이렇게 됐는가.

 

김현지 : 김주완 기자가 생각할 때는 그래도 저희가 선생님의 공적인 활동들에 대해서 질문하니까 선생님도 이것까지 쫓아낼 수는 없다고 생각하셨던 게 아닐까?’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저희가 정식으로 인터뷰를 요청해서 조명 설치하고 마이크 채워드리고 이렇게 한 적이 없어요.

 

김수민 : 저는 OTT 서비스를 통해서 봤는데. 그 영화를 보면 좀 번듯하게 인터뷰를 한 듯한 느낌이거든요.

 

김현지 : 아닙니다. 남성당에서 일하실 때 저희가 그냥 가서 작은 카메라로 들이대고 찍은 거예요. 마이크도 없어서 저희가 휴대용 보이스 레코더를 슬쩍 꽂아드린 거거든요. 선생님은 이게 촬영이라고 아주 명확하게 인식하시지는 않으셨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고요. 잘 보시면 옆에서 계속 직원분이 신용카드 전표 끊는 소리, 소음들이 막 계속 들려요. 저희가 전혀 통제를 할 수가 없었죠. 그냥 대화였던 거죠.

 

김수민 : 그러면 영화도 영화지만 영화 이전에 TV로도 방영이 됐는데. 김장하 선생 쪽에서 뭐라고 좀 부정적인 반응이라든지 이런 것은 없었나요?

 

김현지 : 저희가 방송을 하겠다고 말씀드렸을 때 그냥 침묵하셨고요. ‘말리지는 않겠다라고 하셨고. 영화는 조금 불편해하셨어요. ‘방송으로 이미 이렇게 너무 많이 알려졌는데 영화까지 해야 될까?’ 저희가 학생들하고 젊은 분들한테 오래 보여주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선생님 이야기로 위로를 받는데 특히 젊은 분들이 많이 우시더라. 그래서 허락까지는 못해주시더라도 한 번만 더 눈 감아 주시면 좋겠다부탁드렸어요. 그래서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끄덕 하셨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홍보를 가열차게 하지 못하고 있어요. 김장하 선생님께 혹시나 누가 될까 봐 이렇게 전면에 얼굴 걸고 하는 홍보 같은 걸 잘 못하고 있는데. 그래서 관객 분들께도 부탁드리는 게. 영화로만 김장하 선생님을 만나주시고 지금은 은퇴하시고 평범한 할아버지로 지내고 싶으신 선생님을 함께 지켜주셨으면 좋겠다고 이렇게 부탁드리고 있습니다.

 

김수민 : 마침 남성당이 문을 닫았기 때문에 망정이지. 안 닫았으면 또 방문객들이 엄청 찾아갔을 수도 있겠네요? 과거에 워낭소리 같은 경우도 거기에 출연하신 분들이 거주하시는 댁에 사람들이 몰려가고 이런 적이 있어서 출연하셨던 분들이 좀 불편하셨던 적이 있는데. 마침 또 은퇴 시기랑 맞물려서 그렇게 된 것 같고. 그리고 청년층에서도 많이 이 영화를 보시나 봐요. 아무래도 이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가족 관계에서도 아들, 딸보다는 손녀, 손자에게 너그럽듯이. 청년층들이 좀 많이 본다고 하니까 선생님도 괜찮겠다이렇게 생각을 하신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한편으로 듭니다. GV도 진행을 하셨지만 청년층 쪽에서의 반응은 좀 구체적으로 어떤 편이었어요?

 

김현지 : 영화 마치고 나오시면서 주머니에 가득 든 휴지를 보여주시면서 나 이만큼 울었어요하시는 젊은 관객 분들이 많이 있었어요.

 

김수민 : 우는 관객이 중장년보다 청년이 더 많았나요?

 

김현지 : 다 우시는데 젊은 분들은 좀 더 많이 우시는 거예요.

 

김수민 : 왜 그럴까요?

 

김현지 : 저도 여쭤보고 막 고민을 했는데. 이렇게 각자 도생의 시대라 그러고 젊을수록 되게 불안이 높고 경쟁이 치열해지잖아요.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괴로운 사람들도 분명히 있거든요. ‘착하게 살면 바보 된다이런 말에 스스로를 채찍질하다가 이 선생님을 보고는 그래. 세상이 영영 나빠지기만 하는 건 아니야. 내가 잘못 살고 있었던 게 아니야라는 위로를 받으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 직접적으로는 내 옆에도 저런 사람이 한 명만 있었으면이런 생각을 많이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김수민 : 배우 분들 중에도 보면 윤여정 씨나 신구 씨나 젊은 층에서 좋아하는 노배우들이 계신데 아마 그분들하고 좀 비슷한 느낌이 들었던 건 아닐까.

 

김현지 : 그럴 수도 있겠어요.

 

김수민 : 청년층 입장일수록 오히려 더 좀 뭐랄까 정신적인 뒷받침이 되는 듯한 어른을 더 원할 수도 있거든요. 그런 심리들이 또 이 영화를 통해서 관객들 사이에서 드러난 것 같다고 보입니다. 그래도 뭐 이렇게 촬영하시는 도중에 인터뷰이하고 대화 과정에서 힘들었던 부분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좀 있을까요?

 

김현지 : 저희는 이거 찍으면서 힘들었던 건 선생님이 언제 그만둬라고 하실지 몰라서 불안했던 거 빼고는. 그거 빼고는 다들 너무 진심을 다해서 도와주셨어요. 모든 인터뷰이가 어떻게든 김장하 선생님 이야기를 더 하고 싶어 하시고 또 다른 저희가 몰랐던 인터뷰이를 소개해 주시고. 굉장히 즐겁고 행복한 주제였던 것 같아요.

 

김수민 : 알음알음 계속해서 주변에 경험을 하셨던 분들의 조언을 들어가면서 또 그렇게 이어지는 인터뷰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영화를 상영하고 있는데 TV로 방영됐던 거하고 차이점이 있거나 다른 버전이거나 이런 게 있나요?

 

김현지 : . 아무래도 편집이 완전 달라졌어요. 방송은 저희가 김장하 선생에 대해서 세상이 아무도 모르니까 조금 더 설명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영화로 하면서 절대 드러내지 않으려는 김장하 선생님과 어떻게든 캐내려는 김주완 기자의 쫓고 쫓기는 이상한 서스펜스. 이런 게 있고요. 그리고 많이 우신다그러니까 눈물범벅일 것 같은데 의외로 또 엄청 재밌거든요. 많이 웃으세요. 그래서 추운 겨울에 엉덩이가 따뜻하게 털이 수북해져서 돌아가실 수 있는. 울다가 웃다가.

 

김수민 : 그 개그는 김장하 선생 세대의 개그가 아닌가.

 

김현지 : 제가 너무 요새 어르신들하고 많이 다니다 보니까.

 

김수민 : OST라든지 이런 부분은 TV하고 달라진 것이 있나요?

 

김현지 : 아니요 그렇지는 않아요. 저희가 처음 방송 버전 만들 때도 음악 감독님께 부탁드린 게 딱 두 가지였는데요. ‘오케스트라 절대 하지 않겠다. 바이올린 비올라 절대 안 돼.’ 웅장하고 뭔가 이분의 업적을 치장하는 듯한 음악을 지양했고요.

 

김수민 : 그런 게 들어가면 좀 위인전 같은 느낌이 나죠.

 

김현지 : 대신 로우파이 같이 좀 더 젊은 분들 음악을 많이 써달라고 부탁을 드렸어요.

 

김수민 : 그러면 어떤 음악풍인 거죠? 현악이 안 들어갔고.

 

김현지 : 미디 음도 많았고요. 로우파이 같은 전자음들 많이 썼고요.

 

김수민 : 김장하 선생 이미지는 완전 아날로그 이미지인데.

 

김현지 : 그러니까 선생님이 되게 소박하시고 소탈하신데 저희 다큐 영화에서 뭔가 꾸미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선생님의 삶의 태도를 다큐의 형식적인 면에서도 결을 같이 가져가고 싶었어요.

 

김수민 : 그럼 근데 음악 감독은 어떤 분이 맡아주셨죠?

 

김현지 : 김인영 음악감독님이 하셨습니다.

 

김수민 : 평소에 어떤 인연으로 알게 되신, 어떤 일을 하시는 분인가요?

 

김현지 : 스트레이트 음악감독 하시고. 창원이 고향이신 데다가 워낙 실력 있는 분이셔가지고요.

 

김수민 : 내가 봐도,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아픈 손가락밖에 없겠지만. 그중에서도 명장면, 명대사 몇 개만 꼽아주실 수 있을까요?

 

김현지 : 관객 분들이 제일 좋아하시는 건 이 세상은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는 거야라는 김장하 선생님 말씀을 되게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평범한 우리들을 이렇게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걸 좋아하시는 것 같고. 저는 사부작사부작 꼼지락 꼼지락 그렇게 걸어가면 된다라는 말씀 좋아해요. 사실 수백억 자산가인데 60년 동안 한약방에 계속 출근한다는 그 사실 자체가 놀랍잖아요. 저 같으면 그렇게 안하고. 파이어족 얼마나 많아요? 요새. 그것도 너무 존경스럽고요. 제가 제일 좋아 촬영하면서 제일 좋아했던 장면은 마지막에 선생님이 카메라를 보고 경례를 이렇게 하세요. 그때 정말 그러실 줄 전혀 몰랐거든요.

 

김수민 : 그게 한약방 나오셔가지고 차에 타실 때였죠.

 

김현지 : 보긴 보셨구나.

 

김수민 : 잘 봤습니다.

 

김현지 : 그때 개인적으로 연출자의 입장에서 벼락 맞은 것처럼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김수민 : 아무 기대가 없었는데 카메라를 보고 어떤 액션을 취해주신다는 기대가 없었는데. 그냥 이 앵글 안에만 들어와주셔도 괜찮다고 생각을 하셨는데 갑자기. 이거는 타인의 어떤 내면에 대한 얘기긴 한데. 좀 김장하 선생도 거부감이나 이런 것들이 많이 사그라졌던 건 아닐까요?

 

김현지 : 그러셨으면 좋을 텐데. 그건 제가 알 수 없는 거고. 하지만 촬영을 하면서 어느 정도 저희들의 노력을 보고 좀 가상하게 생각해 주신 건 있었을 것 같아요. 근데 방송 이후에 너무 유명해지시니까 다시 숨으시려는 것 같아서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김수민 : 그러면 또 GV나 이런 걸 다녀보시면서 관객들 반응이나 감상평 중에서 좀 기억에 나시는 게 있을까요?

 

김현지 : 어른들은 주로 부끄럽다이런 말씀 많이 하셨고요. 젊은 분들은 내게도 이런 분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는데. 생각해 보니 내가 이런 사람이 되면 되겠다이렇게 생각하셨다는 거예요. 그 말씀 듣고 대단하다 싶었고요. 또 사춘기 딸이랑 같이 영화를 봤는데 처음에는 뭐 이런 걸 보러 왔어?’ 했던 딸이 끝나고 많이 울고 또 많이 대화를 했다는 그런 평도 인상 깊었어요. 그리고 요즘 <서울의 봄> 되게 좋은 영화잖아요. ‘<서울의 봄> 보고 불타는 분노를 이제 <어른 김장하>로 달래면 속이 개운해진다.’ 마라탕 먹고 탕후루 먹듯이.

 

김수민 : 단짠단짠 그런 건가요?

 

김현지 : 그렇죠. 그래서 어떻게 <서울의 봄>에 살짝 업혀 가볼까 하는 마음에. 인간애가 바사삭 사라졌을 때 다시 인류애를 충전할 수 있는.

 

김수민 : . 하나는 이제 인류가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지를 좀 높은 차원에서 중앙이라는 공간에서 보여주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풀뿌리 차원에서 인간이 어느 정도로 이타적일 수 있고 공익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그런 작품이라는 측면에서 두 작품을 또 같이 묶어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끝으로 김현지 PD 다음 행보를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저부터도 김 PD가 연출해 오셨던 여러 작품들을 봤기 때문에. 혹시 다음 계획은 어떻게 되십니까?

 

김현지 : 그런 질문을 많이 봤는데 너무 낯설어요. 저는 지역방송 PD니까 가서 또 열심히 매거진 데일리 프로그램 하면서 지역민들 만나 뵙고 또 재밌는 인터뷰 많이 하고. 그러면서 다음 아이템을 천천히 고민하면 될 것 같습니다.

 

김수민 : 관심 있으신 분들은 MBC 경남 중간 중간 계속 살펴보시면서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고 계신지 한번 또 지켜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더 얘기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시간이 여기까지라서.

 

김현지 : 오늘 저녁 GV에서 뵙죠.

 

김수민 : 예 알겠습니다. 그러면 지금까지 영화 <어른 김장하>의 김현지 감독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김현지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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