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라디오(FM 94.5)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
□ 방송일시 : 2023년 9월 14일 (목요일)
□ 진행 : 조인섭 변호사
□ 출연자 : 김규리 변호사
◇ 조인섭 변호사(이하 조인섭): 한낮의 무더위와 저녁 무렵의 선선함이 교차하는 이 계절, 사람 사이의 문제도 계절처럼 자연스럽게 흐른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법적인 문제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하시다면 잠시 이곳에서 쉬어 가셔도 좋습니다. 속 시원하고 정확한 자문으로 법률문제를 풀어드리는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 지금 바로 문을 열겠습니다. 저는 조인섭입니다. 당신을 위한 law하우스, <조담소> 김규리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 김규리 변호사(이하 김규리):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김규리 변호사입니다.
◇ 조인섭: 오늘은 어떤 고민이 기다리고 있는지 먼저 사연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3년 전, 저는 서울 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제주도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혼자 식당을 운영하는 한 남자를 알게 됐습니다. 그는 타지에서 온 저를 다정하게 챙겨줬습니다. 우리는 곧 연인 사이가 됐죠. 그는 이혼 후, 중학생 딸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아이에게 엄마가 되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2001년부터는 그의 집에서 생활하면서 함께 식당을 꾸려나갔습니다. 그런데 얼마 못 가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는 전아내와 이혼을 하지 않아서 법률상 혼인 관계가 유지되고 있었던 겁니다. 그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자, 전 아내가 일방적으로 가출을 했다고 합니다. 다행히, 몇 년 후... 그는 전 배우자와 연락이 돼서 협의 이혼을 했고 저는 계속해서 20여 년을 그와 함께 살아왔습니다. 혼인신고는 안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딸이 결혼할 때, 부모로서 상견례에 참석했고
혼주로서 결혼식장에 앉아있었습니다. 그의 어머님이 아프실 땐 직접 병간호를 했죠. 그런데 그는 저의 희생과 노력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더군요. 그의 무심함이 서운하게만 느껴졌습니다. 결국 저는 그에게 관계를 정리하자고 했습니다. 저는 그에게 그간 그의 식당에서 일하고 그의 가족을 돌봤던 세월을 보상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우리가 법적 부부가 아닌 데다가 우리가 함께 살기 시작하던 당시에는 그에게 법률상 배우자도 있었기 때문에 재산분할을 해줄 수 없다고 합니다. 저는 아무것도 없이 그 집에서 나와야 하는 건가요? 20여년의 세월은 어디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사연자분은 상대방과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20여 년간 함께 살아오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관계를 사실혼 관계라고 하죠?
◆ 김규리: 이제는 많이들 아시는 것처럼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도 사회관념상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으면 사실혼 관계가 일단 성립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사연자분의 경우에도, 무려 20여년간을 동거하면서 사연자분이 상대방 자녀의 상견례나 결혼식에도 모의 위치에서 참여하거나 상대방의 어머니의 간병까지 도맡았고, 식당을 함께 운영하면서 생활비 등을 함께 지출 해온 것으로 보이므로, 생활적, 경제적 측면에서 혼인의 의사를 가지고 부부 공동생활을 하였다, 즉 상대방과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해 보입니다.
◇ 조인섭: 그런데 상대방에게 법률상 배우자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 ‘중혼’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김규리: 먼저 ‘중혼’은 말 그대로 법률상 혼인을 한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다시 법률상 혼인을 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우리 민법은 제810조에서 중혼 금지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안의 경우처럼, 이미 법률상의 혼인 관계에 있는 사람이 혼인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이중으로 다른 사람과 혼인의 의사로 실질적인 혼인 생활을 하고 있는 경우, 즉 사실혼 관계의 당사자 일방 또는 쌍방이 제3자와 이미 법률혼 관계에 있는 경우를 ‘중혼적 사실혼 관계에 있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 조인섭: 중혼적 사실혼은 사실혼으로 인정할 수 없는 건가요?
◆ 김규리: 원칙적으로 중혼적 사실혼을 곧바로 통상적인 사실혼으로 인정하여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수 없는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사실혼관계 해소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나 재산분할 청구는 허용되지 않겠습니다. 다만 우리 대법원은 비록 중혼적 사실혼관계일지라도 법률혼 관계가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거나, 이혼의사의 합치가 있었는데도 형식 상의 절차미비 등으로 법률혼이 남아 있는 경우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 즉 사실혼 관계 해소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나 재산분할 청구가 가능하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 조인섭: 사실상 이혼은 법원에서 어떻게 판단하고 있습니까?
◆ 김규리: 우리 법원은 기존의 법률혼인이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다는 사정에 대하여는 다소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부분에 대하여는 사안마다 달리 판단될 것으로 보입니다. 법률상 배우자와 이미 20여 년간 장기 별거하는 동시에 장기간 사실혼 관계를 맺어왔다는 사정, 혼인관계의 실체를 전혀 유지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 등을 들어 사실상 이혼상태를 인정한 하급심 판례들이 있는 반면, 한 사례에서는 법률상 배우자가 자식들을 두고 장기 가출한 상태에서 부부의 다른 한쪽이 조만간 해당 혼인관계를 정리할 의도로 제3자와 혼인의 의사를 가지고 실질적인 혼인생활을 하였는데요, 우리 대법원은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이를 사실혼으로 인정하여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하여야 할 수는 없다라고 판시하면서, 해당 사실혼관계 해소에 따른 재산분할 등의 청구를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사례도 있습니다.
◇ 조인섭: 사연자분은 상대방과 사실혼 관계를 접으려고 하시는데요,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 김규리: 사연자분이 말씀 주신 사실만으로는 사연자분과 상대방 사이의 중혼적 사실혼 관계까지 보호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할 수 있을지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는 보입니다. 다만, 결국 상대방이 2005.경에는 법률상 혼인 관계를 모두 정리하였기 때문에, 적어도 2005.경 상대방이 협의 이혼을 한 다음 날부터는 중혼적 사실혼이 법률혼에 준하여 보호될 수 있는 통상적인 사실혼 관계로 되어 그 관계 해소에 따른 재산분할 청구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조인섭: 자, 지금까지 상담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사연자분은 2000년도부터 제주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남자와 사실혼 관계로 지내오셨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 남자는 전배우자와 이혼을 하지 않아서 법률상 혼인관계가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2005년, 남자는 전배우자와 협의이혼을 했고, 사연자분은 그대로 남자의 아내 역할을 하면서 쭉 살아오셨는데 최근, 남자와의 관계를 정리하면서 재산분할이 가능한지 물어보셨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사실혼 관계일지라도 재산분할 청구가 가능하고요, 남자가 한때 전배우자와 법률상 부부 상태였던 시기엔 재산분할을 청구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남자가 법률상 혼인 관계를 모두 정리한 2005년경 이후부터는 재산분할 청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하셨습니다. 자...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 청취자 청취자 분들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김규리 변호사~ 사연 보내시는 방법 알려주시죠.
◆ 김규리: 네,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를 입력하시고, 홈페이지에 들어오셔서 상담 게시판에 글 남겨주시면 됩니다. 연락받으실 전화번호도 함께 적어주시는 거, 잊지마세요!
◇ 조인섭: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김규리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알아두면 쓸데 있는 법률 이야기! 알쓸법 시간입니다. 얼마 전, 80대 여성이 딸로 속여 말한 사기꾼에게 속아서 신분증 사진을 보냈다가 수억 원의 피해를 본 일이 생겼습니다. 요즘 신분증 사진을 노리는 피싱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금융사에는 책임이 없는 걸까요? 이 사건은 실수로 유출된 신분증 사진 한 장으로 거액의 자산이 은행에서 인출된 건데요. 금융사가 비대면 거래를 할 때 허술하게 본인확인을 해서 문제가 되는 겁니다. 영상 통화를 통해 신분증을 실물과 대조해서 확인하면 되는데, 그러려면 시스템 설치가 필요해서 기간과 비용이 많이 듭니다. 그리고 현재 은행은 규모를 줄이고 영업 편의를 위해 실명 확인이 간소화되고 있는데 그것과는 역행하는 조치인 거죠. 그렇기에 은행들도 신분증 확인 절차의 허점을 알고 있지만, 강화된 보안 절차 도입은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은 은행의 책임을 묻고 있는데요,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다른 사람이 실행한 대출까지 갚게 된 피해자들이 금융사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신분증 사진을 인식시키는 방식으로 신분증 인증이 이뤄진 것은 본인확인 조치의무가 제대로 이행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고요, 다른 사람이 실행한 대출은 변제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려줬습니다.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 조담소는 언제나 당신과 함께 합니다. 끝곡 들려드리면서 저는 이만 인사드립니다. 지금까지 ‘로이어 조인섭’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