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시간 : [월~금] 10:15~11:30
  • 진행: 박귀빈 / PD: 이은지 / 작가: 김은진

인터뷰 전문

"살고싶은 나라 만들어야지, 죽기힘든 나라 만드나" 번개탄 논란에 전문가 입장은?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3-02-23 14:47  | 조회 : 1060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3년 2월 23일 (목요일)
□ 진행 : 이현웅 아나운서
□ 출연: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현웅 아나운서(이하 이현웅): 우리나라는 OECD 기준으로 1위를 하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좀 좋지 않은 1위들이죠. 그 중 하나가 자살률인데, 정부가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안을 지난 13일에 발표했습니다. 이 대책안에는 ‘번개탄 생산 금지’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실효성이 있느냐, 자살 수단만 규제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 이런 비판적인 여론도 큰 상황인데요. 자살 예방 대책, 어떤 방향으로 마련되어야 할지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하 백종우): 예, 안녕하십니까. 

◇ 이현웅: 복지부가 5차 자살 예방 기본 계획안을 지난 13일에 발표를 했고요, 여기에 ‘번개탄 생산 금지’ 내용이 들어가 있어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 이 부분인데. 교수님도 이 이슈, 논란 보셨을 것 같습니다. 어떤 생각 하셨나요?

◆ 백종우: 예, 아마 13일에는 자살 예방 종합대책에 의견을 모으는 공청회 자리에서 나왔던 얘기였고요. 아직 종합대책을 확정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모든 번개탄 생산 금지는 아니고 착화제, 산하제가 들어간 번개탄의 생산 금지에 대해서 주로 산림청 내용이 포함돼 있었는데요.

◇ 이현웅: 쉽게 불이 붙을 수 있는 그런 번개탄 생산을 금지한다는 거죠?

◆ 백종우: 그렇죠. 그게 사실 자살 이슈도 있었지만 또 인체에 유해하냐, 우리가 고기를 구워 먹거나 할 때, 이것 때문에 또 논란이 계속 있다가. 하지만 영세한 번개탄 업자들을 고려해서 올해 연말까지 유예했던 것을 넣어놓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볼 때는 항상 자살 수단에 대한 보도가 있으면 이게 살고 싶은 나라를 만들어야지, 죽기 힘든 나라를 만들려는 거냐, 이런 의견은 항상 있어왔기 때문에 저희가 어떤 말씀인지는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 또 다른 한편에서는 자살 수단에 대한 접근을 막는 게 세계보건기구나 이런 데서 권고하는 핵심 정책의 하나거든요. 그런 부분 말씀드리겠습니다.

◇ 이현웅: 그렇다면 지금 인터넷 상에서 누리꾼들 중심으로 약간의 조롱 섞인 비판도 나오고 있는데, 전문가로 보시기에는 충분히 효과가 있을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보시는 거죠?

◆ 백종우: 그렇죠. 예를 들면 우리가 서울의 어떤 다리가 투신자살이 많이 발생하니까 거기에다가 펜스를 설치해야 한다, 이런 것들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논쟁들이 있었거든요. 그럼 다른 다리로 가면 되지 그게 무슨 자살 예방이냐, 이랬는데 사실 서울의 그 자리에 펜스가 한 2m 높이로 설치된 다음에 한동안 투신이 거의 사라지기도 했고요. 이전에 비교해서도 많이 상당히 줄고 했는데, 다른 다리가 또 물론 조금 늘기는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다른 다리에도 펜스들을 늘리는 정책을 서울시가 펴고 있는데요. 왜 이런 게 효과가 있냐면 자살을 결심하고 왔던 분이 어디서 딱 막히면 그걸로 인해서 거기서 이제 실행에 옮기는 게 멈춰지기도 하고요. 그리고 누군가에게 발견돼서 생명을 살릴 기회를, 치료를 받거나 지원받거나 해서 기회가 만들어지기 때문에도 이게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이현웅: 앞서서 한강 다리의 사례를 말씀을 해 주셨는데, 과거에 농약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분들이 많아서 사용을 제한했더니 효과가 있었던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내용도 소개를 해 주실까요?

◆ 백종우: 맞습니다. 그거는 저희가 ‘그라목산’이라는 맹독성 농약이 소주 반 잔 이하로 마셔도 살릴 수가 없는 그런 심각한 농약이었는데, 농약을 드시고 나면 대부분 한두 달 중환자실에 계시면서 99%는 ‘제발 살려주세요’ 하는데 구하지 못했었거든요.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되다가 2011년에 자살 예방법이 만들어지면서 맹독성 농약의 생산·판매·유통이 완전히 금지됐습니다. 그 다음에 이거에 관련한 농약 관련 자살 사망이 3분의 1로 줄었거든요. 그래서 농촌 자살이 줄어드는 데 획기적인 정책이 되기도 해서 이런 농약 자살, 그러면 다른 농약을 사용하면 되지 않겠냐 하지만 또 독성이 높은 농약을 제한한 게 굉장히 효과를 본 우리나라 예도 있습니다.

◇ 이현웅: 그렇군요. 그래서 이번에 산화형 착화제가 들어간 번개탄 생산금지 얘기가 검토가 되는 것 같은데, 그러면 전체적으로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분들 가운데 번개탄을 이용하는 사례가 많습니까?

◆ 백종우: 저희가 사실 이게 2000년대 후반에 한 연예인, 그때만 해도 자살 예방 보도 가이드라인이 잘 안 지켜져서 한 연예인 사망에서 이때 이게 보도가 많이 됐었습니다. 그 다음에 급증을 해서 전체 자살의 한 15%까지 증가를 했고. 2,000명이 넘는 가스 중독 중에 한 1,763명 정도가 번개탄 관련 자살로 보고가 되고 있습니다.

◇ 이현웅: 이게 워낙 보도도 많이 나오고요. 흔히 사람들 사이에서 해서는 안 될 농담이지만 농담으로도 번개탄 얘기를 상당히 많이 할 정도로 보편화돼 있다 보니까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분들이 좀 떠올리기 쉬운 방법이 아닐까 싶은데. 그러면 이렇게 생각했던 시도 방법이 막히거나 수단이 없어지게 되면 다른 방법을 선택하는 게 아니고 그 마음을 가라앉히는 경우도 있다고 전문가로서 보시는 거죠?

◆ 백종우: 지금 번개탄으로 1년에 1,700명이 사망한다고 그러면 보통 자살 시도는 그 10배에서 20배 정도 됩니다. 그러면 저희가 추정하기로는 이게 한 1만 명에서 최대 3만 명 정도가 번개탄으로 시도를 하실 수 있는데, 이 번개탄이라는 게 주로 동아시아, 홍콩, 대만, 일본, 한국 정도가 쓰는데요. 홍콩에서도 문제가 됐었습니다. 대만도 그렇고. 그래서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나 기존에 했었던 자살 예방은 번개탄에다가 이 문구를 자율적으로 표시하는 것, 자살 예방 상담 전화. 그다음에 슈퍼마켓에서 판매하시는 분들이랑 MOU를 맺어서 이거 진열대를 따로 두고, 점주분들이 원래는 번개탄을 사서 어디 가면 놀러 가는 거잖아요. 놀러 가는 게 아니라 뭔가 표정이 어둡거나 우울해 보이거나 이런 분들한테 한 번 더 물었다가 실제 사람을 구한 여러 사례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전국의 많은 지자체에서 이건 실제로 여태 해 온 방법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대만이나 홍콩에서는 이걸 법제화해서 아예 그렇게 하고 있는데, 이번에 들어간 것은 번개탄에 산화형 특화제가 들어가면 이게 더 빨리 붙기도 하고, 그다음에 인체 유해 물질 때문에 건강 문제로 이걸 계속 정부가 제한하는 범위를 넓히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올해 말까지 유해물질이라는 측면에서 제한이 된 부분도 있는 것 같고. 거기에 또 자살 예방은 사실 아주 큰 이펙트보다는 산화제가 덜 들어가면 시간이 단축되니까 발견이 좀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겠죠. 그런 의도가 있지 않았나 봅니다.

◇ 이현웅: 여러 가지 효과가 있을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 같은데,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자살 예방 대책안을 보면 앞으로 5년 동안 지금보다 30% 정도 자살률을 줄이겠다는 계획입니다. 더 많이 줄일 수 있으면 좋겠지만 30%라도 줄이면 참 다행이다 싶은데, 여전히 우리나라는 OECD 자살률 1위 국가인가요?

◆ 백종우: 예, 안타깝게도 OECD가 통계를 작성한 동안 딱 한 해를 제외하고는 계속 1위였습니다.

◇ 이현웅: 교수님은 현장에 계시니까 좀 마음이 아픈 환자분들 만나고 계실 텐데, 그 이유라고 할까요. 원인은 어디서 찾아볼 수가 있을까요?

◆ 백종우: 결국 북유럽 국가들도 오히려 선진국이 된 1980년대 후반에 자살률이 지금 우리보다 훨씬 높았다가 지금은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그 당시에 원인으로 제기된 것이 지금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생각하는데요. 하나는 우리가 전에 더 힘들었을 때에도 이게 혈연, 지연, 학연으로 서로 힘을 주면서 살았습니다. 공동체를 이루고. 그런데 이게 산업화되고 핵가족화되면 혈연, 지연, 학연의 힘이 감소하거든요. 그 다음에는 이게 사회적 취약계층도 보호하는 이런 의료와 복지의 사회 안전 시스템이 아직 충분치 않을 때 또 정신과 치료 우울증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을 때 자살률이 어느 나라가 제일 높았습니다. 저희가 그 고통스러운 시간을 지금 아직 통과하고 있는 중인데요. 이런 부분도 우리가 또 한 번 변하면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빨리 개선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이현웅: 얘기를 듣다 보니까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고 한편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산업화를 거치고 선진국화된 나라들도 있는데 유독 1위를 하는 건 그래도 좀 또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거든요?

◆ 백종우: 그래서 그 순서가 1980년대에는 북유럽이 더 높았고요, 그다음에 90년대, 후반 2000년대에는 일본이 피크를 쳤고요. 그다음에 지금 우리나라가 피크입니다.

◇ 이현웅: 그러면 앞으로는 좀 낮아질 거라고 기대를 해봐도 되겠습니까?

◆ 백종우: 하지만 인구 구조로 볼 때는 자살 사망이 높은 노인이 늘어나고 있고 중장년층이 노인이 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하면 자살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고요. 더구나 지금 코로나로 많이 지치신 분들이 전체 국민들의 정신건강 자살 관련 지표는 좋아지고 있는데, 3년 동안 겨우 참았는데도 현실이 별로 변하지 않는다는 이런 취약계층.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분들, 소상공인 이런 분들은 지금이 더 힘들다는 분들도 계시고. 실제 이런 대형 재난을 겪고 나면 한 2~3년 지나서 현실의 변화가 불충분하다고 느낀 분들 또 가장의 자살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저희가 요즘을 주의 깊게 보고 있습니다.

◇ 이현웅: 코로나 말씀도 잠시 해 주셨는데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도 있었고요. 그리고 코로나 후유증이 코로나가 사라진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라는 전망들도 나오고 있는데, 실제로 느끼시기에 코로나 영향이 자살률, 극단적 선택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까?

◆ 백종우: 대개는 그렇지 않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것들은 모든 나라에서 우울, 자살의 생각에 관련된 지표는 다 나빠졌지만 8~90%는 사회적 거리두기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스트레스 증가로 설명할 수 있는 정상 반응이었는데, 이제 10%, 20%의 취약한 사람들, 마음이 아픈 사람도 장애나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분들한테는 굉장히 고통스러웠고. 이분들은 실제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저희가 이런 취약계층에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이 지금 더 중요해지는 시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 이현웅: 저희가 오늘 얘기를 번개탄 생산 금지 이슈를 가지고 시작을 했는데, 어쨌든 자살 예방을 위해서 근본적인 대책들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한 가지를 구체적으로 예시를 들어주신다면 어떤 정책들이 나와야 된다고 보시는지, 마무리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 백종우: 자살이라고 하는 게 굉장히 다양하고 복잡한 원인에 의해서 생기는데요. 지금 뉴욕에서는 자살 사망자에 대해서 유족이 동의하면 시의원, 공무원, 법의관, 사회복지사, 의사, 여러 사람이 모여서 우리가 어떻게 하면 이 사람의 자살 사망을 막을 수 있었는지, 이 사망의 원인이 뭐고 어떤 정책이 필요했는지를 하루 종일 토론하고 그걸 정책에 반영하거든요. 우리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을 귀중히 여기면 그 죽음에서 오히려 우리 사회를 좀 더 살 만한 사회로 만들 수 있는 변화의 계기들을 찾아갈 수 있다. 이런 방향으로 정책이 변화돼야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 이현웅: 알겠습니다.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는 분들은 희망의 전화, 생명의 전화, 청소년 전화 등 24시간 전문가 상담 받을 수 있는 방법들이 있으니까요. 도움을 요청하시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서 정리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백종우: 네, 고맙습니다.

◇ 이현웅: 지금까지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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