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날짜 : 2022년 1월 1일 (일요일)
■ 진행 : 이성규 교수
■ 대담 : 조재현 상록야간학교 교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잠시만요] "아직도 야학이 있냐고요? 요즘 야학은…"
◇ 이성규 교수(이하 이성규)> 어둠이 깊게 내려앉은 저녁에도 불빛이 밝게 빛나는 곳이 있습니다. 배움의 불꽃이 꺼지지 않고 반짝이는 이곳은 바로 상록야간학교인데요. 오늘의 주인공은 여기서 13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분입니다. 상록야학의 조재현 선생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조재현 상록야간학교 교사(이하 조재현)>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 이성규> 반갑습니다. 청취자 여러분께 자기소개를 직접 한번 해 주시겠어요?
◆ 조재현> 안녕하십니까. 저는 상록야학에서 어르신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 부장 조재현이라고 합니다.
◇ 이성규> 야학이라고 그러면 오래 전 얘기 같아요.
◆ 조재현> 예, 그렇죠.
◇ 이성규> 그런데 상록야학, 언제부터 하신 거예요?
◆ 조재현> 저는 13년 전에 야학을 시작했고요. 야학 자체는 예전에 76년도에 박학선 교장 선생님 계세요. 얼마 전에 작고를 하셨는데. 그분이 동대문구청에 있는 동사무소 직원들하고 인근 대학생들하고 협의를 해갖고 야학을 76년도부터 시작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때 당시에는 야학 선생님들이 한 여섯 분 정도 계셨는데 지금은 38명으로 좀 많아졌습니다.
◇ 이성규> 선생님만요? 학생은요?
◆ 조재현> 학생은 100여 명 됩니다.
◇ 이성규> 근데 그분들은 주로 어떤 분들이 모여 계세요?
◆ 조재현> 주로 공부의 시기를 놓치셨던 분들이 많이 오시고요. 그래서 나이 연령층들이 50대, 60대, 70대 많게는 80대까지. 그렇게 오십니다.
◇ 이성규> 70대까지 80대까지요? 어떤 과정의 교과목을 들으세요?
◆ 조재현> 저희는 올해 새로 신설된 초등학교 과정이 있고요. 그다음에 중학교 과정 2년, 그다음에 고등학교 과정 2년. 그렇게 고등학교 정규 과정을 수업을 진행하고 있고요. 그리고 또 졸업하신 분들을 위해서 열린 광장이라고 생활영어라든가 생활한자 또 한국어능력 시험을 준비해 드리고 있습니다.
◇ 이성규> 그러면 중등, 고등 과정은 주로 과정을 마치신 뒤에 검정고시를 보시게 되나요?
◆ 조재현> 예. 저희는 4월, 8월에 두 번 검정고시가 있거든요. 그거를 준비해 드리는 경우가 많이 있죠, 저희가.
◇ 이성규> 근데 그분들 합격률은 어떻게 되나요?
◆ 조재현> 중학교 같은 경우에는 거의 100%로 합격을 하고요. 고등학교는 한 90% 이상 저희가 합격을 하고 있는 거예요.
◇ 이성규> 연령별로 좀 차이가 있나요? 어떤가요?
◆ 조재현> 조금 차이는 있으시죠. 80대 분들은 아무래도 조금 힘들어 하시긴 하는데, 그래도 잘 따라오고 계십니다.
◇ 이성규> 근데 80대에 중학교 과정, 고등학교 과정 밟는 분들 이렇게 뵙고 나면 생각이 좀 묘하겠어요.
◆ 조재현> 예. 전에 어린 학생들도 제가 수업을 학원에서 해본 적이 있는데요. 그런 학생들보다 이런 연령대 많으신 분들 뵙고 그러면 뭐랄까, 열정이랄까. 그런 게 더 많이 있으시거든요. 저희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7시 20분부터 10시 20분까지 수업을 진행을 해요. 근데 2년, 4년 동안 매번 빠짐없이 계속 출석을 하시면서 그분들이 되게 열심히 하시거든요. 그래서 제가 오히려 배우는 그런 느낌이 많이 듭니다.
◇ 이성규> 그분들은 이제 인생을 정말 관조할 수 있는 연세인데요.
◆ 조재현> 그렇죠. 근데 인생 선배이시긴 한데 한 분 한 분 수업 시간에 얘기를 들어보면 아직까지 소녀 같고 소년 같은 느낌이 많이 있으세요.
◇ 이성규> 배움에서는. 선생님한테 막 질문하고, 이런 건 똑같아요?
◆ 조재현> 예. 똑같습니다.
◇ 이성규> 근데 조재현 선생님은 무슨 과목을 맡고 계신가요?
◆ 조재현> 저는 지금 현재는 중학교 국어를 가르치고 있고요. 초창기 때는 고등학교 국어를 하다가 지금은 중학교 국어를 하고 있습니다.
◇ 이성규> 근데 13년을 늘 국어만 하셨습니까?
◆ 조재현> 예. 제가 문예창작학과를 나왔거든요. 그래서 국어 아니면 안 된다 해서 국어를 시작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다른 과목도 음악, 미술만 아니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 이성규> 근데 지금 문예창작학과 나와서 하시는 일은 그쪽 관련된 일인가요?
◆ 조재현> 아니요.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이성규> 그러면서 그냥 야학은 야학대로 그렇게 봉사를 하시는 거군요. 아까 70대, 80대 이렇게 50대부터 연령대가 꽤 많이 분포되어 있다고 그랬는데, 그분들의 성별 환경은 어떻습니까?
◆ 조재현> 대부분 여성분들이 많고요. 한 90% 이상 여성분들이 차지를 하고 계시고. 또 남성분들이 간간히 계시고요.
◇ 이성규> 그런데 젊은 시절에 아무래도 여성분들이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나 보죠?
◆ 조재현> 그렇겠죠. 아무래도 70, 80년대 같은 경우는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여성분들에게는 교육의 어떤 제공이 많이 모자랐던 것 같아요. 인식 자체도 그렇고. 그래서 그분들이 가족들을 위해서, 동생들을 위해서 희생을 해서 공장을 다니시거나 그래서 시기를 놓치신 분들이 많이 있죠.
◇ 이성규> 그래서 공장 다니시고 시기도 놓치시고. 근데 이제 연세가 드시니까 오히려 여유가 생긴 건가요?
◆ 조재현> 예. 어떻게 보면 이분들한테는 좀 한이 있으신 것 같아요. 어떤 분은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어릴 때 똑같은 중학교 한참 다닐 나이에 학교 근처를 가게 됐는데, 학생들 뒤에서 선생님한테 벌서고 손 들고 서 있는 학생을 봤대요. 그런데 그 학생이 어찌나 그렇게 부럽던지. 자기는 일을 나가는 상황에서 그 모습을 보니까 어찌나 부럽던지, 좀 눈물까지 난다고 그러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분들한테는 그러한 것들이 되게 한이 많으신 것 같아요. 그래서 야학을 계기로 한 풀이 같은 것도 하실 수 있는 계기가 되고 그런 것 같습니다.
◇ 이성규> 근데 그분들의 스토리도 참 다양하실 것 같아요. 그렇죠?
◆ 조재현> 예. 각양각층에서 오시기도 하고 삶을 많은 것들을 다양하게 경험하신 분들도 많고요. 어떤 분들 같은 경우에는 가족들한테 피해가 갈까 봐, 자기 자녀분들한테 피해가 갈까 봐, 자기가 못 배운 거에 대해서 피해 갈까 봐 좀 위축되시는 분도 많고. 또 오시면서 회사 동료라든가 그런 분들한테는 비밀로 해서 그렇게 오시는 분들도 많고요. 그런데 어쨌든 늦게라도 오셔서 이렇게 수업을 하시면서 배움의 길을 오신 분들에게 상당히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 이성규> 그게 참 짠한 마음도 들고 그러는데요. 그분들 수업 받으시면서 뭔가 열망, 열정 이런 부분들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많으셨겠어요.
◆ 조재현> 예, 많이 있죠. 그러니까 매일같이 이렇게 나오라고 그러면 돈 주고 나오기라도 힘든데 그렇게 공부를 하시면서, 또 직장 생활하시는 분들 상당히 많이 계세요. 그래 가지고 퇴근하고 오시면 피곤하시죠. 그래서 꾸벅꾸벅 조시는 분도 가끔 계세요. 근데 수업 외적으로 재미난 얘기를 한다든가 그렇게 잠을 깨고 또 눈을 부비시면서 수업하시는 열정들이 상당히 존경스럽죠.
◇ 이성규> 가장 극적으로 합격한 분 예를 한번 들어 줘 보시겠어요?
◆ 조재현> 저희가 중학교는 거의 다 합격을 하시는데 고등학교 과정 같은 경우는 2년이에요. 그런데 2년 이상이 되면 어쨌든지 졸업은 하세요. 그런데 검정고시 합격을 못 하시는 분들이 가끔 계시거든요. 그런데 그분들 같은 경우에는 계속 계속, 졸업하시고도 2년 동안 더 공부를 더 하시고 그렇게 다행히 그나마 60점 이상 되셔서 합격을 하신 분들도 가끔 있습니다.
◇ 이성규> 근데 뭔가 60점을 넘기시기에 한 번에 안 되고, 두세 번에 하신 분들도 계시지 않겠어요?
◆ 조재현> 4~5년 동안 계속 열심히.
◇ 이성규> 시험은 1년에 두 번씩 보면서?
◆ 조재현> 그렇죠. 그래서 합격하신 분도 있습니다.
◇ 이성규> 근데 그런 분들은 한 번씩 낙방하시면 뭐라 하세요?
◆ 조재현> 어떻게 보면 좀 창피해하세요. 본인 스스로가, 나만 떨어지고 그런 게 좀 소외감이 있으시고 창피해하시는데. 그래도 끝까지 하시는 게 저는 더 오히려 더 괜찮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 이성규> 근데 야학에 수업을 들으려면 미리 신청하고 자격 요건을 심사를 받고 이래야 되나요? 어떤 상황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나요?
◆ 조재현> 자격 요건을 심사하는 건 아니고요. 저희가 웬만하면 다 수용이 가능한데 초등학교는 초등학교 졸업장이 없으신 분들, 중학교는 중학교 졸업장이 없으신 분들, 고등학교는 졸업장이 없으신 분들에 한해서 저희가 수용을 해서 수업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저희 학생 모집 같은 경우에는 9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거든요. 그래가지고 7~8월에 학생들 모집을 하고, 그래서 오시는 분들 접수하신 분들에 한해서 저희가 수업을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 이성규> 근데 선생님은 13년 계셨다 했고요. 상록야학이 몇 년 됐다고 했죠?
◆ 조재현> 76년도에 개교를 했으니까 47~8년 됐습니다.
◇ 이성규> 전체적으로 상록 야학을 다녀가신 분들이 몇 분이나 되죠?
◆ 조재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6천 명 이상이 되는 것 같습니다.
◇ 이성규> 6천 명 이상. 졸업식도 꽤 많이 했겠네요.
◆ 조재현> 졸업식도 꽤 많이 합니다. 예전에는 졸업하는 학생 가족들도 많이 오셨거든요. 그래서 북적북적댔는데, 코로나로 인해서 좀 간소화시키고 그런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 이성규> 요즘은 졸업식 어떻게 하세요?
◆ 조재현> 학교에서요. 직접 중학교 졸업 대상자들과 고등학교 졸업 대상자들 나눠 하고요. 그래서 졸업식을 교장 선생님이라든가 선생님들 모임 하에서 그렇게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 이성규> 이번에 곧 있나요?
◆ 조재현> 저희는 10월쯤에 졸업식을 하거든요. 8월에 검정고시가 끝나니까 새 학기를 9월에 시작하고 그래서 졸업식이랑 입학식이랑 같이 합니다. 그래서 졸업식을 10월에 진행을 했었습니다.
◇ 이성규> 어땠어요, 풍경이?
◆ 조재현> 그때는 고등학교 졸업하시는 분들 같은 경우에는 학교를 안 나오시거든요. 그러니까 여태까지 못 배웠던 어떤 그러한 것을 해소하는 카타르시스랄까, 그런 부분도 많이 느껴져서 신파극처럼 눈물도 많이 흘리세요. 그래서 조금 측은하기도 하고. 근데 졸업하시면서 더 나은 세계로 가시는 거니까요. 환영하는, 즐거운 마음으로 졸업식을 하는 것 같습니다.
◇ 이성규> 학교를 못 나온다라는 단어가 인상적이네요. 다른 쪽으로 떠난다는 얘기보다는.
◆ 조재현> 정이 많이 드셔서요.
◇ 이성규> 40회가 넘는 졸업식을 하셨고, 고등학교 졸업식은 30회가 넘게 하셨는데.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거 있으세요?
◆ 조재현> 딱히 특정한 기억보다는 어떤 학생들이 가족이 돌아가셔서 그 공허한 마음이 많이 계신 찰나에 어떻게 우연히 야학을 알게 되서 오신 분들이 좀 있으세요. 그러한 분들이라든가 또 사회라든가 가족이 희생을 하시다가 야학을 통해서 공부를 하시고 새 출발을 하시고 또 대학까지 나오신 분들이 꽤 많이 있거든요. 그래서 사회에 또 새로운 세상을 접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 이성규> 그래서 그분들이 만약에 대학 나오시고 사회생활 별도로 하신 분들이 ‘OB클럽’이라고 해서 멘토나 이런 것도 하고 그러나요?
◆ 조재현> 예. 졸업생들끼리도 가끔 모이기도 하고요. 졸업 횟수별로 학생들끼리 모임을 많이 갖더라고요. 그때 선생님들도 초청해서 같이 식사도 같이 하고, 그렇습니다.
◇ 이성규> YTN 라디오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상록야학 조재현 선생님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조재현 선생님, 우리 노래 하나 듣거든요. 어떤 노래 하나 추천하시겠어요?
◆ 조재현> 제가 양희은 씨 노래를 좋아하는데 <내 어린 날의 학교>가 있습니다.
◇ 이성규> 사연이 있으세요?
◆ 조재현> 특별한 사연이라기보다는 어르신들이 어릴 때, 그 나이 때 시기에 맞게 교육을 하셨으면 아마 노래 가삿말에 나오는 그런 학교를 다니시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어갔고요. 이 노래가 생각났습니다.
양희은 / <내 어린 날의 학교> Play
◇ 이성규> “무지개가 뜬다”. 양희은의 <내 어린 날의 학교> 듣고 오셨습니다.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상록야간학교 조재현 선생님입니다. 조재현 선생님, 저도 대학 다닐 때 야학을 좀 하긴 했는데요. 이게 계기가 있더라고요. 조재현 선생님한테는 어떤 일이 계기가 되셨죠?
◆ 조재현> 저 같은 경우에는 특별한 계기는 없었던 것 같고요. 대학원 다닐 때 어떤 졸업생들이 어떤 모임이 있었습니다. 우연히 졸업생들 중에 야학 선생님을 하고 계셨던 분이 계셨어요. 그래서 저도 야학을 한번 해볼까 싶어서 그분 연락처를 받아서 그렇게 하게 됐습니다.
◇ 이성규> 근데 연락처를 받게 될 때 생각이 있었을 것 같아요.
◆ 조재현> 제가 전에는 뇌성마비 장애인들하고 5년 정도 주말마다 가서 봉사활동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그 카페가 조금 시들어지면서 여유가 생겨서 그런 시기에 또 그분이 그런 학교에서 야간 선생님을 하신다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이제 다른 거를 좀 더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하게 됐습니다.
◇ 이성규> 뇌성마비 학생들하고는 어떤 것들을 5년 동안 하셨어요?
◆ 조재현> 그분들은 학생들은 아니고요. 나이도 많으시고 그런 분들인데, 일단은 장애인 자립재활센터였어요. 그래서 그분들 청소도 해주고 빨래도 해주고. 근데 저 같은 경우에는 인원 배치를 하고 그냥 누워서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 이성규> 그렇죠. 그분들 이야기 이어나가는 것도 그렇게 쉽지 않을 텐데.
◆ 조재현> 그분들이 원하는 거는 물론 청소하고 빨래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화를 나누고 대화 상대를 해주는 게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더라고요, 제 느낌에. 그래서 평일도 가서 뭐 치킨과 맥주와 함께 많은 이야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 이성규> 근데 지금 야학 선생님들은 본업은 다 따로 있고, 또 오로지 가르치는 일은 봉사활동으로 이루어지는 거죠?
◆ 조재현> 그렇죠. 저희는 따로 급여 같은 거는 받지를 않고요. 가끔 가다가 ‘교통비도 안 주냐’ 그렇게 문의하시는 선생님들이 있는데 저희는 그냥 다 봉사활동을 하고, 오히려 지출이 가끔 있죠. 저희가 가끔 수업이 다 끝나고 선생님들끼리 혹은 학생들하고 같이 어울려 갖고 소주 한 잔을 하는 계기가 많이 있거든요. 그럴 경우에는 십시일반 모아서 술자리를 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 이성규> 그런 일이 잦았습니까?
◆ 조재현> 예전에 코로나 전에는 상당히 많았죠. 저희가 4교시에 수업이 끝납니다. 공부하는 시간이 (오후) 10시 20분에 끝납니다. 그런데 그날 끝나고 저희는 속칭 5교시라고 얘기를 하거든요. 그래서 그 시간에 시간 되는 학생이나 시간 되는 선생님들끼리 모여서 술자리를 빌어서 많은 얘기들, 야학 얘기도 하고 사적인 이야기도 하고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 이성규> 중요한 평가도 되고 뭔가 소통도 되겠는데, 시작이 늦어서 매일 새벽에 들어갈 수도 있겠네요.
◆ 조재현> 예. 예전 한참 때는 밤도 새시는 분들도 있었고. 근데 요즘은 거의 그런 경우는 없고요. 차 끊길 때는 다 들어가고 그러고 계십니다.
◇ 이성규> 그런 식으로 13년을 살아오셨는데, 어쩌면 봉사이고 어쩌면 재능기부인데요. 다른 선생님들도 그렇게 하신 거죠?
◆ 조재현> 저희 야학 같은 경우에는 10년 이상 된 선생님이 일곱 분 정도 계시고요. 그리고 5년 이상 되신 분들이 열 분 가까이 계시고. 그렇게 계십니다.
◇ 이성규> 근데 그분들은 어떤 생각으로 계신 것 같아요?
◆ 조재현> 그러게요. 각자 야학을 찾아서 수업하는 목적이 다 다르겠죠. 근데 어떤 분들은 또 봉사라는 개념 때문에 오시고, 어떤 분들은 또 희생한다는 생각 때문에 오시고, 어떤 분은 간혹 가다가 정치적인 부분 갖고 오시는 분도 있습니다.
◇ 이성규> 자기 출마하려고, 그쪽에 가면 표가 된다고 생각하나 보죠?
◆ 조재현> 그런 분들도 있으시고요, 가끔 가다가. 근데 다들 학생들을 보면서 학생들을 위하는 마음 갖고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이고요. 그렇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 이성규> 근데 조재현 선생님의 원동력은 뭐예요?
◆ 조재현> 저 같은 경우에는 수업이 좀 재밌더라고요. 제가 수업을 준비해갖고 가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학생들 눈을 보게 되거든요. 그러면 제가 설명하는 부분을 알아들었다, 못 알아들었다를 눈을 통해서 알 수가 있어요. 그래서 그 눈망울을 딱 보고 알아들었다고 하는 느낌이 오면 왠지 모르게 희열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재밌고. 그래서 그런 재미로 제가 계속 하지 않나, 야학을. 그러한 느낌도 들고. 또 졸업하고 찾아오시는 학생들이 다른 세계를 보고 그러한 부분도 상당히 많이 저한테는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 이성규> 아무래도 졸업하고 찾아오는 제자들 중에 그래도 좀 기억 남는 제자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조재현> 누구 하나 꼽기는 그렇고요. 다들 희생을 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분들이 많거든요. 또 아픔들도 갖고 계신 분도 많이 있으시고. 그래서 그분들이 공부도 공부지만 치유하는 개념이 많이 있어요. 저희가 얼마 전에 모꼬지를 다녀왔거든요. 그때 초를 켜놓고 다 이야기를 나눠요. 자기 개인적인 이야기를 돌아가면서 나누는데, 그때 아픈 이야기를 하고 힘들었던 이야기들을 하고. 그러면서 그 순간 순간이, 한 분 한 분들이 되게 인상적이고 되게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 이성규> 그때 제일 뭉클했던 얘기 하나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 조재현> 누구라고 딱히 말씀드리기 뭐 하지만, 얼마 전에 가족분이 돌아가셨더라고요. 자녀분이. 그래가지고 그 마음이 참 힘들었을 텐데, 야학을 오셔서 공부를 하시면서. 되게 열심히 하셨어요, 그분이. 그러다가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까는 스트레스 같은 게 많이 쌓여서 백내장이 터지시기도 하시고 수술을 하시기도 하시고 그러셔서. 근데 그런 열정 같은 것들이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 이성규> 약간의 지원이 그래도 국비와 지자체 이런 데서 조금 지원이 된다고 그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도로 자금이 더 필요한 거죠?
◆ 조재현> 그렇죠. 그것만 갖고서는 좀 어렵고요. 저희 같은 경우에는 교장 선생님께서 계속 임대료를 사비로 계속 지원해 주셨고요. 50년 가까이 계속 지원하셨고. 그리고 또 저희가 졸업생들이 많고 거쳐 가신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1년에 한 번씩 1일 호프를 해요. 그래서 ‘후원의 밤’이라고도 하거든요. 그래서 그때 성금들을 많이 모아서 그렇게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 이성규> 상록야학이라고 제가 소개를 드렸는데, 야학들이 몇 개 있잖아요. 서울에도 몇 군데 있다고 들었는데. 상록야학의 특징, 다른 점, 이런 건 뭡니까?
◆ 조재현> 저희 같은 경우에는 수업도 수업이지만 행사들이 많습니다. 체육대회라든가 백일장, 또 입졸업식은 기본이고요. 그리고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MT 같은 경우, 수학여행 그런 것들이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걸 통해서 또 수업뿐 아니라 학생들끼리 끈끈해지고 또 교사들끼리 끈끈해지고 그런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 이성규> 근데 앞으로 전국적으로 이런 야간 학교들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잖아요. 근데 이 부분을 어떻게 메꿔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 조재현> 사라지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계속 그만큼 수요자들이 없어지기를 바라지만. 그런데 아직까지도 다른 이유로 사라지는 건 좀 아쉽죠. 학생 수가 부족하다든가, 경제적인 지원이 부족하다든가, 그렇게 사라지는 야학들은 많이 아쉬움을 갖게 합니다.
◇ 이성규> 2023년 새해가 찾아왔잖아요. 그런데 앞으로는 새해 한 해 동안 계획은 어떻게 되십니까?
◆ 조재현> 저희 야학 같은 경우에는 보다 많은 학생들이 찾아오셔서 많은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민관이 같이 협력을 해서. 관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광고 같은 것들이 많이 미흡하거든요. 학생들이 찾아올 수 있게. 그렇게 관에서 그러한 광고 작업들을 많이 후원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거든요. 그래서 구청의 소식지라든가 그런 쪽에 무료로 그렇게 지원을. 관할 구역은 무료인데 타구 같은 경우에는 유료로 광고를 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어려움이 있으니까 광고 같은 것도 무료로 할 수 있고 구에서 조금 광고를 많이 해주시면 저희가 그걸 빌려서, 수업은 저희가 담당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민관이 합작을 해서 그런 식으로 많이 진행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이성규> 마지막으로 학생분들 그리고 청취자 여러분들께 마지막 인사해 주시죠.
◆ 조재현> 특별한 건 없고요. 저희 야학, 계속 지금처럼 계속 꾸준히 유지되고 나이 드신 학생들이 많으니까 우선 건강하셨으면 제일 좋겠습니다.
◇ 이성규>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상록야학 조재현 선생님 모시고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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