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날짜 : 2022년 11월 6일 (일요일)
■ 진행 : 이성규 교수
■ 대담 :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잠시만요] 한글문화연대"언어는 인권, 어떤 말 쓸지 늘 고민해야"
◇ 이성규 교수(이하 이성규)> ‘과학적인 문자다’, 또 ‘우리의 자랑이다’, ‘한글이 있어서 우리가 과학기술 분야에서 앞서갈 수 있다’ 등등. 한글과 관련해서 참 여러 가지 칭찬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한글이 우리에겐 공기나 햇빛처럼 당연한 것이어서 그 고마움을 느끼기가 쉽지 않은데요. 이런 한글, 우리말글을 잘 쓰자는 운동을 하고 계신 분입니다. 한글문화연대의 이건범 대표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건범 대표님, 안녕하세요?
◆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이하 이건범)> 안녕하세요. 이건범입니다.
◇ 이성규>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하게 우리 청취자 여러분들께 자기소개 한번 해 주시죠.
◆ 이건범> 저는 글 쓰는 일을 열심히 하고 싶기는 한데, 한글문화연대 활동을 하느라 그 일을 많이는 못 하고 있고. 그러니까 일종의 작가 지망생, 그렇게 보시면 될 것 같고. 그리고 눈이 되게 나빠서 한 20년 가까이 시각장애인으로 후천적으로 시각장애인이 되어 살고 있고, 그리고 노래하는 걸 되게 좋아하고요. 합창 이런 거, 독창도 한 번 했습니다. 노래를 잘하는 건 아닌데 그래도 이런 걸 언제 하겠냐, 싶어서 그런 것도 했고. 한글문화연대 활동에 거의 전념하면서 되게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 이성규> 그 전에는 또 사업을 했다고 들었어요.
◆ 이건범> 2000년대 중반까지, 그러니까 1994년부터 2006년까지 11년 정도 사업을 했는데 요즘으로 치면 멀티미디어 콘텐츠 사업 이런 걸 하고. CD-ROM, 인터넷 이런 쪽에서 주로 아이들이 가지고 놀 만한 교육용 놀이, 이런 걸 가지고 했는데 너무 크게 벌리다가 나중에 쫄딱 망하고 개인 파산하고 다시 따뜻한 사회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 이성규> 그래서 한글문화연대가 더 번성하게 된 계기가 됐군요.
◆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일로 신경이 분산돼서 제가 망했을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2000년에 한글문화연대가 창립을 하고 제가 바로 창립 직후에, 한글문화연대에서 한글날 행사를 하는데, 후원을 해 달라고 해가지고 후원을 해 준 다음에 끌려 들어갔어요. 그래서 이거 완전히 무슨 매관매직하는 것처럼 운영위원이 됐는데, 그 뒤로는 거의 봉사활동으로 시간을 많이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그리고 회사 일을 하다 보니까, 사장이니까 제가 하는 일 중에는 시간을 이렇게 나눠서 또는 꼭 낮에 안 하고 밤에 해도 되는 일들이 많이 있으니까 그러다가 자꾸 낮 시간에 한글문화 이런 데에 필요한 일이 있으면 성명서 작성을 빨리 해야 된달지, 또 어디 토론을 하러 나가야 된달지, 기자회견을 하러 가야 된달지 이런 일이 있을 때 제가 그런 일을 맡아서 하게 된 거죠.
◇ 이성규> 그러다가 한글문화연대에 깊숙이 관련을 맺기 시작을 해서 지금 대표까지 되셨는데, 한글문화연대, 뭐 하는 데예요?
◆ 이건범> 우리나라에 어찌 보면 유일한 시민단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한글 관련.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한글학회, 여기는 학자들의 모임이고 한글문화연대는 시민들의 모임인데 한글학회하고도 친합니다. 또 저희 운영위원 중에 한글학회에서 일하시는 분도 있고. 각계각층에서 우리말과 한글을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이렇게 저렇게 얽히고 설켜서 모여서 한글문화연대를 만들었고. 지금 주로 하는 일은 우리말, 특히 공공언어. 공공언어라고 하면 주로 공무원들이 나라에서 쓰는 말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그거를 언론에서도 받아가지고 많이 보도를 하게 되죠. 이런 공공언어를 쉬운 말로 써야 한다. 그리고 공공언어에서 특히 한자나 로마자, 알파벳 같은 외국 글자를 쓰면 안 된다는 법 규정도 있거든요. 그래서 그것을 잘 지키게 하는.
◇ 이성규> 그런 운동들을 많이 하신다는 말씀이시죠?
◆ 이건범> 그러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대학생들이나 청소년들의 동아리도 만들어서 함께 끌어가고 그런 일도 하고 있습니다.
◇ 이성규> 그런데 사업은 사업이지만 그 전부터 우리말에 관심은 있으셨던 것 같아요.
◆ 이건범> 아버님이 각 잡는 그런 거를 좋아하시고 원칙을 딱 지키는 걸 좋아하시고. 이래가지고 그랬을 것 같아요. 어쨌든 저는 예전에 깊이 글 쓰는 일을 대학 때도 많이 했기 때문에 글에 대한 관심이나 이런 건 원래 있었죠. 그런데 대학 시절부터 20대에 계속 민주화운동 이런 쪽에 관여를 해서 감옥살이를 좀 했었는데, 이제 감옥 가서 그런 거를 제대로 느꼈어요. 가서 절도, 이런 죄목으로 들어온 분들. 그래서 항소를 하는 사람들만 모여 있는 방에 제가 들어가서 석 달, 넉 달을 살게 됐는데.
◇ 이성규> 절도로 가신 건 아니죠?
◆ 이건범> 저는 절도는 아니었고. 그 뒤에는 계속 독방에 있었고 그 전에 ‘혼거방’이라는 곳에 주로 소매치기들하고 함께 생활을 했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은 못 배우기도 했고 또는 자기가 무슨 일로 여기 들어왔는지를 분명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들도 있더라고요. 일부러 저한테 그렇게 속이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런 경우들도 있었고 그런데 그런 것을 판사 앞에서 제대로 항변을 못하는 거죠. 제대로 설명도 못하고. 워낙 가난하다 보니까 변호사도 대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까 자기가 항소 이유서도 제대로 못 쓰고, 탄원서 같은 것도 못 쓰고. 그리고 자기들이 어떤 죄목인지를 1심 판결문을 보고도 잘 모르는 거예요. 제가 1심 판결문 같은 걸 읽어보니까 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저는 그래도 고등교육을 다 받은 사람인데도. 그래서 그때 그분들의 탄원서나 항소 이유서 이런 거를 많이 써 주게 됐어요, 어쩔 수 없이. 왜냐하면 그분들은 변호사 구할 돈도 없고 하니까. 그래서 저도 대법전을 사 가지고 국어사전하고 그 안에서 봐가면서 ‘이게 무슨 말인가’. 그러면서 조금씩 법 공부도 하고. 이래가면서 하는데 정말 용어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느꼈던 게, 특히 그때는 법률 용어 자체도 어렵지만 그게 국한문 혼용으로 돼 있어서 한자로 표기돼 있는 거였어요. 그러니까 읽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던 거죠. 문자 표기에서는 한글로 표기한다는 것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제 뜻을 펴는 데에 어떤 발판이 되는가, 라는 거를 그때 아주 절실하게 깨달았고. 또 말이 어렵다는 것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높은 장벽을 세우는 것인가, 이런 것을 그때 알게 됐었죠.
◇ 이성규> 그래서 한글에 관심을 또 가지시게 된 거죠?
◆ 이건범> 네. 그래서 그런 제안을 받았을 때, 이런 운동이라는 게 필요한데. 특히 사람들이 어쨌든 학력의 차이도 분명히 있고. 그다음에 외국어 능력도 차이가 있고 하니까 그런 점에서 사람들에게 어떤 차별이나 장벽이 생겨날 그런 문제들을 우리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죠.
◇ 이성규> 그러셨군요. 지금 들어오실 때 보니까 눈이 좀 불편하신 것 같은데, 많이 안 보이세요?
◆ 이건범> 요즘은 정말 이제는 준장님이다, 이렇게 생각할 정도로. 저 스스로도. 혼자서는 이제 돌아다니기가 정말 힘들게 됐고. 글을 못 읽는 건 꽤 오래됐어요. 그나마 가끔 컴퓨터 화면에서는 그나마 글씨를 키운다든가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해서 조금씩 볼 수는 있는데, 일반적인 문서를 예전에 읽을 때처럼 그렇게 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된 거죠. 벌써 오래됐는데. 그래서 지금은 대체로 저는 음성에 의존해가지고 컴퓨터를 이용해서 음성 합성을 해 가지고 소리를 듣고, 제가 쓴 글을 이 소리를 들으면서 ‘뭘 잘못 썼구나’ 파악을 하고. 그런 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 이성규> 한글문화연대 얘기로 돌아가면, 그동안에 여러 가지 활동 하신 것들 중 기억나는 거 있으세요?
◆ 이건범> 한글문화연대가 한 일 중에서 우리 국민들께 딱 내놓으면 ‘가장 그럴 듯하다’라고 생각하실 게, 한글날을 다시 공휴일로 만드는 데 가장 앞장섰던 시민단체입니다. 물론 저희가 한글날을 공휴일로 재지정할 수 있는 그런 권한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니까. 그러나 어쨌든 국민의 뜻이 이러하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또 그 뜻을 모아서 정치권에 계속 압력을 가하고. 이럼으로써 명분과 압력을 잘 동원해서 그렇게 해서 2012년 말에 한글날이 다시 22년 만에 공휴일로 지정이 되고, 그다음 해인 2013년부터 23년 만에 다시 한글날을 쉬기 시작한 거죠.
◇ 이성규> 그래도 그 계기를 만드는 목소리를 상당히 크게 내서 큰 공을 세우셨다는 말씀인데요. 근데 한자가 너무 안 쓰여서 생기는 문제점도 있지 않나요? ‘심심한 사과’ 얼마 전 그런 부분이라든가, ‘고지식하다’. 이거는 또 반대로 한글을 또 한자어인 줄 알고. 여러 가지 있잖아요?
◆ 이건범> 토박이 말이죠. 우리말인데 한자어인 줄 아는.
◇ 이성규> 사흘이 왜 3일이냐, 4일이 아니고. 이런 부작용들.
◆ 이건범> 그런 모든 것들은 다 우리 국어 교육에서의 어휘 교육의 부재, 어휘 교육이 너무 좀 덜 되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차분하게 책을 읽는 문화, 토론하는 문화, 이런 것 속에서 어휘력이 키워지는 건데. 사실 어휘력이라는 것은 아주 짧은 뜻이 아니라 그 단어를 둘러싼 사회적인 다양한 맥락이나 또 인류 역사에서 그 단어를 가지고 표현할 수 있었던 여러 가지 사정이나 상황. 이런 것들이 자기의 독서 경험 또는 토론 경험, 글 쓰는 경험 속에서 계속 넓혀지고 깊어져야만 어휘력이 좋구나,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건데. 사실 ‘심심하다’ 이런 말은 동음어이기 때문에 이런 착각을 할 수 있는 거죠. 예를 들면 ‘사기’가 26개가 있다, 이런 얘기를 해요. 한자어로 ‘사기’가 26개가 있는데. 맥락 속에서 우리가 그걸 다 구분할 수가 있는 거죠. 예를 들면 과학에서 ‘원자’, ‘분자’ 얘기할 때 그 ‘분자’. 그다음에 수학에서 ‘분모’, ‘분자’ 할 때 그 ‘분자’. 우리가 구분하잖아요. 둘은 우리가 구분할 수는 있지만 사실 한자로도 같은 문자예요. 한자가 같아요. 그러니까 한자로 써놔도 사실은 구분할 수 없는 거여야 하는데, 우리는 맥락으로 다 그런 걸 구분을 하죠. 그래서 이거는 제가 보기에는 그런 문제들은 대체로 어휘 교육이 잘 안 돼서 그런 문제가 많고. 저는 ‘한자 교육이 필요 없다’,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데. 특히 고등학교, 대학교 때쯤에는 한자를 많이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거꾸로 초등학교나 미취학 유아 시절에 자꾸 한자를 가르치려고 하는, 사실 애들 금방 까먹거든요. 별로 효과도 없는데 그런 것을 자꾸 한자를 얼마나 애들이 암기하는가 가지고 아이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급수를 매기고, 이렇게 하려고 하니까. 저는 그런 건 참 별로 좋지 않은 교육 방법이라고 생각을 하고. 한자 관해서는 교육은 그렇고, 한자를 표기하는 문제는 또 다르다고 생각을 해요. 우리가 한자로 문자를 적어도 된다, 글자를 적어도 된다, 이렇게 얘기를 하기 시작하면 어떤 것은 적을 수 있고 어떤 것은 적지 않고, 이런 판단을 우리가 할 수가 없어요. 누구나 글 쓰는 사람 맘이거든요. 그러면 예를 들면 기자나 공무원이나 이런 분들이 한자로 ‘이거 다 아는 글자니까 적는 게 무슨 문제가 있겠어’라고 해서 적어버리면, 사실 그 글자가 예를 들면 1,800자 안에 해당하는 글자일지 또는 중국 사람들 보통 공부하는 8,000 자 중에 해당하는 글자일지 우리는 예상할 수 없거든요. 그럼 우리 굉장히 많은 한자를 공부해야 되고 그 글자를 모르면 사실 읽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정보를 획득하는 데에 장벽을 만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이거는 공부를 하는 문제하고 한자로 표기를 하는 문제하고는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저는 공부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한자로 표기하는 것은 하지 말아야 된다. 왜냐하면 한글로 표기해서 다 알아듣고 이해하고 그럴 수 있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 이성규> 그리고 그동안에 한글문화연대에서 한 일 중에 ‘쉬운 우리말 쓰기 운동’도 하셨잖아요. 몇 가지 사례 말씀해 주시죠.
◆ 이건범> 저희가 ‘우리말을 쉬운 말로 해서 쓰자’라는 것은 개인의 언어생활, 여기에 간섭해서 하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공공언어 쪽인 거죠. 그러니까 국가, 공무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용어, 정책용어 행정용어, 법률용어 이런 쪽들. 그리고 언론에서 그걸 받아서 많이 적으니까. 그런 쪽에서 쉬운 말을 써야 한다고 얘기를 하고 있는 건데. 왜냐하면 그런 국가 공무원들이 만들어서 사용하는 공공언어들이 알고 보면 다 우리의 건강, 보건, 그다음에 재산 형성에 대한 것. 우리의 모든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또 다양한 우리의 의무. 이런 기회에 대해서까지도 좌우하는 그런 용어들이거든요. 사실 진행자님도 아시겠지만 복지 관련된 용어들 중에서, 우리의 생활에서 만약에 그 용어를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다. 복지의 따뜻한 품이 필요한데도 그걸 몰라서 접근하지 못하는 분들이 정말 많거든요. 그런 점에서 특히 안전과 건강. 그다음에 복지 이런 쪽들. 특히 저 같은 장애인들도 마찬가지고, 이런 경우에 사용하는 용어들을 우리는 쉬운 말로 사용하지 않으면 결국 엄청난 문턱을 높여 놓는다는 거죠. 그래서 예를 들면 저희가 바꾼 말 중에 서울시의 지하철을 타보시면 5, 6, 7, 8호선과 1, 2, 3, 4호선의 차이를 좀 느끼실 수가 있어요. 5, 6, 7, 8호선은 문이 열릴 때 ‘안전문이 열립니다, 안전문이 닫힙니다’. 이렇게 안내 방송이 나오고. 1, 2, 3, 4호선은 40개 역은 저희가 바꿔놨지만 나머지들은 아직도 ‘스크린도어가 열립니다. 스크린도어가 닫힙니다’, 이렇게 방송이 나옵니다. 사실 ‘스크린도어, 이해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시지만 사고라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이유로 벌어질지 모르는 거거든요. 누군가가 스크린도어라는 말을 정말로 모르는 사람이 그 스크린도어 때문에 사고가 났을 때 과연 이걸 누가 책임질 수 있겠는가, 그런 거죠. 그러니까 최근에 벌어진 이태원 참사 같은 경우에도 우리가 사고가 날 거라고 생각을 했을까. 그러나 우리가 평소에 그런 어떤 안전에 대해서 생각이 적고, 깊이 생각하지 않을 경우에 결국 문제는 터진단 말이죠. 그러니까 말이라는 것도 그런 식인 거죠. 건강·보건에 관련해서도, 위생에 관련해서도 우리가 코로나 시국에 얼마나 많은 외국어 용어 때문에 사람들이 공포를 오히려 더 극적으로 느끼는 거죠. 예를 들면 ‘코호트 격리’, 누가 알 수 있겠어요. 그리고 그다음에 또 여러 가지 말들 중에서 ‘트래블 버블’이 어떻고 또 ‘부스터 샷’이 어떻고. 이런 말들이 나오기 시작하니까 코로나 그 자체도 어렵고 위험하고 무섭지만, 그걸 둘러싼 다양한 보건 관련된 용어들이 또 우리를 ‘이거 뭐 하라는 건지 모르겠네’ 이런 상황으로 몰고 가니까. 그런 것들을 계속 바꾸는 작업을 한글문화연대에서 해왔고. 지금은 저희가 정부 47개 부처·청·위원회에서 나오는 모든 보도자료, 그리고 광역 지자체 17군데에서 나오는 모든 보도자료를 늘 매일매일 전수조사를 해요. 그래서 거기서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싶으면 바로 연락을 해가지고 ‘쉬운 말로 바꿔달라’ 이렇게 얘기를 권장을 하고 이렇게 합니다. 쉽게 빨리빨리 바뀌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런 일을 하고 있죠.
◇ 이성규> YTN 라디오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은 우리말과 그를 지키고 아름답게 가꾸고 또 세상에 알리는 활동을 해온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와 얘기를 나눠보고 있습니다. 이 대표님, 우리가 이때쯤 노래 하나 듣고 갑니다. 어떤 노래 하나 추천하시겠어요?
◆ 이건범> 들국화의 <행진>을 추천하겠습니다.
◇ 이성규> 이 노래 왜 좋아하십니까?
◆ 이건범> 젊을 때 좋아했죠. 젊을 때 좋아했고. 20대 때 좋아했고 계속 꾸준히 들국화의 노래를 하시는 전인권 씨의 노래는 언제든 너무 감동적으로 듣기 때문에. 그 많은 노래들을 다 추천할 수는 없으니까 과연 대표곡. 그리고 밝은 마음이 드는 노래 같아요.
◇ 이성규> 그러면 들국화의 <행진> 듣고 오겠습니다.
들국화 / <행진> Play
◇ 이성규> YTN 라디오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은 한글문화연대의 이건범 대표와 이야기 나눠보고 있습니다. 이 대표님, 아까 공공기관 감시도 하시고 그런다는데. 국어기본법이 뭔지 또 아는지, 잘 지키는지 이런 얘기하고도 통하는 얘기죠?
◆ 이건범> 맞습니다. 국어기본법이라는 게 우리말과 한글 사용에 관련해서 정부 국가의 의무가 어떤 것이다. 그리고 국어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들을 해야 한다, 라는 것을 담아놓은 법입니다. 2005년에 제정이 됐고요. 그 전까지 그런 법은 없었는데 2005년에 제정이 됐고. 거기에서 중요한 사항 하나는 ‘우리나라의 공용어, 공식 언어라는 것은 한국어다’라는 규정을 하고 있는 거죠. 영어로 얘기하면 오피셜 랭귀지(Official Language)라고 보통 얘기를 하는데, 이런 용어. 공적인 공간에서 사용하는 말은 한국어다, 그것을 규정을 하고 있고. 그다음에 공문서는 ‘어떤 식으로 작성을 해라’ 이런 걸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문서는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 규범에 맞춰서 한글로 작성해라. 그리고 한글로 쓰기 어려울 때, 한자나 외국 문자를 꼭 써야 할 때는 한글 뒤에 괄호 속에다가 써라. 그리고 꼭 필요한 경우만 써라. 굳이 그걸 막 쓰려고 하지 말고, 신조어나 전문 용어 같은 경우에 뜻을 알려줘야 되니까 그럴 경우에 써라. 이런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점에서 공용어인 한국어로 그리고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말을 사용해서 한글로 작성해라. 그런 규정을 담고 있어서 우리나라 공공 언어의 사용의 기본 틀을 제시해 주고 있는 거죠.
◇ 이성규> 그렇게 공공기관들이 많이 알고 잘 지켜요?
◆ 이건범> 잘 몰라요. 그래서 저희가 그것도 알려드리고. 알려드리면서 어떤 식으로 고치시면 된다는 것을 계속 권장을 해 드리는 거죠. 그래서 그런데 사람의 말 습관이나 이런 게 빨리 안 변하거든요. 그래서 꾸준하게 그 일을 벌써 오래전부터 해왔고. 최근 3년 동안에는 매우 활발하게 진행을 해서 꾸준히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요.
◇ 이성규> 근데 이런 일을 하려면 거기 사람도 많아야 하고. 감시 요원이라 할까, 그런 사람들도 있고 그러려면 밥값이라도 주거나 그래야 되는데, 예산은 있어요?
◆ 이건범> 2019년까지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금. 저희 후원회원들이 4~500명 정도 계시고. 그다음에 기업에서도 또, 작은 기업들이 주로 많이 내주세요. 큰 기업들은 오히려 이게 힘들어요. 작은 기업들이 많이 내주시고 있어서. 그렇게 2019년까지는 기본 재원을 그렇게 확보를 하고 저희 운영위원이나 회원들의 자원봉사 활동으로 그런 일을 해왔고. 그리고 2020년부터는 정부에서도 이런 활동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를 정확하게 파악을 해서 국고 보조금이 지원이 되는 분야들이 생기고 해서 또 그런 걸로 전업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구해서 그분들이 월급 받아가면서, 그래서 그렇게 일을 해 나가고 있죠. 그래서 지금 들으시는 분들 중에도 한글 문화였는데 ‘나도 후원해야겠다’ 싶은 분들은 인터넷에서 검색해 들어오시면 후원 회원으로 참여하실 수가 있습니다.
◇ 이성규> 한글을 사랑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외국어 남용에 많이 불편했던 이야기도 아까 해 주시고 그랬는데, 이런 이야기나 사례들을 영상으로 만들어서 공모전도 했잖아요. 어떠셨어요? 이때 재밌는, 참고할 만한 예시가 있나요?
◆ 이건범> 네. 수기와 영상을 공모를 하고 그랬는데. 작년에 처음 했고 올해 두 번째로 그 일을 했습니다. 수기 내용들은 어찌 보면 글로 쓰다 보니까 절절하고 가슴에 콕 와 닿는 그런 것들이 많고. 영상은 좀 발랄하고 약간 비판적, 해학적으로. 그런 영상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지금 저희는 홈페이지를 ‘누리집’이라고 부르고 있고 지금 많은 곳에서 ‘누리집’으로 바뀌고 있는데. 이번에 누리호, 이것도 기억하시죠? 다누리, 이런 인공위성도 올라가 있고. 세상이라는 뜻인데. 그래서 한글문화연대 누리집에 오시면 다 저희가 올려놨어요. 그래서 한글문화연대 누리집. 그리고 ‘쉬운 우리말을 쓰자’라는 누리집은 또 별도로 저희가 운영하고 있는데, 거기 오시면 영상을 또 구경하실 수도 있고.
◇ 이성규> 그중에 하나 재밌는 거 소개 좀 해주시죠.
◆ 이건범> 제가 봤던 것 중에는, 특히 영상은 제가 제대로 파악을 못하는 것들이 많았고. 수기는 소리로 들어서 제가 파악을 했었는데. 하나는 벤처 투자에 관련된 쪽에서 일하시는 분인데, 사실 정보통신 쪽에 그런 외국어 용어들이 상당히 많거든요. 그런데 벤처 투자 관련된 이런 쪽에서도 그런 용어를 많이 쓰게 돼요. 이게 의외로 그 사람들이 응모하고, 또 투자자들이 거기에 접근하고 하는데 얼마나 많은 장애물이 되는가, 자기 경험을 가지고서 그걸 쓰셨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이 이런 생각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생각을 했고. 또 하나는 자기의 신체 장애 때문에 바깥으로 나다니시지 않던 그런 분이 거기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또 말에 관련된 그런 이야기를, 동주민센터에 가서 어머니와 함께 거기 가서 벌어졌던 일들. 이런 얘기를 해 주시는데 그것도 아주 짠한 얘기였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말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생각을 하는 분들이 되게 많구나, 라는 거를 이번에 또 많이 느꼈어요.
◇ 이성규> 그분들한테는 포상을 하나요?
◆ 이건범> 하죠. 이번에는 좀 많이 했습니다.
◇ 이성규> 많이 응모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근데 또 하나 여쭙고 싶은 말이, 저도 요즘 대학에 있지만 학생들이 하는 말 못 알아듣는 경우가 대단히 많아요. 가만히 얼굴 쳐다보고 있으면 설명해 주거든요. 새로운 말, 신조어. 이런 풍조나 세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건범> 3,000년 전에 이집트의 파피루스 이런 데도 그렇게 적혀 있대요. 그러니까 ‘요즘 젊은 것들은 싸가지가 없다’, 이런 식으로. 그러니까 통하지 않는 세대적인 차이, 갈등, 그 사이에서의 불통, 이런 거는 나이가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동하기 때문에 너무 당연스러운 일인 것 같아요. 저희도 똑같이 그런 이야기를 저희 윗세대 어른들에게 들었을 테니까. 다만 지금은 그런 게 정보통신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서 인터넷이나 통신망, 그리고 전화기. 대단한 파급력으로 순식간에 이게 퍼지니까. 옛날에는 교실에서만 돈다 하더라도 전국으로 퍼지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전세계로 퍼지고 있으니까. 그런 점에서 속도나 양이 대단하죠. 새로운 말이 만들어지고 퍼지고 하는 속도가. 그래서 그런 데 관심을 쏟지 않고 있으면 어느 순간에 그런 말이 있었는지도 모른 채로 휙 지나가 버리고 하니까. 그래서 저는 이건 젊은이들의 문화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아마 커나갈 문화일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그런 새로운 말들을 알려고 생각하시는 거는 진행자 님이 젊다는 뜻이죠. 관심도 있고 또 젊은이들과 통하니까 그래서 그러시는 것 같고. 모르더라도 생활에 크게 장애가 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 것 같은데. 가끔 그런 생각을 우리가 하게 되죠. ‘저것들이 내가 모르는 은어 같은 말로 나를 지금 왕따시키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을 우리가 하게 되니까. 근데 그런 건 아닐 테고 또래의 언어, 또래의 문화라고 생각을 하고요. 저는 또 그런 말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새로운 느낌, 아주 복합적인 문화, 복합적인 기술, 이런 것이 새로 등장하면서 새로운 사회 현상 느낌, 개념. 이런 것들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런 새로운 말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젊은이들이 만드는 말 가운데 예를 들면 ‘밀당’, ‘꿀잼’, ‘심쿵’, 이런 말들은 저는 굉장히 좋은 말 같아요. 그래서 그런 말은 좀 우리가 쓸 수 있을 때 널리 쓰고 그런 말은 또 사전에 등록도 해야 되고. 그렇게 생각을 해요. 그래서 우리의 말 자산을 늘리는 데에도 필요하다. 특히 우리가 그런 것을 외국어로 그냥 마구 표현할 것이 아니라 우리말로 새 말을 많이 만들어내는 능력이 굉장히 저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어릴 때부터 그런 말을 만드는 훈련, 연습 공부 이런 거를 해나간다면 그냥 은어만이 아니라 다양하게 세상의 학술 용어들 같은 것도 우리말로 거리낌 없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때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이성규> 이제 마무리할 때가 됐는데, 우리 청취자 여러분께 마무리 인사 하시죠.
◆ 이건범> 저희 한글문화연대에서 내걸고 있는 구호가 ‘언어는 인권이다’라는 겁니다. 제가 그 제목으로 책도 썼는데 우리말이 단순히 단지 그저 의사소통 수단 정도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말을 둘러싸고 다양한 차별이나 배제가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사람들 모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말을 써야 할까, 또 어떤 글자를 사용해야 할까. 이런 걸 늘 생각해 주시고. 세종대왕께서 한글 창제한 원리, 이유가 바로 백성이 제 뜻을 펴게끔 하겠다는 거였으니까 그런 관점에서 언어가 인권이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여러분들께도 말씀드리면서 한글문화연대 늘 응원해 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성규>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은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