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소영 변호사의 상담소
  • 방송시간 : [월-금] 9:00, 14:35, 20:40
  • 진행: 양소영 / PD: 장정우 / 작가: 황순명

인터뷰 전문

준강간사건의 유무죄 가르는 패싱아웃과 블랙아웃, 어떻게 다를까?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2-09-06 11:45  | 조회 : 767 
YTN라디오(FM 94.5) [양소영 변호사의 상담소]
□ 방송일시 : 2022년 9월 6일 (화요일)
□ 진행 : 양소영 변호사
□ 출연자 : 조민근 변호사

- 패싱아웃(Passing Out)은 의식상실 상태를 의미, 의식을 아예 잃은 것이기 때문에 준강간죄의 요건인 심신상실과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
- 블랙아웃(Black Out)은 기억상실만 발생한 상태를 의미
-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 또는 추행을 하면 강간 또는 강제추행의 죄와 같이 처벌하도록 규정해
- 대법원은 행위 통제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블랙아웃 상태까지 항거불능 상태로 봐 준강제추행의 상황에 포함된다고 판단해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양소영 변호사(이하 양소영): 오늘은 조민근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 조민근 변호사(이하 조민근):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안심 조민근 변호사입니다.

◇ 양소영: 변호사님이 형사 사건을 많이 하신다고 하셔서 오늘 초대를 드렸는데요. 준강간죄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먼저, 준강간죄 어떤 범죄인지 설명해 주시겠어요?

◆ 조민근: 형법 제299조에 준강간죄가 규정이 돼 있는데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 또는 추행을 하면 강간 또는 강제추행의 죄와 같이 처벌하도록 규정하는데 이를 준강간, 준강제추행이라고 합니다. 깊은 수면, 술이나 약물 등을 복용해 의식을 상실하거나 정상적인 판단능력, 대응능력 행사가 어려운 상태에서 당한 성폭력 피해에 적용되는 규정이죠. 이때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는지, 그리고 가해자가 그 상태를 이용해 성폭력을 저질렀는지 등이 핵심입니다. 

◇ 양소영: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벌어진 성범죄의 경우, 가해자가 블랙아웃 상태인지 패싱아웃 상태인지에 따라 범죄의 성립 여부가 달라진다고요? 

◆ 조민근: 원래는 블랙아웃과 패싱아웃이라는 개념조차 명확하지 않았고, 일반인분들께서도 블랙아웃이라는 용어는 많이 들어보셨겠지만 패싱아웃이라는 건 굉장히 생소한 용어거든요.  최근 대법원에서 이런 것들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하면서 나온 얘기들인데요.

◇ 양소영: 소개해 주시죠. 

◆ 조민근: 간단히 말씀드려서 패싱아웃(Passing Out)은 의식상실 상태를 의미합니다. 의식을 아예 잃은 것이기 때문에 준강간죄의 요건인 심신상실과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고 보이죠. 반면, 블랙아웃(Black Out)은 기억상실만 발생한 경우를 의미합니다. 의식은 있는데 기억을 상실한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생각이 안 나는 것이지, 그때 당시에는 정상적으로 행동을 했다라는 개념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분명히 다른 개념이라고 대법원도 판시하고 있습니다.

◇ 양소영: 블랙아웃인지, 패싱아웃인지 구분하는 게 가능합니까?

◆ 조민근: 실제로 대법원은 의식 상실의 개념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는 걸로 보입니다. 방금 제가 말씀드린, 의식을 완전히 잃은 상태인 패싱아웃. 그리고 기억만 상실하는 단순한 블랙아웃.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이 의식이 있긴 있는데 만취한 상태로 정상적인 의사 능력이 있는 건 아니다 라는 정도로 보이는 정도도 블랙아웃이긴 한데 패싱아웃에 가깝다고 보는 것 같아요.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누는 것 같은데, 실제로 문제가 된 사건의 판례에서도 블랙아웃인 건 맞는데 의사 능력을 현저하게 잃었다고 해서 결국은 유죄로 판단한 케이스거든요. 그래서 패싱아웃이라고 해서 피해자에게 성적으로 접촉했다면 준강간죄가 성립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피해자가 정상적인 의식은 있는데 사후에 당시의 기억만 잃은, 블랙아웃이 오신 경우에는 당연히 준강간죄가 성립되기 어렵겠죠. 제일 중요한 것이 피해자에게 의식은 있지만 행위 통제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상태의 블랙아웃이라면 충분히 준강간죄의 상황이 될 수 있다라고 하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 양소영: 어떻게 판단합니까?

◆ 조민근: 구체적으로 이것들을 판단하기 위해서 사건 현장에 있는 CCTV, 이런 것들이 있다면 피해자의 행동 모습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겠죠. 그러면 그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분석해서 이제 단순한 블랙아웃인지, 아니면 의식이 있지만 행위 통제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상태의 블랙아웃인지 어느 정도 구분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서 남성이 여성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요. 그런데 두 사람이 술을 마신 건 분명하지만 여성의 행동이 술 취한 사람처럼 휘청거리지 않는데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면 단순한 블랙아웃으로 볼 가능성이 있죠. 그런데 정상적인 의사 능력이 없는 정도라고 하면 이때는 거의 만취한 사람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죠. 그렇기 때문에 엘리베이터 내에서도 휘청거린다거나 내지는 쓰러질 정도에 가깝게 행동한다거나 이런 모습이 보이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이 사람이 의식을 완전히 잃지 않은 경우에 패싱아웃은 아니지만 행위 통제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진 상태의 블랙아웃이라고 해서 충분히 준강간죄의 상황에 해당한다 라고 대법원은 보고 있는 겁니다.

◇ 양소영: CCTV로 보이는 피해자의 언행이나 보행 상태, 이동 경로 당시에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그리고 평소 주량과 비교했을 때 사건 당일날 음주 정도.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판단이 되겠군요.

◆ 조민근: 네. 어차피 형사 사건의 판단은 단순히 정확한 증거가 있다고 해서 그것만 보고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CCTV 내지는 피해자의 진술 조서, 그다음에 피의자 진술 조서, 그때 당시에 술을 먹은 양, 계산 내역, 동석자들의 진술.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다 모여서 판단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다 구체적으로 보고 최종적으로 판단하게 되겠습니다.

◇ 양소영: 준강간 블랙아웃과 관련한 상징적인 판례가 있다고요? 

◆ 조민근: A씨는 만취한 10대 여성을 모텔로 데려가서 강제 추행한 준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1심에서는 유죄가 인정이 돼서 징역 10개월의 실형이 선고가 됐습니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봤을 때는 ‘이것은 패싱아웃이 아니라 단순한 블랙아웃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해서 2심에서 무죄로 판단을 한 거죠. 거기에 대해서 검사가 상고를 했고요. 상고심에서 아까 말씀드린 패싱아웃과 블랙아웃의 명확한 구분에 대한 판례가 나왔고 그래서 유죄를 인정해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환송을 했습니다. 그런데 환송된 항소심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를 해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사건입니다.

◇ 양소영: 어떤 점을 대법원에서 자세히 본 걸까요?

◆ 조민근: 대법원이 이 사건을 놓고 굉장히 오랫동안 고민을 거듭한 것 같은데요. 블랙아웃과 패싱아웃이라는 개념, 그 다음에 블랙아웃 중에서도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하는 블랙아웃과 단순한 블랙아웃을 명확하게 구별을 했습니다. 대법원은 여성이 완벽하게 의식을 잃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술을 마신 상태에서 추행에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 상태라면 준강제추행죄를 적용할 수 있다 라고 판단을 한 건데요. 즉 패싱아웃 외에도 제가 말씀드린 행위 통제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상태에 블랙아웃 상태까지 항거불능 상태로 봐서 이 경우에 준강제추행의 상황에 포함이 된다라고 판단을 한 거죠. 

◇ 양소영: 단순한 블랙아웃의 경우에는 범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없고, 판단 능력이 떨어졌다고 하는 정도에 이르는 블랙아웃이어야 준강제추행이나 준강간으로 처벌할 수 있다. 이렇게 정리를 하면 될까요?

◆ 조민근: 저도 대법원 판례의 내용을 보고 정리하는 것이 가장 맞지 않는가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양소영: 앞으로 이런 유사한 상황에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유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는 게 맞을까요?

◆ 조민근: 제가 일선에서 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사실 ‘미투 운동’이 있었지 않습니까? 그 이후에 강간 또는 준강간에 대해서 성립 범위 자체를 크게 넓힌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 가지 판례들이 실제로 나오고 있고요. 그리고 이제 보는 시각과 보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 달리 여겨질 수 있겠지만 성범죄의 개념 자체가 종전하고는 상당 부분 달라졌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종전에는 가해자의 행위에 대한 판단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온전히 있는 상태에서 성접촉이 있었던 것이냐, 아니면 그 성적 자기결정권이 조금이라도 침해가 된 것이냐에 따라서 성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것에 많이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 양소영: 중요한 변화군요. 오늘 블랙아웃과 관련해서 조민근 변호사님과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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