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 방송시간 : [일] 20:20~21:00
  • 진행: 이성규 / PD: 박준범 / 작가: 이혜민

인터뷰 전문

[잠시만요] "여교사가 여학생들에 미치는 영향력 엄청나, 체육도 마찬가지"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2-08-16 15:47  | 조회 : 859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날짜 : 2022년 8월 14일 (일요일)
■ 진행 : 이성규 교수
■ 대담 : 홍유진 당곡중학교 선생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잠시만요] "여교사가 여학생들에 미치는 영향력 엄청나, 체육도 마찬가지"

◇ 이성규 교수(이하 이성규)> 기후 변화는 막아야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변화는 더 힘차게 그리고 빠르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들이 많죠. 오늘은 학교 체육시간의 변화를 위해 애쓰고 있는 선생님 한 분과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당곡중학교의 홍유진 선생님이십니다. 어서 오세요. 홍 선생님.

◆ 홍유진 당곡중학교 선생님(이하 홍유진)> 안녕하세요. 

◇ 이성규> 반갑습니다. 청취자 여러분께 먼저 자기소개 좀 해주시겠어요?

◆ 홍유진> 네 안녕하세요. 서울 당곡중학교에서 체육을 가르치고 있는 홍유진입니다.

◇ 이성규> 근데 보통 체육 선생님이 되시는 길이 여러 가지가 있죠? 근데 몇 년 동안 하셨어요?

◆ 홍유진> 저는 이제 5년 차가 됐어요. 2018년도에 첫 발령을 받았는데, 사실 한 10년 전에만 해도 제가 이렇게 체육 교사를 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 했어요. 저는 사실 꿈이 PD였거든요.

◇ 이성규> 아 지금 위기 의식을 느끼는 피디가 한 분 계시네요. (웃음)

◆ 홍유진> 그래서 이제 방송 쪽에서 일을 하고 싶어서 일반 대학에 진학을 해서 공부를 했는데 어느 순간에 체육이 저한테 딱 다가오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수능을 다시 보고 사범대학교에 다시 신입생으로 입학을 해서 체육 교육을 전공을 하게 됐습니다.

◇ 이성규> 근데 원래는 무슨 전공을 택하셨었어요?

◆ 홍유진> 저는 국어 국문학, 국문학도였죠.

◇ 이성규> 그러니까 PD하고도 조금 관련성이 있는 학과를 처음에 들어가셨네요. 

◆ 홍유진> 네 맞아요. 

◇ 이성규> 근데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제 체육교육과를 수능을 봐서 들어가셨다고 그랬죠? 보통 이제 특기생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그랬는데, 주로 이제 시혐으로 승부를 하셨군요.

◆ 홍유진> 체육교육과에 들어가는 루트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이제 학창 시절에 선수여서 이제 대회에 대한 수상 실적 같은 걸로 특기자 전형으로 입학을 하는 게 있고, 이제 정시에서는 이제 수능이랑 면접 실기 이런 거를 보고서 이제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후자로 들어갔죠.

◇ 이성규> 지금은 이제 현직에 계시니까, 초중고 학교에서 체육 수업이 주로 어떻게 이루어지죠?

◆ 홍유진> 제가 학교 다니던 게 한 10여 년 전인데 그때랑 지금도 엄청 달라졌거든요. 그래서 그전에 다니셨던 분들은 아마 깜짝 놀라실 거예요. 일단 제가 근무하는 학교를 기준으로 해서 체육 시간은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인데, 남학생 여학생 할 것 없이. 그래서 이제 예전에는 농구, 축구, 체조 이런 식의 스포츠들을 체육시간에 배우고 경기는 안 하고 수행평가 정도 하고 이제 자유 시간 주고 했던 경우가 되게 많았는데, 요즘은 이제 교육 과정이 바뀌어서 학생 중심으로 그리고 학생의 흥미를 중심으로 하고 결과보다는 과정 중심으로 평가해라. 이런 식으로 가이드라인이 교육부에서 내려와서요. 그래서 학교에서 되게 다양한 종목들을 가르쳐주고 있어요.

◇ 이성규> 그런데 옛날과 많이 달라졌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학생들이 제일 기다리는 시간이라면서요. 그건 선생님 때문에 그런 거 아니에요?

◆ 홍유진> 저요? (웃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 이성규> 그럴 것 같네요.

◆ 홍유진> 여자 체육 선생님들을 제가 요즘 되게 많이 만나는데, 저랑 비슷한 느낌을 가지신 분들이 많아요. 되게 밝은 에너지를 가지시고 체육을 사랑하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 이성규> 그 당곡중학교는 남녀 공학인가요? 아니면.

◆ 홍유진> 저희는 남녀 공학이고, 거의 학생들이 50대 50 비율로 이루어져 있어요.

◇ 이성규> 남학생들이 특히 홍 선생님 좋아하나요?

◆ 홍유진> 여학생들이 훨씬 좋아합니다. 물론 남학생도 저를 좋아하고요. 그냥 제가 좀 친구처럼 다가가기도 하고 제가 학교에서 이벤트를 되게 많이 열어줘요. 저는 체육이 수업 시간에만 끝나는 게 아니라 수업 시간 외에도 이어진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학생들이 가장 기다리는 체육대회는 물론이고 이제 제가 체육시간에 아이들에게 가르친 종목들이 있잖아요. 그걸 가지고 점심시간이나 학기 말에 이 학급 대항으로 리그전을 열어주기도 합니다.

◇ 이성규> 그런 액티비티를 많이 만드시네요.

◆ 홍유진> 학교는 가고 싶어야 하고 신나는 곳이어야 하니까요. 

◇ 이성규> 그렇죠. 근데 그거는 선생님들마다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으면 안 하셔도 되는 거잖아요.

◆ 홍유진> 그렇죠. 이거 안 한다고 제가 월급을 덜 받거나 혼나는 건 아니니까요. 근데 이런 분들이 되게 많아요. 사실 이게 일을 더 한다고 생각을 하실 수도 있는데, 이런 걸 열면 일이 줄어요. 무슨 말이냐면 제가 만나는 중학교 아이들은 이제 에너지가 넘치잖아요. 그래서 이제 이렇게 에너지를 분출할 장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다른 사고를 치죠. 근데 이제 당장 다음 주, 다다음 주에 학급 대항 경기가 있다. 그럼 이제 애들이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 딴 짓 할 새가 없어요. 빨리 나가서 연습해야 되거든요. 그리고 친구들이랑도 이제 다 개인플레이를 하면서 있다가 이거는 팀 대항으로 해야 되니까 이제 마음에 안 드는 친구도 조금 이렇게 같이 손 잡고 가야 되고, 그러면서 이제 학급 분위기가 좋아지면 담임 선생님도 좋아하시고, 저도 수업하기도 편해지고 생활 지도하기도 편해지고.

◇ 이성규> 아 생활지도와 상담, 이런 쪽이 국어 선생님, 체육 선생님들이 많이 맡아서 하시더라고요.

◆ 홍유진> 옛날에 학생부장이라고도 했어요. 지금은 생활인권부장 이런 식으로 바꿔서 이야기를 하는데, 체육 선생님들이 많이 맡고 계세요.

◇ 이성규> 그래서 그러니까 긍정적인 쪽으로 에너지를 분출하면 전반적으로 긍정화되네요.

◆ 홍유진> 그렇죠. 그리고 아이들이 이제 다 따로따로 활동을 하는 것들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러니까 자기 핸드폰 잡고 자기 핸드폰 하고 이런 거가 익숙하잖아요. 근데 이제 학교에 와서 체육 시간을 통해서 이런 단체 활동의 경험을 하게 되면 확실히 교우 관계도 좋아지고 정서적으로 성장하는 게 느껴지거든요. 

◇ 이성규> 건강도 좋아지고, 요즘 잘 안 움직이는데. 참 궁금한 게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도 체육을 열심히 하나요?

◆ 홍유진>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는 고등학교가 체육 시간이 좀 적어요. 일주일에 1시간, 2시간 이 정도인데. 그 시간만이라도 애들이 이제 숨을 쉬면서 하기는 하는데 고등학교 3학년 가면서는 밀려나죠. 아무래도 시험이 가까워지면 조금 ‘체육 왜 이렇게 해야 돼요?’라고 하는 친구들도 있고, 근데 사실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게 건강이잖아요. 내가 건강해야 공부도 할 수 있고 다른 꿈도 이룰 수 있는데 좀 안타까운 부분이에요.

◇ 이성규> 아까 학창시절을 떠올리면 뭐 피구나 아니면 그늘에 앉아서 이렇게 대화들을 하고 재밌게 놀고 이런 기억이 있다고 그러는데. 남학생들 막 운동하고 있고 여학생들 이러고 있었던 그거를 회상을 하면 어떠세요? 어떤 느낌이 드세요.

◆ 홍유진> 저는 어렸을 때부터 정말 어린 마음에 초등학생의 마음에도 ‘이건 이상하다’라고 생각을 했어요. 근데 어떤 게 이상하냐면 내가 지금 앉아 있는 게 이상한 게 아니라 저 뛰어다니는 남자 애들을 보면서 ‘저게 뭐가 그렇게 재미있나, 쟤는 이상한 애들이네’라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뭐가 그렇게 행복하고 땀 뻘뻘 흘리면서 좋아하는지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저도 용기를 내서 이제 한번 껴봤어요. 근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단체 스포츠가 주는 그 짜릿함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래서 하는구나 하는 걸 느낀 게 이제 초등학교 때였는데.

◇ 이성규> 어떤 종목에 끼셨어요?

◆ 홍유진> 축구했습니다. 운동장은 축구공 가진 아이들의 세상이었죠. 그래서 이제 학교 끝나면 막 가방 던져놓고 남자애들 사이에 껴서 축구를 했던 기억이 나는데, 돌아보면 약간 축구라기보다는 공 쫓아 달리기. 뭔지 아시죠. 근데 이게 중학교 올라가면서부터는 점점 못 하겠더라고요. 피지컬 차이도 조금씩 생기고, 이제 애들이 남자와 여자 이렇게 나누기 시작하는 게 약간 중학교 학교 때부터예요. 그래서 ‘내가 끼면 안 되는데 껴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중학교 때 체육복이 진짜 요즘 말로 레전드였는데, 남자 학생들은 푸른 바다가 떠오르는 하늘색을 위아래로 풀세트로 입었고 여학생들은 이제 완전 연두색 체육복이었어요. 위아래로. 그래서 이제 점심시간에 제가 남자애들 사이에 껴서 같이 축구를 하면 온통 하늘색 체육복을 입은 애들 사이에 이 연두색 풀잎 하나가 둥둥 떠다니는 거예요. 저인 거죠. 그래서 축구는 하고 싶은데 하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느껴졌어요. 전교생이 저만 보니까. 그래서 그런 기억이 되게 강렬하게 남아있었어요.

◇ 이성규> 근데 그 풀잎 기억이 지금하고도 연결되는 것 같아요. 지금 하시는 일과도 그렇고. 대학을 다시 선택해서 가시고. 외국 청소년의 운동량, 그리고 또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의 운동량을 가만히 비교를 해보면 어느 정도 차이 나나요?

◆ 홍유진> 세계보건기구에서 이제 신체 활동 보고서를 내는데 코로나 전에 낸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94.2%가 이제 거기서 권고하는 운동량을 채우지 못한다고 해요. 그리고 우리나라에 여학생들은 특히나 운동이 부족한 비율이 가장 높대요. 그래서 여기서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이 이제 하루 60분 이상 땀을 흘려 운동하는 것이거든요. 숨이 찰 정도의 운동을 매일 한 시간씩 해야 된다는 건데, 여기에 도달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정말 높아요.

◇ 이성규> 그래요? 97.2%의 여학생들이 그 권고에 못 미치는군요. 세계보건기구의 권고. 근데 요즘 PT 받고, 또 그러니까 청소년을 넘어서 대학을 들어가면서 청년기 또 졸업하고 직장 다니고 이럴 때 더 많이 하는 것 같아요. 

◆ 홍유진> 맞아요. 근데 이제 대학 가서 취미를 찾아야 되는데 이제 스포츠 쪽에 눈을 돌려요. 근데 그러면 ‘이제 운동을 해야지’라고 여성분들이 특히나 주변에 이제 제 주변 여자애들 보면 결심을 하는 게 줄넘기를 가지고 탄천변에 나가서 줄넘기를 하자. 아니면 러닝 어플을 깔아서 아침 저녁으로 조깅을 하자. 이런 식으로 운동을 하는데 저는 속으로 너무 안타까운 게 훨씬 재미있게 운동을 할 수 있는데, 꼭 저렇게 운동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 이성규>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한 양에 이렇게 많이 못 미치는 우리 청소년들의 운동량, 이거 어떻게 풀어야죠?

◆ 홍유진> 여학생들에게 운동이 얼마나 재밌는지를 알려줘야 할 것 같아요. 남학생들은 그냥 자연스럽게 뛰어놀고 공 하나 가지고 즐겁게 운동을 하는데, 여학생들은 왜 그렇지 않을까 고민을 해봤는데 이걸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 같더라고요. 이게 왜 재밌는지를 몰랐던 거죠. 그래서 여학생들을 위해서 일단 기회를 많이 줘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이제 저도 그렇고, 단위 학교에서의 체육 선생님들은 교내에서 체육 수업뿐만 아니라 아까 말씀드린 리그전이나 체육 행사 같은 것을 만들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어요. 남녀 학생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고민을 하고 있는데, 또 이것과 더불어서 교육청에서도 학교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들을 해줘요. 제가 알기로는 서울시 교육청에서는 이제 몇 년 전부터 ‘여신’프로젝트라고, ‘여학생이 신나는 체육’이라는 타이틀로 이제 프로젝트를 하고 있고요. 작년에 되게 재밌는 프로젝트가 하나 있었어요. 여학생 스포츠 활성화를 목표로 해서 ‘공차소서’라는 프로젝트를 한 건데요. 여학생들이 모여서 축구를 하는 거예요. ‘공을 차자 소녀들아 서울에서’ 이런 줄인 말인데. 학교마다 제 학창 시절 같은 그 풀잎 같은 학생들이 있어요. 이제 막 10명씩 되진 않지만 한 두어 명씩 있는 이 아이들을 모아주는 거죠. 같이 할 친구가 없거나 이제 누가 시켜주지 않아서 못하는 그런 여학생들을 여러 학교에서 모아서 이제 권역별로 팀을 만든 거예요. 그리고 이제 그냥 참여만 할 수 있게 한 게 아니라 여자 체육 선생님들을 이제 그 팀의 멘토 교사로 참여를 하게 한 거죠. 코치, 감독 역할을 하게 해서 이제 아이들과 같이 호흡을 하면서 롤 모델도 되어주고. 저도 작년에 멘토 교사로 참여를 했는데 애들이 대회에 나가서 정말 너무 행복해하더라고요. 살면서 언제 축구대회를 친구들과 함께 나가보겠어요. 이제 남학생들은 옆 학교랑 붙어본 경험들도 있고, 그래서 그냥 이런 게 하는가 보다라고 너무 당연히 생각을 하는데, 여학생들은 이제 평생에 상상도 못했던 경험이라고 말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올해는 이제 작년에 이게 잘 됐으니까 축구 반응이 너무 좋았거든요. 그래서 팀도 늘리고 야구 종목이 추가가 돼서 ‘공치소서’ 공을 치자고, 이런 프로젝트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 이성규> 네 YTN 라디오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당곡중학교 홍유진 체육 선생님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쯤에서 우리 노래 하나 듣거든요. 어떤 곡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 홍유진> 저는 Sia의 ‘unstoppable’를 함께 듣고 싶어요.

◇ 이성규> 이 노래 왜 좋아하세요?
◆ 홍유진> 가사가 되게 멋지고요. 호소력이 있는 노래예요. 가사 중에 이제 ‘나는 내 갑옷을 입고 내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줄 거야. 나를 막을 수는 없어. Unstoppable.’ 이런 내용이 이제 제가 이제 앞으로 청취자분들께 설명을 해드릴, 소개할 원더티처를 잘 드러낸다고 생각을 해요.

◇ 이성규> 네 그러면 홍유진 선생님이 추천하시는 Sia의 ‘unstoppable’을 듣고 오겠습니다. Sia의 ‘unstoppable’을 듣고 오셨고요. 오늘은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에서 여성 교사 체육 공동체 원더티처의 홍유진 선생님과 이야기 나눠보고 있습니다. 근데 홍 선생님, 원더티처가 이게 뭐예요?
◆ 홍유진> 원더티쳐는 여자 선생님들이 모인 체육 교육 공동체인데요. 일단 혹시 아실 지 모르겠는데 원더우먼에서 영감을 얻어서 지은 거예요. 수많은 남성 히어로들이 있잖아요. 근데 또 한편에는 현장을 지키고 있는 여성 히어로들도 있거든요. 그래서 원더우먼 하면 생각나는 그 당당한 포즈, 당당한 모습으로 학교 체육 현장에서 우리 여성 교사들도 파워풀한 모습으로 원더티쳐가 되자. 이런 뜻으로 저희끼리 모여서 만든 단체예요.

◇ 이성규> 몇 명이나 되세요?
◆ 홍유진> 지금 현재는 150여 명의 여성 교원들이 멤버로 있고요. 여성 교원이 아니지만 후원해 주고 계신 분들도 계세요.

◇ 이성규> 그러면 여러 학교에 다 분포되어 계시겠네요.

◆ 홍유진> 전국 단위로 모집을 했고 수도권에 계신 분들이 가장 많아요.

◇ 이성규> 거기에 회장님이세요?

◆ 홍유진> 네 제가 대표로 있습니다.

◇ 이성규> 언제 생겼죠?

◆ 홍유진> 올해 초에 만들었어요.

◇ 이성규> 어떤 일들을 주로 하십니까?

◆ 홍유진> 저희는 여성 교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연수를 만들거나 모임을 하고 네트워크의 장을 만들고 있어요. 좀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드리면 방학 때는 종목별로 원데이 클래스를 열어요. 그래서 종목별 수업 사례랑 고민 같은 거를 여자 선생님들끼리 나누고, 실기를 배우는 시간을 가져요. 그래서 여기서 또 마음 맞는 사람들을 찾아서 ‘우리 축구 조금 더 해볼까요? 농구 조금 더 연구해볼까요?’해서 동아리를 만들기도 했어요. 그래서 ‘FC 원더티쳐’라고 여교사 축구팀을 만들고, ‘WONDER T.’라고 여교사 농구팀을 만들어서 매주 연습도 하고 대회도 나가고 이런 식으로 활동을 하고 있고요. 이제 방학 때는 이렇게 다양한 종목을 맛보는 일을 한다면 학기 중에는 월별 프로그램을 하나 운영을 하는데, ‘돌체클래스’라는 이름이에요. ‘돌체’는 돌아온 체육 시간을 줄인 말. 이게 뭐냐면 여자 선생님들의 잃어버린 체육 시간을 돌려드린다는 의미인데요. 이제 저도 체육 시간이 그렇게 즐겁고 알차지는 않았었거든요. 근데 우리 애들을 보니까 체육 시간에 너무 재밌게 놀잖아요. 그래서 ‘우리도 한번 즐겨보자. 학생의 입장에서.’ 그래서 학교에서 많이 가르치는 종목들을 매월 하나씩 선정을 해서 저희가 먼저 즐겨보고 거기에서 연구한 결과를 또 체육 수업에 적용을 하면서 아이들과 같이 하고 있어요.

◇ 이성규> 그러니까 교육의 질이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 뭐 이런 얘기도 있는데 선생님들의 역량에 따라서 수업도 많이 영향을 받을 텐데, 어떠세요.

◆ 홍유진> 그럼요. 얼핏 생각하면 이제 체육 선생님의 역량을 우리는 이제 운동을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근데 과연 그럴지 생각을 해보면 학교 체육의 목적이 운동을 잘 하는 학생을 길러내는 것이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근데 이제 학교 체육의 목적은 저는 그게 아니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학교 체육 수업은 아이들에게 앞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법을 가르쳐주는 게 목적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교사의 역량은 그래서 교과 지식, 운동 능력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운동할 수 있게 학습 동기를 부여하고 아이들의 특성과 수준에 맞는 활동을 구상을 해서, ‘해보니까 재미있네. 나는 이런 걸 좋아하고 이런 걸 좋아하지 않는구나.’ 이런 것들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게 교사의 능력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이제 여자 선생님들이 가진 가장 큰 강점은 아이들의 수업 참여를 유도를 하고 학생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요. 물론 잘 하시는 남자 선생님들도 많겠지만 그냥 제가 봤을 때는. 그리고 이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거나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한 새로운 종목을 배우는 것, 수업 방법을 아는 것들도 교과 전문성의 역량일 텐데, 근데 이런 역량은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기르기가 힘들더라고요. 저도 혼자 책도 보고, 유튜브도 보고, 대학원 고민도 하고, 돈 들여서 레슨도 받아보고 했는데. 아무래도 이건 한계가 있고 실제로 직접 경험을 해봐야지만 체득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런 걸 같이 할 사람들이 바로 원더티처에 모여 있습니다.

◇ 이성규> 거기에는 이제 아주 색다른 것도 좀 있나요?

◆ 홍유진> 체육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아주 색다르진 않을 텐데 이제 체육 현장을 보시지 못한 분들께는 흥미로운 것들이 있어요. 저희가 체육 생각하면 축구, 농구, 배구, 체조 이런 거 생각을 하실 텐데, 한 2010년도 들어오면서부터 이제 뉴 스포츠라는 종목이 학교 체육에 많이 보급이 되기 시작해요. 뉴 스포츠는 일반 그냥 근데 스포츠를 아이들이 혹은 남녀노소 다 즐길 수 있도록 변형한 스포츠를 말을 하는데요. 농구로 치면 이제 근대 스포츠가 농구가 있으면, 뉴 스포츠로는 ‘넷볼’이라는 종목이 있어요. 이 넷볼은 몸싸움을 없애고 패스, 슛, 이렇게 두 가지로만 이루어져 있어요. 드리블이 없는 거죠. 왜냐하면 드리블까지 하면 기능 연습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운동 신경에 좌지우지돼서 이제 한 명이 드리블에서 돌파해버리면 다 재미없는 경기가 되잖아요. 그래서 다른 이제 운동 신경이 뛰어나지 않은 친구들도 스포츠의 즐거움, 단체 팀 스포츠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끔 이렇게 변형을 한 건데. 이런 종목들이 많이 들어와 있어요. 근데 사실 이런 종목들 넷볼뿐만 아니라 핸드볼을 쉽게 변형한 ‘추크볼’도 있고, 그리고 얼티미트라는 종목도 있어요. 미식 축구를 이 원반을 던지면서 하는 겁니다. 이런 종목들이 학교 체육 현장에 들어와 있는데, 제가 학교 다닐 때는 이런 게 없었거든요. 교수님도 없으시죠?

◇ 이성규> 저 처음 들어요. 지금 추크볼, 넷볼, 얼티미트라고 하셨는데.

◆ 홍유진> 근데 이런 걸 내가 배워보지도 않고 해보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되는 그런 상황에 놓인 거예요. 그래서 이제 이런 종목들을 우리끼리 모여서 한번 연구해 보자. 보통 이제 운동을 한다 하면 숙제처럼 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계셔요. 그래서 근데 이러기에는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아까운 거예요. 재밌게 할 수도 있는데. 요즘 원데이 클래스도 되게 많이 열리고 운동 플랫폼이 굉장히 다양해졌거든요. 그래서 이것저것 체험을 해보면서 알아갔으면 좋겠어요.

◇ 이성규> 원더티처 님, 학생들이 그래도 막 기다리는 체육 시간 만들려면 어떡하죠. 마지막으로 말씀 한번 해주세요.

◆ 홍유진> 일단 저는 제가 여자 선생님으로서 여자 선생님들이 먼저 활발하게 움직여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아이들은 선생님의 영향을 정말 많이 받거든요. 특히나 여학생들한테 롤 모델의 영향력이 엄청난데, 학교에서 여자 선생님 한 명이 여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예요. 그리고 모든 체육 선생님들의 노력이 또 필요할 것 같아요. 여학생들을 관중석에서 이제 경기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려면 되게 섬세하게 수업을 설계를 해야 돼요. 공 주고 뛰어 놀라고 하면 이제 할 줄 아는 애들만 즐겁거든요. 그래서 아이들한테 시간이랑 기구만 제공한다고 저절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다양한 수준과 성향의 아이들이 체육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수업에 대한 고민을 엄청 많이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주위를 둘러보면 남녀할 것 없이 많은 선생님들이 이런 고민을 하고 계셔서 존경스럽고 감사한 마음이 드는데, 저는 학교 체육 현장에서 이렇게 애쓰시는 분들과 함께 꼭 하고 싶은 게 있어요. 체육 시간을 통해서 사회적 인식이나 편견을 바꾸고 여성들이, 더 나아가서 모든 사람들이 삶 속에서 운동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거예요. 큰맘 먹지 않아도, 운동을 잘하지 못해도요.

◇ 이성규> 더 많은 즐거운 얘기들을 듣고 싶은데 시간이 이제, 참으로 아쉽네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은 운동하는 여교사 원더티처의 홍유진 선생님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홍 선생님 오늘 나와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 홍유진> 네 감사합니다.

◇ 이성규>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는 YTN 라디오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서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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