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 방송시간 : [일] 20:20~21:00
  • 진행: 이성규 / PD: 박준범 / 작가: 이혜민

인터뷰 전문

[잠시만요] "고전 읽는 배달 라이더, 책까지 내게 된 사연"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2-07-25 15:30  | 조회 : 1749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날짜 : 2022년 7월 23일 (일요일)
■ 진행 : 이성규 교수
■ 대담 : 이병선 배달라이더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잠시만요] "고전 읽는 배달 라이더, 책까지 내게 된 사연"

◇ 이성규 교수(이하 이성규)> 지난 심각한 코로나 시국에 저의 지인이 직접 겪은 일인데요. 서울에 사는 일가족이 모두 코로나에 걸리고, 또 서울 근교에 홀로 사셨던 어머니께서도 코로나에 걸리신 겁니다. 혼자 계시는 어머니가 약은 어떻게 구하실지, 앞으로 식사는 어떻게 하실지 걱정이 돼서 속이 타들어 갈 지경이었답니다. 그때, 대학생 아이가 휴대폰 배달 앱을 통해 할머니가 사시는 동네 약국에서 약도 구해 드리고, 드실 음식이며, 장보기까지 모두 배달해 드려서 큰 시름을 덜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달려갈 수 없을 때 우리의 발이 되어 주는 것이 바로 배달 라이더죠. 오늘 주인공은, 조금 남다른 이력을 가진 배달 라이더 이병선 씨입니다. 어서오세요. 반갑습니다.

◆ 이병선 배달라이더(이하 이병선)> 네 반갑습니다.

◇ 이성규> 먼저 청취자 여러분께 제가 남다른 이력을 가진 배달 라이더라고 그랬는데 자기소개 좀 해주시겠어요?

◆ 이병선> 네 저는 배달의 민족에서 5년차로 일하고 있는 배달원이고요. 인문학당 상우에서 고전을 읽어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배달 라이더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 조합원이기도 하고요.

◇ 이성규> 인문학당 상우가 어떤 곳이죠?

◆ 이병선> 인문학당 상우는 이제 저희 한문 선배님이 새로 이렇게 오픈을 하셔서 이제 동양학과 이제 그 외에 서양학까지 총망라해서 여러 선생님들이 강의도 하시고 세미나도 오픈해서 같이 책을 읽어나가는 공간입니다.

◇ 이성규> 주로 동양 고전을 읽어 나가는 데군요. 근데 배달은 언제부터 하셨습니까?

◆ 이병선> 배달은 저희 부모님이 제가 중학생 때부터 치킨 가게를 하셔가지고 그때부터 주말마다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다 보니까 걸어서 이제 도보 배달을 했었고, 이제 고등학생 때는 이제 면허를 따서 오토바이로 배달을 하면서 도와드렸죠. 그러다가 이제 군대 갔다 와서 집 앞에 이제 피자 헛에서 이제 배달 알바를 시작한 거죠. 거기서도 한 10년 했고 그러다 이제 맥도날드를 옮겨서 3년 정도 하고. 그러다가 이제 제가 공부를 하느라 잠깐 직업을 바꿔야 할 때가 있어서 이제 장애인 활동 보조 알바를 잠깐 3년 하다가 결국은 다시 제가 배달로 돌아가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현재 그렇게 배달을 하고 있습니다. 

◇ 이성규> 근데 요즘 운전하고 가다 보면 정말 배달 라이더들이 아주 많다는 걸 이제 피부로 느끼는데요. 새로운 직업의 하나라고 이제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배달 라이더다. 여기에 대해서 좀 소개 좀 해주시겠어요?

◆ 이병선> 그렇죠. 배달이라는 말의 어원부터 살펴보면 짝(배)와 통달할(달) 자로 이뤄진 한자어인데요. 둘을 짝지어서 통하게 해준다는 말이죠. 사실 따지고 보면 대부분의 노동이라는 것이 배고픔 또는 다른 일로 막혀있는 사람들에게 알맞은 것을 전달해주는, 배달해주는 일이죠. 예를 들어서 배고픈 사람 집까지 음식을 전달하면 음식 배달원이고요, 다이어트가 필요한 사람에게 다이어트 식품을 판매하면 식품 배달원이죠. 또 법률적으로 막힌 사람들에게 필요한 법률을 제공하면 법률 배달원이고요. 변호사라고 부르긴 하지만요. 어쨌든 이렇게 따지고 보면 배달라이더의 배달이라는 말이 참 진실한 직업명이 아닌가 싶네요. 최근 코로나 시국으로 배달원들의 필요가 증가했던 시기를 겪다보니까 배달원들이 급격하게 증가를 해서 이게 하나의 직업으로 다가왔고, 사실 배달알바였는데 코로나 시국을 맞이해서 배달라이더라는 하나의 직업이 된 것 같습니다.

◇ 이성규> 배달 라이더 하시는 분들 중에 근로자 신분인 분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들이 있는데, 어떤 차이가 있죠?

◆ 이병선> 지금 배달 라이더가 급여제랑 지입제로 분류가 돼서, 급여제는 직원처럼 일하고 지입제들은 지금 프리랜서처럼 자유롭게 일을 하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인데요. 최근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이 플랫폼 노동자들을 근로자로 인정한다는 그런 소식이 있습니다. 그래서 플랫폼 배달 노동자들도 회사의 제재를 받고 회사의 고객을 위해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근로자인데 현재 저희 한국에서는 근로자로 인정을 못 받고 있죠. 그래서 이제 미국이나 유럽 같은 데 보면 플랫폼 노동자들을 다 근로자로 인정하고 있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도 그것을 비켜가기가 힘들 것 같고요. 근로자로 돼야 근로기준법에 들어있는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이나 근로시간, 임금. 또 그리고 근로자의 안전에 관한 그런 세부 법률들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거죠. 

◇ 이성규> 그러니까 이제 그렇지 못하면 근로기준법상의 보호를 못 받고, 근로자로 인정이 되어야 그런 보호를 받는데 유럽이나 미국은 이제 근로자로 인정을 해주는 추세 속에 있다. 그 말씀인 거죠?

◆ 이병선> 그리고 또 요즘에 오토바이 사고가 급증하는 추세인데, 배달을 시작하시는 분들이 갑자기 많아지니까 이런 근로시간의 제한과 휴식 없이 그냥 계속 무한대로 노동을 하시다 보니까 피로가 누적돼서 많이들 사고가 나시는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근로자의 안전법을 적용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이성규> 그런데 지금 안전 말씀하시고 그랬는데, 이 배달이 된 뒤에 시간을 다투는 일. 이 부분이 ‘시간 다툰다’라고 우리는 듣고 있는데 어느 정도나 이게 심각한 일인가요?
◆ 이병선> 요즘은 이제 배민이나 쿠팡 같은 경우는 한 건씩 배달하는 단건 배달이 적용되다 보니까 시간을 다툰다, 그런 시기는 좀 지나갔습니다. 근데 이제 다른 요기요나 기타 지역배달대행사에서 일하는 라이더들은 여전히 시간을 다투고 있죠. 배차를 여러 개 받아서 동시 수행하다보면 음식 픽업시간의 압박감과 전달시간의 압박감이 몰려오죠. 이때 라이더들은 분단위의 초조함이 생기죠. 그러면서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고요.

◇ 이성규> 그렇군요. 그러다가 한 콜 한 콜 다 중요한데 콜을 놓치면 어떤 생각 드세요?

◆ 이병선> 콜을 놓쳤을 때가 있죠. 그러면 막 안타깝고 아깝고 그렇죠. 기회가 지나간 것 같고. 하지만 그런 게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그저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것만 못하죠. 그런 희노애락의 감정을 잊고 중용의 마음가짐을 다시 들어야죠. 다음 콜을 수행해야죠.

◇ 이성규> 중용 말씀을 하셨는데, 배달하시면서 여러 분들을 많이 만날 것 같은데요. 그럴 때 고전을 읽으시는 글, 그쪽하고 연관돼서 어떤 것이 떠오르나요?

◆ 이병선> 아무래도 배달일이 워낙 다양한 사람들을 다 만나고 다니기 때문에 여러 경우의 사람을 다 만나게 되죠. 요즘은 나아지고 있지만 과거에는 배달일이 천시되는 직종이다 보니까 무시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곤 했어요. 그들의 인품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거니까 뭐 저도 어쩔 수 없죠. ‘그래 그냥 그렇게 살아라’ 하고 저도 그냥 무시해야죠. 그 사람을 고쳐주려는 자애로움을 쓰는 에너지도 아까우니까요. 그런 생각이 들죠. 그런데 그런 사람을 마주치면 마음이 심란해지기도 하죠. 그런 것을 보면 시경의 한 구절을 생각하면서, ‘근심스러운 마음 초조하니, 하찮은 무리마저 불손하네. 쓰라린 일 이미 많고, 모욕도 적지 않네. 가만히 생각하다, 가슴만 두드리네.’

◇ 이성규> 시경 구절이 떠오르는군요.

◆ 이병선> 하지만 중립을 좀 잡아보자면, 반면에 배달원 자신이 혹 저렴한 행동을 먼저 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검도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성규> 오랫동안 배달할 수 있는 이유, 오랫동안 하셨던데 또 그런 이유나 힘이 있어요?

◆ 이병선>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한데, 이제 저는 20대 때부터 이제 다른 사람들 생활에 별로 이렇게 관심이 없었어요. 그래 갖고 뭐 부동산이나 뭐 누가 얼마를 버나. 그런 건 이제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이제 그냥 저는 오토바이를 타고 달릴 때 부는 바람이 뭔가 저를 조화롭게 해주는 기분, 항상 뭔가 휩싸여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게 좋았고 돈은 두 번째 문제였죠. 

◇ 이성규> 바람을 쐬는 게 좋았다. 바람과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근데 이제 배달하다 보면 교통법규를 창조하고 다닌다. 그런 말이 있거든요. 또 이런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병선> 그런 지적이 많죠. 그래서 사실 그런 일이 종종 많이 발생하니까 배달원들에 대한 혐오 발언 이런 것도 많이 있죠. 그런데 교통신호는 지켜야죠. 신호를 위반하면 안 되죠. 다만 교통법규에 있어서는 좀 생각을 해봐야합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이륜차에 대한 융통성 있는 도로교통법이 없거든요. 이륜차는 사륜차니까 그냥 사륜차 도로교통법에 맞춰야 해요. 이게 이륜차 운전자들에게 일종의 억압으로 작용하는 거죠. 억압을 하니 반발심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이륜차 특성을 위해 도로교통법이 융통성 있게 개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 이성규> 사륜차와 이륜차를 구분하자는 말씀이신가요?

◆ 이병선> 그렇죠. 예를 들자면 이륜차들이 이제 신호 대기 중에 자연스럽게 요리조리 빠져나가서 맨 앞에 쓰는 게 보통이거든요. 이런 건 자연스럽지 않나. 다른 나라에서도 이제 그런 거는 융통성 있게 용인해주는 그런 게 있는데, 그런 거 없이 이제 최근에도 경찰청에서도 이제 정지선 지키기라고 해가지고 이제 대대적인 단속을 했었거든요. 그런 게 일시적인 효과는 있겠지만 이제 그런 오토바이들 자꾸 그렇게 자연스럽게 앞에 서려는 것은 없어지지 않을 거기 때문에 그런 자연스러운 흐름에 맞춰서 어느 정도 도로교통법도 맞춰주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이성규> 우리가 현실에 좀 따라가는 것도 방법이다. 그 말씀을 주신 것 같네요. YTN 라디오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사서삼경을 읽고 쓰면서 오토바이를 배달하는 배달 라이더 이병선 씨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병선 선생님 이때 우리 노래 하나 듣거든요. 어떤 노래를 추천해 주시겠어요?

◆ 이병선> 저는 뜨거운 감자의 <고백>을 추천하겠습니다.

◇ 이성규> 뜨거운 감자의 <고백>, 이유가 있으세요?

◆ 이병선> 네. 작년에 이제 제 심장으로 들어왔던 여성에게 이제 불러주고 싶었던 노래였거든요. 못 불러줘서 여기서라도 한번. (웃음)

◇ 이성규> 심장으로 들어왔다고 하면. 여친.

◆ 이병선> 네네.

◇ 이성규> 그러시군요. 예 그러면 이병선 씨가 여친에게 고백을 합니다. 뜨거운 감자의 <고백> 듣고 오겠습니다. 뜨거운 감자의 고백 듣고 오셨습니다. 이성규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고전 읽는 배달 라이더 이병선 씨와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이병선 선생님 이 고전 공부 얘기 좀 해보겠는데요.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나요?

◆ 이병선> 처음 배달알바를 시작했던 피자헛 사장님이 권유하셔서였어요. 제가 혼자서 명리학 공부를 하는 걸 보시고는 동양학을 공부하는 ‘감이당’이라는 인문학 공동체를 소개해주셨어요. 사장님 중학생 아들이 다니고 있었거든요. 근데 이게 사실 사장님이 저를 붙잡기 위한 방편이었는데, 왜냐면 제가 일 그만두겠다고 했거든요. 피자헛에서 10년 가량 하니까 이제는 슬럼프가 왔는지 하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그러니까 사장님은 거기서 너가 좋아하는 공부하면서 주말에만 와서 일하라는 거였거든요. 그래서 ‘음… 괜찮은 거 같은데?’ 싶어서 그러겠다고 했죠.      

◇ 이성규> 그래서 고전 공부는 어떤 방식으로 하셨습니까?

◆ 이병선> 말씀드린대로 <감이당>이란 곳에서 시작을 했는데, 처음 무엇을 신청할까하다가 단기로 할만한 걸 가볍게 해볼까… 1년 짜리를 해볼까 라는 고민이 있었죠. 하지만.. 이왕하는 거 과감하게 1년 짜리로 가자. 싶어서 그냥 1년짜리 청년 프로그램 ‘나는 백수다’ 라는 걸 신청해서 1년 과정을 했죠. 그러다 추가로 세미나를 하나 더 신청했는데 그게 사서삼경 중의 하나인 ‘대학’이었어요. 한자로만 잔뜩 써있는 책이었는데, 그런데 한자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편하더라고요. 그리고 또 대학이라는 책이 전체를 통해서 얘기하고자했던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라는 그 메시지가 가슴 깊이 들어오더라고요. 왜냐하면 저는 당시에 순서, 그런 생각 없이 되는대로 살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정말 깊이 와 닿았죠.

◇ 이성규> 모든 일에 순서가 있다. 그렇게 해서 순서를 하나하나 생각을 하시면서 공부를 하셨군요. 근데 현재까지 공부한 책은 어떤 것들인가요?

◆ 이병선> 크게는 유가와 도가의 책들을 읽었고요. 유가의 사서삼경, 그러니까 논어, 맹자, 대학, 중용, 시경, 서경, 주역이죠. 그밖에는 열녀전, 사마천의 사기나 기타 등등 여러 책을 읽었고요. 또 도가의 도덕경과 장자도 읽었고요.

◇ 이성규> 많이 읽으신 것 같은데, 그런 책 읽으시면서 뭔가 우리 현실하고도 이렇게 뭔가 좀 맞아떨어지는 것 같던가요?

◆ 이병선> 그렇죠. 저도 그런 책을 보면서 제 과거 삶에 대한 어느 정도의 재정립, 그런 게 이루어지면서 현재에도 그 고전이 당연히 적용되고 있고, 저도 책을 그렇게 썼죠.

◇ 이성규> 그중에서 어떤 고전을 좋아하십니까? 좋아하는 부분을 좀 소개시켜 주시겠어요?

◆ 이병선> 네. 처음에는 읽고서 정말 통쾌했던 거는 이제 장자였는데요. 장자는 이제 만물의 평등함이라는 주제 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분인데, 제가 좋아하는 구절 한 구절을 소개하면 장자 제물론에 보면 이런 말이 있어요. ‘가령 내가 이제 그대와 논쟁했는데 그대가 나를 이기고 내가 그대를 이기지 못했다면 그대의 말이 옳고 내 말은 틀렸단 말인가. 반대로 내가 그대를 이기고 그대가 나를 이기지 못했다면 내 말이 옳고 그대의 말이 틀렸단 말인가.’ 이런 구절이 있는데 이제 장자는 말하고 싶은 거죠. ‘각자의 말은 이제 각자의 입장에서 다 옳은말이다’라고요. 그래서 아무래도 당시에는 제가 남들에게 말로 좀 많이 짓눌리면서 살아와서 그랬던 것 같아요.

◇ 이성규> 장자, 그리고 또 생각나는 구절이 있으세요?

◆ 이병선> 지금은 이런 도가의 그런 책보다도 논어를 좋아합니다. 논어는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이 사회라는 곳에서 제대로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책이거든요. 혼자 제멋대로 살다가 이제는 저도 사회에 동화되고 싶은가 봐요. 철 들려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웃음) 그래서 논어의 제가 좋아하는 문장도 하나 소개하면 논어 하면 1장이 명문이죠. 첫 문장이 ‘배우고서 익힌다면 이 또한 기쁘지 않을까?’인데요. 제가 살을 좀 더 붙이자면… 성현의 학문을 배우고 복습해서 자기 스스로를 성찰해서 바꿔나갈 수 있다면 기쁘고 좋은 일이 아닐까? 이 정도의 얘기인 거고. 그다음 문장은 ‘상대가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는다면 또한 군자가 아닐까?’라는 말이 있는데, 내 말이 상대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해도 화내면 곤란하죠. 왜냐면 나는 내 말을 하는 거고, 받아들이고 안받아들이고는 오로지 상대방의 영역이니까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혹시라도 내가 말을 자세하고 정확하게 하지 않았는지 한번 점검해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상대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그냥 그런 상황을 제가 받아들여야지 어쩌겠어요? 화내면 자기 몸만 상하니까 화내면 안되죠. 군자답게 마무리 해야죠. 왜냐면 나는 군자니까요. 

◇ 이성규>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 우리가 익숙한데요. 이 말을 라이더 입장에서 풀어놓은 것이 있던데 이 청취자 여러분들께 라이더 입장, 배달 기사로서의 해석. 한번 해주시죠.

◆ 이병선> 대학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정말 유명한 말이죠. 다들 한 번씩은 들어보셨을 거예요.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는 말이죠. 그 하나하나의 순서 단계를 대충하거나 대강 제끼지 말고, 하나하나 잘 매듭을 지어나가야 하는 거죠. 처음의 수신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메우는 일이죠. 제가 라이더 일을 하니까 거기에 맞춰 비유를 하면, 운전을 할 때 안전에 미달되는 자신의 행동들을 바꿔 나가는 게 수신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이게 쉽지 않죠. 돈이라는 외물에 마음이 끄달리기 쉬운 게 우리네 인지상정이니까요. 평생의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수신 다음으로 제가는 집안을 가지런히 한다는 말이죠. 내 집같은 오토바이를 안전하게 정비해두는 것, 또 배달할 때 안전한 곳에 튼튼히 주차해놓는 것, 이것이 제가가 됩니다. 내 집 같은 오토바이를 가지런히 해야 내 가족 같은 고객 음식들과 또 집 같은 오토바이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으니까요. 그 다음의 치국은 나라를 다스린다는 말인데, 그렇게 안전운전으로 잘 도착해서 안정되게 오토바이를 세워뒀으면 고객에게 음식을 잘 전달해내는 일이 치국이겠죠. 오토바이를 불안전하게 방치해두면 마음이 불안해서 치국이 잘 안 돼 주의하셔야 합니다. 또 고객과의 트러블이 있을 수도 있으니 수신제가 때처럼 스스로의 신중하게 해서 다스리는 것이중요하죠. 그리고 평천하는 천하를 고르게 한다는 말인데요. 그런 식으로 전체 콜을 다스리면 하루 종일 아무 문제가 없겠죠?

◇ 이성규> 네. 근데 이 고전을 공부하시는 젊은 분들이 많지는 않을 텐데 요즘, 이 고전을 공부하신 후 그 전과 어떻게 달라지셨어요? 본인이.

◆ 이병선> 확실히 고전의 깊이에서 오는 자기 성찰이나 그런 지혜로움으로 이제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얻었다고 해야 될 것 같아요. 이게 사실 제가 고전 공부를 하기 전에는 머리가 많이 좀 빈곤했거든요. 그래서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머리가 빈곤하기하다기보다는 삶을 바라보는 지혜로운 자세가 좀 빈곤했거든요. 근데 확실히 이제 육체노동만을 오래 하다 보면 이제 머리의 지혜로움이 많이 빈곤해지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공부도 병행해야 하는 거죠. 공부는 이제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이제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고전 공부가 돼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이성규> 근데 라이더 생활 오랫동안 하셨는데 앞으로도 계속 하실 생각인가요?

◆ 이병선> 아마도 계속하지 않을까 싶어요. 저를 바람과 함께 만나게 해 주니까.

◇ 이성규> 이병선 씨 어쨌든 대단히 감사하고요. 청취자 여러분께 마무리 인사해 주시죠.

◆ 이병선> 저 스스로에게도 유익했던 시간인 것 같네요.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성규> 네.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는 YTN 라디오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서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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