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 방송시간 : [일] 20:20~21:00
  • 진행: 이성규 / PD: 박준범 / 작가: 구혜경
농협

인터뷰 전문

[잠시만요] 서예가 솔뫼 정현식"MZ세대여, 사유(思惟)하라!"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2-07-11 15:20  | 조회 : 451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날짜 : 2022년 7월 10일 (일요일)
■ 진행 : 이성규 교수
■ 대담 : 정현식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잠시만요] 서예가 솔뫼 정현식"MZ세대여, 사유(思惟)하라!"

◇ 이성규 교수(이하 이성규)> 서예라고 하면 학창시절 열심히 먹을 갈아서 신문지에 연습을 하고 종이를 앞에 두고 떨리는 마음으로 글씨를 썼던 기억이 있는데요. 오늘 만나볼 이분은 어떠셨는지 한 번 들어보시죠. 솔뫼민체의 주인공 정현식 작가입니다. 안녕하세요. 정 작가님.

◆ 정현식 작가(이하 정현식)> 반갑습니다.

◇ 이성규> 반갑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들께 직접 소개 한번 해주시겠어요?

◆ 정현식> 운 좋게도 한 50년 넘는 생활 동안에 서예를 전업으로 살아가고 있는 전업 작가고요. 몇 권의 책을 쓰기도 했고, 제가 쓰고 있는 글씨가 방송용 글씨로도 사용되고요. 지금은 경주 시골에서 마음 농사 짓고, 붓 농사 짓고 살고 있습니다.

◇ 이성규> 근데 방송용 글씨라 하면 어떤 말씀이시죠?

◆ 정현식> 폰트가 개발되어 있습니다. 9가지 서체가 개발되어 있습니다.

◇ 이성규> 근데 아까 솔뫼민체 그렇게 소개를 드렸는데, ‘솔뫼’는 호 같고요. ‘민체’ 할 때 민이 무슨 민자죠?

◆ 정현식> ‘백성 민’자를 빌려봤습니다. 글씨 속에서 가장 해학적이고 자연스러운 글씨의 형상을 담기 위해서 우리 산을 지키고 있는 나무의 굽은 모습이라든지 시골 논두렁이의 해학적인 느낌들, 그다음에 사람들이 나이 들어서 굽어진 허리들의 모습에 자연스러운 모습들을 선 속에 담고 있습니다. 저 스스로 화려하고 단정한 글씨가 궁체라고 하는데요. 궁중에 쓰이는 글씨체겠죠. 그 부분에 조금은 반대적인 개념으로 백성 민자를 모셔왔습니다.

◇ 이성규> 그러셨군요. 그런데 서예 전업 작가라고 아까 소개를 주셨는데, 그 서예를 원래 전공을 하시고 싶으셨던 거예요? 무슨 계기로 서예를 시작하셨나요?

◆ 정현식> 저희들이 공부할 때는 대학에서의 학과가 없었습니다. 지금 한 30년 정도 대학에서의 세월이 있습니다만 저희들은 그럴 기회가 없었고요. 단지 집의 분위기가 아버지가 글씨를 잘 쓰는 분이시라 자동적으로 좋은 부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쩌면 크게 복 받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성규> 근데 이제 아버님 세대의 글씨를 잘 쓰신다고 그러면, 정말 연습 많이 하시고 많이 써보시고, 개발하고, 반듯하게, 이제 선생님들한테도 인정받고, 막 그런 의미에서 아버님이 글씨를 잘 쓰셨던 건가요?

◆ 정현식> 예 그렇습니다. 작가로서의 활동이 아니고 그냥 시골에서 큰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들어야 할 어른으로 계셨습니다. 그 부분을 어깨 넘어보고, 또 저한테 글씨 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셨기 때문에 아마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단히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성규> 그런데 과거에 글씨 잘 쓰시는 분들이 행정부에서는 또 차트로 보고하고 이럴 때, 기관장 차트를 이렇게 써준다거나, 그래서 많이 쓰임을 아주 요긴하게 당했는데, 어떠세요. 우리 정현식 작가님도 사시면서 그런 때가 있었나요?

◆ 정현식> 학교 다닐 때는 게시판을 메꾸는 일이 가장 저한테 첫 번째 일이었고요. 그런 학창 시절이 좀 지나고 군대를 갔을 때 일입니다.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는 끝이 없겠습니다만, 저는 논산훈련소 입대를 해서 그곳에서 서예 특기병으로 사출이 되게 되면, 정말 다치지 않아야 된다. 저희들은 오른손이 가장 큰 보배니까요.

◇ 이성규> 보험은 안 드셨나요?

◆ 정현식> 그러다 보니까 훈련병 시절 때부터 아주 귀한 몸값 대접을 받았죠. 그래서 동기도 보기 미안하고요. 심한 얼차려라든지 많은 훈련에 제외가 되는 그런 일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이성규> 주로 붓과 그렇습니다. 차트에 쓰는 그런 쪽하고 많이 친하셨군요.

◆ 정현식> 저희들은 차트와 서예는 군대는 구분이 돼 있습니다. 차트병은 차트병이고요. 서예인들은 모필병이라는. 저는 그쪽에 일을 하게 됐습니다. ‘털 모’자, ‘붓 필’자.

◇ 이성규> 털이 있는 붓을 얘기하는군요. 모필이. 이번에 전시회 하시는데, 제목이 <몽필생화> 이렇게 되어 있는데, 이게 어떤 뜻이죠?

◆ 정현식> 전시의 주제를 정하는 그 순간부터 전시회 전부를 다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뭐 몇 번 전시회 주제를 이것저것 빌려 쓰고 있다가 이번 전시회는 당나라 시의 신선인 이 태백의 이야기 속에 ‘꿈 몽’자, 몽필생화가 있습니다. 이 태백 문인이 꿈속에 붓 끝에 꽃이 피는 꿈을 꾸고 난 이후부터 그냥 시가 되었대요. 그래서 그 힘을 빌려서 저는 ‘꿈 몽’자를 버리고 ‘흐릿한 몽’자를 빌려와서 흐릿한 저희 붓 글씨이지만 꽃이 피기를 바라는 마음을 간절히 담았습니다.
 
◇ 이성규> ‘흐릿한 붓 끝에 꽃이 피다.’ 이런 뜻이군요. 근데 이제 아까 여러 가지 서체를 말씀하셨는데, 제가 들고 있는 이 원고는 명조체로 인쇄되어 있고, 또 많은 분들이 고딕체. 궁서체, 뭐 이런 정도를 많이 아실 텐데. 앞서서 이제 솔뫼민체를 개발하신 거죠? 그렇게 주인공이라고 해야 되는지, 말씀을 하셨는데, 정현식 선생님이 본인의 서체를 만들기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리지 않으셨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 정현식> 모든 일들은 선각자들의 어떤 칭찬으로부터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87년도 정도라고 그럴까요. 우리 국정교과서에도 올라 있는 김상호 시인께서 저의 작품을 보고 ‘글씨가 재밌다’라는 한 말씀에 고삐를 놓지 않고 계속 진행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글씨는 솔뫼민체는 제가 쓴 거라기보다는 기존 우리 어르신들이 쓰셨던 가사체, 송강 가사라든지 안동별곡 같은 데 판본에 있는 그 글자를 저희 붓으로 옮기는 일이었죠. 그것을 기본으로 해서 제가 갖고 있던 다른 생각들을 좀 담아서, 저의 이름으로, 흔히 뭐 솔뫼민체라는 이름으로 만들게 됐습니다.

◇ 이성규> 정현식 선생님의 솔뫼민체, 이번이 5번이 아니라 15번째 전시회예요. 출품작도 보니까 1만 6천여 자로 이루어진 <임제록>16폭 병풍도 있고요. 아주 상당히 풍성한 작품들이 들어갔는데. 언제 이렇게 많은 작업을 하셨어요?

◆ 정현식> 저는 하고 있는 일이 다른 분들은 맡은 바 다른 일을 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자나깨나 붓과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바와 같이 다른 분들은 다른 농사를 짓지만, 저는 붓 농사가 가장 큰 농사죠. 그러다 보니까 1만 6천 자에 가까운 책 한 권을 작품으로 옮기는 일 자체가 위대한 일은 아니고요. 그걸 옮기면서 저 마음가짐을 어떻게 가져가는가에 대한 부분을 저는 공부하고 있고, 또 그 병풍 작업이 틀리지 않기 위한 철저한 준비를 하는 그 시간. 어쩌면 제가 흩어져 있는 저의 마음들을 하나의 쉼표를 찍는다고 그럴까요. 그런 마음으로 준비를 해 왔습니다. 지금 전시장에는 한 100여 점 정도의 작품이 나와 있습니다만, 어쩌면 정말 치열하게끔 노력하고 열정을 다 쏟아부었던 그런 아픔의 상처라 그럴까요. 찬란한 상처라고 그럴까요. 그런 것들로 지금 이루어져 있습니다.

◇ 이성규> 찬란한 아픔의 상처, 저도 좀 한번 가봤으면 좋겠는데. 이번에는 개인 작품 외에도 전시회에 MZ세대 작가들하고 같이 공동 작업하신 그런 작품들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것들이죠?

◆ 정현식> 이번 전시회는 저는 과감하게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만, ‘와서 보아라.’ 그러지 않고는 도저히 언어로 설명할 수가 없다. 인사동이라 그러면 전통 한복과 오래된 어르신들의 놀이 공간 정도로 인식되기도 하겠습니다만, 지금 저희 전시장에는 그야말로 젊은 작가들의 작품으로 인해서 젊은 친구들이 불려 나오고 있어요. 제가 작품을 글씨를 쓰고, 여기 나와 있는 것처럼 가구, 의류, 철제. 이런 다양성 있는 매체에다가 저희 글씨를 입히는 일이죠. 그들은 저를 존중하고, 또 저는 젊은 친구를 배려해서 존중과 배려라는 저의 화두로서 지금 전시 작품이 1층을 다양하게 메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1층의 전시의 주제는 ‘함께 쓰다’라는, 젊은 세대와 노쇠한 저와의 함께 쓰다라는 주제로 이루어지고 있고요. 아마 그 작품이 지금 고정화돼 있는 서예의 개념을 바꿔 놓을 수 있고, 흔들어 놓을 수 있는 그런 대단히 좋은 기회가 아닌가. 저 스스로 표현하라 그러면, ‘한국 서단의 대형 사고다.’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 이성규> 그런 대형 사고를 기획하실 때 아드님 도움이 좀 있었다면서요?

◆ 정현식> 네 그렇습니다. 아들은 아티스트는 아니고요. 젊은 작가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주변의 친구들이죠. 인간적인 관계를 갖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아들의 도움으로 1층이 구성될 때 저와 사실 소통의 문제가 더 많이 좁아진 것 같고요. 또 그 친구들을 불러 모으는 과정이 아버지 작품에 해가 되지 않도록, 또는 저라는 이 나이 든 사람의 생각이 그들 속에 깊이 개입되지 못하도록, 중간에 그런 완충 역할을 아주 잘해주셨어요. 태어나서 두 번 칭찬했다 그러면 이번 전시회 기획해 준 거 하고, 1층 전시장을 꾸미고 난 뒤에 마지막 모습을 봐서 정말 애썼다, 고맙다라고 인사를 했습니다.

◇ 이성규> 근데 이번 전시에 전통 서예도 있지만 버려지는 종이를 이용한 창작품도 전시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떤 작품들이 있습니까?
◆ 정현식> 어쩌면 새로운 서예의 대안 중에 하나라고 들고 나왔습니다. 들고 나왔다는 표현은 전시 작품을 내놓게 된 거죠. 그 작품은 쓰고 버려진 화선지가 아니고, 작품으로 선택받지 못한 화선지가 또다시 다른 옷을 입고, 또다시 다른 작품으로 살아났다. 그것을 저는 이름하여 ‘종이 지’자에 ‘무덤 총’자, 지총이라는 그런 언어를 썼습니다만, 어쩌면 그것은 이 시대의 재활용의 의미와 그다음에 환경적인 차원에서도 불을 태우기보다는 다른 작품으로 살아나는 모습은 대단히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저 스스로도 앞으로 저희 작품에 새로운 하나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성규> 요즘 환경에서 ‘그리니즘’이라는 이제 그린을 넘어서서 ‘블루이코노미’라는 말이 있는데, 그걸로 뭘 창작을 다시 한 것이 이제 블루 이코노미인데, 서예계의 블루이코노미이네요. 

◆ 정현식> 너무 고맙습니다.

◇ 이성규> YTN 라디오 이성규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서예가 솔뫼 정현식 작가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정 작가님 이쯤 우리 노래를 하나 듣는데요. 어떤 노래 하나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 정현식> 저는 이번 전시회의 주제 송을 정했습니다. 이런 경우는 없었습니다. 마야의 ‘나를 외치다’였습니다. 

◇ 이성규> 나를 외치다, 왜 이걸 주제 송으로 하셨습니까?

◆ 정현식> 전시의 준비를 한다는 것은 어쩌면 독백극입니다. 모노드라마고요. 그래서 펼쳐진 공간 속에 저희 작품이 저를 대신해서 크게끔 소리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우연하게끔 이 노래가 저한테 오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따라 부를 수는 없을 정도고요. 계속 틀어놓고 들으면서 힘들 때마다 저한테 크게끔 도움을 줬던 노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성규> 솔뫼민체의 정현식 작가가 소개해 주신 마야의 나를 외치다, 듣고 오시겠습니다. 마야의 나를 외치다 듣고 오셨습니다.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오는 13일까지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몽필생화>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열고 있는 서예가 솔뫼 정현식 작가입니다. 정 작가님, 저는 학교 다닐 때를 생각을 해보면 이게 한 획, 한 점, 이 부분을 잘못 쓰면, 이 종이 전체를 버리는 마음으로 붓을 잡았던 것 같은데, 작가님 아까 종이 무덤 말씀도 하시고 그랬는데, 작가님은 어떠세요?

◆ 정현식> 저도 아마 공부하는 과정에서 그런 부분은 똑같이 느꼈을 겁니다. 그러나 쓰는 즐거움 속에서 제가 어릴 때 기억으로는 잘 썼다는 칭찬을 받으려고 했었던 것 같아요. 또 그 칭찬 한 말씀이 계속 저희 작업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리고 또 뭐 서서히 글씨를 알게 되고 또 좋아하게 되고, 또 즐기게 되는 단계까지 온 것 같습니다. 지금도 그것이 저에게는 가장 저다운 행위고요. 보통 살아가면서도 한 십중팔구는 엇박자이겠습니다만, 저희 창작 작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그 작은 부분이라도 지고 산다고 그러면 어쩌면 저를 온몸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런 가장 위대한 표현이 아닌가 싶어서.

◇ 이성규> 나를 살아간다.

◆ 정현식> 그런 가장 나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글씨를 쓰고 있습니다. 

◇ 이성규>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어떤지 모르겠는데, 요즘 서예하는 분들 좀 어렵다고 그러시거든요. 전시 공간도 많지 않고, 기회도 자꾸 줄고 있고, 어떠세요? 이 매력이 있으니까 이렇겠죠?

◆ 정현식> 서예는 빠져본 자만이 그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흔히 뭐 추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어도 추사를 옳게 하는 자가 없는 것처럼요. 서예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깊은 맛을 아는 사람은 쉽지가 않다. 저는 그런 말씀 드리고 싶고요. 요즘 미술계의 화두가 텅 비어 있는 여백이라고 한다고 하면, 서예 쪽에서는 하나의 선을 어떻게끔 무겁고 뿌리 깊게 쓸 수 있을까에 완전히 매료돼 있죠.

◇ 이성규> 무겁고 뿌리 깊게 쓴다. 한 획을, 선을. 

◆ 정현식> 그리고 지금 시대가 속도와의 전쟁의 시대고, 필기구가 없는 시대로 가버렸습니다만, 붓을 들고 하얀 화선지에 글씨를 써가는 마음들은 어쩌면 정말 본성을 깨끗하게끔 한 번쯤 만져볼 수 있는 어차피 우리들 삶이 뭐 영원히 혼자의 삶이라고 그러면, 혼자만이 할 수 있는 지극히 마지막 작업, 저는 그 작업은 사회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 이성규> 혼자 하는 지극히 마지막 작업, 그게 서예다. 근데 요즘 캘리그라피, 이런 것들이 자꾸 이제 또 유행도 하고 이러는데요. 취미로 배우는 분들도 많고 그런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정현식> 캘리그라피는 지금 전통 사회가 낳은 가장 위대한 자식입니다. 그리고 흔히 캘리그라피를 줄여서 감성 손글씨, 그런 언어를 쓰고 있습니다만, 그것은 접근이 용이하고요. 쉽게 쓸 수 있고, 또 그다음에 쉽게 완성이 될 수 있는 단계까지 캘리그라피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통서예 무거운 그런 느낌보다는 그쪽으로 많이 지금 수업이 진행되고 있고요. 또 표현매체를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붓이라는 도구를 떠나서 어떠한 도구들도 그들의 감성을 표현할 수 있거든요. 또 훨씬 더 다양한 색체와도 만날 수 있는 대단히 좋은 부분이라고 생각을 할 수 있는데요. 너무 쉽게 완성에 이룰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노력을 깊이 하지 않으면 바로 그 부분도 손장난으로 끝날까 봐 좀 아쉬움은 있어요.

◇ 이성규> 이제 쓰는 작업도 쓰는 작업이지만, 그 서예 작품을 감상을 할 때에 어떤 포인트에 좀 중점을 두고 봐야 될까요?

◆ 정현식> 작품이 지금 이렇게 박제된 박물관 속에 보존될 수밖에 없는 이유 중에 한 가지가 우선 관람자의 몫으로 작품을 해놓을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는 얘기겠죠. 우선 지도자급에 있는 어르신들이 그런 사회의 시대를 안목이 좁았다고 그럴까요. 그런 부분도 표현될 수 있고.

◇ 이성규> 쓰시는 데 만족하셨던.

◆ 정현식> 그렇죠. 이 문자를 붓으로 쓰는 데만 다가섰을 뿐인데, 지금은 우리 젊은 시대라든지 지금 시대가 한자를 모른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거든요. 흔히 ‘우리는 한자를 배우지 않았어요’를 자신 있게 이야기해요. 바로 그런 분들에게는 우리의 서에는 전혀 다가설 수 있는 자리가 한 틈도 없습니다. 그런 작품을 내놓고 와서 전시합니다. 보십시오 그러면 가서 보니까 아무것도 볼 곳이 없더라는 말로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서예의 작품은 정말 지적인 수준을 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지적인 수준을 요구해서는 아니 된다는 얘기겠죠. 그들 몫으로 다가서는 법이 뭘까를 저희들이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야 되겠죠. 지금 한글 세대들을 위한 한글 작품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흔히 한글 작품이 어렵다는 얘기는 너무 단순해서 표현이 너무 힘들다. 또 누구나 아는 글씨이기 때문에 잘못 쓴 것이 이렇게 보인다. 이런 이야기도 하고 있습니다만, 한 그런 부분들은 대단히 저희들 서예인들이 반성하고 조금은 크게끔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될 것 같습니다. 관람자들께서 오셔서 더딘 걸음으로 그냥 하나의 마음의 쉼표를 찍는 기분으로 왔다 갔다 하시다 보게 되면, 자동적으로 글씨가 말을 걸어오는 시간이 있습니다. 그 시간까지는 서로가 조금만 양보하고 자주 찾아들다 보게 되면 아마 작품도 고개를 숙여서 가까이 올 거라 생각이 듭니다.

◇ 이성규> 지금 한자 말씀하시고 그랬는데, 중국, 일본 이런 쪽은 서예계가 어떻습니까?

◆ 정현식> 중국은 이미 자국의 글씨인지라, 어쩌면 한국의 서인들이 평생 글씨를 써도 중국의 서인들처럼 한자를 잘 쓸 수는 없습니다. 바꿔 말씀드리면 중국 서예가가 아무리 글씨를 잘 써도 우리나라의 한글 서예가처럼 한글을 잘 쓸 수는 없는 것 똑같다는 거겠죠. 그러나 그들은 이미 생활 서예로 이루어져 있고요. 일본은 완전하게끔 정신 서예의 수양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단지 저희들만이 서예의 범주를 아름다움이란 장식성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저는 안타깝다고 생각합니다.

◇ 이성규> 근데 이제 서예 분야에서 어른이 하신 말씀을 듣는 것 같아요. 근데 서예를 배우는 후배 또 서예가가 되려는 분들, 이분들한테 뭔가 해 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 정현식> 저희들이 공부할 때는 많이 쓰라 많이 쓰라, 많이 보라, 많이 읽어라. 그런 말들을 했는데, 저는 요즘은 그런 생각보다는 많이 사유하라.

◇ 이성규> 생각하라.

◆ 정현식> 그 부분을 강조드리고 싶고요. 그러나 쓰지 않고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정말 한결 같은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도전은 해봤는데 결과를 이루어내는 자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서예의 영역인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이 무척 아쉽기는 합니다만, 그건 어쩌면 뭐 지도자들의 문제였고요. 지금 후배들이 서예를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저는 주저하지 말고 일단은 접근해 보아라. 그리고 찾아가기 전에 주변에 그분들의 찾아갈 스승을 찾기 위해서 조금은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분의 인품마저도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 찾아간다고 그러면 크게 실수하지 않을 거다.

◇ 이성규> 근데 이제 취미로 하는 분들이 또 가볍게 한번 시작해 볼 수 있는 방법도 있을 텐데요.

◆ 정현식> 그렇습니다. 그분들은 또 그분들대로의 작업의 방향성을 지도자가 잘 이끌어줘야 돼요. 이분이 전업 서예가의 길을 갈 것인가, 단순한 취미로 서예를 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을 분명스럽게끔 지도 방법이 달라야 됩니다. 저는 지금 작업장에서 그 부분을 구분해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 이성규> 지금 많이 배우시는 분들 많이 오시죠?

◆ 정현식> 저는 그럴 만한 작가가 아닙니다. 제가 선택해서 하기 때문입니다. 

◇ 이성규> 이번 전시도 아까 말씀드렸듯이 여러 가지 MZ 세대와의 합작품도 있고 다양하고 풍성한 그런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으십니까?

◆ 정현식> 전시회는 분명스럽게끔 또 다른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서 펼쳐놓는 겁니다. 14일이라는 그 기간 속에서 가장 철저하게 제가 저를 반성하고 또 이 작품들이 물어내는 다음 길은 무엇인가, 그 방향을 찾는 것이 펼쳐 보이는 거겠죠. 그리고 오시는 분들이 관람자들께서 얼마만큼 고개 속에서 그 작품 속으로 들어가 있는가를 뒷모습만 봐도요, 이겨 낼 수가 있습니다. 뭐 이번이 3년 만의 외출이었습니다만 이번에 들고 나온 두 권의 책도 출간을 같이 했던 전시회고요. 앞으로는 지방에서 또다시 초대전이 벌써 약속이 된 만큼, 그런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이성규> 마지막으로 우리 청취자 여러분께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 주시죠.

◆ 정현식> 저는 그렇게 얘기합니다. 3일간 글씨를 쓰지 않으면 얼굴빛이 달라진다고요. 그래서 그냥 서예가 가지고 있는 무거운 생각만 하시지 말고, 어떤 전시장에 인지 들어가셔서 따뜻한 마음으로 고개를 숙여서 작품을 봐준다 그러면 그 작품이 그려주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 거고요. 작가들이 고통스러운 부분도 같이 나눌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앞으로 창조적인 삶을 살고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기다워야 된다고 하면 바로 서예도 그 부분에 한 부분을 분명스럽게끔 맡아줄 거라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힘드시다 하시지 말고 한 번쯤 좋은 학원 찾아가서 붓을 드는 일을 꼭 해보십사 하는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 이성규> 네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솔뫼민체의 주인공 서예가 정현식 작가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좋은 말씀 대단히 감사합니다.

◆ 정현식> 고맙습니다.

◇ 이성규>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는 YTN 라디오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서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목록
  • 이시간 편성정보
  • 편성표보기
함께하는 100년 농협

YTN

앱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