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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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이 흔들린다...'받아쓰기' 그리고 '검증 건너뛰기'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2-06-13 16:39  | 조회 : 781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2년 6월 11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저널리즘이 흔들린다...'받아쓰기' 그리고 '검증 건너뛰기'

- '김은혜 경기도지사?', 당선자 최종 확인없이 대형 오보
- 장관의 주민간담회 결론 예측한 보도자료 그대로 받아쓰기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의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 전화 연결돼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이하 송경재)> 안녕하세요. 송경재입니다.

◇ 김양원> 지난 지방선거의 여파가 계속되면서 여야 간의 내부 갈등이 표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데요, 이번주엔 이 부분을 살펴볼까 해요.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 미니 대선이라 불렸던 경기도 지사 개표 과정이요. 개표 초반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개표 막판에 나오면서 대형 오보가 나오는 일이 있었죠? 

◆ 송경재> 네, 지방선거 당일이죠, 1일 저녁 투표 종료 후 출구조사가 발표되면서, 예상대로 경기도지사 선거 결과가 박빙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계적으로 오차범위내에 있었기 때문에 출구조사로도 승리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지요. 개표가 거의 90%이상 완료된 다음날 새벽까지도 김은혜 후보가 김동연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와서, 대부분 시청자들도 ‘아, 이것으로 끝나나보다’ 했다는 말씀들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5시 30분쯤이죠, 김동연 민주당 후보가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를 역전한 것이죠. 표차는 0.15%p(8907표)에 불과했습니다. 선거 개표방송 사상 가장 극적인 역전이라고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 되었습니다. 몇몇 언론사 보도에서 김은혜 후보의 당선 기사를 송고했고 이게 확산이 된 것입니다. 정말 대형 오보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 김양원> 아무리 선거 사상 가장 극적인 역전이었다 할지라도, 당선자가 확정도 되기 전에 일종의 예측 보도를 한 것이네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 송경재> 언론윤리상, 그리고 형식에서도 모두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요, 가장 논란이 되었던 언론보도는 <한국경제>입니다. <한국경제>는 2일자 4면에 “최대 승부처 경기 접수한 김은혜...단숨에 여(與) 간판주자로”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단순히 투표 결과의 사실 전달 만이 아니라 나름 해석까지 했는데 “김은혜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을,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을 등에 업고 치른 선거에서 김은혜 후보가 승리하면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더 힘을 받게 됐다”고 까지 했습니다. <뉴스1> 역시 2일 새벽 기사에서 “대선주자 연거푸 꺾고..‘71년생 김은혜’ 첫 여성광역단체장 새역사”에서 김은혜 후보가 당선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후< 뉴스1>은 해당 기사 제목을 “대선주자 연거푸 꺾고..‘71년생 김은혜’ 첫 여성광역단체장 ‘새역사’ 쓰나?”로 수정하기도 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기호일보> 역시 김은혜 후보가 당선됐다는 기사를 송고하는 등 비슷한 오보가 연이어 발생했습니다. 

◇ 김양원> 당선자를 뒤바꾸는 오보....있어서는 안되는 실수를 한 것인데, 이에 대한 후속 보도나 정정보도가 있었습니까?

◆ 송경재> 해당 언론사들은 즉각 오보에 대한 정정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언론계 안팎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었습니다. <한국경제>는 3일자 1면에 “경기지사 선거 보도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사과문을 게재했습니다. 사과문에서 <한국경제>는 “개표 막판에 당락이 뒤바뀌면서 결과적으로 잘못된 뉴스를 내보냈다”고 밝혔고, “신문 제작 시간상 한계가 있지만, 정확하지 못한 기사를 전달한 것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발표했습니다. <기호일보>는 2일 오후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했습니다. 여기서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의 당선이 확정적이라는 섣부른 예단이 불러온 오보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기호일보>는 이와 함께 “김동연 당선자와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 그리고 양 선거캠프 관계자분들에게도 사과드린다. 온 국민의 관심사인 경기도지사 선거 결과를 보도하면서 보다 신중했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미디어스> 6월 3일자 “김은혜 당선 한국경제·기호일보 사과문 게재” 보도에서 언론사의 신문 제작 시간상 한계 있지만, 섣부른 예단이 불러온 오보 사건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미디어오늘> 역시 6월 2일자 “김은혜 경기도지사 당선 기호일보, “예단이 부른 오보” 사과“ 보도에서 <기호일보>의 경우 홈페이지에 들어가자마자 볼 수 있도록 사과문이 게재됐지만, <뉴스1>의 경우 홈페이지 등에서 사과문은 찾을 수 없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포털뉴스 댓글에서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도 늦었다는 비판 댓글도 많았습니다. 사실 이번 지방선거 출구조사도 큰 틀에서는 많이 적중했지만, 기초자치단체장이나 광역의원 선거 예측은 빗나간 때도 있었거든요. 언론이 뉴스생산 과정에서 이런 초박빙 선거일 경우 자칫 대형 오보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깨닫게 해주는 사건이었습니다. 한편, 지방선거에서의 이런 오보 외에도 또다른 예측 보도자료도 문제가 됐습니다.

◇ 김양원> 이번엔 보도자료를 예측해서 쓴건가요?

◆ 송경재> 그렇습니다. 이번에는 국토교통부가 배포한 예측 보도자료인데요, 이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쓴 것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SBS>가 지난 4일자 “[취재파일] 장관 바뀌더니 미래를 내다보는 '영험한' 국토교통부” 보도에서 밝혀졌는데.. 취재 과정에서 SBS 기자는 5월 30일 월요일 아침 7시 37분, 국토교통부가 출입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보냈고 그 이후 과정을 시간대별로 추적했습니다. 보도자료의 제목은 “GTX 확충으로 꼭두새벽 출근길 전쟁에서 해방”이었다고 합니다. 보도자료를 보낸 시간이 아침 7시 37분인데, 14시에 그러니까 6시간 뒤에 원희룡 장관이 동탄역에서 지역주민과 만나는 미래를 미리 알려주는 보도자료였습니다. 담당 기자 스스로도 기자 생활을 20년 넘게 하는 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미래를 내다본 보도자료'라고 당황스러워 했다고 하네요. 문제는 보도자료의 세부 내용입니다. 여섯 시간 뒤에 간담회에 참석한 주민이 어떤 말을 할지, 이미 모든 걸 내다보고 있었다는 겁니다. 몇 가지 소개해 드리면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동탄주민은 “동탄에서 서울까지 가려면 지하철은 꿈도 못 꾸고 광역버스를 타야하는데 이마저도 1시간 반이 걸린다. 하루라도 빨리 GTX 개통으로 불편을 해소했으면 좋겠다.”라고 발언합니다. 여기에 평택주민도 등장하는데요.. 6시간 뒤의 인터뷰 내용이 보도자료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평택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SRT가 있지만, 요금도 부담스럽고, 서울시내 환승때문에 불편해서 결국 광역버스를 타게된다. 윤석열 대통령 공약사항은 GTX-A 노선연장을 꼭 이행해달라고 요청합니다.” 더 가관인 것은 원희룡 장관의 대답까지 보도자료에 미리 적어 두었습니다. ”GTX사업은 수도권의 교통난 해소뿐 아니라 좋은 입지의 희소가치를 분산시켜 근본적인 주거 안정을 도모하는 핵심사업임을 강조하며, 기획연구를 통해 다양한 조기 추진방안을 마련하여 국민들의 출퇴근 시간을 돌려드리겠다고 사전에 응답했다고 합니다. 

◇ 김양원> 보통 엠바고 라고, 사실은 아직 시작 전인데도 과거형으로 기재해서 배포하는 경우는 종종 있는데,간담회의 결론이 미리 나와 있는 보도자료 어떻게 봐야 할까요?

◆ 송경재> 문제는 이게 한 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SBS 보도에 따르면, 다음날인 5월 31일 오전 7시 33분 보도자료에도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이날은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이 ‘철도산업계와의 소통을 통한 미래 철도산업 발전 방향 모색’을 주제로 관련 업계와 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여기서도 보도자료에는 7시간 뒤의 간담회 내용을 상세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6월 2일에는 원희룡 장관이 전세 사기 피해자를 만났다는 보도자료를, 10시 만남이 시작되고 ‘2분’ 뒤에 보냅니다. 역시 이 보도자료에도 아직 시작도 안했을 피해자의 말이 고스란히 들어있었습니다. 피해 시민과 공인중개사의 의견까지 그대로 제시하여 과연 2분 이내에 이렇게 많은 말을 하고, 또 보도자료로 작성해서 배포까지 했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언론사에게도 있습니다. SBS 보도에서는 보도자료를 미리 작성한 국토교통부 문제도 있지만, 이것을 그대로 토씨하나 빼지 않고, 검증 없이 기사화하는 기자와 언론에 대해서도 자성을 촉구했습니다. 기자들이 업무가 과다하고 또 각종 보도자료가 있고 기획기사, 발굴기사를 써야 하는 현실은 있지만 이건 아니라고 꼬집었습니다. 최소한 보도자료를 주더라도 가상의 인터뷰 자료까지 그대로 쓴다는 것은 잘못한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사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가상의 인터뷰 내용이 반복된다는 것을 다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걸 검증도 없이 일부 언론사에서는 그대로 인터뷰 내용까지 옮겨서 기사화했다는 것은 단순한 기자자질의 문제만이 아니라 취재와 데스크 등의 스크린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 김양원> 박빙의 승부처가 된 개표결과를 끝까지 확인하지 않고 당선자 예측보도를 하거나 미래시제에 맞춰 작성된 정부의 보도자료를 확인없이 그대로 기사회하는 이런 행태, 언론사로선 변명의 여지가 없는 사안인데, 왜 이런 어이없는 일들이 발생하는 걸까요? 

◆ 송경재> 역시 두 가지 측면이 작용한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요. 언론 현장에서 기본적으로 언론 윤리, 저널리즘의 기본에 대한 이해가 많이 낮아졌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많은 기자 분들이 열심히 일 하고, 우리 사회의 알 권리를 위해서 노력하는데, 일부이지만 경쟁과 편리함에 익숙해져서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과 사실 검증을 소홀히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시급한 정비와 교육이 필요한 부분이 있고요. 둘째로 언론 환경의 변화 문제도 지적해야할 것 같습니다. 언론사들이 인터넷, 특히 포털 뉴스가 등장하면서 서로 경쟁적으로 속보를 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예측 보도나 보도자료 받아쓰기 등이 다른 언론사와의 속보 경쟁이나, 기사를 더 많이 생산해야한다는 부담감이 현장 기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언론사간 속보 경쟁과 기사 작성 양의 증가가 반복되면서, 결국 저널리즘 원칙에도 둔감해지고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 언론사 차원에서 이번 사건은 단지 우리 언론사는 아니고, 괜찮으니까. 이런 식으로 넘어가면 안 될 것 같아요. 이번을 계기로 잘못된 관행과 검증 없는 예측 보도, 보도자료 받아쓰기 등이 언제든 우리 언론사에도 생길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인식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현장 기자와 편집국, 그리고 오보 체크 등의 스크린 시스템, 비상 대응, 이런 내부 점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김양원>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송경재> 네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 경제학과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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