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 진행: 이성규 / PD: 박준범 / 작가: 이혜민

인터뷰 전문

[잠시만요] "37년 중 13년을 따로 산 부부...그럼에도 그들이 행복한 이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2-03-14 15:43  | 조회 : 1148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날짜 : 2022313(일요일)

진행 : 이성규 교수

대담 : 이안수, 강민지 부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잠시만요] "37년 중 13년을 따로 산 부부...그럼에도 그들이 행복한 이유"

 

이성규 교수(이하 이성규)> 요새 연예인과 일반인을 합친 용어 연반인이라는 말이 유행인데요. 오늘 소개해 드리는 이 부부가 바로 연반인 부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올해 결혼 37년차이시고요. 그 중에 십삼 년 이상을 따로 떨어져서 살았습니다. ‘따로 또 같이살아가는 부부로 유명한 분들인데요. 이안수, 강민지 부부 모시고 살아가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안수 남편(이하 이안수)> , 안녕하세요.

 

강민지 아내(이하 강민지)> , 안녕하세요. 봄향기 시작되는 때에 이렇게 초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성규> 날씨가 이제 조금 많이 풀린 것 같아요. 불 얘기만 아니면 따뜻한 얘기 더 했으면 좋겠는데 산불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들이 아직도 계실 거예요. 두 분, 우선 강민지 님부터 청취자 여러분께 인사해 주시기 바랍니다.

 

강민지>저는 남편하고 같이 살다가 지금 떨어져서 쌍문동에서 살고 있는 강민지입니다.

 

이성규> 지금도 떨어져 계신가요.

 

강민지> 지금은 같이 있죠.

 

이성규> 같이 계시고요. 그다음에 남편 분 이안수 님 소개해 주시죠.

 

이안수> 저는 13년 만에 겨우 저희 옆방을 얻어서 함께 살게 된 이안수라고 합니다.

 

이성규> 옆방입니까. 옆자리입니까.

 

이안수> 옆방입니다. 같이 만날 때는 그 중간에 있는 거실에서 같이 만납니다.

 

이성규> 어쨌든 살아가시는 이야기는 좀 더 들어보고요. 제가 기록을 보니까 경기도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16년 동안 하셨더라고요 이쪽이 분위기가 좀 독특한 동네 아니에요. 어떠셨어요.

 

이안수> 거기는 없던 마을이었는데 마을을 이제 같이 만들면서 한 370명이 모여서 새로운 예술과 문화로 특화된 마을을 만들기로 약속했던 곳이에요. 그래서 저도 합류해서 제 공간을 거기에다 짓게 됐습니다.

 

이성규> 거기서 16년을 사셨어요.

 

이안수> . 그래서 저는 방랑자들과 만나는 걸 좋아해가지고 거기에 세계에서 오는 사람을 만나는 게스트하우스와 예술가들이 오는 창작 기능이 있는 공간을 만들어서 16년 동안 그들과 교류하면서 지냈습니다.

 

이성규> 그 게스트하우스의 별칭도 있더라고요.

 

이안수> 글로벌 인생학교라고 다녀가신 분이 이름을 붙여줘서 그게 그냥 보통명사처럼 오시는 분들이 그렇게 불러줘요. 우리는 삶을 얘기하다 보니까 서로가 서로한테 스승이 되는 역할들의 기능에 주목하다 보니까 인생학교라고 그것도 이제 세계 한 80여 개국에서 다녀가셨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글로벌 인생학교라고 이렇게 부르는 것 같더라고요.

 

이성규> 이안수 님께서는 젊은 시절에 원래 디자인 계열에서 공부하고 일을 하셨다고요.

 

이안수> . 저는 잡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디자인 잡지뿐만 아니라 여행 문화 관련 잡지에서 줄곧 일을 해왔죠. 그래서 그게 한 17, 그렇게 생활을 하다가 삶의 패러다임을 바꿔보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고 방황을 하다가 17년 전에 헤이리로 들어가서 이제 아까 말씀드린 바와 같이 세계 각국에서 오는 창작자들과 여행자를 맞이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성규> 그때 게스트하우스면 밥도 해주고 막 그러셨나요.

 

이안수> 그렇지는 않고 제가 주로 얻어먹었습니다. 그분들이 뭔가를 가져오면 저는 저녁에 서재에서 그들의 말벗이 돼서 서로의 아픔과 희망을 얘기하면서 17년을 보냈답니다.

 

이성규> 근데 우리 강민지 님, 아내 분께서는 종합병원에서 일을 하셨네요.

 

강민지> . 대학병원에서 일을 했습니다. 19년간 일을 하고 얼마 전 한 작년, 재작년쯤 말에 퇴직했습니다.

 

이성규> 퇴직을 하셨어요. 정년퇴직하신 건가요.

 

강민지> 정년퇴직했습니다.

 

이성규> 정년퇴직하시면 어때요. 저도 정년이라는 게 곧 나오긴 나올 텐데 느낌이 어때요. 정년퇴직하시니까.

 

강민지> 저는 퇴직하기 전부터 퇴직 준비를 열심히 해서 앞으로 살아갈 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더 많은 시간을 미리미리 준비를 하고 앞으로의 일에 그냥 너무나 즐겁고 흥분된 마음으로 계획하면서 준비했기 때문에 기대되고 그렇습니다.

 

이성규> 근데 두 분 만난 건 처음에 어떻게 만나셨습니까.

 

강민지> 그거는 이안수 선생님의 사촌 여동생이 제 고등학교 때 옆자리었어요. 그래서 짝꿍이 오빠 얘기를 수업시간에, 아니면 끝나고 계속 얘기를 들려주니까 제가 이미 그때부터 마음은 가 있었죠.

 

이안수> 대부분 프레셔가 입시 공부니까 뭔가 해방감이 필요한데 제가 그때 서울에 대학을 다니고 있었으니까 시골에 방학 때 내려가면 동생한테 조금만 참아라. 그리고 이 기간 넘으면 멋진 대학 생활이 펼쳐질 거고 화려한 어떤 삶들이 펼쳐질 것인가를 얘기를 했죠. 그런 것들이 이제 펼쳐질 거라고, 저는 동생 입시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한 여러 가지 얘기들이 고스란히 아내한테 전해졌던 거예요. 그래서 괜히 제 얼굴도 안 보고 마음만 뒀던 것 같아요.

 

이성규> . 얼굴도 안 보고 마음으로 살고 계셨다. 고등학교 때. 어쨌든 그렇게 만나셔서 43년 동안 지금 알고 계시는데 13년을 따로 사셨다는 거잖아요. 7, 8년 사시다가 유학도 가셨더라고요.

 

이안수> 제가 전반기 삶을 이렇게 쭉 살다 보니까 시간이 되니까 그것도 루틴이 되잖아요. 그래도 기자라는 삶이 물론 다이내믹하고 항상 새로운 대면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그것을 기사를 쓰고 독자들이 필요한 글을 써야 되고 여러 가지 제 욕구하고 상반된 게 있으니까 그만하면 됐다, 싶어서 이제 전반기하고는 전혀 다른 삶을 한번 살아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다른 문화권의 삶을 여행자가 아니라 정주자의 입장으로 한 번 그곳에 몸을 던져보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이성규> 그때 어디로 가셨죠.

 

이안수> 저는 미국으로 갔었습니다. 미국의 미시간으로 갔습니다.

 

이성규> 미시간 쪽에 있는 대학에서 또 예술 쪽을 하셨나요. 아니면.

 

이안수> 전혀 다른 삶을 모색했기 때문에 전공은 전에 영문학을 했었는데 그거 하고는 다른, 사실은 호스피스 에듀케이션이라고 후반기 삶은 삶의 존엄을 지켜주는. 그때 호스피스 쪽이 우리나라에 알려지지 않아서 그 분야를 한번 제가 새롭게 개척해 보겠다. 이런 마음이 있었죠.

 

이성규> 그 부분이 지금 생활에 도움이 좀 되시나요.

 

삶의 자세. 중간에 돌아왔기 때문에 그 과정을 다 끝내지는 않았지만 삶의 자세. 그러니까 어떻게 나이를 들어야 되는가, 하는 문제에 크게 도움이 됐죠.

 

이성규> 그때 아내이신 강민지 선생님은 갑자기 아기들도 있고 그런데 떠난다니까 느낌이 어떠셨나요.

 

강민지> 같이 항상 대화를 많이 했기 때문에 왜 그쪽에 가려고 하는지를 다 이해를 했었고, 그리고 애들은 어렸지만 혼자서 말린다고 해서 될 게 아닌 것 같더라고요. 한번 결심을 하면 끝까지 행동으로 하시는 분이라서 그냥 편안하게 보내드렸죠.

 

이성규> 말씀을 들어보니 상당히 자유롭게 사시는 분이라는 느낌을 주시네요.

 

이안수> 제 처도 항상 이런 생각을 했어요. 우리는 사람은 결국 해보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라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뭔가를 하려면, 뭔가 욕구가 있으면 결국 그것을 해봐야지 그 병이 치료된다. 이런 생각이었기 때문에 제가 가고자 하는 것은 병으로 인식했고 갔다 와야지 그 병이 치료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아요.

 

이성규> 그러니까 지금 사시는 것도 역시 간호를 하시면서 사시네요. 치료하시면서.

 

이안수> 정확하십니다. 사실 저는 항상 저희 처한테 케어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성규> 근데 우리 강민지 선생님은 그렇게 오랫동안 13년을 떨어져 사실 거라는 느낌도 드셨나요.

 

강민지> 그렇죠. 그러니까 미국에서는 일찍 돌아왔지만 이제 헤이리하고 서울, 저는 직장이 있고 또 시부모님도 모시고 하니까 거의 일주일에 한두 번 파주를 왔다 갔다 하면서 살았거든요. 그런데 그게 저한테 이쪽 일도 중요하고 부모님도 중요하고 제 직장 일도 중요하니까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졌어요.

 

이성규> 두 분이 떨어져서 사실 때도 시부모님은 계속 모셨던 거예요.

 

강민지> 아니요. 노후에 연세가 많이 드셔서 좀 힘드실 것 같을 때 저희가 다 모셨죠.

 

이성규> 떨어져 계실 때 어떻던가요. 서로 막 보고 싶었어요. 마음이 후련하셨어요.

 

강민지> 보고 싶을 때는 가끔 저녁에 퇴근하면서, 그럴 때 항상 바로 보고 싶을 때는 즉각 제가 전화를 이분한테 드리고 통화를 하고.

 

이성규> 그러면 나타나기는 나타나세요.

 

강민지> 아니요. 제가 가야죠.

 

이안수> 그러니까 말하자면 진료를 하기 위해서 의사가 왕진을 오는 케이스였어요. 제가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서요.

 

이성규> 남편 분께 왕진을 가끔 가시게 된 거고요.

 

이안수> 제가 자리를 비울 수 없기 때문에 저희 처가 보고 싶을 때면 간혹 파주로 왕진을 오는 방식으로 얼굴을 봤습니다.

 

이성규> 아이고, 참 재미있습니다. YTN 라디오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부부, 이안수, 강민지 님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두 분께서 이쯤에서 노래 한 곡 소개해 주시면 듣고 가죠. 어떤 노래를 하나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강민지> 장사익 선생님의 '꽃구경', 그 노래를 제가 되게 좋아해요.

 

이성규> 이제 계절이 또 계절인 만큼 곧 꽃구경 한번 가자, 그 말씀이죠. 두 분이 같이 가시고 싶으신 건가요. 따로 가고 싶으신 건가요.

 

이안수> 사실 저희 처가 장사익 선생님을 특별히 좋아해서 모든 곡을 좋아하는데 그중에 꽃구경은 지금 집에 오늘 나오다 보니까 앵초가 실내에 있어서 꽃이 활짝 폈는데 향기가 온 집안에 가득해요. 그런데 이렇게 봄이 부모님 세 분이 차례대로 세상을 버렸거든요. 떠난 부모님이 생각나고 또 부모님이 생각나면 저희 처는 꽃구경을 매번 찾아서 듣더라고요.

 

이성규> 그러면 이안수, 강민지 두 분이 소개해 주신 장사익의 꽃구경을 듣고 오겠습니다. 장사익의 꽃구경듣고 오셨습니다.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부부 이안수, 강민지 님입니다. 두 분이 13년 동안 따로 살았던 것들을 일단 청산하고 쌍문동에서 다시 합치셨다고 그랬는데 얼핏 조금 말씀이 있긴 있었지만 어땠습니까. 정서적인 계기와 환경적인 계기가.

 

강민지> 아무래도 떨어져서 같이 합치다 보니까 약간 걱정은 많이 했어요. 제가 파주에서 신랑을 다 보필하고 하지는 못했지만 이제 여기 같이 살면 아무래도 작은 것들에서 많이 부딪히지 않을까. 이런 고민을 했었는데 다행히 각자 따로 방에 살면서 거실에서 같이 합류하고 생각보다 굉장히 신랑도 많이 배려를 해주더라고요. 제 시간을 가질 때는 터치하지 않고 식사 때 제가 준비만 하면 각자 방에서 나와서 거실에서 식사하는 걸로 이렇게 엄청 걱정했던 부분이 사실 한 일주일 정도 지나고 나니까 아, 괜찮겠다. 안도의 한숨을 쉬었죠.

 

이성규> 그러면 식사 준비는 주로 강민지 선생님이 하세요.

 

강민지> . 제가 하고 뒷정리는 또 이분이 하시죠.

 

이안수> 그리고 먹는 것도 최대한 줄이려고 해서 저희는 2식을 하거든요. 그래서 점심 때 아침 겸 점심을 함께하고.

 

이성규> 아점을 한 11시쯤.

 

이안수> 맞아요. 그리고 이제 거실에서 만날 때 한 두 시간씩 얘기를 하고 그리고 각자 일을 하고 원하는 걸 하고. 그리고 저녁 때 저희 처는 주로 나가 있는데 저녁 때 밖에서 있었던 얘기를 하고 저는 주로 집에서 서재를 지키고 앉아 있는 붙박이 불상처럼 앉아 있고.

 

이성규> 그렇습니다. 근데 항상 저렇게 앉아 계시고 이런 거 좀 불편하지 않으세요. 제발 좀 나갔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 안 하시나요.

 

강민지> 아니요. 전혀. 왜냐하면 터치를 안 하니까.

 

이안수> 다른 영역에서 있으니까. 그런데 저희 처는 건강을 염려해서 같이 걷자. 산을 오르자고 얘기를 하는데 그것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방식으로 아직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성규> 지금 합치신 지가 얼마나 되셨다고 그랬죠.

 

이안수> 지금 1년 조금 넘었죠. 1년 남짓이에요.

 

이성규> 근데 1년 동안은 그렇게 크게 불편함과 갈등 유발, 이런 상황은 많지는 않았다. 그 말씀이죠.

 

이안수> 사실은 저희가 이렇게 같이 지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어요. 저희 처가 사실 은퇴 전 은퇴 준비를 한 게 주로 의학 연수도 갔다 오고 혼자 독립 여행을 준비하고 이랬는데 그때 은퇴하자마자 바로 코로나가 온 거예요. 코로나 19 때문에 바깥으로 나갈 수가 없던 거죠. 나라 바깥으로. 그래서 저희 처가 이제 혼자 자전거로 전국 일주, 그러니까 서울에서 부산까지 종단을 하고 또 섬에 가서 섬살이도 해보고. 그런데 그때 태풍이 오고 해가지고 돌아올 때 제가 그 고흥의 녹동항으로 마중을 갔었어요. 그때 같이 서울로 올라왔을 때 제가 서울의 아내 집으로 같이 들어가게 된 거예요. 그런데 며칠 같이 있어 보니까 이런 낙이 없더라고요. 파주에서 내가 노동만 하다가 저희 처의 케어를 받게 된 거잖아요. 그래서 나가지 않기로 마음먹고 내가 없는 듯이 처신하면 쫓아내지는 않을 거 아닌가, 이런 거리 두기로.

 

이성규> 정보를 입수한 거 하고 조금 달라 보이는데, 정보에서는 결정권자가 집 안에서는 우리 강민지 선생님이다. 이렇게 어떤 인터뷰에 나와 있던데 지금 가만 보니까 눌러 앉는 결정도 이안수 선생님이 하신 거 같고,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이안수> 그런데 그 말씀은 맞는 말씀이에요. 뭐냐면 우리의 큰 건들은 제가 주로 기획을 해요. 예컨대 유학을 떠나는 문제라든지 헤이리의 집을 짓는 문제라든지 이런 저희 일생에서는 되게 큰 문제를 제가 발의를 합니다. 그러면 저희는 모여서 같이 긴 얘기를 하죠. 그리고 이제 최종 결정은 아내가 내려줍니다.

 

이성규> 근데 이 말씀에 동의하세요. 지금 두 분 관계를 정확하게 묘사를 잘하신 거예요.

 

강민지> 그렇죠. 같이 시작부터 계속 이야기를 많이 하니까, 그리고 또 이분은 무슨 결정을 정확히 잘 못하세요. 결정장애, 그래서 그때는 제가 단호하게 그냥 선을 딱 그어주는 거죠.

 

이성규> 그러니까 토의를 많이 하시고 시작도 가끔 하시는데 마지막에 결정을 할 때는 우리 아내분이 이렇게 결정을, 유도하신 거 아니에요.

 

이안수> 그렇습니다. 정확하게 선생님은 정말 독심술을 가지신 분이에요. 저희 아내한테 이제 제가 결정장애인 걸 알도록 하는 거죠. 왜냐하면 결정을 같이 하게 되면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혼자 쓰지 않아도 돼요. 결과가 좋을지 나쁠지. 또 그 과정이 수많은 고난이 예상되는데 그것을 혼자 결정을 해버리면 그것을 다 제가 책임지게 되죠. 그런데 결정을 한 사람, 결정에 참여하게 되면 그것에 대한 모든 것을 나누고, 그래서 그런 결과에 대한 부담을 지지 않기 위해서 제가 결정 장애자처럼 처신을 했죠.

 

이성규> 그러니까 이제 같이 살기 위한 연구를 많이 하시는군요.

 

이안수> 이게 방법론 중에 하나죠.

 

이성규> 근데요. 그전에 같이 사실 때도 그렇고 지금 다시 합쳐서 사실 때 갈등이 없으리라는 법은 없잖아요. 같이 살려면. 그럴 때는 어떻게 해결을 하셨어요.

 

강민지> 갈등이 있을 때는 주로 저는 하루 묵혀요. 그냥 바로바로 얘기를 안 하고 말을 가능하면 참고 안 하고 있다가 생각해보고, 그러고 나서 결정을 하는 거예요. 계속 나오면 이렇게 부딪히게 되니까 가만히 있으면 좀 더 부드러워지더라고요.

 

이성규> 그게 해결돼서 행복한 부부가 돼야 된다, 행복한 결혼 생활이랄까. 생활을 동반자로서 하려면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요.

 

이안수> 사실 부부는 평생 로또라고 하잖아요. 로또처럼 너무 안 맞으니까. 사실 전혀 다른 사람이 성인이 되어서 만나가지고 어떻게 맞을 수가 있겠어요. 다름을 인정하는 것. 나는 다른 사람이다. 나하고는 다른 사람이다, 라는 다름을 인정하는 게 먼저일 거고 그리고 또 하나는 우리의 경우 신전의 기둥처럼 간격, 거리두기를 허락하는 겁니다. 그래서 기둥이 떨어져 있어야지 위에 지붕을 올릴 수 있죠. 그 행복이라는 지붕을. 그래서 적당하게 개성을, 그리고 욕구를 허용해주고 하는 거리두기, 이것이 제가 여전히 저희 처 곁에 있을 수 있었던 방법이에요. 제가 실행해 왔던.

 

이성규> 상당히 자유롭게 사신 것 같은 느낌을 뵙기 전에는 받았는데 나름 룰과 노력들이 다 들어가 있네요.

 

이안수> 자유는 누군가의 자유를 인정을 해줘야 되기 때문에 그 점을 배려해야만 내가 더 자유로울 수 있는 거죠. 그래서 그런 영역들을 존중해 주는 방식으로 제 자유를 택했던 거죠.

 

이성규> 이안수 선생님 얘기는 강민지 선생님, 아내의 자유를 많이 인정을 해준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이 말씀에 동의하세요.

 

강민지> 저도 굉장히 많이 본인이 하고 싶었던 것들을 다 하시게끔 시간과 모든 걸 허락해 드렸으니까 제 자유를 인정하는 건 당연한 거죠. 그래서 지금의 제가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원하는 것을 이렇게 다 행동으로, 다 시간으로 할 수 있는 거는 좀 더 젊었을 때 이분한테 제가 해드렸던 거를 다시 보상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이성규> 오히려 요즘 졸혼이란 말도 있고 여러 가지 부부의 살아가는 형태들이 다양한데요. 되게 독특한 분들 같아요. 같이도 살았고 잠깐 떨어져서도 살고 서로의 자유를 인정하시면서 지금 각자 방에서 사신다고 그랬는데. 근데 식사 챙겨드리는 건 늘 아내분이 하시는 건 아니죠.

 

강민지> 제가 집에 있을 때는 제가 하고 제가 없는 3, 4일 비울 때도 있고 열흘씩 비울 때도 있는데 그때는 본인이 알아서 하든 전혀 신경을 안 씁니다. 전화도 안 합니다.

 

이성규> 지금 뭔가 부부 생활이 원만치 않고 중년의 우울한 분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시겠습니까.

 

이안수> 이제 은퇴를 하고 나면 그런 일들이 또 많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무엇이든 할 일이 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역할이 없으면 보람을 느낄 수도 없고 보람을 느끼지 못하면 자존감이 떨어지게 되죠. 자존감이 충만하면 우울증에서 빠져나오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뭔가

봉사거리라든지 현업에서 이렇게 멀어져 있다 하더라도 할 일을 주변에서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성규> 역할과 일, 앞으로 특별한 계획 있으십니까. 두 분.

 

이안수> 저희 처 같은 경우에는 이제 자기 시간을 자유롭게 갖는데 최근에는 이제 도시락 배달을 해요.

 

강민지> 그거는 제가 도시락 배달을 하는데 이게 참 아름다운 동행이라고, 거기서 제가 봉사로 매주 수요일 날 도시락 배달을 하고 있거든요. 근데 또 이제 도시락 배달하면서 토요일에는 몇 시간씩, 한 시간 정도만 해도 배달 앱, 이런 데 가입해서 음식 배달을 하면 거기서 이렇게 금액을 주더라고요. 그걸 제가 적립했다가 그거를 우리 참 아름다운 동행에 기부를 하면 거기서 쌀을 살 수 있고, 몸을 움직이고 계속 뭔가를 하면 우울증이나 이런 것들은 훨씬 더 없어지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이안수> 그래서 그런 할 일들을 계속 찾고 있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이제 계속 우리 두 사람만을 위한 시간도 있고, 개인을 위한 시간도 있고, 그리고 이제 현업에서 중요한 일들을 놓았으니까 이제 더불어, 함께 할 수 있는 보람을 찾는 일들. 이런 것들이 이제 저희들의 이슈입니다.

 

이성규> 마지막으로 우리 청취자 여러분들께 빠뜨린 말씀이 있으면, 시작은 아내 분부터 했으니까 마무리는 우리 이안수 선생님부터 하시죠.

 

이안수> 살다 보면 누구나 몇 번은 실패를 맞닥뜨리지 않을 수 없죠.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보면 그것이 결코 실패가 아니었음을 알게 되더라고요. 신은 한쪽 문을 닫으면 반드시 다른 쪽 문을 열어주신다. 이 말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성규> 우리 강민지 선생님은요.

 

강민지> 결코 내일로 미루지 말아야 할 일이 있어요. 그것이 저는 사과와 감사라고 생각해요.

 

이성규> . 사과와 감사, 참 오늘 따뜻한 말씀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부부, 이안수, 강민지 님 모시고 살아가는 이야기 한 번 나눠봤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이안수> 귀한 자리 초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강민지> , 감사합니다.

 

이성규,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YTN 라디오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서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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