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3:00~14:00)
■ 진행 : 김우성 PD
■ 방송일 : 2021년 12월 30일 (목요일)
■ 대담 : 박지혜 출판사 '멀리깊이' 대표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김혜민의 이슈&피플] 날마다 출판, 작은 출판사를 꾸리면서 ‘거지되지 않는 법’ (박지혜 멀리깊이 대표 출판자)
◇ 김우성 PD(이하 김우성)> 재밌고 유익하고 재미난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시간입니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이 말 모르시는 분들은 잘 없죠. 바로 안중근 의사의 말입니다. 순국하시기 직전까지도 책에서 손을 놓지 않은 안중근 의사. 과연 이분에게 책이란 무엇이었을까요. 오늘도 6만 8천 개가 넘는 출판사에서 다양하고 많은 책들이 대한민국 서점으로 밀려듭니다. 그 책들, 누가 어떻게 만드는 걸까요. 나도 책 한번 써봐야지, 라고 생각하신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순도 100% 리얼 다큐를 능가하는 출판과 책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겠습니다. 그 여행을 안내해줄 가이드 모셔볼 텐데요. 오늘은 화상으로 연결합니다. 최근 날마다 출판, 작은 출판사를 꾸리면서 ‘거지되지 않는 법’, 이라는 책을 쓴 분입니다. 책 만드는 분이고요. 박지혜 멀리깊이 대표 출판자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박지혜 출판사 '멀리깊이' 대표(이하 박지혜)> 네, 안녕하세요. YTN 이슈 앤 피플 청취자 여러분. 작은 출판사 멀리깊이를 꾸려가고 있는 박지혜라고 합니다.
◇ 김우성> 제가 책 제목을 먼저 소개해 드리면서 표현을 조금 조심스럽게 했습니다. 날마다 출판, 작은 출판사를 꾸리면서 거지되지 않는 법. 너무 적나라하기도 하면서 비장함도 느껴집니다. 자기소개 좀 부탁드려요.
◆ 박지혜> 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작은 출판사 멀리깊이를 꾸려가고 있고요. 출판 경력은 15년 차가 되었습니다. 두 개의 대형 출판사에서 일을 하다가 작년 6월, 그러니까 2020년 6월에 창업을 했습니다.
◇ 김우성> 2020년 6월이면 코로나가 그래도 한창일 때잖아요.
◆ 박지혜> 예, 맞습니다.
◇ 김우성> 굉장히 어려운 시기라 사실 취업도 어려운데 창업은 더 어려웠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 박지혜> 일단은 그 시기가 그러니까. 제가 창업을 왜 했는지를 설명 드려야 될 것 같은데요. 15년 차가 됐으니까 아무래도 이제. 이 출판계의 이제 많은 선배님들께서 보시기에는 아직 너무 조무래기 수준이겠지만, 한 가지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주어진 일을 잘하고 싶은 욕망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더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을 내가 시작해보고 싶다는 욕망도 생기게끔 되잖아요. 그래서 그때 시작을 하게 된 게 출판사 창업이었고. 대형 출판사의 구조상 한 군데에서 오래 있게 되면 편집을 열심히 잘 하는 역량보다는, 사람들을 관리하고 내부의 매출을 관리하는 관리 역량이 중요해지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때부터는 회사 안에서 계속 버틸지, 아니면 내가 정말로 만들고 싶은 책이 있으면 그걸 위해서 뛰쳐나가서 창업을 할지를 고민하게 되는데. 작년 6월이 딱 저한테는 뛰쳐나가서 내가 만들고 싶은 책을 한번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코로나로 인한 두려움과 공포보다 훨씬 컸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전에 이제 큰 회사에서 일을 할 때에는 아무래도 큰 조직에서 내뿜을 수 있는 인프라가 있다 보니까 그것에 기대어서 베스트셀러들을 많이 만들어본 경험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혼자 뛰쳐나가도 저는 잘 될 거라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막상 창업을 해놓고 봤더니 내가 너무 낭만적으로 생각했구나, 그런 현실 직시를 하게 되었습니다.
◇ 김우성> 저도 직장인인데요. 뛰쳐나가서 뭔가 나만의 것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할 때인 것 같아요. 양희은의 노래 엄마가 딸에게; 가사처럼 너의 삶을 살아라. 이게 좀 고민이 되는데, 도전하셨지만, 제가 청취자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있는 그대로 한번 옮겨볼게요. 서문에 쓰여져 있는 글인데 그지가 될 확률이 높은 대표적 사양산업에 뛰어들어 1년을 버텨낸 기록. 그러니까 낭만적으로 이제 정말 나의 책을, 내 능력을 발휘해 보겠어, 라고 했지만 실제 쓰여진 책을 보면 뭐랄까요. 굉장히 고난을 많이 겪으신 것 같아요.
◆ 박지혜> 그전에 대형 출판사에서 안정적으로 100명, 200명의 보호를 받으면 일을 할 때에는 그냥 당연하게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았어요. 실력 있는 마케터들이 계셨고 하다못해 커피믹스도 제가 굳이 사지 않아도 그 자리에 항상 있었거든요. 그리고 단순히 100원, 200원짜리 커피 믹스가 어느 순간에는 커피 머신이 되어서 캡슐도 있고. 이런 회사 조건이 있었는데 창업을 하고 나서 가장 처음으로 창업을 하면 내가 돈을 써야 되는구나, 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가 a4 용지를 구입할 때였거든요. 제가 제 돈을 들여서 사지 않으면 a4 용지도 없는 사무실에서 일해야 하는구나, 라는 것을 저는 창업을 하고 나서야 알았던 거죠. 그니까 너무 낭만적인 생각으로 아무런 준비 없이. 그냥 기존에 하던 대로 좋은 책을 만들면 사업이 되겠지, 라고 생각해서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근데 저뿐만이 아니고 출판업계에 계신 많은 분들이 굉장히 이상적인 분들이 많아서 이렇게 창업을 하면 당연히 돈이 들고 외롭고 불안하고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인지를 하지 못하고 너무 낭만적으로 뛰어드는 것 같은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냉혹한 현실을 감당하더라도 창업을 할 마음이 반드시 있나. 그렇게 내야만 하는 책이 나에게 있나. 그런 사람들만 창업을 하자, 라는 의미에서 이렇게 과격한 제목을 붙이고 적나라하게 한번 창업 이야기를 써봤습니다.
◇ 김우성> 지금 박지혜 대표님 뒤로 책들이 이렇게 펼쳐져 있습니다. 굉장히 분위기는 뭔가 출판과 예술, 지성. 이런 것들이 있는데 해 주신 이야기는 정말 그냥 리얼 다큐, 이런 얘기인 것 같아요. 이게 사실 지금 말씀하신 거는 굳이 출판업의 문제뿐만 아니라 자영업으로 요식업을 차리신 분이거나, 다양한 업체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내 꿈과 자기실현 욕구가 갑자기 날아든 세금 고지서와 처리해야 할 비용 앞에서 이건 뭐지? 이렇게 되는 거죠. 지금 방송 듣고 계신 경영자분들께서 굉장히 좋아하실 것 같아요. 너희도 나중에 돼 봐라, 이런 생각하실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어쨌든 이 일의 특성도 좀 중요할 것 같은데 매출 이야기를 계속하셨어요.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먹고 사는 문제고, 생존해야 하는 문제다, 라는 얘기를 계속하시고 계시거든요. 책 안에서. 기획이 중요하다 이런 표현도 쓰셨고.
◆ 박지혜> 네, 맞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잘할 동력이 없으면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할 수가 없게 되잖아요. 이 동력이라는 것이 사실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크거든요. 먹고 살 수 있어야 좋아하는 일을 지속할 수가 있는데, 월급이 나오지 않으면 행복하게 책을 만들 수가 없는 구조가 되고. 그리고 나를 믿고 원고를 주신 저자 선생님과 나와 함께 멋진 책을 만들어줄 디자이너와 제작비와 물류처와. 이렇게 함께 일한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기꺼이 인세와 비용, 수고비를 드릴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그다음 책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구조 자체가 무너지거든요. 당연히 생존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이 생존을 위해서 아이러니하게 더 책을 좋아하고 그 책을 좋아하는 애정과 관심을 기반으로 해서 시장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동력도 얻어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지금 독자들이 뭘 읽고 싶구나. 뭘 읽고 싶어 하는구나. 누구를 만나고 싶어 하는구나. 그 욕구를 읽을 수 있게 되면, 자연스럽게 생존하는 문제.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 김우성> 사실 세대와 시대는 좀 바뀌고 있습니다. 우리 세대, 우리 집단. 국가. 이런 곳에서 ME 혹은 I 세대로 바뀌었지 않습니까. 오히려 1인 출판사와 같은 형태는 더 정교하게 어떤 취향을 파고들거나, 대형 출판사에서 근무도 하셨으니까 그 경험을 변형해서 새롭게 할 수 있는 기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장단점이 있지 않나요.
◆ 박지혜> 네. 대형 출판사에 있을 때는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읽는 책이 아니면 가치가 없다고 느끼면서 책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그렇게 해야만 출판사 전체 100명, 200명에 일하는 구조를 유지할 수가 있기 때문에 베스트셀러가 나오지 않으면, 그리고 사람들이 내가 만든 책을 읽지 않으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만 부, 2만 부가 목표가 되는 책들을 만들어 왔는데 어느 순간 1인 출판을 이시작할 꿈을 꾸게 되면서 그렇게 다수의 독자를 상정하고 만든 책들에 과연 정확한 독자가 있기는 했던 걸까. 이런 고민을 사실 가장 많이 했어요. 그러니까 대중성을 답보한다는 핑계로 정작 누구한테도 정확하게 타겟팅이 되지 않은 책을 두루뭉술하게 만들어 왔던 것은 아닌가. 핵심 독자의 성격을 그냥 베스트셀러를 읽는 사람으로만 잡았던 게 아닌가. 그 고민을 사실 창업을 하고 나서 가장 많이 했고요. 1인 출판사이기 때문에 100명의 직원을 먹여 살릴 책을 만들지 않아도 되거든요. 나 하나 먹고 살 월급만 건져낼 수 있어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상황이라면 2천부, 3천부가 되는 초판을 소진해줄 독자를 찾을 만한. 작지만 정말로 의미 있는 책. 이런 책을 계속 지속해서 만들어 나갈 수 있게 되거든요. 그래서 이 2천 명, 3천 명이라는 아주 작은 독자지만 출판사 하나는 거뜬하게 건사해낼 수 있는 이 독자들을 더욱 세밀하게 공부하고 디테일하게 파고들 수 있는 책을 만들 수가 있다는 게, 1인 출판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고. 그런 책을 만나면서 더 독자를 면밀히, 그러니까 하나하나 1대1로 만나는 것 같은 감정을 느끼게끔 애정을 갖게 되는 게 작은 출판사의 장점. 큰 출판사가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 김우성> 어떻게 보면 소규모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정확한 점이 있고. 저희한테 약간 꾸짖으시는 것 같아요. 방송도 마찬가지고요. 정확한 독자를 찾아냈냐는 말이 저희도 맞거든요.
이 방송이 정확하게 누군가에게, 어떤 걸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들려주느냐. 저희도 늘 고민인데 세상사가 다 연결된 느낌도 듭니다. 앞서 말씀하셨지만 큰 회사는 건물도 있고, 인프라도 있고 조직도 있고. 다 돼 있지만 혼자 다 하셔야 되니까, 회사 이름 정하는 것부터도 사실은 일인데. 제가 책을 읽다 보니까 원래 출판사 이름을 두근두근으로 하려 했는데 멀리깊이로 바뀌었습니다. 이것도 굉장히 고심한 흔적을 책에 써놓으셨던데 이야기 좀 해주시죠.
◆ 박지혜> 네. 제가 첫 출판사에서는 어학 분야의 편집자였기 때문에, 그리고 실제로 지금까지도 영어를 계속 과외를 받을 정도로 어학 공부를 좋아해요.
왜냐하면 적은 시간 노력을 들여도 큰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일상에서 몇 개 안 되는 분야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그런데 이제 이 성취의 설렘과 기쁨을 드러낼 수 있는 단어가 뭐가 있을까라고 하다가 처음에는 두근두근이라는 브랜드명을 가져가려고 했었는데요. 막상 이제 그 책으로 계약을 하려고 선생님들께 계약서를 드릴 때 두근두근이라고 표기를 하려고 봤더니 저희한테 원고를 주시는, 장기적으로 저희가 인문 분야의 도서들을 많이 내려고 하는데 그 부분과는 맞지 않는 회사명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길게 먼 호흡으로 봤을 때 인문 분야를 지향하는 출판사로서 좋은 의미가 뭐가 있을까, 하다가 멀리깊이가 맞겠다, 라고 생각해서 이름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 김우성> 두근두근도 좋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심장의 울림 같고요. 뭔가 무게감을 가지고.
◆ 박지혜> 네, 세컨드 브랜드로 지금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우성> 또 해외의 유명한 책들, 외서를 판권을 사와서 하려고 하면 이름이 사실 중요하다는 설명도 있었습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사실은 많은 분들이 뭐랄까요. 집에 있는 시간도 많아지고 인적 간 교류도 줄어서 책도 많이 읽을 줄 알았는데 보니까 책은 점점 우리 국민들이 안 읽는다고 지적하셨더라고요. 독서를 하시는 분이 많아야 사실은 출판하시는 분들이 존재할 수 있기도 한데 그 부분 좀 심각하게 바라보시나요.
◆ 박지혜> 네. 그니까 점점 체감할 수가 있거든요. 왜냐하면 올해 초만 해도 그 주요 서점들을 보통 이제 저희 출판업계의 4대 서점이라고 불렀어요. 이 4개의 큰 서점들이 이제 출간되는 도서들이 대부분 이제 판매를 맡아주고 있었던 거죠. 소매를 맡아주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그게 지금은 3대 서점이 되었거든요. 그 사이에 또 한 군데가 문을 닫았기 때문에, 사업을 접었기 때문에. 그니까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이 체감 상 그냥 확확 와 닿고 있거든요. 그리고 이게 10년이나 20년, 긴 호흡이 아니고 진짜 지금 불과 몇 달 만에 벌어진 일이어서. 그래서 이렇게 다들 책을 안 읽는데 누가 내 책을 사겠나, 이런 식의 열패감에 휩싸이기가 굉장히 쉬운 구조예요. 그래서 독자들이 어차피 내 책을 안 사줄 텐데, 내가 이렇게 열심히 책을 만들어서 뭐 하나. 이런 독자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잃게 되면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이 책을 정성스럽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거든요. 그래서 이 허무감을 없애줄 수 있는 한 가지 믿음이라고 해야 될까요. 좋은 책은 반드시 읽힌다. 어떻게 만들어도 좋은 책은 반드시 읽히는데, 나는 믿음을 가지고 이 업계에 임하셨으면 좋지 않을까. 그래야지만 더 좋은 책을 만들 동력이 생기고 독자에 대한 신뢰와 믿음도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게 되고요. 그리고 실제로 지금 이제 번역사 같은 경우 해외에서 들어오는 책들 가지고 점점 더 석학들의 퀄리티 높은 전문 분야 도서들이 지금 팔리고 있고. 국내에서의 경우에는 이제껏 조명되지 않은 여성이나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가 트렌드화 되어가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것 역시 독자들이 굉장히 현명하게 본인들에게 맞는 콘텐츠를 잘 찾아나가고 있다는 의미가 되니까, 좋은 책은 반드시 읽힌다는 생각을 함께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 김우성> 좋은 책은 반드시 읽힌다. 정말 좋은 말이네요. 저도 사실은 아이들한테 종이책을 항상 줍니다. 자주 안 읽고 팽개쳐지는데도 주는 이유가, 그 책에는 정말 물리적인 질량이 있거든요. 무게감이 있습니다. 잡는 순간 실체를 느낄 수 있어서, 아이들이 지식을 직접 손으로 만져보길 바라는 마음에 책을 주는데 역시 읽지는 않아요.
유튜브에 빠져 있고. 그래도 좋은 책은 반드시 읽힌다, 라는 말이 와 닿는데. 그래서 써놓은 얘기가 바로 독자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인격체를 가진 출판사. 지금 설명하신 내용이 바로 그 내용이겠죠.
◆ 박지혜> 네, 맞습니다. 큰 회사에서는 사실 주어진 일을 맡아서, 나한테 주어진 일을 하나하나 해내간다. 헤쳐 나간다는 느낌이 좀 강했는데 지금 작은 출판사를 제가 주체적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 보니까. 그리고 제가 생각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아이템들이 저희 회사의 라인업이 되고 이렇게 되다 보니까 한 권 한 권 내가 필요한 독자들을 찾아가는 과정이 대화하는 과정인 것처럼 실제로 느껴져요. 그래서 어떤 독자를 만나서 어떤 독자들의 지향성을 가지고 가느냐에 따라서 멀리깊이의 캐릭터가 지금 점점 바뀌고 있다는 걸 느끼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사람을 만날 때 가장 쉽게 서로에게 변화를 줄 수 있는 방법이 대화잖아요. 내가 어떤 것을 시그널을 주고, 상대가 거기에 대해서 응답하는 방식으로 서로가 변화해 나가는 것. 저는 지금 멀리깊이가 그걸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그런 의미에서 인격체를 가진 회사라고도 생각을 합니다.
◇ 김우성> 서로 변화하고 대화, 섞이는 부분이겠죠. 정말 좋은 얘기 속에 좀 날카로운 얘기 끝으로 하나만 물어볼게요. 책 속에 여러 좋은 얘기들도 많지만 회사에 회계 결산표를 올려놨더라고요. 저는 보고 이분이 도대체 1년 동안 얼마를 벌었나, 저도 재밌게 봤습니다. 그 액수는 방송에서 공개는 하지 않을게요. 그런데 그 표에 얽혀 있는 말이 바로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보다 멍청한 선택을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이걸 핵심으로 꼽으셨더라고요.
◆ 박지혜> 네, 맞습니다. 많은 대표님들이 착각을 하시는 게 아무래도 대표라는 자리에까지 올라가려면 굉장히 긍정적인 성취의 경험을 많이 하셨겠죠. 그래서 나는 똑똑하니까 나는 틀리지 않을 거야, 라고 생각하는 지점들이 많으세요. 그래서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을 기반으로 당연히 이렇게 하면 이런 결과가 나오겠지, 라고 생각을 해서 의사결정들을 하시는데. 그거는 문제와 정답이 정해진 시험 볼 때나 적중하는 방식인 것 같아요. 그래서 출판이라는 생물, 살아있는 환경을 대할 때는 어떤 것도 기존과 같지 않다고 생각을 하고. 기존의 예산과 같지 않다고도 생각을 하셔야 될 것 같고요. 그래서 똑똑하게 내가 내리는 결정에 기대기보다는, 사방에서 주는 경고들에 계속해서 귀를 기울이면서 지뢰를 밟지 않는다는 심정으로 조심해서 나아가는 자세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고요. 그러려면 반복적으로 계속 말씀드리지만, 공부를 계속해서 하는 게 독자의 마음에 대해서, 시장의 요구에 대해서 계속 공부하는 게 정말 중요할 것 같습니다.
◇ 김우성> 책도 대화라는 생각, 대화라는 단어가 계속 와 닿네요. 저희 애청자분도 벌써 문자로 저 진실 된 곳에 책 내고 싶은 의뢰를 하고 싶은데, 이런 문자가 들어오는 거 보니까 성공할 것 같습니다. 멀리깊이라는 이름에 맞게끔 10년 뒤에 멀리깊이는 어떻게 되어 있을 것이다. 짧게 정리 한 마디 해 주시죠.
◆ 박지혜> 2021년에 가장 큰 이슈 중에 하나가 저는 아마존 닷컴에서 호미가 팔렸던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힘들고 어렵지만, 필요한 물건. 잘 만든 물건은 반드시 소비가 된다. 사람들을 알아본다. 이 믿음을 가지고 10년 뒤에도 역시 같은 마음으로 책을 만들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우성> 진정성이라는 말이 어제부터 계속 통용되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1인 출판사 멀리깊이의 박지혜 대표와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