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플
  • 방송시간 : [월~금] 13:00~14:00
  • PD: 김세령 / 작가: 강정연

인터뷰전문

내가 우울증과 동행하는 법 <나의 f코드이야기> 이하늬 기자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1-10-21 18:02  | 조회 : 1749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3:00~14:00)

진행 : 김혜민 PD

방송일 : 20211021(목요일)

대담 : 이하늬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김혜민의 이슈&피플] 내가 우울증과 동행하는 법 <나의 f코드이야기> 이하늬 기자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지금 흐르는 노래는 자신의 환자에게 죽음을 당했지만 안전한 진료 환경과 마음 아픈 환자들이 편견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꾼 임세원 교수의 추모곡입니다. 아픈마음 보고 듣고 말하기. 이 코너에는 말 그대로 우리의 아픈 마음을 보고 듣고 말하는 시간이에요. ‘아 나 머리 아퍼, 허리 아파, 다리 아파.’ 이런 말은 쉽게 할 수 있는데 나 우울증이야. 나 조울증이야. 나 마음이 아퍼.’ 이 말은 그렇게 쉽게 할 수가 없는 게 현실이죠. 병은 소문내야 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이 말이 마음의 병에는 적용이 안 되는 걸까요? ‘나의 F코드 이야기라는 책을 통해 자신의 우울과 불안 강박을 고백한 이하늬 작가와 함께 오늘 아픈마음 보고 듣고 말하기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이하늬 작가(이하 이하늬)> 네 안녕하세요.

 

김혜민> 작가님 지금 현직 기자시죠. 네 그러면 제가 호칭을 작가님이라고 할까요, 기자님이라고 할까요?

 

이하늬> 그냥 기자라고 해주세요. 작가 너무 어색해가지고요.

 

김혜민> 아유 이렇게 좋은 책을 쓰셨는데 그러면 기자로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자 우울에 불안, 약간의 강박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의 F코드 이야기자 이 책은 어떤 책입니까?

 

이하늬> 이거는 제 이야기를 쓴 책이고요.

 

김혜민> 작가님의 이야기고요.

 

이하늬> . 제가 우울증 지금도 정신과에 다니고 있고요. 5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제 이야기랑 그리고 제가 처음에 정신과에 가게 되기 전에 궁금했던 것들, 되게 정보가 많이 없어가지고 궁금한 것들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그때그때 좀 취재했던 거 이런 것들을 좀 모아가지고 책에 같이 담았습니다.

 

김혜민> 그러니까 나의 고백서네요. 아까 제가 말한 것처럼 . 마음 아파.’ 이 말은 쉽게 못 하는데 우리 작가님은 책을 통해 내 마음이 지금 아프고 아프다, 라는 걸 고백하신 고백서예요 그럼 기자님의 F코드가 뭔지 여쭤 봐도 될까요? F코드라는 게 뭔가요. 일단?

 

이하늬> 저도 병원에 가기 전에 몰랐는데요. 질병마다 다 코드가 있어요.

 

김혜민> 질병 코드.

 

이하늬> 근데 정신과 코드는 F거든요. 그런데 이제 이게 F코드에 대한 낙인이 있다 보니까 많은 분들이 이제 건강보험을 이용하게 되면 F코드가 남아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F코드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건강보험을 사용하시지 않고 그냥 비보험으로 치료를 하시는 경우도 되게 많다고 들었거든요.

 

김혜민> 그러면 F코드라는 건 질병 코드 중에 이제 마음이 아픈 분들이 받는 코드네요. 알겠습니다. 이 책을 제가 굉장히 재밌고 유익하게 봤어요.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선물하고 싶은 몇 명이 떠올랐거든요. 그리고 저도 언젠가 마음이 아플 수 있으니까, 그때 이 책을 참조해야와 같은 그런 참고서.

 

이하늬> 감사합니다.

 

김혜민> 참고서라는 생각을 했는데. 자 제가 이 책 좀 일부를 읽어볼게요. “글을 쓰고 퇴고를 거듭하는 내내 나 같은 사람이 책을 써도 될까 고민이 많았다. 우울증이긴 하지만 엄청나게 아프지도 않고 그렇다고 우울증이 나은 것도 아니다. 글 쓰는 게 직업이지만 기사와 에세이는 다르다 그럼에도 원고를 쓸 수 있었던 건. 만날 때마다 진짜 맞다고, 손뼉 쳐주고 이런 이야기도 써달라고 주문했던 나의 환우들 덕분이다 누가 그랬다. 환우는 전우보다 강하다고, 이 책이 누군가에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왜 이 책 쓰셨어요?

 

이하늬> 처음에는 책을 쓸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그냥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면 제가 책을 쓰기 전에 우울증 진단을 받고 일을 하지 못하게 됐었는데 그때 이제 기자다 보니까 만나는 분들이 많잖아요. 근데 이제 그분들한테 뭐 하나하나 다 상황을 설명하고 이렇게 하기가 좀 어려워서 그냥 제 온라인 sns에 제가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좀 그런 글들을 썼었어요. 그런데 저는 이게 하나의 낙인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했었는데.

 

김혜민> 그렇죠, 하게 되죠 당연히.

 

이하늬> 또 직업상 이제 기자라고 하면 되게 가지는 이미지가 막 엄청 적극적이고 활발하고 약간 이런 거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저를 좀 이상하게 보면 어떨까 이런 걱정을 했는데 의외로 너무 많은 분들이 뭐 그렇냐, 이러면서 그래 뭐 그냥 치료 잘하고 이렇게 얘기해 주는 게 너무 좋은 것 같다.

 

김혜민> 너무 받아들여주는 사람들을 만나신 것이군요.

 

이하늬> 그리고 또 하나는 뭐였냐면 저한테 개인적으로 막 연락이 오시는 거예요. 사실 나도 뭐 우울증인데 너처럼 말을 못 했어, 이렇게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막 친하지도 않은데 그래서.

 

김혜민> 여기 말씀하셨잖아요. 환우가 전우보다 강하다고, 친하지 않는데 갑자기가 가까워진 느낌이 드는 거죠.

 

이하늬> 그래서 이제 온라인에 계속 글을 좀 몇 편 썼었어요. 저에 대한 얘기들을 좀 썼는데 나중에 이제 출판사에서 이런 것들을 조금 더 보강을 해서 책을 내면 어떨까, 라고 얘기를 하셔갖고.

 

김혜민> 근데 처음에 출판사에서 이렇게 내자고 했을 때 그래도 좀 망설여지실 수 있잖아요, 그렇죠?

 

이하늬> 그건 또 다르더라고요. 이제 sns에 올리는 거랑.

 

김혜민> 책을 출간하는 것은 그렇죠.

 

이하늬> 저희 부모님은 반대하셨어요.

 

김혜민> 그 마음도 이해가 가요.

 

이하늬> 네 저희 부모님은 처음에 우울증 책을 쓴다고 했을 때 제가 우울증인 사람들을 취재해서 쓰는 책인 줄 알고 찬성을 하셨다가 나중에 제 얘긴 줄 알고 쓰지 마라. 그냥 계약금 돌려줘라, 라고 하시더라고요.

 

김혜민> 그럼 그때 뭐라고. 부모님께 말씀하셨어요, 기자님이?

 

이하늬> 엄마 아빠가 딸이 우울증인 걸 부끄러워하면 다른 사람들도 이제 그러니까 내가 말하지 않으면 이렇게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이 계속 있을 건데 근데 나는 부끄럽지 않고 사람들이 모두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근데 나 같은 사람이 더 많아져야 다 같이 안 부끄러워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렇게 얘기를 해서 그러면 그냥 읽지 마, 이렇게 좀.

 

김혜민> 저희 이 코너가 사실은 임세원 교수를 추모하는 코너인데. 임세원 정신이라는 게 마음 아픈 환자들이 편견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세상이거든요. 사실 이런 책들이 그런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를 합니다. 정말 우리 기자님이 그 용기를 내서 이 책을 쓰셨는데 이 특히 제가 아까도 설명 드렸지만 자기 고백서인 동시에 정신과와 또 나에게 맞는 상담소 찾는 법 정신과에서 하는 심리검사 종류 안내, 약물에 대한 설명 이런 것들을 또 기자로서 잘 정리를 해 주셨어요. 그래서 약간 우울증 안내 입문서 같은 거 있잖아요. 어서 와, 우울증은 처음이지? 약간 이런 느낌. 오늘도 이 책 기자님이 선물로 몇 권 들고 오셨거든요. 여러분 방송 들으시면서 저 이 책 보고 싶어요, 저 이 책 누구 선물할 사람 생겼어요, 하시는 분들. #0945, 우물정(#)0945로 보내주시면 나의 F코드 이야기저희가 몇 분 선정해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정보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자님.

 

이하늬> 네 맞아요. 제가 처음에 제일 힘들었던 게 그거였거든요. 정신과라는 게 사람들이 너무 쉬쉬하다 보니까 사실 지금은 좀 괜찮은데 제가 갔을 때만 해도 벌써 5년 전이니까요. 근데 정말 어디를 가야 할지 너무 모르겠더고요. 그래서 믿을 만한 정보가 전혀 없던 상황이었고 이제 정신과에 어떻게 가서 약을 복용할 때도 내가 이 약을 먹어도 되나? 어떤 유명 연예인이 약물에 취해 가지 자살을 했다는데 내가 먹는 약이 그런 약은 아닐까? 뭐 이런 걱정들이 되게 심하게 들고 약의 부작용이나 이런 것들에 대한 의문이 되게 컸거든요. 그래서 이제 그런 것들을 제가 가졌던 궁금증을 취재를 했죠.

 

김혜민> 환자이자 기자로서. 막 쏙쏙 들어왔겠어요, 그 정보가.

 

이하늬> 그렇죠. 제가 겪고 있는 거니까.

 

김혜민> 근데 그럼에도 그 정보들 중에 모든 게 다 나랑 적합하지는 않잖아요. 사람마다 다 다른 거니까. 그래서 이 책을 통해서 여러분들이 어 나한테 이게 맞다, 이건 난 아니다. 이런 것들도 좀 기준을 삼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자님 내가 우울증인가, 라고 자각하게 됐던 때가 언제셨어요?

 

이하늬> 지금 뭐 방송을 들으시는 분들이나 pd님이 저를 보고 계시니까. 그런데 제가 딱 봐도 되게 약간 밝아 보이는 그런 그렇고.

 

김혜민> 스튜디오를 뚫고 밝은 기운이 느껴져요. 이 벽을 뚫고.

 

이하늬> 제가 되게 잘 웃고 친구들도 되게 많고 그렇군요. 그래서 저는 우울증이라는 선택지를 생각을 아예 해보지를 못했어요.

 

김혜민> 내 인생엔 없다.

 

이하늬> 그렇죠. 네 당연히. 이제 그런 건 나는 우울증 절대, 우울증 있는 사람은 맨날 집에 있고 친구도 한 명도 없고. 잘 안 씻고 이렇다고 저는 생각했었거든요, 정말로. 근데 제가 처음에 이제 그러니까 자각을 못했죠. 자각을 못했고. 친구가 저한테 우울증인 것 같다고 먼저 얘기를 하더라고요.

 

김혜민>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어땠어요?

 

이하늬> 아닌데?

 

김혜민> 내가 걸릴 리가 없는데.

 

이하늬> 뭐 왜 나한테 약간 저런 그러니까 고마운데 나는 아니야. 왜냐하면 나는 우울증의 어떤 그런 전형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근데 이제 친구가 하는 말이 이렇게 살이 급격하게 많이 빠지고, 잠도 못 자고 못 먹고 그리고 제가 그때 되게 많이 울었거든요. 거의 매일 울었는데 우울증인 것 같다. 그래서 제가 아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병원에 한 번 가봐라, 라고 얘기를 하고 저는 그 말을 듣지 않았어요. 병원에 안 갔어요.

 

김혜민> 인정하지 않았군요.

 

이하늬> 난 아니니까. 근데 계속 그 상태가 지속이 되는 거예요. 나중에는 병원에 안 가면 죽겠더라고요.

 

김혜민> 본인이 자각을 했군요. 이러면 안 되겠다. 이 책에 이렇게 쓰셨는데 좀 더 시간이 지나자 무기력의 모든 걸 압도했고, 왜라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귀찮은데 왜 먹어야 해? 귀찮은데 친구는 만나서 뭐해? 대체 일은 뭐하러 하나? 이 왜라는 수많은 물음표를 쏟아내는 날 나는 그냥 사라지고 싶었다.” 그러니까 이런 보통 우울증이 있으면 다 자살하고 싶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꼭 그런 건 아니라면서요? 그러니까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아예 흔적도 없이.

 

이하늬> 그러니까 꼭. 네 저 같은 경우는 이제 자살보다는 너무 일단 이제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 중에 하나가 먹지 못하고, 자지 못 하고 이런 것들이거든요, 무기력하고. 그런데 이거 되게 당연한 건 게 못 먹고 못 자면 사람이 힘이 없어요.

 

김혜민> 그럼요, 그럼요.

 

이하늬> 근데 그게 이제 2주 이상 이제 보건복지부에서는 2주 이상으로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사실 2주 동안 잠을 못 잔다고 생각하면 무기력해지거든요?

 

김혜민> 그럴 수밖에 없죠.

 

이하늬> 예 그리고 그 너무 힘든 거예요, 그냥. 살아 있는 자체가.

 

김혜민> 살아있는 자체가 힘들다. 아마 이 얘기 들으면서 많은 분들이 좀 동의하시고. 지금 문자 많이 보내주고 계세요. 2352 님은 방송 듣고 문자 보냅니다. 우울증 환자입니다.” 그리고 7577 기자의 우울증 이야기 듣는 중에 치료비를 자비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 저희가 그랬습니다.” 9598“3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빠입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우울증이라는 단어에 유난히 관심이 가요. 특히 아이들이 자라면서 변해가는 성격이 혹시 우울증은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읽어보고 공부하고 싶어요.” 하셨고요. 5464님은 “40대 중반 취업을 위해 학원가는 길에 듣고 있다 문자합니다. 저도 우울, 조울증이 오래됐고 어린 자녀들 너무 많아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라 책에 나온 제게 맞는 병원 상담사 찾아보고 싶네요.” 이렇게 문자 보내셔서 정말 이렇게 많은 분들이 마음이 아프시군요. 그래요. 근데 이제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기자님 말씀하신 것처럼 우울증의 스테레오 타입이 있잖아요. 근데 기자님은 아니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책에도 우울증을 진단받고 나서 무엇보다 왜 우울증에 걸렸는지 알고 싶었다. 초발 당시 겪은 일 중에 특정할 만한 게 없었다. 지난 시간을 돌아봐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원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돈을 벌었고,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고 주변에 좋은 이들이 많았고 그래서 인지 아빠는 내게 먹고 사는 걱정이 없어서 우울증에 걸렸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우울증이 특별한 배경과 원인이 없는 경우도 있는 거죠?

 

이하늬> 저 같은 경우는 제가 지금 5년이 됐는데 저는 아직도 원인을 못 찾았고요. 실제 저도 너무 궁금해서 책도 읽어보고 했는데 선생님 저 우울증인가요?’ 라는 일본 정신과 의사가 쓴 책이 있는데 여기 보면 오히려 원인이 딱 명확한 우울증을 반응성 우울증이라고 하는데 반응성 우울증은 다른 우울증에 비해서 단기간에 끝난다, 라고 설명을 하고 있고요. 기질성 우울증. 그러니까 약간 기질 자체가 좀 뭐 우울.

 

김혜민> 그럴 수 있죠. 예술가적 경향이 있다든지.

 

이하늬> 그런 우울증이 있을 수 있고요. 또 뇌에 문제가 생기는, 다치거나 이런 식으로 해서 우울증이 올 수도 있다고 하고요. 저 같은 경우는 잘 모르겠어요. 아주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뭔가가 있을 수도 있고. 기질 자체가 좀 그런 경우일 수도 있고요. 근데 사실 지금 우울증에 걸리고 나서 지금 5년째 됐는데 지금은 원인 찾는 것보다는 그냥 잘 관리를 하는 거에.

 

김혜민> 그렇죠.

 

이하늬> 초점을 맞추고 있어가지고요.

 

김혜민> 이 말에도 참 많은 분들이 위로를 받으실 것 같아요. 그러니까 우울증의 원인을 찾는 건 물론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어떻게 보면 또 죄책감도 들 것 같아요. 내 기질이 이래서? 아니면 내 가정 형편이 이래서? 자꾸 불행한 원인을 찾고 게 되는 것 같을 텐데 그냥 내가 받아들이는 거. 지금 내 현 상태가 지금 이렇다, 라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지금 5200님도 저도 정말 밝고 활동적인 성격인데, 회사 생활하다 스트레스 많이 받아서 두근거림, 어지러움, 손 저림으로 건강검진을 했는데 계속 괜찮다고 해서 결국 용기 내서 정신과를 찾아갔어요. 그래서 우울 불안장애 진단 받았습니다. 꾸준히 약을 먹고 일을 잠깐 쉬면서 회복 중입니다. 숨기는 대신 드러내고 책으로 써주셔서 동지애가 느껴집니다.”

 

이하늬> 맞아요.

 

김혜민> 아 동지 진짜 많으시네요. 아 지금 너무 많은 분들이 문자 보내주시는데 제가 지금 다 소개를 못하고 있어요. 자 그래서 이제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근데 되게 두려우셨던 것 같아요. 막 화장도 하고, 삐닥구두도 신고. 이러고 병원 가셨다면서요? 그때 마음 좀 나눠주세요.

 

이하늬> 정신과에 가기 전에 엄청 검색을 많이 했거든요, 네이버에. 근데 도저히 제대로 된 정보를 찾을 수가 없어서 친구의 친구가 이렇게 친구도 건너 건너 들어가지고 병원을 알려줬고. 그 병원에 갔는데 그 엘리베이터를 딱 탔는데, 그게 이제 보통은 이제 병원들이 한 빌딩에 모여 있는 경우가 많잖아요. 근데 그 병원이 정신과가 4층에 있었어요. 근데 4층은 못 누르겠는 거예요. 내가 누르면 이 엘리베이터에 같이 탄 사람이 나 정신과 가는 거 알까 봐.

 

김혜민> 그럴 수 있죠.

 

이하늬> 그걸 못 누르겠고. 그런데 어떤 분이 누르셔서 잘 됐었고. 근데 이제 가기 전에는 내가 우울증 환자처럼 보이는 게 싫은 거예요. 그래서 아까 말씀하신 대로 화장하고 막 하이힐도 신고 막 이렇게 봤는데 또 막상 병원에 가니까 내가 우울증이 아니라고 하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드는 거예요. 왜냐하면 내가 이렇게 못 자고, 이렇게 못 먹고 나는 하루 종일 우는데 만약에 우울증이 아니면 나는 뭐지? 그러니까 사람이 그렇잖아요. 그러니까 어떤 내가 가지고 있는, 내가 갖고 있는 어떤 문제에 대해서 이름이 붙여졌을 때 그래야 이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건데.

 

김혜민> 원인을 알아야 해결책을 찾으니까.

 

이하늬> 그래 이 지금 이 상태가 그런데 만약에 우울증 아니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 라고 걱정이 되는 거예요.

 

김혜민> 양가감정이 있었군요.

 

이하늬> 우울증 환자는 싫은데. 근데 좀 또 진단은 또 필요해. 아무튼 그랬었고. 근데 이미 갔을 때 되게 심각한 우울증이라고 의사가 말을 했고요.

 

김혜민> 근데 그게 딱 받아들여졌어요?

 

이하늬> 아니요. 그러니까 이게 이것도 또 양가감정인데 너무 심각, 약간 심각한 상태인 것 같다, 라는 얘기 들었을 때 한편으로 안도가 됐어요. 아 이게 우울증이고 나는 약을 잘 먹으면 낫겠구나.

 

김혜민>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나는 아픈 사람이구나.

 

이하늬> 네 그렇죠. 근데 또 동시에 약을 먹는다는 거에 대한 거부감이 좀 컸었어요.

 

김혜민> 정신과 약에 대해 특히 우리가 편견과 잘못된 정보가 많잖아요.

 

이하늬> 그렇죠. 저도 그게 너무 심했어가지고 지금 약간 후회되는 게 뭐냐면 처음에 약을 제가 제대로 안 먹었어요. 왜냐하면 좀 이상하게 먹었거든요, 약을. 막 이제 저도 우울증에 대한 편견이 되게 심해서 정신력으로 이겼어 할 수 있어, 이렇게 생각을 했기 때문에 약을 하루만 먹고 다음 날은 안 먹었어요. 또 하루 먹고.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약을 먹다 보니까 오히려 치료에 방해가 됐고요. 그래서 약을 딱 먹기 시작했다면 그냥 잘 먹는 거를 좀 추천드려요.

 

김혜민> 아 그렇군요. 그러니까 전문의를 찾아갔으면 우리가 또 용기를 내고, 그 전문의가 진단해 주는 병명과 약을 좀 믿을 신뢰할 필요는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책에 또 나왔지만 의사가 나랑 100% 맞지 않은 경우도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조금 기자님이 팁을 주셨으면 좋겠어요. 나에게 맞는 곳을 알 수 있는 기준, 이런 게 있을까요? 나에게 맞는 의사, 나에게 맞는 병원. 왜냐하면 이거는 무엇보다 내 마음을 치료하는 작업이니까.

 

이하늬> 일단 나에게 맞는 의사, 일단 저는 다른 거보다 병원을 바꾸는 거에 좀 두려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거든요, 저도 처음에 병원을 바꿨을 때 엄청 무서웠어요. 근데 그때는 왜 그랬냐면 의사들이 그렇게 편차가 큰 줄 몰랐어요. 제가 병원을 세 번 바꿨고, 의사를 총 네 명 만났는데요. 정말 의사마다 다르거든요. 그리고 솔직히 이제 초진이 보통 30분에서 1시간 정도로 길기 때문에 얘기를 해보면 대충 느낌이 와요. 그러니까 저 같은 경우는 저에 대한 너무 많은 말을 조언을 해주는 의사는 별로 선호하지 않았었고, 그렇다고 약간 로봇처럼 대답만 하는 의사도 계시거든요. 또 그런 것도 좀 싫었어요.

 

김혜민> 그러니까 약간 우리가 소개팅 하는 마음으로.

 

이하늬> 맞아요.

 

김혜민> 그렇죠, 중요하죠. 그 사람 나랑 맞나 안 맞나.

 

이하늬> 딱 한 30분에서 1시간을 얘기해 보면 대충 각이 나오거든요?

 

김혜민> 나오죠. 맞아요. 이 책이 굉장히 자세하게 나와 있고 정신과를 가야 될까, 상담 받아야 될까 이런 것도 있어요. 시간 관계상 제가 지금 다 못하는 걸 여러분이 이해해 주세요. 저희가 이 코너를 하는 또 목적 중의 하나는 기자님처럼 마음이 아픈 채로 아직 나의 몸과 마음의 상태가 완전히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았어도 일도 하고, 일상을 보낼 수 있다는 걸 좀 얘기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거든요. 또 지금 기자님께 현업으로 일하고 계시고. 일상으로의 복귀는 어떤 의미일까요?

 

이하늬> 이게 저는 완치라는 거를 되게 집착했거든요. 우울증이 완전하게 사라진 상태. 약을 안 먹고 전혀 우울하지 않은 상태를 완치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근데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나도 그렇게는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이제 알고 지내는 의사 선생님한테 우울증에 완치가 있어요, 라고 물어보니까 선생님이 하시는 말이 우울증이 내 삶의 중심이 아니라 내가 우울해, 내가 우울하고 약도 먹어. 하지만 내 삶의 중심이 우울증이 아니라 이게 약간 주변부로 밀려나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면 그것도 완치다, 라고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완치의 개념 자체가 저랑 달랐어요. 그러니까 그렇게 생각하니까 마음이 되게 편해지더라고요.

 

김혜민> 그렇네요. 그러면서 마음이 편해지면서 기자님께서 생활에 여러 가지 변화를 좀 주셨더라고요? 루틴을 만드셨어요.

 

이하늬> 제가 이제 걱정도 되게 많고, 이제 되게 과한 걱정, 쓸데없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걱정 이런 것들을 좀 많이 하는 편인데요. 제가 상담을 2년 동안 받았는데 상담을 받으면서 그럴 때 나에게 맞는 어떤 행동, 이런 것도 많이 배웠고. 저 같은 경우는 어떻게 하냐면 엄청 불안한 감정이 들 때 모든 감정은 다 지나간다, 라는 생각을 해요. 실제로도 그렇고. 이제 그렇게 하면 좀 불안이 낮아지기도 하고. 이상한 걱정들이 많이 들 때 아 내가 걱정하는 일은 대부분 일어나지 않는다, 라고 생각을 하고 그런 식으로 일상생활에서 좀 불안이나 우울이 올 때 그런 식으로 스스로에게 얘기를 하는 것도 좀 도움이 되는 것 같고, 자신이 좋아하는 공간이나,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을 이렇게 좀 정해놓고 그럴 때 얘기를 하거나 그 공간에서 좀 편안하게 이런 것도 도움이 되고요 이것도 책에 나오는데 그 제 친구가 책에 나오거든요. 우울증인 다른 환우가 나오는데 그 친구가 하는 해줬던 말이 뭐냐면 보통 우리가 다리가 부러졌다고 해서 다리가 부러지면 막 달리기를 안 하잖아요, 운동을 하지 않잖아요.

 

김혜민> 평소에 계속 조심하죠.

 

이하늬> 그렇죠. 근데 우울증인 사람들은 우울증은 뇌가 아파요 지금 내 뇌가 아픈데 계속 자책을 하잖아요. 나는 오늘도 하루 종일 잤어, 오늘도 집 밖에 안 나갔어. 그런데 이 자책하는 거는 이 아픈 뇌를 때리는 거라는 거예요.

 

김혜민> 그렇군요.

 

이하늬> 그래서 절대 자책하지 않는다. 그냥 내가 하루 종일 있었으면 내가 오늘 우울해서 하루 종일 누워 있었구나, 그래 내 뇌는 좀 쉬어야 돼 이렇게 생각을 한다고 해서 그렇구나, 되게 좋은 팁이였어요.

 

김혜민> 네 제가 이 문장으로 오늘 인터뷰를 마무리해야 될 것 같아요. 기자님이 마지막에 쓰신 건데 내 상황에 맞는 목표가 생기니 회복에 속도가 붙었다. 행복은 멀리 있는 단어였지만 덜 우울한 상태는 까치발을 하고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기간보다는 이전보다 얼마나 나아졌는지를 떠올리고 앞으로 더 나을 수 있다는 생각에 초점을 맞췄다.” 이 문장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실 것 같고 지금 정말 많은 분들이 자신의 고백을 해 주시는데 제가 이건 그대로 저희 기자님께 전달을 해 드릴게요. 알겠습니다. 기자님의 목적대로 책을 낸 목적대로 마음 아픈 분들이 지금 자신의 이야기들을 막 토로하고 계세요. 정말 감사하고요. 이 코너가 계속해서 그런 코너가 될 수 있도록 저희도 잘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자님 오늘 너무 고맙습니다.

 

이하늬>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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