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시간 : [월~금] 10:30~11:30
  • 진행: 최형진 / PD: 이은지 / 작가: 구경숙

인터뷰 전문

"외교적 농락당했다" 이순신은 안되고 욱일기는 된다?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1-07-19 12:36  | 조회 : 469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1년 7월 19일 (월요일)
□ 진행 : 최형진 아나운서
□ 출연 : 최동호 스포츠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형진 아나운서(이하 최형진):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있사옵니다". 도쿄올림픽 선수촌에 우리 선수단을 응원하기 위해 걸렸던 현수막의 메시진데요. 명량대첩 당시 이순신 장군이 남긴 '상유십이 순신불사'에서 착안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메시지를 두고 일본 언론과 극우시민 단체 등에서 문제를 제기했는데요.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반일 현수막이라는 겁니다. 이후 IOC에서 올림픽 헌장 50조를 위반했다며 즉각 철거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면서 욱일기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는데요, 올림픽 헌장 50조 도대체 어떤 내용인지, 올림픽이 얘기하는 정치적 시위란 도대체 어디까지인지 관련내용 짚어보겠습니다. 함께 말씀 나눌 분 모셔보죠. 최동호 스포츠평론가 전화연결 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최동호 스포츠평론가(이하 최동호): 네, 안녕하세요. 

◇ 최형진: 도쿄 올림픽 선수촌에 걸린 메시지, 이순신 장군의 명언을 응용한 내용이었는데, 지금은 다른 현수막으로 교체됐습니까? 

◆ 최동호: 네, 우리 선수단이 선수촌에 내건 메시지가 일본 언론에 보도가 됐고요. 일본 언론에 보도가 되자마자 일본 우익단체로부터 항의 시위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IOC가 두 차례 서면을 통해서 우리 선수단에 현수막 철거를 요청했고요. 또 한 번 직접 찾아와서 선수단에 철거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선수단은 이 현수막을 철거했고요. 대신에 범 내려온다는 문구와 함께 한반도를 호랑이로 표현한 지도를 걸어놓았습니다. 

◇ 최형진: 현수막 게시 후 나흘 만에 철거됐는데, 제 기억으로는 재작년부터 욱일기 논란 있을 때마다 IOC가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는데, 이번에는 대응이 굉장히 빨라요. 원래 이렇게 빨리 움직입니까?

◆ 최동호: 예를 들면 말이죠,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도 그랬고요. 이번에 우리가 내건 이순신 장군의 명언에 비유한 현수막도 그렇고요. 욱일기 문제도 그렇고요. 정치적 메시지를 상기한다는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겁니다. 그런데 늘 우리 쪽에게는 정치적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다고 판단을 내렸고, 또 욱일기 등등에 관해서는 IOC가 일본의 해석, 주장을 그대로 수용했죠. 이 문제는 본질적으로 보면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담고 있지 않다가 아니라 한일 간 스포츠 외교력의 격차라고 보는 거죠. 

◇ 최형진: 외교력의 격차다.

◆ 최동호: 네, 이게 무슨 얘기냐면, IOC는 욱일기도 그렇고 독도 문제도 그렇고 이순신 장군의 명언도 그렇고요. 자세히 역사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이나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당사자 양국이 IOC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 게 바로 외교력이라고 보는 거거든요. 그런데 욱일기 문제는 2019년에 이미 시작됐고요. 최근 들어서 다시 한 번 조직위원회 홈페이지 지도에 독도가 표기됐다는 게 또 문제가 됐고요. 늘 우리가 주장을 했지만 이해시키지 못했죠. 그런데 일부는 스포츠 외교력의 영향력으로 자기 쪽 주장을 관철시킨 거다, 라고 보면 됩니다. 

◇ 최형진: 평론가님, 조금 더 직설적으로 여쭙겠습니다. 지금 스포츠 외교력 말씀하셨는데, 결국에는 돈 아닙니까? 일본 기업들이 돈을 더 많이 썼다... 어떻게 봐야겠습니까?

◆ 최동호: IOC를 움직이는 힘이 몇 개 요소가 있지만, 자본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는 없겠죠. 그런데 저는 그보다는 IOC의 특성을 우리가 고려해야 되거든요. 이게 뭐냐면, 1894년에 IOC가 창설된 이후부터 굉장히 귀족주의적 전통이 있습니다. 초창기 멤버는 대부분 다 귀족과 명망가 중심이었고요. 이런 전통이 1990년대까지는 계속 이어졌거든요. 이런 전통으로 인해서 IOC 외교의 특징이 굉장히 폐쇄적이고 밀실담합적인 특성이 있습니다. 때문에 정부의 어떤 공식적인 채널도 유효는 하지만 IOC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IOC 내부 인맥과 연결돼 있는 채널이거든요. 이게 가장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IOC 위원입니다. 예를 들어서 이전에 김운용 IOC 위원이 계실 때는 김운용 위원이 공과가 많은 분이지만, IOC 내에서 자신의 계파를 형성할 정도로 많은 영향력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이건희 회장은 삼성이 IOC의 올림픽 파트너, 스폰서였기 때문에 이건희 회장도 많은 영향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또 박용성 위원 등도 스포츠계에 탄탄한 인맥이 있었기 때문에 국제 스포츠계에 많은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었거든요. 이런 올림픽과 관련된 국제 스포츠계의 외교력 전성기는 우리가 2000년대 초반까지 누렸고요. 이 분들이 사라지게 되면서 지금은 굉장히 스포츠 외교력이 축소가 됐죠. 지금 우리나라에 두 분의 IOC 위원이 계시지만, 이 분들은 국제 스포츠계에서 그렇게 영향력이 없고요. 때문에 본질적으로 보면 한일 간의 스포츠 외교력의 격차가 이런 문제를 불러왔다, 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최형진: 조금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IOC가 굉장히 보수적인 집단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스폰서나 인맥을 늘려야 일본과의 외교력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말씀으로 들리는데요. 맞습니까?

◆ 최동호: 맞습니다. 예를 들면, 지난 세기, 20세기 한국 스포츠는 선수들의 경기력이 세계 정상에 올라간 성과라고 볼 수 있겠고요. 이게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의 성과라고도 볼 수 있겠죠. 그런데 엘리트 스포츠에 우리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서 잃어버린 게 있죠. 경기력 이외에 스포츠 외교라든지 스포츠 행정이라든지, 이런 분야에서 운동을 직접 했던 분들이 진출해서 활약을 해야 되는데 이런 인재들을 우리가 키우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스포츠 인재라고 한다면, 올림픽에 나가서 메달 따는 사람들만 스포츠 인재로 생각했지, 올림픽 IOC 위원이라든지 각종 스포츠 단체에서 활약할 수 있는, 또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행정인으로 활약할 수 있는 분들을 키우진 못했거든요. 이에 대한 반성이 있었고, 이제서부터 이런 분야에도 신경을 쓰고 있는데,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우리가 올림픽에서 메달 따는 것만 생각했지, 국제 스포츠계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인재들을 제대로 길러내지 못했다, 이거에 대한 한계를 지금 겪고 있는 거다. 

◇ 최형진: 올림픽 조항 50조를 근거로 철거를 요구했는데 도대체 이 올림픽 조항 50조가 어떤 내용입니까? 

◆ 최동호: 이게 올림픽 헌장 50조거든요. 먼저 올림픽 헌장이라는 건 IOC의 헌법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어떤 내용이 담겨있냐 하면, IOC 운영, 올림피즘에 대한 기본적인 원칙과 개념을 밝힌 거고요. 올림픽을 어떻게 조직하고 운영하느냐에 대한 기준과 원칙이 담겨 있습니다. 올림픽 헌장 50조에 정치적·인종적 선전을 금지한다, 이런 조항이 있거든요. 이 조항에 근거해서 현수막을 철거하도록 요청한 건데, 이 조항을 보면 문제는 좀 많이 있어요. 왜냐하면 정치적 선전이라고 표현이 돼있거든요. 어디까지가 정치적 선전이고 어디까지 허용이 되고 무엇이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습니다. 때문에 해석의 여지가 굉장히 많이 있거든요. IOC의 정치적 행위, 정치적 선전이라고 판단하는 기준이 사안마다 적용이 달라질 수도 있고요. 이것이 바로 근본적으로 IOC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다, 이게 외교력이다, 이렇게 보는데요. 대표적인 사례로 평창 동계 올림픽 때는 일본이 IOC를 움직여서 우리로 하여금 한반도기와 지도에서 독도를 삭제하도록 만들었죠. 그런데 우리는 이것을 못하고 있는 겁니다. 

◇ 최형진: 그런데 일본 같은 경우는 자기네 지도에 독도 넣어 있잖아요? 이게 왜 이렇게 IOC 쪽에서 말 그대로 차별을 하니까 저희 국민들이 지금 화가 나는 거 아니겟습니까?

◆ 최동호: 그렇죠. 우리가 백번을 양보해서 독도에 대한 우리 국민의 정서라든지 역사적 대의 이런 거 다 빼고, 백번을 양보하고 국제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최소한 확인될 수 있는 팩트가 독도가 영토분쟁 지역까지는 인정을 할 수 있겠죠. 그렇다고 한다면 영토분쟁지역이라는 것은 분명한 팩트인데, 그렇다면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의도하고 충분히 판단할 수는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IOC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독도 표기 지도와 관련해서 일본의 해명, 그러니까 정치적 의사는 없고 지형학적인 관점에서 표기를 한 거다, 이걸 그대로 수용했거든요. 그니까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인데, 이게 IOC를 설득하고 IOC에 영향력을 행사한 결과다, 라고 볼 수 있는 거죠. 한 가지 아쉬운 건, 욱일기 문제도 마찬가지고요. 독도 문제도 마찬가지고요. 이미 2년 전 2019년부터 집중적으로 이슈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때마다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도 IOC와 협조해서 잘 해결하겠다, 협조가 되고 있는 중이다, 라는 인터뷰를 계속 했었거든요. 이제 보니까 욱일기 문제는 아직까지도 해결이 안 되어 있다는 거죠. 

◇ 최형진: 말씀하신 욱일기의 경우, 경기장 반입에 문제가 없다, IOC 측이나 일본에서 이런 입장인데요. 욱일기 사용 막을 수가 없는 상황입니까?

◆ 최동호: 일단 IOC와 우리 선수단, 대한체육회가 욱일기 사용규제를 하겠다는 약속을 IOC로부터 받아내고 우리가 현수막을 철거했다, 이게 대한체육회의 입장이잖아요. 그런데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IOC와 대한체육회 간의 대화, 약속은 우린 모른다, 우리는 욱일기가 경기장 반입물품에 포함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이 자세인데, 이것은 외교적 농락입니다. 우리가 외교적으로 농락을 당한 거라고 볼 수 있고요. 욱일기의 경기장 외 지역에서의 사용은 IOC 입장에서는 경기장 밖이 어디까지냐가 중요한데, 거리에서 욱일기를 사용하는 걸 IOC가 규제하긴 힘들겠지만 IOC가 노력을 한다면 경기장 바로 밖의 인근 지역에서 욱일기 사용을 규제하는 건 할 수 있겠죠. 

◇ 최형진: 좀 안타까운데, 지금 사실 중국이나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고. 역사적으로 피해본 국가는 대부분 욱일기를 전범기로 인식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IOC도 이런 사안을 알겠죠?

◆ 최동호: 지금 모를 일은 없겠죠. 몇 차례 문제가 됐고, 그때마다 민간차원에서 또 정부 차원에서도 욱일기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충분히 설명을 했기 때문에 모를 일은 없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아쉬운 건데, 한 가지 좀 더 아쉬운 건 조금 전에 말씀해주신 대로 2차 세계대전에서 피해를 본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거든요. 우리도 앞장서서 욱일기 반대를 주장하는 한편, 우리가 주도를 해서 중국과 동남아 지역 등등의 많은 여러 나라들과 연대해서 욱일기 문제를 관철시킬 수 있는 충분한 배경도 있거든요. 그런데 이거조차 제대로 조직이 되지 않았습니다. 연대되지 않았고요. 이게 한국 스포츠 외교력의 부재라고 저는 보는 거죠. 

◇ 최형진: 그럼 국민의 입장에서 한 가지 더 여쭤보겠습니다. 지금 일본 같은 경우는 배 째라 식이고 우리나라는 평창 동계올림픽 때도 보면 결국 한반도기에서 독도를 표기 안 했거든요. 50조 안 지키고 우리나라도 될 대로 돼라,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되는 겁니까?

◆ 최동호: 당시 우리 정부로서도 한 가지 고민되는 지점은 있었죠. 뭐냐 하면 개최국가의 입장에서 한반도기 독도표기, 조직위원회 독도표기와 관련해서 일본이 문제를 제기했을 경우에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우리 입장에서만 주장하고 행동한다면, 개최국가의 입장에서 올림픽 기간 동안에 많은 이슈로 떠오르면서 복잡한 사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걸 염려해서 한반도기에서도 그렇고 다 삭제를 한 거거든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면 정부의 판단도 나름의 수용할 만한 일리는 있다고 보는데, 국민적인 정서로 봤을 때 잃은 게 너무 많다, 그리고 우리가 수용했다고 해서 IOC나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선의를 계속해서 이해를 해주느냐, 그것은 아니라고 보거든요. 시대가 지나가도 변함없는 원칙이나 명언이 하나 있죠. 국제관계에서 힘의 원칙이 관철된다고 봤을 때 우리 정부의 선의나 평창 동계올림픽 때 우리의 선의를 IOC도 그렇고요, 국제사회에서 이해해주면서 도쿄 올림픽 때 똑같은 일이 반복됐을 때 우리 입장을 이해해줄까? 그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 최형진: 스포츠를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보수적인 IOC도 결국 시대흐름에 따라 바뀌어야 되는 게 아니냐, 예를 들면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 이후에 축구판에서도 이런 의식을 하거든요. 이런 목소리도 있지 않습니까?

◆ 최동호: 그렇죠. 말씀하신 대로 IOC가 굉장히 보수적이죠. 그래서 변화를 쫓아가는 데 굉장히 더디거든요. 그런데 이익과 관련된 변화는 일찌감치 수용을 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건 올림픽 종목을 매 대회마다 교체를 하죠. 이게 무슨 뜻이냐면, 더욱 재미있는 경기, 시청률을 재고 할 수 있는 경기를 계속 수용하겠다는 거거든요. 수입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는 변화를 일찌감치 수용했고, 단 한 가지 예를 들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 존 칼로스하고 토미 스미스, 블랙파워 살루트(Black Power Salute)라고 하는 인종차별 반대를 하는 퍼포먼스를 벌였죠. 우리가 생각을 해보는 겁니다.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이 저항이 과연 처벌받을 일인가, IOC는 평화와 화합을 주장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하면 이들에게 오히려 표창을 줘야 하는 게 아닌가요? 그런데 이들은 선수생명이 중단됐거든요. 징계를 받고. 그리고 이번에 중요한 변화의 시사점이 있는데, 무릎 꿇기 저항 퍼포먼스와 같은 보편적 가치에 준하는 행위는 허용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아주 작지만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변화의 자세를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IOC가 한 가지 보여줬습니다. 

◇ 최형진: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최동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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