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시간 : [월~금] 10:30~11:30
  • 진행: 최형진 / PD: 이은지 / 작가: 구경숙

인터뷰 전문

[저자 인터뷰] 김제동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 '사랑고백, 파뿌리, 그리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1-03-29 12:32  | 조회 : 1157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1년 3월 29일 (월요일)
□ 진행 : 최형진 아나운서
□ 출연 : 김제동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형진 아나운서(이하 최형진): 그럴 때 있으시죠? 수업시간에도, 사회에 나와서도 
질문을 하라고 하면 말문이 막히는 경험, 한 번쯤은 해 보셨을 것 같은데요. 우리는 모르는 것을 알고 싶을 때도 질문을 하고,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할 때도 질문을 합니다. 우리는 어떤 질문을 하고, 어떤 답을 하고 있을까요? 오늘 초대석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도 같은데요. 신간 <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으로 2년 만에 찾아 온 김제동 작가, 전화연결 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제동 작가(이하 김제동): 네, 안녕하세요.

◇ 최형진: 요즘 어떻게 지내셨어요?

◆ 김제동: 맨날 하는 얘기가 그것 밖에 없네요. 같이 사는 개가 있습니다. 강아지라고 하긴 좀 커서요. 개랑 함께 걷습니다. 출판사에서 인터뷰 하라 그러면 가끔 인터뷰도 하고요.

◇ 최형진: 알겠습니다. 말씀을 이렇게 끊어서 하시니까 굉장히 슬퍼보이시는데, 행복하게 지내고 계신 거죠?

◆ 김제동: 제가 슬퍼 보이는 건 생후 6개월 정도부터 그랬다고 하는데요. 맨날 슬프지 않습니다. 생후 6개월부터니까, 그럴 수 있죠.

◇ 최형진: 책 이야기 바로 들어가 볼게요. 책 제목이 <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입니다. 저희가 그런 얘길 하잖아요. 시험공부 할 때 질문에 답이 있다, 잘 읽어봐, 그런 의미인가요?

◆ 김제동: 그런 것 다 들으시면서 공부했습니까? 우리는 질문에 답이 있다고 하면 계속 질문 속의 답 찾다가 결국 답 틀리고 야단맞고, 질문에 답이 있다 그래놓고 왜 없어, 이런 생각하고 그랬는데요. ‘저 사람을 좋아하면 어떤 얘기를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연인이 될 수 있지?’, 이런 고민할 때도 사실 질문에 답이 있잖아요? 사실 내가 저 사람을 사랑한다는 답이 있는 거잖아요. 그리고 ‘세상은 왜 이렇지?’라는 생각을 할 때도, 그런 질문을 하는 순간에 ‘내가 세상에 대한 답을 구하고 있구나’라는 답을 찾은 거 잖아요. 그런 의미인 것 같습니다.

◇ 최형진: 이전에 쓴 책들과는 다른 형식입니다. 인터뷰는 워낙 잘하시잖아요?

◆ 김제동: 최고죠.(웃음)

◇ 최형진: 네, 최고죠. 전문 분야를 살렸다고 보면 될까요?

◆ 김제동: 원래 인터뷰집을 두 권 정도 냈었고요. 이번이 세 번째 인터뷰집이네요. 인터뷰라는 일이 사람 속을 들여다 보는 거잖아요. 또 사람 속을 들여다 보려면 자기 속을 드러내 보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고, 서로 밑천 다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는 거니까 저는 그 과정이 즐겁기도 했고요. 인터뷰는 사전에 저에게 전화하신 작가님이 제일 잘하시는 것 같은데요. 작가님이 아주 기가 막히게 하시는 것 같습니다.

◇ 최형진: 한 청취자 분이 ‘저 김제동 씨 인터뷰집 앞의 두 권 다 사서 봤어요. 이번에도 꼭 사서 볼게요.’라고 하셨는데요.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인가요?

◆ 김제동: 네, 그 책이고요. 그 책은 인세가 전액 기부였습니다. 그래서 장학재단 만들어서 장학금을 지금도 함께 아이들과 나누고 있거든요. 어차피 공동소유니까 나누고 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서요. 제가 이 말씀 드린 이유는 청취자 님께, 그때 그건 전액 기부였기 때문에 저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됐고요. 이것도 먼저 받은 인세는 이미 다른 데로 갔어요. 꼭 좀 전해주십시오.(웃음)

◇ 최형진: 알겠습니다. 이번 책을 보니 양자물리학, 달, 경제, 뇌 과학 등 함께한 일곱 분이 각각 다른, 게다가 만만치 않은 분들이에요. 준비하시는데 시간이 상당히 필요했을 것 같은데요?

◆ 김제동: 사실은 세상에 만만한 사람 없죠. 누구든 만만해서도 안 되고, 저만 만만하시면 되고요. 그런데 인터뷰 하시는 분들이 강연을 하시던 분들이고요. 저도 모르는 걸 모른다고 물어보는 거라서 사실 이런 얘기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진짜 큰 준비를 안했습니다. 왜냐하면 물어볼 것이 많아서 한다고 생각했고, 제가 무언가를 알면 물어볼 때 진정이 떨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항상 공부 못하는 애들이 이런 핑계를 대잖아요. 그래서 전혀 몰라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함께 이야기해주신 분들 중에서는 평소에 다 알고 지내던 분들이 많아서 ‘얘기 못하기만 해봐’ 하며 협박하기도 하고 그랬지요.

◇ 최형진: 그래도 아는 게 어느 정도 있어서 질문도 가능하잖아요.

◆ 김제동: 양자물리학 등은 이야기하면서요. 사실 솔직히 좀 있어 보이잖아요.

◇ 최형진: 양자물리학 같은 거요?

◆ 김제동: 영화제목도 있긴 했지만, 양자역학 등 이야기 하면서 전혀 몰라도 아는 척 할 때 좋겠더라고요. 물론 밑천이 금방 드러나겠지만요. 그래서 궁금했었고, 김상욱 선생님 책은 <떨림과 울림>이라는 책의 추천사를 쓰면서 한 번 읽어서 굉장히 관심도 있었고요. 세상의 이치, 법칙 등을 과학에서는 어떻게 설명할까 하면서 재미있었고요. 보이지 않는 세계라고 저는 이해했거든요. 양자역학, 더 큰 세계의 천문학, 우리가 사는 공간인 건축, 우리가 구상하고 있는 정신세계의 뇌과학, 그걸 실현하는 세계인 인문학, 공룡시대 그 이전부터 우리 생명의 기원, 또 우리가 실현하고 있는 세계에서 어떤 것을 받고 어떤 것을 주어야 할지, 기본소득, 경제 등을 포함해서 일곱 가지 분야입니다. 

◇ 최형진: 말씀하실 때 몰입되네요.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책이라고 하는데, 내용에서 경계에 대한 부분들이 나옵니다. 과학에서도 건축에서도, 더불어 함께 살아가기 위해 경계가 꼭 필요한 부분이라는 건가요?

◆ 김제동: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는 거죠? 저는 자기 경계가 확실한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경계를 침범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요. 국가 간에서 국경이 있는 것이고 개인 간에도 경계가 있는 것이죠. 가끔 그런 경계를 넘는 질문들을 너무 많이 합니다. 예를 들면 너는 언제 돈 벌거니, 언제 결혼할 거니 등이요. 저는 그럼 늘 대답해요. 아침 여섯시 반쯤 할 거라고, 남들 깨기 전에 당신 모르게 할 거니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하는데요. 

◇ 최형진: 그런 일상에서 각자만의 경계가 굉장히 중요하고, 경계를 넘어선 질문들은 하지 말하야 한다는 뜻이군요.

◆ 김제동: 본인의 경계를 확실하게 할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경계를 존중할 수 있고, 역설적으로 그런 사람들이 경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최형진: 왜 이렇게 멋있죠?

◆ 김제동: 그렇죠? 괜찮죠?(웃음) 이런 것 약간 있어 보이고 괜찮은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좀 모호하긴 해요. 책에서도 그런 얘기를 하기도 하고, 우리가 살면서 만나고 부딪히는 여러 가지 일상적인 일들이 어떻게 학문적으로 설명이 되고, 함께 길을 만들어 나갈 때 도움이 될까 궁금했고요. 그리고 제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질문할 때 오히려 훨씬 편했던 것 같아요.

◇ 최형진: 한 청취자 분께서 ‘예전에 쓴 책이 있었나요? 처음 책 쓰신 줄 알았는데, 대박.’이라고 보내주셨네요. 더 열심히 하셔야겠는데요.

◆ 김제동: 그렇네요. 

◇ 최형진: 사실 책 많이 내셨잖아요?

◆ 김제동: 이 책 전에는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김제동의 헌법 독후감)> 냈었고요. 그게 잘못 알려져서 강연처럼 됐는데요. 읽고 난 다음의 독후감은 모두의 몫이잖아요. 독후감 썼었고, 헌법을 읽었을 때 되게 많이 울고 감동했던 경험이 있어서요. 너무 짦아서 굉장히 감동했어요. 그래서 울었어요. 이렇게 짧을 줄 알았으면 미리 읽을 걸 하면서요.

◇ 최형진: 또 의미 있는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여러 분야의 이야기를 한 번에 들어 볼 수 있게 되는데, 그런 부분도 있더라고요 살면서 절대 포기하지 못할 것들, 우리가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잖아요. 작가님이 포기하지 못하는 부분은 어떤 부분입니까?

◆ 김제동: 설거지죠. 설거지 같은 것들이요.

◇ 최형진: 설거지요? 어떤 의미입니까?

◆ 김제동: 잠깐의 갈등 때문에 포기하면 나중에 훨씬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하거든요. 설거지와 고백은 미루지 말자, 이게 요즘 제가 하는 생각입니다. 미루면 훨씬 더 큰 대가를 치릅니다.

◇ 최형진: 고백은 어떤 의미입니까?

◆ 김제동: 대부분 미루잖아요? 경계가 있으니 상대에게 알려주는 것은 좋다고 생각해요. 다만, ‘나 당신 좋아야’라고 하고 그 쪽에서 아니라고 하면 물러나는 건데요. 그런 것들을 미루지 말자는 거죠. 그냥 한번 해본 얘기예요. 미루지 말자, 인생에서 포기할 수 없는 것, 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한데요. 사실 우리 너무 거창한 얘기를 하다가 진짜 중요한 이야기를 놓치고 사는 경우가 저는 굉장히 많거든요. 그래서 요즘 파 키우다 보니까요. 파 키울 때 뿌리를 조금 짧게 잘라야 올라올 때도 굵게 올라오는데요. 올라오는 굵기가 달라서요. 그리고 실뿌리 같은 것들을 좀 더 짧게 자르면 크기가 더 온전하게 자란다는 얘기가 있어서요. 그런 것들 요즘 잘 포기 못하겠네요. 파의 굵기 같은 것들요.

◇ 최형진: 무언가 거창한 삶의 교훈이 나올 줄 알았는데, 파뿌리 이런 얘기하시네요.

◆ 김제동: 거창한 삶의 교훈을 제가 무얼 알겠어요. 몰라요. 그런 것 어떻게 알아요.

◇ 최형진: 김제동 작가님 나오시니 문자가 많이 오고 있는데요. 한 청취자 분께서 ‘제가 아는 그 김제동 맞아요? 슬라생 매일 듣다보니 이런 행운도 오네요. 만난 분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누구였나요?’ 라고 물어보시네요.

◆ 김제동: 일곱 분 만나 뵀잖아요. 보통 이런 경우 돌려서 다 기억에 난다, 어느 분을 찝을 수 없다고 하는데요.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심채경 천문학자요. 별에 대한 이야기나 칼럼이 워낙 좋아서 제가 꼭 만나 뵙고 싶었는데, 만나서 얘기할 수 있게 되어 굉장히 좋았어요.

◇ 최형진: 아쉽지만 마지막으로 질문을 드릴게요. 이번 책이 코로나19, 새로운 세상에 사는 우리에게 안부가 됐으면 한다고 하셨는데, 이 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한 강력한 무기로 활용할 수 있을까요?

◆ 김제동: 출판사에서는 그러라고 했는데요. 그게 강력한 무기까지 되겠어요? 그렇게까지는 안 돼요. 책이 굉장히 두꺼워요. 라면 드시고 받침대로 쓰시고 베고 잘 수 도 있겠더라고요.

◇ 최형진: 출판사의 입장을 좀 대변해주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하하.

◆ 김제동: 그쪽에서도 유튜브tv 있고 한데, 대변하겠죠.(웃음)

◇ 최형진: 담당 PD가 최근 산 책 중에 가장 두꺼웠다고요.

◆ 김제동: PD님 사셨대요? 좋은 사람이네요. 제가 파 하나 보내드릴게요. 사실 지금 살아가는 데 가장 강력한 무기는 책에도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그것보다 파의 실뿌리 부분을 아주 짧게 잘라서 심으시고요. 숨 쉴 공간이 필요하거든요. 밑동을 짧게 하셔야 굵기가 굵게 올라옵니다. 그리고 온도를 잘 유지하시면 파는 다년생식물이라 계속 키워서 드실 수 있습니다.

◇ 최형진: 무슨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나오셨습니까? 하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 김제동: 감사합니다. 제 책 베고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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