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시간 : [월~금] 10:15~11:30
  • 진행: 박귀빈 / PD: 이은지 / 작가: 김은진

인터뷰 전문

"돈쭐이요?" 경찰 감사장 받으러 미용실 가는 마트 사장님 근황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1-03-08 13:29  | 조회 : 1240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1년 3월 8일 (월요일)
□ 진행 : 최형진 아나운서
□ 출연 : 이인자 마트 사장님,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형진 아나운서(이하 최형진): 배고픈 형제에게 치킨을 제공한 치킨집, 예리한 판단력으로 손님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은 마트 등 좋은 일을 한 소상공인들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머리 아픈 뉴스들 사이에서 한 번쯤 주변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소식들인데요. 해당 마트 운영하고 있는 이인자 사장님 전화연결해서 
당시 이야기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인자 사장(이하 이인자): 안녕하세요.

◇ 최형진: 오늘도 마트에서 전화를 받으시는 건가요?

◆ 이인자: 네, 이 시간에 마트에 있습니다.

◇ 최형진: 마트를 운영한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 이인자: 지금 26년째입니다.

◇ 최형진: 지난달 28일에 일어난 일입니다. 슈퍼는 오가는 분들이 많잖아요. 다른 점이 있었습니까?

◆ 이인자: 특별한 다른 점은 없었어요. 

◇ 최형진: 그런 말도 했잖아요. 번개탄 하나와 소주 두 병을 샀는데요. 번개탄 하나로는 부족한지 물어봤다고요.

◆ 이인자: 조그만 소리로 저한테 말했어요. 그래서 손가락으로 하나만 더 달라고요. 그 말만 했어요. 그런데 번개탄을 샀다고 해서 모두 의심할 일은 아니에요. 주택이나 밖에서 번개탄으로 불 피워서 숯불에 고기를 구워먹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손님이 얼굴이 다 보이지는 않지만, 안색이 어두워서 제가 말을 걸었어요. 가족들끼리 고기를 구워 먹으시나봐요 하고요. 보통 그럼 손님들이 가족들끼리 모여서 고기 구워먹어요 등 말씀을 하시거든요. 즐거운 일이니까요. 그런데 이 분은 아무 말씀을 안 하시는 거예요. 거기다 번개탄을 하나 더 달라고 하니, 제가 느낌이 너무 안 좋은 거예요. 그래서 마침 손님이 있었는데 이러이러하다 말하니, 그거 가지고 신고하긴 그렇지 않느냐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느낌이 너무 안 좋으니, 그 분이 저를 보잖아요. 그래서 가게 안에서 차 번호를 보고 적었어요. 차 번호를 적지 않으면 제가 신고해도 못 찾잖아요. 그래서 차 번호를 적긴 했는데, 경찰관님들 바쁜데 헛걸음하실까봐 30분 정도 고민을 했습니다.

◇ 최형진: 가족 분들에게도 여쭤보셨습니까?

◆ 이인자: 고민하다 큰 딸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봤어요. 딸이 엄마 느낌이 그렇게 안 좋으면 신고를 한번 해보시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신고를 했습니다. 더 중요한 건 경찰관님들이 신속하게 빨리 오셨어요. 전화를 하자마자 2-3분 안에 오신 것 같아요. 그분들이 그렇게 빨리 안 움직이셨으면, 빨리 발견을 못하죠. 모든 것이 박자가 잘 맞은 것 같아요.

◇ 최형진: 말씀을 들어보니, 참 따뜻한 분이신 것 같아요. 경찰관들이 헛걸음하실까봐 고민도 많이 하셨나봐요.

◆ 이인자: 그렇죠. 바쁘신데 오인신고하면 그렇잖아요. 그것도 참고를 해야죠.

◇ 최형진: 갑자기 느낌이 안 좋으신 건가요?

◆ 이인자: 제가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갖는 이유가 있는데요. 저희 마트가 학교 앞입니다. 학교 앞이다 보니 학생들이 시험 끝나고 오면 시험을 잘 본 아이들은 즐거워하는데, 시험을 못 본 아이들은 우울해해요. 그럼 애들끼리 빈말이라도 “죽어버려야지” 하거든요. 그럼 제가 막 야단치고 이야기도 해주고, 제가 엄마 같기도 하고 인생 선배기도 하잖아요. 제가 애들하고 그런 대화를 많이 합니다. 그래서 사람에 관심을 많이 갖는 편입니다. 사람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 최형진: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한 손님이 이 후에 어떻게 되셨는지는 들으셨나요?

◆ 이인자: 경찰에 제가 신고하고 난 뒤엔 연락을 못 받았어요. 궁금하긴 했는데, 경찰서에 전화해서 물어보기도 그렇잖아요. 그래서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3월 3일 오후 4시 넘어서 어느 언론사 기자님에게 전화가 왔더라고요. 궁금했는데 그 분이 소식을 전해주셔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 최형진: 집으로 잘 돌아가셨다고 합니까?

◆ 이인자: 경찰들이 연락해서 가족 분들이 모시고 가셨다고 합니다. 남동생하고 신랑 님이 오셔서 모시고 갔나 봐요.

◇ 최형진: 빨리 신고를 해주시고, 예리한 관찰력으로 안 좋은 상황을 막았는데요. 인터넷 누리꾼들 사이에서 마트에 대한 관심이 높더라고요.

◆ 이인자: 엄청나다고 하더라고요. 돈쭐 내러 가자고 하는데 그거하고는 큰 영향은 없습니다.

◇ 최형진: 단골 고객 외에 다른 고객들 많이 안 찾으세요?

◆ 이인자: 오래된 아파트다 보니 동네 분들이 연세가 많으세요. 그러다보니 축하한다고 전해주시고, 일부 손님 분들이 신경 써주시긴 하는데요. 돈쭐은 아직까지 못 받았습니다.

◇ 최형진: 가게가 전북에 있나요?

◆ 이인자: 전북, 전주에요. 경기도에서도 전화오세요. 전주 오면 놀러온다고 하시고, 어떤 분은 경기도에서 택배로 물건을 부쳐달라고 하시고요. 제가 마음으로만 받겠다고, 나중에 전주 한옥마을 놀러 오시면 저희 가게 놀러 오시라고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니 좋긴 한데, 그 분도 이번 기회에 힘을 얻어서 저처럼 웃으면서 살면 좋겠습니다. 제 바람입니다.

◇ 최형진: 오늘 경찰 감사장 받으신다고요?

◆ 이인자: 오늘 오신다고 합니다. 다른 때는 머리를 안 만지는데, 오늘은 청장님이 오신다고 하니 미용실을 예약해놨습니다.

◇ 최형진: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 최형진: 이렇듯 누리꾼들 사이에서 이런 소식이 이어지면서 해당 상점들에 돈쭐을 내겠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데요. 좋은 일을 한 가게에서 물건을 사겠다는 움직임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 전화연결해서 들어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허경옥 교수(이하 허경옥): 안녕하세요.

◇ 최형진: 앞서 말씀 나눈 슈퍼 사장님과 최근 배고픈 형제에게 공짜로 치킨을 대접한 홍대 앞 치킨집 등에 누리꾼들이 '돈쭐'을 내주자는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돈쭐'이라는 게 많이 팔아주자는 의미라고요?

◆ 허경옥: 네, 신조어고요. 재미있게 용어가 만들어진 것 같은데요. 돈을 많이 벌어서 혼나 보라는 재미있는 표현이고요. 재미있는 건 너무 주문이 많이 와서 실제로 혼 났잖아요. 너무 주문이 많이 와서요. 그런데 아름다운 치킨집 사장님은 음식 질이 떨어지니 받을 만큼만 받겠다고 했다고 해요. 그러니 소비자와 사장님, 상호 간의 얼마나 아름다운 스토리입니까.

◇ 최형진: 단순한 소비와는 벗어난 행동을 보게 되는데, 이런 의미를 가진 소비 활동을 '미닝아웃'이라고 한다고요, 

◆ 허경옥: 예를 들면, 영화표를 구매했는데 가지는 않는 거예요.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가는 것이 어쩌면 더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으니까요. 이러는 이유는 영화계가 어렵기 때문에 도움을 주고 싶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구매는 하지만 가지는 않고, 다른 사람들이 띄엄띄엄 앉을 수 있도록 하는 소비행동이 나타나는 겁니다.

◇ 최형진: 착한 소비 같은데요. 과거 공정무역 상품을 구매한다거나 이런 행동과 차이가 있는 겁니까? 

◆ 허경옥: 넓은 의미에서는 유사하고, 다른 눈으로 보면 차이도 있는데요. 공정무역은 제조 과정에서, 제조, 판매하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봅니다. 예를 들어, 가장 유명한 것이 커피 생산 과정에 저개발 국가 10살 정도의 어린 아이들이 보고 나서 소비자들이 값이 비싸도, 공정하고 노동자를 착취하지 않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나름대로 공정무역을 촉진하는 겁니다. 그런데 치킨집 사장님,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영화표를 사지만 가지 않는 것 등 이런 경우는 어떻게 보면, 지역과 소비자의 동반 상생인 거죠. 우리가 흔히 동반성장이라고 하면 기업과 기업의 이야기잖아요. 기업과 하청업체 등이요. 그런데 소비자가 직접 참여해서 소비자와 자영업자, 소비자와 기업들 간의 동반 상생의 방법이라고 볼 수 있는 겁니다. 공정 무역, 미닝 아웃 등도 유사한 것이죠.

◇ 최형진: 단순히 물건을 사는 행동을 벗어나 이렇게 소비 활동에 의미를 담는 소비자들이 많이 늘어나는 이유가 있을까요?

◆ 허경옥: 소비가 소유, 내가 사서 가져오는 것보다 소비 행동 자체에 가치를 두는 것이죠. 소비자도 연예인처럼 공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공인이라고 생각해서, 소비자의 역할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거죠. 가져오고 사는 것을 떠나서요.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 최형진: 다른 캠페인이나 기부 등이 아닌 이런 소비를 택하는 이유가 뭘까요?

◆ 허경옥: 제 생각에는 갑자기 1인 소비자가 캠페인을 하기엔 자신 없고, 기부라고 하면 거창하고요. 5천원 만원, 소액 기부는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잖아요. 또한 소비자는 기부금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소극적인 역할을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런 경우엔 재미도 있고, 보람도 더 느껴지고 자신의 작은 돈이 직접 자영업자, 어려운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젊은 소비자들이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 최형진: 이런 현상과는 반대되는 상황도 있습니다. 기업이나 매장을 돕는 소비도 있지만, 최근 일본 불매 운동이나 일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기업에 대한 불매 운동 등도 이렇게 의미를 가진 미닝 아웃의 하나로 봐도 될까요?

◆ 허경옥: 넓은 의미에서 그렇다고 보는 거죠. 결국 사주기 운동, 불매 운동 모두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하고 자신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것으로 큰 의미로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사주기 운동 등은 바람직하지만, 자극적인 내용 때문에 불매 운동에 너무 휩쓸리는 것은 조심하는 것이 좋지요. 잘못된 1인 소비자가 즉흥적으로 해서 특정 자영업자가 피해를 입는 등의 경우 말이에요. 정확하지 않은데 불매 운동을 벌이는 것은 조심할 필요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불매운동도 소비자의 의견을 표출하는 의미에서는 일종의 적극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최형진: 소비자들이 이렇게 변하면 기업도 함께 변해야 할 것 같은데요? 영향이 있습니까?

◆ 허경옥: 그럼요.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소비자 행동에 민감하고 관심도 많고 대응도 적극적으로 합니다. 특히 과거와 다른 점은 과거엔 많은 사람이 길에서 모여 캠페인을 했지만, 지금은 단 1인 소비자라도 집에서 SNS 등 다양한 매체에서 자신의 의견을 올렸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면서, 순식간에 소비자 운동이 촉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문에 지금은 기업들도 1인 소비자에게도 관심이 많고, 대응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왕이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도록 노력해야 하고, 일부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죠.

◇ 최형진: 마지막으로 이런 미닝아웃, 착한 소비 추세가 계속될까요?

◆ 허경옥: 지속됐으면 좋겠습니다. 글을 읽는 사람들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순간 감동이 오지 않습니까. 이런 것들을 언론이 적극적으로 알렸으면 좋겠는데요. 사실 아주 극소수의 일명 블랙컨슈머라고 해서, 요즘 소비자들이 너무 까다롭고 자기중심적인 면도 있고 고발도 많이 해서, 많은 자영업자나 기업들이 극소수의 소비자들 때문에 두려움을 가져서 장사를 못합니다. 그런데 이런 좋은 뉴스와 추세를 언론이 적극적으로 알려주면, 참여하지 않는 사람도 각박한 세상에서 마음이 아름다워지지 않습니까. 돈이 없는데도 치킨을 먹게 해줬다, 고마운 마음에 글을 올렸다 등의 이야기를 언론도 많이 알려서 모두에게 전파되어서 조금은 다른 사람에게 너그럽게 대할 수 있는 분위기가 확대되길 바랍니다. 그야말로 동반 상생, 기업과 소비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최형진: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허경옥: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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