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 진행 : 최휘/ PD: 신동진 / 작가: 성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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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로 소비되는 스타들의 '학폭논란'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1-03-02 08:40  | 조회 : 1071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1년 2월 27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연구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미디어비평] 스캔들로 소비되는 스타들의  '학폭논란'

- 2016년 '미투'와 비슷한 양상으로 번지는 '학폭폭로'..시대적 흐름으로 봐야
- 언론 '학폭' 보도 이슈 키우는데는 일조하지만 클릭 유도하는 '살라미식' 보도에 그쳐
- SNS 등 통해 쉽게 퍼나를 수 있는 미디어환경도 폭로 확산에 한몫
- 과열보도 속 2차가해 또는 의외의 피해자 없도록 보도에 대한 논의 선행되야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프로 배구선수로부터 시작된 학교폭력 논란이 연예계에 이어서 축구계 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또 새로운 학폭 피해자가 가해자를 공개하는 상황인데요, 미디어는 학교폭력 보도을 어떻게 다루고 있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소장님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김양원>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가 정말 높아졌다는 걸 느낍니다. 먼저 학교폭력 폭로에 대한 흐름을 좀 정리해볼까요?
 
◆ 김언경> 사실 학교폭력에 대한 폭로 글이 나오고, 그것이 당사자에게 치명적인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올해가 처음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직 본격적인 프로의 세계에 뛰어들지는 않았지만, 텔레비전에 출연해 인기를 얻기 시작한 사람에 대한 정도였습니다. 예를 들면 2013년 SBS <K팝스타3>에서는 절대음감이라며 극찬을 받았던 10대 여성 출연자가 일진 설에 휩싸였으나 제대로 해명하지 못한 채 하차했고요.  2013년 Mnet <슈퍼스타K 6>에서도 예선통과자가 본선에서 자진 하차했습니다. 

그런데 2019년부터 이런 논란이 점점 기성 연예인으로 넓혀졌습니다. 밴드 잔나비의 멤버가 학교 폭력 논란으로 밴드를 탈퇴했고, Mnet <프로듀스X101>에 출연한 연습생이 학폭 논란으로 하차하고 연습생 계약마저 해지되었어요. 올해에는 TV조선 <미스트롯2>에 출연해서 인기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던 가수 진달래 씨가 학교 폭력 전력을 인정하고 하차했기에 이릅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우연히 학교폭력 폭로가 겹쳐서 불거졌나보다 이렇게만 생각되는 정도였죠.

◇ 김양원> 그런데, 배구선수 이재영·이다영 선수의 학교폭력 폭로와 시인으로 학폭 논란이 불거지면서부터 ‘아 이렇게 학폭이 비일비재했나’ 이런 생각도 들고요. 몇 년 전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미투도 떠오르더군요? 

◆ 김언경> 네, '미투'와 비슷한 양상입니다. 저는 일단 2016년 미투와 같은 일종의 시대적 흐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학교폭력 고발이 늘어나고 이에 대한 언론이 반응하며, 퇴출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데에는 이제 우리 사회가 실력과 인기가 아무리 좋아도 그가 누군가에게 폭력을 가하는 가해자였다면, 이것은 용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국민적인 분위기가 강해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건 여성 배구계에서 매우 큰 인기를 누렸으며 팀 내에서 독보적으로 인정받는 이재영, 이다영 선수에 대한 폭로 이후 반응을 보면서 든 생각입니다. 언론과 시민은 두 배구선수에 대한 폭로에 강하게 반응했고, 두 사람이 폭력 전력을 인정하고 사과한 이후, 구단과 배구계는 두 사람에 대한 강력한 징계 조처를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일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 김양원> 이후 연예계와 체육계는 물론이고 거의 전 영역에서 학폭 가해자였다는 정말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 불거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런 폭로 글이 나오면 언론이 또 엄청난 보도로 뒷받침해주고 있는데요. 언론의 많은 보도량이 학교폭력이라는 이슈를 키우는데 일조하고 있는 건가요?

◆ 김언경> 이슈를 키우는데는 일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언론의 학교폭력 보도가 많긴 한데요. ‘과연 그것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제가 올 2월 10일부터 18일 정오까지 관련 보도가 네이버에서 '이재영 이다영 학교 폭력'이란 키워드로 관련 보도가 얼마나 있나 찾아보니 2466건의 기사가 나왔습니다. 키워드를 워낙 길게 넣어서 그렇지 사실 더 많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보도들을 보면 대부분 무책임하게 폭로 글을 전달하고 클릭 장사를 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보도량이 많지만 쓸 만한 내용이 없습니다. 폭로하면 폭로 글을 그대로 옮기고 사과하면 사과했다고, 하차하면 하차했다고 전하는 보도를 냅니다. 그들의 모습이 담긴 현수막이 내려졌다, 그들이 출연한 방송이 삭제됐다 그들이 이런 징계조처를 받았다 이런 소식 하나하나마다 모두 개별 기사로 만들어내거든요. 커다란 햄을 아주 얇게 썰어 먹는 '살라미'처럼 그야말로 이 자매에 대한 소식 하나하나를 잘라서 팔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살라미 보도'죠.

◇ 김양원>  ‘살라미’식 보도라고 하셨는데, 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언론의 열기가 식지 않고 계속 이슈를 이어갔기에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해 중징계를 이끌어낸 것이라는 평가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 김언경> 그런 평가도 가능할 겁니다. 아젠다 키핑이라고 하죠. 관련 보도가 많으면 그만큼 아젠다가 중요해지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저는 언론이 지금 하는 보도 행태는 학교폭력에 분노하고, 이 중대한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지보다는 그저 언론에 잘 팔리는 아이템, 그야말로 클릭수가 놓을 수 있는 어뷰징 거리가 늘어난 것으로만 여기고, 그런 측면에서 보도를 많이 내놓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렇게 학교 폭력 관련 보도가 많이 쏟아져 나와도 정말 필요한 보도는 찾기 힘듭니다. 
정작 이 과정에서 왜 우리 사회가 왜 이런 학교 폭력을 방치했는지, 왜 막아내지 못했는지 어른들의 잘못이나 사회의 문제 등 고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는 지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피해자의 고통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 그들의 고통이 하나의 사회 문제가 되어있음에도 지나치게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고, 그저 폭로내용 팔아먹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보니 이런 과열 보도 역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그저 열풍이 지나가면 또 다시 비슷한 현상이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 김양원> 학교폭력의 카르텔은 왜 끊이질 않는 건지, 이렇게 이번 학폭 논란의 근원을 찾고 지적하는 보도는 정작 없었다.. 이런 지적을 해주셨는데요. 오히려 일부에서는 가해자로 거론된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을 감싸는 듯한 보도들도 등장했어요.

◆ 김언경> 그렇습니다.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가 쓴 2월 16일 보도에 따르면, 배구계 두 선수가 아니라 다양한 탓을 하는 보도 유형이 있었는데요. 예를 들면 ‘프로선수의 SNS 사용이 문제’라거나 ‘올림픽 꿈 좌절되었다 ‘전력에 차질을 빚는다’ 등의 실력을 중시하는 보도행태가 있었다는 것이죠.
한마디로 이다영 선수가 SNS에 괴롭힘을 당하고 있어 힘들다 폭로하겠다는 식의 글을 쓴 이후, 어릴 적 피해자들이 이들에 대한 폭로글이 나오게 되었다는 점에서 SNS가 화근이 아니겠냐는 것인데요. 이런 보도는 노컷뉴스와 오센 등에서 나왔는데 오센 보도에서는 프로구단 관계자의 말을 빌어 “SNS 금지조항을 계약서에 추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구단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까지 전했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폭력이지 SNS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런 보도는 변죽을 울리는 보도라는 것이죠.
가장 비판을 받은 보도는 데일리안의 13일 [김태훈의 챕터투]라는 보도인데요.  이 보도는 제목이 ‘가해자 꿈도 산산조각, 학폭의 부메랑’이고 소제목은 '어머니 못 이룬 올림픽 메달 꿈도 물거품 위기'와 '학폭 피해자-가해자 넘어 사회적 손실 초래 경고'입니다. 보도 내용에서도 “승리 후 얼싸안은 쌍둥이 자매는 올림픽 메달을 꿈꿨다. 둘은 고교생이던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나란히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올림픽 메달은 없다. 1988 서울올림픽에서 주전 세터로 활약한 어머니 김경희씨가 이루지 못한 꿈이라 더 절실했다”고 매우 구구절절 보도했습니다.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 결정이 나오자 국가대표 올림픽 메달에 차질을 빚겠다고 걱정하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STN스포츠 2월 15일자 보도 ‘‘학폭’ 이재영·이다영, 올림픽 꿈도 무너졌다’에서는 “도쿄올림픽에는 쌍둥이 자매가 나란히 출전할 가능성이 높았지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며 “올림픽의 꿈이 무너졌다”고 썼습니다. 

학교폭력 논란이 연예계로 번지자 가해자로 지목된 연예인에 대해서도 KBS <사사건건 플러스>에서는 연예인의 학교 폭력을 주장했던 한 누리꾼에 대해 "본인이 허위사실을 인정하고 오히려 선처를 바라는 상황"이라며 "그걸 기초로 두 번째 세 번째 학교 폭력을 주장하는 그런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해 연예인 감싸기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이 연예인은 학교폭력 폭로에 대해서 인정하고 있지 않은데, 뒤이어 나온 폭력 주장들 역시 허위라는 취지의 발언들이 방송되었다는 점도...학교폭력 문제를 속단하는 행태로 비춰졌습니다.

◇ 김양원> 그런데 두 선수 이후 다른 연예인과 또 다른 운동선수에 대한 학교폭력 고발이 이어지고 있고, 이에 대한 보도들도 계속 나오고 있는데요. 문제는 이런 경우 대부분이 당사자들이 극구 부인하며 고발 글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들이 많다는 것인데요. 최근 불거진 기성용 선수 사례가 그렇습니다. 사실 과연 피해자인지, 가해자는 확실한지, 이런 부분에 대한 검증은 시간이 걸리긴 하잖아요. 이럴 때는 언론도 참 고민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 김언경> 일단 언론의 보도는 개인 폭로 글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자 주장의 사실 여부를 떠나서 피해자 분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폭로 글을 계속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에게 학교 폭력이 만연한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걸 막을 수는 없고, 이런 글들을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 갑질 문화에 지친 사람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분위기 속에서 일파만파로 퍼지는 분위기입니다. 이건 분위기와는 달리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도 깊은 연관이 있죠. 개인이 글을 쓰면 예전엔 금방 잠잠해졌지만, 지금은 쉽게 퍼나를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언론은 이런 글을 복사해서 붙여 넣는 보도에 그쳐서는 분명히 안 되겠죠. 상식적으로 언론에 어떤 제보가 들어오면 언론이 그걸 무조건 그걸 다 쓰지는 않고 이 고발이 사실일까 차분하게 검증해보려는 태도를 보이잖아요. 또 사실이라 하더라도 표현의 수위나 사진이나 영상 노출에 있어서 조심해야 하는 측면이 있는지 검토한 뒤 보도하잖아요. 이렇게 학교 폭력 보도도 다른 제보와 마찬가지로 취재를 거쳐서 보도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이 인정했을 경우나 명백한 범죄로 기록된 학교폭력 가해자일 경우에만 보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는데요. 저는 그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이 듭니다. 충분한 정황증거가 있고 여러 사람의 비슷한 중복된 증언이 있어서 조사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판단된다면 언론은 이를 차분하게 보도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고요. 과열 보도 속에서 어떤 형태로든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의가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논의의 전제에는 '학교 폭력을 없애자'는 분명한 입장이 있어야 하고요. 취재는 치열하게 하되, 성과가 있는 높은 사람, 실력이 있는 사람, 힘이 있는 사람이니 대충 지나가자는 언급은 나와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 김양원>  이번 학교 폭력 폭로 흐름이 실제 학교 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그런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보도가 되어야한다는 말씀 같아요. 마무리 말씀 한마디만 하신다면요?

◆ 김언경> 우리 모두 한번쯤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학교 폭력을 경험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특히, 자녀가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이 문제에 공감하는 측면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와 우리의 자녀 모두가 가해자이며 공범자이며, 가담자이며, 최소한 방관자였을 겁니다.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는 이 문제를 더 이상 남의 스캔들로 소비하지 말고, 또는 누군가를 비판하는 것에만 그치지말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현실로 직면해야 한다고 봅니다. 

◇ 김양원> 네, ‘남의 스캔들’이 아니라 반드시 해결해야 할 현실로 마주하자..는 말씀까지.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 김언경 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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