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시간 : [월~금] 10:15~11:30
  • 진행: 박귀빈 / PD: 이은지 / 작가: 김은진

인터뷰 전문

이재영-이다영 '학폭'? 친족에 의한 배구계 권력관계 구조 들여다봐야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1-02-15 12:38  | 조회 : 2136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1년 2월 15일 (월요일)
□ 진행 : 최형진 아나운서
□ 출연 : 정용철 서강대 스포츠심리학과 교수

○ 스포츠계 학폭 미투, 경기력때문에 용인돼온 오래된 일, 사회적 임계치 도달 
○ 개인 일탈보다 배구계 내부 친족에 의한 권력관계 구조 들여다봐야 
○ 도쿄 올림픽 주장급 쓰일 선수들 배출 위기, 협회와 구단 선수 중징계 뼈아플 것  
○ 잘하는 선수들 어떤 일이든 쉬쉬하고 덮어온 엘리트 스포츠의 양성 시스템과 문화 명명백백 밝혀야 
○ 보이지않는 곳에서 암암리에 벌어지는 선수 간 학교 폭력, 범죄 행위로 봐야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형진 아나운서(이하 최형진):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1부는 생활 속 이슈들을 속속들이 들어보는 이슈in터뷰 시간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유명인으로부터 학폭 피해를 당한 피해자의 용기로 우리사회에 큰 반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설 연휴 동안에도 프로배구 소속 선수들의 학생 시절 학교폭력에 대한 폭로가 이어졌습니다. 먼저 들어보시죠. "팀에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게 돼서 팬 여러분과 많은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여자배구 흥국생명 이재영-이다영 자매가 학교 폭력 가해자였다는 폭로에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이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남자배구에서는 OK저축은행의 송명근과 심경섭이 과거 학교폭력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폭로를 통해 밝혀지면서 배구계는 물론 스포츠계 전반의 대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함께 말씀 나눌 정용철 서강대 스포츠심리학과 교수 전화연결 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정용철 서강대 스포츠심리학과 교수(이하 정용철): 네 안녕하세요. 

◇ 최형진: 스포츠계의 학교 폭력 폭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런 상황 어떻게 보십니까?

◆ 정용철: 과거에서부터 오랫동안 있었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다가 최근 들어서 이런 이야기가 많아진 것은 제가 볼 때 일종의 사회적인 임계치에 도달했다고 생각이 들고요. 아마도 가해자들은 10년 전에 벌어진 일에 대해서, 이게 다시 불거진 점에 대해서 조금 억울하게 생각할 수 있어요. 왜 나만 이렇게 하느냐. 그런데 사회가 많이 변했고 이번 일에서 볼 수 있듯이 피해자들의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우리 사회가 그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최형진: 네. 학교폭력은 이전부터 있었던 문제인데 체육계의 병폐라고 봐도 되겠습니까?

◆ 정용철: 이게 조금 들여다볼 문제인데요. 예전에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폭력이 굉장히 난무하던 학교였어요.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학교에서 이런 것들이 거의 범죄 수준으로 근절되고 있는데 다만 그런 사회적인 변화, 학교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체육계의 어떤 사각지대에서는 이런 일들이 어떤 면에서는 경기력이라는 부분에서 굉장히 용인되고 오히려 이것들이 우대되고 있는 그런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괴리가 점점 커졌다는 걸 볼 수 있고요. 그런 괴리가 더 이상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수준에 왔다고 보여 지고 있습니다. 

◇ 최형진: 네. 피해 상황을 보면 당시에도 충분히 문제가 됐을 내용들인데, 가해자들은 현재 별다른 제약 없이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문제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판단된 걸까요? 

◆ 정용철: 조금 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굉장히 일상적인 수준에서 이런 것들이 일어났다. 그리고 운동부 이외에도 다른 부분에도 굉장히 우리 사회에 만행되었던 폭행들이 있었고요. 여기서 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게 어느 개인의 일탈로 보는 것보다는 굉장히 구조적으로, 동료 간에 벌어진 폭력은 이 동료 간에도 권력의 차이가 있었다는 건데요. 일단 운동부 내에서 권력의 차이는 실력의 차이이고 잘하면 용서하는 문화들이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이번 케이스 같은 경우 실력 이외에도 친족의 영향력까지 있어서, 다른 영향까지 있어서 동료들 간의 엄청난 권력의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이런 권력에 의해서 그냥 폭력이 이루어지진 않거든요. 분명한 권력의 차이가 있을 때 벌어지는데 그런 권력의 차이를 훨씬 더 증폭시켰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최형진: 조금 전에 친족의 영향이라고 하셨는데 이재영, 이다영 자매의 어머니인 김경희 씨에 대한 폭로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까지 보면 학생이었던 선수들만의 문제는 아니었다고 봐야 할 것 같은데요?

◆ 정용철: 물론 이게 선수들 사이에 벌어지기도 했지만, 지금 어머니의 어떤 행실과 언행들이 폭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머니 같은 경우 우리나라 여자배구에 굉장히 잘 알려진 인물이고 여자배구 황금기에 활약했던 선수이고 심지어 88올림픽 때는 지금 박미희 감독이 주장일 때 거기서 같이 뛰었던 선수였기 때문에 이런 관계들이 내부계의 어떤 권력관계에 굉장히 근접해있는 분이 친족이었다는 점이 이번 사건에서 권력의 구조를 들여다보는데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봅니다. 

◇ 최형진: 현재 상황만 봐도 해당 선수들 구단을 통해 사과하는 등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아서 보는 이들의 화를 더하기도 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선수 퇴출 요구까지 올라 온 상황입니다. 이런 대응을 하는 이유는 뭔가요? 

◆ 정용철: 지금 아마 구단이나 협회 측에서 이걸 처리하는 것에 대해서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이 들 거라고 예상이 되고요. 당장 도쿄올림픽에 주장 급으로 쓰일 선수들이 배출될 위기에 있기 때문에 아마 기존에 있던 협회 입장, 그들의 논리에서는 이걸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리고 시즌 중이라는 점도 고려를 해야 하는데요. 지금 한국생명이 굉장히 잘하다가 이번에 3연패하고 어려운 상황인데요. 선수들 개인의 문제도 있지만 팀 스포츠에서 한 팀이 완전히 망가지는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이런 점에 대해서 물론 시즌이 끝나고 나서 징계가 있겠지만 전체적인 시즌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것이 쉽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요. 그런 걸 다 이해하더라도 지금 나온 정도의 사과는 국민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괴리 때문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여기에 대해서 국민청원까지 하는 상황에 온 것 같습니다. 

◇ 최형진: 일단 구단 입장에서는 마케팅적으로 이 두 선수를 많이 활용해왔잖아요. 구단 입장에서 보면 뼈아플 것 같습니다. 

◆ 정용철: 구단 입장에서는 뼈아플 뿐만 아니라 아마 현실적인 손실이 있을 겁니다. 그런 손실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사건을 바라봐야할 부분이 있고요. 그냥 이렇게 선수 하나를 징계하는 뿐만 아니라 어떤 배구의 문화 전체를 다시 들여다보고 우리가 그동안 잘하는 선수들을 어떤 식으로 대우해왔고 그 선수들이 어떤 일을 하든지 쉬쉬하고 덮어왔던 그런 문화들을 이번 기회에 명명백백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최형진: 네. 오늘 오전에 흥국생명에서 이 두 선수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는데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습니다. 이 정도면 굉장히 무거운 징계라고 봐도 될까요?

◆ 정용철: 무겁죠. 무겁고 팀으로서 굉장히 큰 손실이기도 하고 이 사안에 대해서 일종의 책임지는 모습을 하려는 제스처인데 이것은 그냥 가해자가 이렇게 하겠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 피해자가 납득하는 수준에서 벌어져야 하는데 현재 수준에서는 피해자가 이것에 대한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세심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 최형진: 징계 자체는 굉장히 중한 징계입니다만 피해자 입장에서 조금 더 생각을 하면 좋겠다는 말씀이고요. 이번에 폭로된 내용에서도 그렇고 스포츠계의 단체 생활이 이런 심각한 학폭의 원인으로 이야기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 정용철: 하루 이틀 일어난 일도 아니고 재작년, 작년에도 계속 이런 스포츠계에 안 좋은 일들이 터질 때마다 잘하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겠다고 했던 일들이 반복되고 있었는데 더 이상 이런 식으로 반복을 막겠다는 정도로는 안 되고요. 조금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데요.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건 개인을 잘라내는 수준이 아니라 전체적인 구조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나라의 엘리트 스포츠의 양성 시스템에 대한 전향적인 변화가 필요하고요. 예를 들어 학교에 있는 운동부의 문제들, 운동부에서 벌어지는, 지금 많이 금지되고 있지만 여전히 있는 합숙소 문제들, 그 안에서 벌어지는 문제들, 그다음에 정신력이 부족해서 경기에서 진다는 식으로 학대하고 체벌을 가하는 이런 지도자의 모습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이기면 다 용서가 되는 이런 사회적인 문화들이 여전히 있고요. 작년에 벌어졌던 철인 3종 사건에서도 가해자가 아주 국가적으로 잘하는, 10년 동안 굉장히 잘하던 에이스 선수였다는 점에서도 충격이 있는데 이것도 권력관계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어요. 이런 부분들, 경기력에 대한 맹신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 진행이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 최형진: 이게 사실 10년도 더 지난 문제 아니겠습니까? 현재도 이런 일이 있겠죠? 

◆ 정용철: 이게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요.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제가 볼 때는 여전히 있을 것이라는 게 제 생각이고요.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체육계나 엘리트 스포츠계에서 늘 잘하고 있는 사람 훨씬 더 많은데 왜 이것만 갖고 엘리트계를 욕을 하냐고 비난하는데요. 제가 심리 상담을 하기 때문에 선수들을 직접 만나는 상황이 많은데 여전히 선수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나 어려움들은 이런 분위기에서 나오는 인권의 침해 이런 것들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고, 이런 부분들이 제가 볼 때는 오히려 더 교묘하게 예전에는 일방적으로 대놓고 하던 것들을 이제는 훨씬 더 어두운 곳에서, 보이지 않은 곳에서 암암리에 하고 있는 게 더 문제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더 밝혀지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습니다. 

◇ 최형진: 네. 스포츠 선수들 간에, 학생 간 폭력은 어떻게 보면 학교폭력과 다르게 치부가 됐었는데 학생 선수들 간의 폭력도 학교폭력으로 보고 다뤄야하지 않겠습니까?

◆ 정용철: 그거는 당연한 거고요. 지금 학생들 간에 벌어지는 것, 우리가 학생 선수들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학생선수를 학생으로 볼 것인가, 선수로 볼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해요. 그동안 우리는 학생 선수들을 선수로 봤다고 볼 수 있다면 학생 선수도 당연히 학교 안에 소속된 선수 이전에 학생이라는 것들을 기억한다면 당연히 학생 선수들 간의 폭력도 학교폭력으로 봐야 하고, 이런 수준에서 범죄의 행위로 봐서 이걸 변경하지 않는 한 계속 예외를 두고 일종의 사각지대를 두고 이런 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이런 불행한 사건이 벌어졌다고 봅니다. 

◇ 최형진: 조금 전에 교수님께서 심리 상담도 하신다고 했는데 선수들이 와서 주로 어떤 이야기를 합니까?

◆ 정용철: 예전에는 지도자들한테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폭력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고 한다면 최근에는 선수들 간의 문제들도 굉장히 많고요. 아마 국가인권위에서 했던 자료들을 보면 오히려 지도자보다는 선·후배 간의 폭력이나 이런 문제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결과들이 나와 있어요. 그래서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 문제고 이건 근절하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노력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최형진: 지난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스포츠윤리센터가 세워졌습니다. 이후에 눈에 보이는 변화가 있다고 봐야 할까요?

◆ 정용철: 윤리센터가 사실 2019년에 조재범 사건 이후에 혁신위에서 제안한 내용이 반영이 되어서 시작이 됐는데, 작년에 최숙현 사건 때 조금 더 급하게, 빨리 진행이 되면서 처음 시작이 급하게 진전된 상황이 있습니다. 그래서 예산도 조금 부족했고 다양한 초기의 어려움 때문에 가시적인 효과들이 안 나타나고 있어서 최근에도 비난을 많이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 입장에서는 사실 올해 예산이 조금 올라갔고, 그래서 조금 더 기대를 갖고 지켜봐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물론 지금 내용도 있고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이 단체, 윤리센터에 힘을 실어줘서 지켜봐야하지 않을까 이런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 최형진: 알겠습니다. 최근 유명인들의 과거 학교 폭력과 관련된 폭로가 이어지면서 
사회 전반적인 반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스포츠계에서도 앞으로 계속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인데요. 이런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 정용철: 저는 이런 사건들이 벌어질 때마다 가해자를 괴물로 만들고 편을 갈라서 악마화하는 언론의 보도나 국민들의 여론들이 솔직히 불안불안 할 때가 있어요. 왜냐하면 이런 상황들이 벌어질 때만 들끓다가 또 다른 사건에 묻히고 반복되는 걸 여러 번 겪어왔기 때문에 늘 이런 사건이 있을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또 일어나는 반복적인 상황에 대해서 오히려 무기력해지는 일이 있어서 저는 개인적으로 국민들이나 여론들이나 언론들이 이런 사건을 대응할 때 조금 더 장기적으로, 길게 보고 오늘 내일 반짝해서 할 일들이 아니라 조금 더 구조를 변화하기 위해서 큰 개혁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 최형진: 다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해선 안 되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정용철: 감사합니다. 

◇ 최형진: 지금까지 정용철 서강대 스포츠심리학과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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