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시간 : [월~금] 10:15~11:30
  • 진행: 박귀빈 / PD: 이은지 / 작가: 김은진

인터뷰 전문

또 쓰러진 택배노동자, '당일배송'에 이중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0-12-28 11:19  | 조회 : 2065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0년 12월 28일 월요일
□ 진행 : 최형진 아나운서
□ 출연 : 진경호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위원장

- '당일배송', 택배사에 패널티 안받으려 배송완료 한척 하고 심야까지 배송작전
- 롯데택배, 과로사 방지 위해 분류인력 30명 추가 투입 한뒤 생색내기
- 생활물류법.. 불합리한 택배시장 가격형성 바로잡는 계기되길
- 백마진, 리베이트 형식으로 화주들에게 흘러들어가는 것 공공연한 비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형진 아나운서(이하 최형진): 1부는 생활 속 이슈들을 속속들이 들어보는 이슈in터뷰 시간입니다. 연말을 앞두고 배송 업무를 하던 택배 노동자가 쓰러져 의식이 없는 상황입니다. 아픈 기록도, 병원 간 기록도 없는 건강한 마흔 살, 주로 과로가 불러오는 뇌출혈로 쓰러졌는데요, 다음 날에는 30대 택배노동자가 집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습니다. 역시 과로사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올해만 이렇게 목숨을 잃은 택배노동자가 열여섯 명입니다. 택배사들, 앞다퉈 대책을 내놨지만 연이은 상황들이 현장은 달라지는 게 없다고 얘기하고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의 진경호 위원장과 연결해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진경호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위원장(이하 진경호): 네, 안녕하세요. 

◇ 최형진: 연말을 앞두고 또 이런 안타까운 상황이 생겼습니다. 최근 들어 물량이 또 다시 늘어난 상황입니까? 연이은 상황들 어떻게 봐야합니까?

◆ 진경호: 코로나가 더 심각해지고 하면서 생필품 위주로 크고 무거운 물건 위주로 택배 물량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 비해서 30%정도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최형진: 코로나19때도 굉장히 많이 늘었는데 최근 연말을 앞두고 더 늘었다는 말씀이시군요. 

◆ 진경호: 네. 평상시에 늘어나는 물건이 있는데 코로나가 심각해지니까 생필품이 많이 늘어나고 있어요. 

◇ 최형진: 네.  한진택배의 경우 현재 9일 간격으로 두 명의 택배 노동자가 뇌출혈로 쓰러졌습니다. 해당 업체는 밤 10시 이후 배송은 중단한 상황인데 쓰러진 분, 하루에 300개 이상의 물량을 배달해야 했다고요, 10시 전에 끝날 수 있는 물량입니까?

◆ 진경호: 지역이나 이런 것에 편차가 있긴 하지만 300개는 10시에 끝내기는 벅찬 물량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최형진: 300개 배달물량, 소비자들은 감이 잘 오지 않습니다. 평소 배송물량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 늘어난 겁니까?

◆ 진경호: 평상시에는 저희가 200~250개 정도 배송을 했었는데 지금은 300~350개 정도 물량으로 한 100개 정도 늘었다고 보시면 되고 100개를 개당 2분 씩 배송한다고 가정했을 때 한 200분 정도 되는 거잖아요. 3시간이 좀 넘는 물량 수준으로 작업시간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최형진: 최근에 당일배송, 로켓배송 이런 것이 업체간 경쟁으로 치열한 상황이잖아요. 압박감이 큽니까?

◆ 진경호: 한진도 저녁 10시 이후에는 기사들이 쓰는 어플을 닫는다고 얘기하고 롯데는 11시되면 닫는다고 얘기를 하는데 실제로 엊그저께 롯데 택배에서 일하시다 돌아가셨던 분의 어플을 보면 11시 이후에 작업 종료된 기록들이 나오는데 한진택배 기사가 10시 이후에도 배달할 수밖에 없는 물량을 갖고 있는데 10시 어플을 끊잖아요. 그러면 다 배달을 했다고 결과등록을 해버리는 겁니다. 그러면 회사가 봤을 땐 그 시간에 배달이 완료된 거잖아요. 그럼 고객들한테는 그 이후에 다시 문자를 발송해요. “부득이한 사정으로 이후시간에 발송하겠습니다.”라고 하고 11시 반, 12시에 “문 앞에 놓고 갑니다.”라고 또 문자를 발송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 최형진: 그러니까 택배 기사님들이 회사에는 배송이 완료됐다고 하고 배송이 완료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또 다시 문자를 보내서 10시 이후에 배송을 한다는 말씀이신거죠?

◆ 진경호: 그 당일배송을 해야 하니까. 당일배송 안하면 각종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일단 배달한 것으로 하고 10시 이후에는 개인적으로 배달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고 또 배달을 안 하면 다음날로 넘어가잖아요. 그 다음날 물량이 없는 것도 아니고 계속 누적되니까 기사들이 물건을 싣고 나오면 어떻게 하든 그날 배송을 하겠다는 생각이 있게 되는 거죠. 

◇ 최형진:  한진 택배, 과로사 방지 대책을 발표하면서 택배 물량이 늘어나면 배송 차량과 인력을 늘리기로 했는데, 지금이 늘려야 할 때 아닙니까? 평소보다 물량이 많은 상황이잖아요?

◆ 진경호: 그럼 움직임은 전혀 없습니다. 물량을 줄이고 싶어도 700원, 800원 개당 수수료를 받는데 부과세 10% 떼고 대리점운영비 떼고 기름 값 떼고 보면 평균 개당 500원 정도 받아가는 거예요. 너무 수수료가 낮다 보니 이 구조에서는 물량을 많이 배송해서 그나마 수입을 보존하는 방식일 수밖에 없는 구조인거죠. 그래서 물량을 좀 줄인다고 하면 수수료가 현실화되어야 한다. 적절한 수수료를 받고 물량을 좀 줄이는 방식으로 하면 과로사 상당 부분이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고 이런 문제가 국민들이 73.9%가 이런 방식에 동의한다는 여론조사가 있어서 저희들도 이런 방향으로 정부와 추진해보려고 노력 중에 있습니다. 

◇ 최형진: 지금 수수료 인상 말씀하셨는데 일각에서는 택배비를 인상하는 것이 결국 답이라는 말씀하시는 분도 많은데 택배비 인상이 이런 어려움의 해결책이라고 보십니까?

◆ 진경호: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한다는 발론도 만만치 않아서 걱정인데 실제로 지금 국민들이 인터넷이나 쇼핑에서 택배비를 2,500원씩 평균으로 지불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돈이 인터넷쇼핑업체가 소비자로부터 2,500원을 받으면 이중에 1,730원만 택배사로 택배비만 지불하고 나머지 770원을 포장비나 인건비나 자체 운영비로 쓰고 있는 겁니다. 아니 택배비로 소비자에게 받은 것은 택배비로만 써라. 이렇게 법과 제도가 명시해주면 소비자들이 추가 부담 없이 택배기사들의 수수료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번에 생활 물류법 많이 주장하고 있는데 생활 물류법에 그런 불합리한 택배 시장의 가격 형성을 바로잡기 위한 조항들이 들어 있어서 저희들이 상당하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 최형진: 네. 지금 또 문제가 되는 것이 업체의 백마진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게 어떤 겁니까? 

◆ 진경호: 보통 물건을 보내는 화주들이라고 하는데, 택배 시장에서는 화주들이 절대적인 갑의 위치에 있는 것이죠. 왜냐면 택배사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갈아탈 수 있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화주들이 갑의 입장에서 계약은 2,500원으로 하고 뒤로 백마진의 형식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택배업계에서 이미 정식화된 내용입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다시 화주들에게, 불공정한 방식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데 이것만 바로 잡아도 택배 수수료가 정상화될 수 있다고 봅니다. 

◇ 최형진: 한진 택배 소속의 노동자가 쓰러지고 다음 날, 롯데 택배 노동자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일을 시작한지 6개월인데, 그 기간 동안 체중이 20kg이나 줄었다고요, 그러면 이게 연말이나 당장의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요? 

◆ 진경호: 이분 같은 경우는 택배 일을 한지 얼마 안 됐는데 택배는 처음 시작하고 5~6개월 정도가 가장 힘든 시기입니다. 지리도 익혀야 하고 업무도 파악해야 하고, 이때 200~300개에 달하는 물량 배달을 시키면 정상적으로 할 수 없는 구조이죠. 이분은 이제 롯데택배는 과로사가 아닐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근무시간, 작업시간이 주 80시간이 넘어가고 몸무게가 20kg 빠진 것을 같고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 이거는 대기업들이 취해야할 행보가 아니라고 보고 있고요. 이거는 사실 구조적인 문제로부터 나옵니다. 택배업무가 분류업무와 배송업무로 나눠봤을 때 이미 배달을 나가기 전에 분류작업에서 진이 다 빠져서 첫 배달을 2~3시에 나가니까 구조적으로 장시간 노동이 될 수밖에 없고 과로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 그리고 엊그제 뉴스에도 나왔지만 서울 흑석동에서 배달하던 한진택배 기사가 뇌졸중으로 또 쓰러져서 고객이 119에 신고해서 두 차례나 뇌수술을 했는데 아직 깨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구조적으로 이런 문제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고 이런 분류작업을 기사들이 업무에서 분리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 최형진: 알겠습니다. 사실 현재 흐름이 총알배송, 로켓배송의 흐름을 바꿀 순 없을 것 같고요, 결국 중요한 것은 수수료, 구조적인 체계가 중요하다는 말씀이시죠?

◆ 진경호: 새벽배송이라는 것은 이게 마치 새로운 아이템으로 포장되고 있는데 새벽 배송을 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배송하는 노동자가 필요하잖아요. 그러니까 밤에 잠을 안자고 배송을 하게 되고 야간 노동이 과로의 가장 주요한 원인 중에 하나잖아요. 그런 것을 방지하기 위한 소비자 운동이라든지 새벽배송 안 시키기 운동이라든지, 또 정부에서는 새벽배송에 대한 일정한 시간제한을 건다든지, 이런 방식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 최형진: 실제로 배송하다가 주정차 위반 건수가 많습니까? 

◆ 진경호: 당연히 시내 지역을 배송하시는 분들은 한 달에 많으면 수십 차례 주차위반 딱지가 오는 것은 일상화되어 있는 거죠. 저희가 택배 배송 중에 불가피하게 했다고 하면서 구청 찾아가서 사정해야 하는데 택배기사님들은 그럴 시간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택배기사들이 잠시 정차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불법주정차 위반 딱지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정부에서 제도를 만들어줬으면 하는 것이 우리 현장에서 일하는 택배기사들의 간절한 염원이죠. 

◇ 최형진: 알겠습니다. 얼마 전 '생활물류서비스 산업발전법'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법'이라고 불리는데, 해당 법안에 과로사 방지 대책이 충분히 담겨 있다고 보십니까?

◆ 진경호: 가장 중요했던 것이 분류작업을 택배 기사들에게서 떼어내는 문제였는데 그 법에는 택배기사들의 업무를 어떻게 규정했냐면 택배를 집합, 배송 등의 업무에 종사하느냐 이렇게 해서 분류작업은 명시적으로 빠졌지만 배송 등의 업무에서 이 ‘등’자가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CJ대한통운하고 롯데와 한진이 분류작업을 자기들이 인력을 4,000명 투입해서 책임지고 분류작업을 하겠다고 10월 달에 발표했었어요. 이 발표 이후에 분류작업은 회사 측의 책임이 됐다는 것은 국민 누구나 다 인정하고 있는 것에 맞춰서 사회적 합의 형태로 정부와 택배사와, 과로사 대책위원회와 노조가 같이 사회적 합의 형태로 만들어내고 그런 것을 표준계약서에 담으려고 하는 노력들이 현재 추진 중에 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 최형진: 올해 참 택배업계의 과로사 문제가 계속 부각이 되고 있는데 현장은 그대로인 것 같아요. 정부에서도 과로사 방지대책을 내놨습니다. 이후에 달라진 것이 없나요?

◆ 진경호: 엊그제 롯데 기사님이 안타까운 죽음을 당하셨는데 롯데 본사가 발표한 것에 따르면 우린 30명 투입했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억장이 무너지는 거죠. 자기네들이 1,000명을 투입하겠다고 해놓고 30명 투입한 것을 자랑이라고 얘기하고, CJ도 마찬가지고 한 명도 투입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요. 그러니까 말만 무서워하고 여론이 들끓으면 소나기 피해가려고 잠시 대책 내놨다가 국민들의 감시가 소홀해지면 다시 원상태로 회복하려고 하는 이해가 안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데 이번에는 정말 용납할 수 없다. 끝까지 두 눈 부릅뜨고 약속한 것이라고 지켜라. 이런 활동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 최형진: 택배 과로사 문제, 더 이상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진경호: 네. 감사합니다. 

◇ 최형진: 지금까지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의 진경호 위원장이었습니다.

[저작권자(c) YTN radio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목록
  • 이시간 편성정보
  • 편성표보기
말벗서비스

YTN

앱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