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FM, 조현지입니다
  • 제작,진행: 조현지 / 구성: 조경헌

인터뷰 전문

[뉴스를 품은 음악] 봉준호의 <기생충>을 꺾고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에 오른 작품은?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0-01-15 16:10  | 조회 : 974 
[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출연 :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

[뉴스를 품은 음악] 봉준호의 <기생충>을 꺾고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에 오른 작품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조현지 아나운서(이하 조현지)> 음악은, 일상이라는 요리를 맛깔스럽게 해주는 조미료 역할을 하고요, 또 영화 속에서는, 조연 못지않은 감초 역할을 하죠. 그리고 ‘뉴스FM, 조현지입니다’는 정오에 만나는 음악! 뉴스쇼! 잖아요. 다양한 곳에서 제 역할을 다 하는 '음악'의 활약상, 함께 알아보시죠. 대중음악 속 우리가 몰랐던 이슈에 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 <뉴스를 품은 음악>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와 함께 합니다.

◇ 조현지> 일주일만, 아니네요 지난 금요일에 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 소금 출연했을 때 스튜디오에 오셔서 팬심 인증하고 가셨는데 어떠셨어요?

◆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이하 정민재)> 제가 그리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나름대로 적지 않은 숫자의 가수들을 만났는데, 이렇게 긴장하고 떨렸던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대기실에 인사를 하러 들어가려는데 식은땀이 나더라니까요. 설레는 팬의 마음으로 만나 뵙고 인사를 나눴는데, 다들 너무나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참 행복하고 감격했습니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니까요.

◇ 조현지> 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앞서서도 예고해 드린대로, 오늘은 영화 <기생충> 음악에 대해서 얘기해볼까요?

◆ 정민재> 지난 며칠간 문화계를 뜨겁게 달군 소식이 있죠? 현지 시각으로 오는 2월 9일에 열리는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과 감독상, 국제장편영화상을 포함해 6개 부문 후보로 들어갔다는 소식이었는데, 한국 영화로는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상 처음으로 후보에 지명된 거라 많은 분이 환호했습니다.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에는 이승준 감독의 <부재의 기억>이 후보에 올라 놀라움을 더했죠. 그런데 개인적으로 참 아쉬운 건 <기생충>이 음악상 후보에는 들어가지 못했다는 거예요. 제게는 2019년의 영화음악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음악 또한 뛰어난 작품이었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음악 부문 후보를 먼저 살펴보고 <기생충>의 영화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 조현지> 좋습니다. 경쟁작이 될뻔 했던 작품들의 음악은 어떨지 궁금한데요. 민재씨도 영화 참 좋아하는 편이잖아요.

◆ 정민재> 그럼요. 영화도 워낙 좋아하고, 제가 지금 영화 팟캐스트에 고정 출연을 하고 있거든요. 매주 영화를 두 편씩 소개하고 있으니, 영화 전문가는 아니지만 애호가라고는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조현지 아나운서도 <기생충> 보셨죠?

◇ 조현지> 당연하죠. <기생충>의 음악은 저도 선명하게 기억날 만큼 인상 깊었는데 후보에 들지 못했다니 아쉽네요. 아카데미 음악 부문에선 어떤 작품이 <기생충>을 꺾고 후보에 올랐나요?

◆ 정민재> 우선 아카데미 시상식의 음악 부문은 2개로 나뉩니다. 가사가 없는 사운드트랙, 그러니까 스코어에 시상하는 베스트 오리지널 스코어, 그리고 영화의 주제곡이라고 할 수 있는 노래에 시상하는 베스트 오리지널 송인데요, 오늘 살펴볼 부문은 베스트 오리지널 스코어입니다. 후보가 굉장히 쟁쟁한데요,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 그레타 거윅 감독의 <작은 아씨들>, 노아 바움백 감독의 <결혼 이야기>, 샘 멘데스 감독의 <1917>, 마지막으로 J.J. 에이브럼스 감독의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이상 5개 작품이 최종 후보에 들어갔습니다.

◇ 조현지> 익숙한 영화도 있고 아닌 작품도 있는데, 음악이 전부 뛰어난 모양이네요.

◆ 정민재> 그럼요. 만듦새로는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음악들인데, 오늘은 그중에서 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음악을 맡은 <작은 아씨들>의 음악을 같이 들어보려고 합니다. 알렉상드르 데스플라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같은 영화에서 뛰어난 음악으로 이미 아카데미 베스트 스코어 상을 두 차례나 받은 바 있는 음악가고요, 25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영원한 고전 <작은 아씨들>을 훌륭한 음악으로 빛내 이미 많은 미국 내 시상식에서 수상했습니다. 때문에 아카데미에서도 수상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죠. 영화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음악 ‘Little Women’ 들어보겠습니다. 근사한 선율감과 풍요로운 오케스트레이션이 영화의 기대감을 높이는 음악입니다.

M. ‘Little Women’ -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 조현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베스트 오리지널 스코어 부문 후보에 오른 영화 <작은 아씨들>의 음악 들어봤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 후보에 들었다는 소식 전해드리면서 음악상에는 오르지 못해 아쉽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기생충> 음악 얘기를 해보죠.

◆ 정민재> 저는 솔직히 앞서 소개한 다섯 편의 음악만큼이나, 어쩌면 그 이상으로 뛰어났던 작품이 <기생충>이라고 생각합니다. 완성도 측면에서나 음악 자체의 매력에서나 흠잡을 곳이 없었죠. 2000년대 초중반에 <태극기 휘날리며>,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같은 영화의 음악이 일반 대중에게 회자되고 방송에서도 쓰이면서 한국영화 스코어 히트를 기록한 바 있는데, <기생충>은 실로 오랜만에 보는 필름 스코어 히트였다고 봅니다. 실제로 최근 텔레비전 방송을 보면 <기생충>의 음악이 심심찮게 배경음악으로 깔리고 있죠. 그만큼 아이코닉하면서 매력적이었단 거예요.

◇ 조현지> 그러고 보니 정말 방송에서 <기생충> 음악을 여러 번 들은 것 같아요. <기생충>의 음악을 만드신 분은 누구죠?

◆ 정민재> 정재일이라는 음악가인데, 1982년생이고 이적, 정원영, 한상원 등이 결성했던 슈퍼 그룹 긱스의 멤버였죠. 긱스에 들어갈 때 정재일 씨의 나이가 17살에 불과해서 당시 천재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20여 년간 활동을 하면서 솔로 앨범도 냈었고, 영화, 뮤지컬 등을 오가며 작곡가, 음악 감독, 연주자 등 다방면에서 활약을 하고 있는 뛰어난 뮤지션입니다. 최근에는 박효신 씨와 앨범 작업을 하면서 대중에 확실히 각인됐죠. 지난 2014년에 발표한 ‘야생화’가 박효신 씨와 함께 작업한 노래였습니다.

◇ 조현지> 그렇군요. <기생충> 이전에는 어떤 영화를 작업했나요?

◆ 정민재> 김윤석 씨가 나온 2014년 심성보 감독 영화 <해무>를 비롯해서 여러 편이 있는데, 봉준호 감독과는 2017년 영화 <옥자>에서 처음으로 함께 했죠. 봉준호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정재일 씨를 두고 이렇게 이야기를 하더군요. “제가 음악 평론가나 음악 전문가가 아니라서 정재일 씨가 어떻게 편곡을 하고 어떻게 오케스트라를 끌고 가고 그런 음악적인 건 디테일하게 잘 모릅니다. 하지만 정재일 씨는 감독으로서 제가 원하는 걸 해줍니다. 그러면 된 거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음악 감독으로서 영화감독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표현해준다는 이야기니 더없이 찬사죠.

◇ 조현지> 그렇네요. 음악을 한 곡 들어볼까요?

◆ 정민재> <기생충> 사운드트랙 중에서 ‘짜파구리’라는 트랙 들어보려고 합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 다 아시겠지만 이 영화에서 ‘짜파구리’란 굉장히 큰 변곡점입니다. 기억하시죠? 그 장면에 흐르던 음악입니다. 영화의 주제라고도 할 수 있는 상승과 하강의 이미지가 멜로디로 잘 표현이 되어있고, 장면의 긴박감을 나타내는 다이내믹이 살아있는 멋진 곡입니다. 영화를 관통하는 모티브도 물론 있습니다.

M. ‘짜파구리’ - 정재일

◇ 조현지> 영화 <기생충> 사운드트랙 중에서 ‘짜파구리’ 들어봤습니다. 음악만 들어도 영화 속 장면이 떠오르네요. 아주 다급하고도 분주한 장면이었죠. 아까 <기생충> 영화 음악을 이야기하면서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에 든 다른 작품보다 뛰어난 음악이었다는 얘기도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그런가요?

◆ 정민재> 제가 특히 감탄한 점은 영화의 주제가 음악에서도 선명하게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조금 전에도 얘기했지만, 이 영화의 중요한 이야기 중 하나가 사회적 계급의 높낮이죠. 그래서 영화에서도 계단과 언덕을 오르내리는 상승과 하강의 이미지가 매우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음악에서도 그렇습니다. 멜로디가 일정하게 내려가고, 또 올라가고, 다시 내려가고, 또 한 번 올라가는 식으로 영화 속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줘요. 시청각을 동시에 사로잡는다고 할까요. 이러한 의도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곡이 바로 ‘믿음의 벨트’입니다.

◇ 조현지> 오늘 마지막 곡으로 들을까요? 어떤 곡인지 소개해주시죠.

◆ 정민재> 현재도 많은 방송에서 대표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기생충>의 메인 테마곡이라고 할 만한 곡이고요, 영화는 이 음악이 흐르는 7분 15초 동안 많은 사건을 담아내며 중요한 전환점으로 향하는데 그 유려한 연출에 만약에 이 음악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보면 분명히 쉽지가 않습니다. 명백히 음악에 빚을 지고 있는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죠. 이 영화의 다른 음악도 그렇지만, 특히 이 음악은 현악기의 사용 등에서 바로크 양식과 많이 접점을 이루고 있는데, 실제로 정재일 씨는 봉준호 감독과 바로크 음악을 레퍼런스 삼아 바로크, 낭만파, 또 우리의 트로트 가락 같은 것들을 혼합해 <기생충>만의 음악을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익숙한 음악일 텐데, 아까 얘기했던 상승과 하강의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선율에 귀를 기울여보시면 정말 이 음악의 멜로디가 계속해서 위로, 또 아래로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아실 겁니다.

◇ 조현지> 네, 그럼 정민재 평론가 보내드리면서, 노래 ‘믿음의 벨트’ 들을게요. 지금까지 대중음악 속 우리가 몰랐던 이슈에 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와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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