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FM, 조현지입니다
  • 제작,진행: 조현지 / 구성: 조경헌

인터뷰 전문

[과학을 품은 뉴스] 수상소감이 60초를 넘기면 안 되는 '이그노벨상'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10-22 14:17  | 조회 : 717 
[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출연 : YTN 사이언스 이동은 기자

[과학을 품은 뉴스] 수상소감이 60초를 넘기면 안 되는 '이그노벨상'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자유로운 상상력,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 그리고 끊임없는 연구가, 결국은 세상을 변하게 한다죠. 자... 그렇다면, 청취율 1등 하는 방법을 연구한다면 어떨까요? 그 결과는 저만 알고 싶은데요, 왠지 이분은 명쾌하게 그 답을 얘기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뉴스 FM 조현지입니다>의 인기 코너죠?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신비한 과학의 세계! 과학이슈와 함께 해보는 시간입니다. <과학을 품은 뉴스> YTN 사이언스 이동은 기자와 함께합니다.

조현지 아나운서 (이하 조현지) : 안녕하세요.

YTN 사이언스 이동은 기자 (이하 이동은) : 네, 안녕하세요.

조현지 : 기자님, 앞서 얘기했듯이 청취율 1등 하는 방법을 연구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이동은 : 글쎄요. 조 아나운서만 아는 방법으로 비밀리에 연구하셔야 1등 하시지 않을까요.

조현지 : 아 그렇네요. 정말 그 연구 결과가 나오면 많은 방송국 관계자들이 다들 그 방법을 따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오늘도 연구와 관련된 이야기 준비하셨다고요.

이동은 : 얼마 전에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있었죠. 저희 코너에서도 아마 관련된 소식을 전해드린 거로 아는데요.

조현지 : 맞아요. 이혜리 기자와 함께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들의 역사와 그동안의 흐름을 살펴봤었죠.

이동은 : 네, 올해도 분야별로 노벨상 수상자들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데요, 이 중에서도 생리의학상을 받은 한 과학자가 수상자 발표 기간에 자신의 SNS에 흥미로운 사진을 올려서 화제가 됐습니다. 주인공은 영국의 피터 랫클리프 박사인데요, 27년 전인 1992년에 과학 저널 '네이처'에 논문을 보냈다가 퇴짜를 맞고 받은 편지를 찍어서 올린 겁니다.

조현지 : 논문을 실어달라고 보냈는데 거절을 당했다는 얘기네요.

이동은 : 그렇죠. 그런데 당시에 거절당한 이 연구로 이번에 노벨상을 받은 겁니다. 연구 내용은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세포가 어떻게 적응하는 원리를 밝혀낸 건데요, 당시에 네이처 편집위원은 더 전문적인 학술지에 논문을 싣는 게 좋겠다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피터 박사는 논문 심사자들이 연구의 방향을 이해하지 못해서 거부한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그래도 이 문제를 꼭 해결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이 편지를 간직하고 있었던 거죠.

조현지 : 결국 연구를 완성하고 노벨상으로 그 가치를 보여준 거네요. 지금은 세계적인 연구가 과거에는 인정받지 못한 일이 종종 있는 것 같아요. 당시에는 엉뚱한 이야기처럼 여겨지기도 하고요.

이동은 : 맞아요. 그래서 요즘은 이런 엉뚱하고 기발한 아이디어에 주목하려는 노력이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과학 분야도 마찬가지인데요, 얼마 전에는 KAIST에서 조금 독특한 시상식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KAIST가 던지는 궁극의 질문'이라는 대회였는데, 언젠가는 꼭 풀어야 할 과학적인 질문들을 던지는 대회인 거죠.

조현지 : '궁극의 질문'이라니까 좀 거창하게 들리는데요, 어떤 것들인가요?

이동은 : 먼저 가장 우수한 질문으로 뽑힌 건 '나무에 신경계를 이식하는 게 가능할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평소에 우리가 자주 생각하는 내용은 아니죠? 그런데 이 질문을 던진 학생의 경우는 만일 나무에 신경계를 이식해서 움직일 수 있다면 식물인가 동물인가, 또 식물에 두뇌가 이식되면 우리가 모르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이런 의문들을 던졌다고 합니다. 이렇게까지 철학적인 질문이 아닌 것도 많았는데요, 예를 들어 '빨지 않아도 되는 옷을 만들 수 있을까' 라는 질문도 있었고요, '기록을 영원히 남기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질문을 던진 학생도 있었습니다.

조현지 : 어떻게 보면 과학적인 것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단순한 호기심 같기도 하네요.

이동은 : 네, 그렇죠. 그런데 이런 질문들을 던지다 보면 결국 연구의 시작이 될 수 있잖아요. 이렇게 학생들이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KAIST가 독특한 대회를 열었다고 하네요.

조현지 :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위대한 발명도 생활 속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한다고 하잖아요. 이런 질문들이 훌륭한 연구의 시작이 되는 거겠죠.

이동은 : 네, 또 이런 기발한 연구 하면 대표적인 시상식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이그노벨상'입니다. 들어보신 적 있나요?

조현지 : 네, 들어봤어요. 노벨상이 인류의 발전을 위한 연구에 대한 시상식이었다면, 이그노벨상은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와 관련된 시상식인 것 맞나요?

이동은 : 네, 잘 알고 계시네요. 이그노벨상은 이름 그대로 노벨상을 패러디해서 만든 상인데요, ‘도대체 이런 연구를 왜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좀 황당하지만 기발한 연구를 한 사람들에게 주는 상입니다. 올해 벌써 29회째인데요, 지난달에 이미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대회 방식도 독특한데요, 10개 분야에서 연구자들이 60초 동안 자신의 연구를 발표할 수 있고요, '사람들을 웃게 한 뒤 생각하게 하라'라는 것이 기준입니다. 그러니까 일단은 웃게 만드는 연구여야 한다는 거죠.

조현지 : 엉뚱하지만,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긴 해요. 그럼 올해는 어떤 연구들이 있었나요?

이동은 : 먼저 해부학상은 프랑스의 남성 생식 전문가가 받았는데요, 남성의 고환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온도가 높은지 측정을 해서 연구한 겁니다. 또 이탈리아 과학자들은 피자를 먹으면 암과 심근경색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로 의학상을 받았는데요, 이탈리아 피자를 너무 사랑해서 이런 연구를 했다고 합니다. 심리학상은 독일의 한 심리학자가 수상했는데 우리가 펜을 입에 물면 웃는 얼굴이 되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펜을 입에 물고 웃으면 실제로 행복해진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하네요. 나름대로 실용적인 연구도 있습니다. 이란의 한 발명가는 자동 기저귀 교환기를 개발해서 공학상을 받았고요, 네덜란드 과학자들은 지폐로 균을 퍼트리려면 루마니아 지폐가 가장 좋다, 이런 독특한 연구로 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평화상도 재미있는데요, 가려움을 정량화해서 발목과 등이 가장 가려운 곳이라는 걸 밝혀낸 국제 공동 연구팀이 평화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아마도 가장 가려운 부위를 긁으면 쾌감이 커지니까 이런 걸 통해서 나와 주변의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합니다.

조현지 : 듣고 보니까 정말 ‘이런 걸 왜 연구할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또 한편으로는 궁금해지는 내용이기도 해요. 이런 걸 대회로 만들어서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독특한 발상이네요.

이동은 : 그렇죠. 물론 과학적인 의미도 좋지만, 사람을 웃게 한다는 게 중요한 목표인데요, 그만큼 시상식도 아주 흥미롭습니다. 상을 받은 사람이 소감을 말할 때 60초를 넘기면 안 되는데요, '스위트 푸'라고 불리는 8살 아이가 수상 소감을 지켜보다가 60초가 넘어가는 순간 '지겨워요, 그만 하세요.' 이렇게 외친다고 합니다. 또 상금이 아주 어마어마한데요, 무려 10조 달러입니다. 그런데 이게 우리가 아는 달러가 아니라 짐바브웨 화폐인데요, 짐바브웨 달러가 워낙 단위가 크기 때문에 10조 달러면 우리 돈으로 500원 정도 된다고 합니다.

조현지 : 시상식도 아주 재미있네요. 연구자들도 즐겁지만 보는 사람들도 즐거운 시상식이 되겠어요.

이동은 : 네, 그렇다고 무조건 재미로 연구하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닙니다. 이그노벨상 수상자 가운데는 실제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도 있는데요, 영국 맨체스터대 안드레 가임 교수의 경우는 자석을 이용해서 살아있는 개구리를 공중부양 시키는 실험으로 2000년 이그노벨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10년 뒤에 신소재인 '그래핀'의 구조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죠. 또 하나 재미있는 건 한국 사람이 수상한 적이 있다는 건데요, 최초 수상자는 1999년에 상을 받은 권혁호 씨입니다. 당시 회사원이었던 권혁호 씨는 '향기 나는 정장'을 만들어서 환경보호상을 받았죠. 이후에도 미국에서 대학에 다니던 한인 학생이나 국내 종교인들이 이그노벨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조현지 : 과학 분야 연구라고 하면 대부분 어렵고 추상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요, 이렇게 보니까 흥미로운 것도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이동은 : 네, 또 한 가지 비슷한 상을 꼽자면 '황금거위상'이 있습니다. 이그노벨상처럼 재미나 웃음을 주는 건 아니고요, 시작은 좀 허황해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인류에게 크게 이바지한 연구를 선정해서 상을 주는 겁니다.

조현지 : 좀 더 과학적으로나 학문적으로 의미가 있어 보이네요.

이동은 : 네, 황금거위상은 올해로 8번째를 맞았고요, 지난달에 5명의 수상자를 발표했습니다. 노벨상은 이미 돌아가신 분에게는 상을 주지 않지만 황금거위상은 고인도 수상자에 포함하는데요, 이번에도 고인이 된 과학자가 2명이나 수상자로 뽑혔습니다. 연구 내용을 좀 보자면, 이번에 수상한 미국의 데이비드 사처 교수는 1965년 방글라데시에서 콜레라를 연구하고 있었는데요, 환자들의 장 변화를 관찰하는 데 개구리 피부를 이용했다고 합니다. 이 연구가 발전해서 콜레라 치료의 후보물질 등으로 활용되면서 결국 치료제 개발을 이끌어냈고요, 약 5천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 이틀 이상 걸리던 세균 감염 검사를 45분으로 줄이게 해준 연구도 있었고요, 류머티즘이 자가면역질환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의대 교수도 이번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조현지 : 결국 이렇게 인류에게 큰 도움이 되는 연구도 시작은 단순했던 거니까요, 앞서 얘기하신 궁극적인 질문, 기발한 아이디어가 왜 중요한 의미가 있는지 알 것 같네요. 지금까지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신비한 과학의 세계! <과학을 품은 뉴스> YTN 사이언스 이동은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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