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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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례는 일본 '고쿠민기레', 일제 불매운동 속 가려진 일본말 찌꺼기 여전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10-14 12:03  | 조회 : 1606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19년 10월 12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국민의례는 일본 '고쿠민기레', 일제 불매운동 속 가려진 일본말 찌꺼기들"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지난 수요일 10월 9일이 한글날이었죠. 한글 창제의 573주년을 맞은 해였는데요. 올해 한글날은 그 어느 해보다 남다른 기분이 들었습니다.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 조치가 어제로 100일을 맞기도 했는데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제2의 독립운동이다, 할 정도로 퍼져 나갔죠. 실제로 ‘이자카야,’ ‘사케,’ 등 일본식 문화 자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자는 움직임도 있었는데요. 우리말에 남아 있는 일본식 언어는 어땠을까요? 한글날을 맞아서 조금 늦었지만 오늘 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의 이윤옥 소장님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소장(이하 이윤옥)> 안녕하세요. 이윤옥입니다.

◇ 김양원> 우리말에 숨어 있는 일본어 관련 책을 펴내셨더라고요. 이렇게 꾸준히 우리말에 남아 있는 일본어 흔적을 연구해오셨는데, 남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 이윤옥> 제가 일본어 전공한지 40여 년 됐는데요.

◇ 김양원> 일본어를 전공하셨어요?

◆ 이윤옥> 네. 일본어 공부하면서 우리말 속에 일본말이 많이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런데 우리가, 저도 마찬가지지만 학교에서 어떤 말이 일본말이고, 어떤 말이 우리 고유말이고, 이런 것들을 별로 배운 기억이 없거든요. 그래서 제가 공부한 것을 중심으로 일반 대중을 위해서 이것을 알려야겠다. 국민이 일본말을 쓰는 것은 그 내용을 잘 모르기 때문에 쓰는 거라고 제가 판단해서 대중서적을 쓰고 있습니다.

◇ 김양원> 그러시군요. 그러면 본격적으로 지금까지 연구해 오신 것들 중에 어떤 것들이 우리가 이것은 한자어라고 알고 있는데, 사실은 일본어였는지요?

◆ 이윤옥> 그 예를 짧은 시간에 다 들기는 굉장히 어려운데, 제가 ‘사쿠라 훈민정음,’ ‘오염된 국어사전,’ ‘창시 개명된 우리 풀꽃,’ 이런 것을 쓰면서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었어요. 첫 번째는 그런 말을 썼을 때 민족적 자존심이 걸려 있는 부분이 있고, 또 일상적으로 쓰는 말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제가 가장 민족적 자존심이라고 꼽는 낱말이 ‘국민의례’라는 말을 꼽고 싶어요. 우리가 3.1절이나 광복절, 또 학교 입학식, 졸업식 같은 때 항상 국민의례를 하지 않습니까?

◇ 김양원> 공공기관에서 하는 모든 공식적인 행사에는 국민의례를 하죠.

◆ 이윤옥> 지금부터 국민의례가 있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하는데, 이 국민의례라는 말은 일본말 ‘고쿠민기레’라는 말에서 나온 거고, 원래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부르기, 순국선열 묵념이라고 정의 내리지만 이 말의 유래를 기록하지 않고 있어요. 국립국어원에서 나온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입니다. 그러나 이 말의 유래는 일본에서 나온 거예요. 일본의 메이지 시대 때 기독교들이 탄압 받으니까 일본 일장기에 대한 경례라든지, 기미가요, 일본 국가라든지, 또 신사참배를 안 했거든요. 기독교를 없애려고 하니까 기독교 단체들이 그러면 우리도 국민의례를 하겠다. 그래서 국민의례는 신사참배하고 일장기에 대한 경례, 그다음에 일본 국가, 기미가요라고 하죠. 그것을 부르는 것이라고 정의가 되어 있거든요. 저는 국민의례를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이 국민의례라는 말 자체가 품고 있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태극기에 대한 경례를 한다든지, 애국가를 부르고,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이라는 뜻이 아니라는 거죠. 분명히 말하지만 국민의례라는 것은 한국인이 만든 게 아니고 일본에서 만든 거고, 일본인들이 쓰던 말입니다.

◇ 김양원> 일본식 교육을 받던 그 시절부터 이게 되물림되어 오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 이윤옥> 그렇죠. 무비판적으로 썼던 거죠. 국민의례 말고도 우리가 ‘국위선양’이라는 말도 많이 쓰는데요.

◇ 김양원> 올림픽에 나가서 메달을 따거나 할 때요. 국위선양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죠.

◆ 이윤옥> 국위선양도 우리와 상관이 없는 말이에요. 이 말도 메이지 시대 때 메이지 정부를 전 세계에 알리자는 뜻에서 나왔던 말이에요. 이 말은 지금 표준국어대사전에 없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만 더 들면, ‘멸사봉공’이라는 말도 있어요.

◇ 김양원> 군부대 앞에 가서 많이 봤던 것 같아요.

◆ 이윤옥> 그렇죠. 이 멸사봉공이라는 것은 사적인 것을 멸하고, 없애고, 공적인 것을 받든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 말도 명치(메이지) 정부를 위해서 사적인 것을 없애고 목숨을 바쳐서 일본 명치 정부를 지키겠다, 그런 뜻이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조선시대나, 이순신이 있었던 그런 시대에도 우리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바친 사례가 있었어요. 그때는 멸사봉공이라고 쓰지 않았거든요. 그때는 ‘배사향공’이라는 말을 썼어요. 그런 것들을 제가 제 책에서 밝혀놨는데요. 일단 저는 이런 말들을 지금 우리가 쓴다는 것은 정말 겨레의 자존심을 구기는 말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잉꼬 부부할 때 ‘잉꼬’라는 것은 원래 사이좋은 부부관계를 한국에서는 잘못 쓰고 있는데, 이것은 아무 관계가 없는 거예요. 앵무새가 잉꼬거든요.

◇ 김양원> 일본어로요?

◆ 이윤옥> 네. 일본에서도 쓰지 않는 말이죠. 잉꼬 부부라는 것은 사이가 좋다는 뜻을 말하는 것이 아닌, 잘못 쓰고 있는 거고요. 우리 국민이 그런 지혜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우리말 속에 들어 있는 소위 일본말 찌꺼기, 그런 것들이 어떤 것인가를 걸려주는 기관이라든지, 학교에서 그런 수업을 받았다든지, 그런 게 없기 때문에 마구잡이로 쓰는 거죠. 그런 것들을 차분하게 걸려줬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 김양원> 당연히 이게 우리말이 아닐까? 한자어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던, 아까 잉꼬 부부도 그렇고요. 국위선양이나 국민의례도 마찬가지인데요. 이런 것들도 아직도 일본어 찌꺼기로 남아 있는 거군요. 저는 이렇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아무래도 우리가 일제 강점기를 거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일상용어에도 일본어들이 많이 남아 있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 이윤옥> 우리 진행자께서 단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낱말.’ ‘단어’라는 한자말도 ‘단고’라는 일본말이고요. 낱말이라는 좋은 우리말이 있거든요. 어떤 모 프로그램에서 단어라는 말을 써서 제가 바로 문자를 보내서 그 프로그램에서는 낱말이라는 말을 계속 쓰더라고요. 이렇게 낱말 하나라도 생각할 줄 아는 국민이 되어야겠고요. 저는 아까 질문하신 것처럼 1945년 8월 15일 이전까지는 일제 강점기였기 때문에 싫든, 좋든, 일본말을 써야 하는 그런 기간이 있었어요. 물론 그것도 고쳐 써야 하지만. 문제는 1945년 8월 15일 이후에도 계속 들어오고 있는 말들에 대한 각성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예를 들면, ‘택배’라는 말을 써요. 그것도 일본에서 만든 말이거든요.

◇ 김양원> 택배를요?

◆ 이윤옥> 네. 일본에서도 1976년에 택배회사가 생긴 거거든요. 그런데 우리도 택배 사업이 들어오면서 그 말을 무엇으로 할까 하는 고민 없이 바로 택배로 쓴 거예요. 그러면 택배 말고 뭐로 쓰냐고 하기 전에 그러면 그렇게 집에까지 물건을 배달하는 그 작업에 대한 우리말을 무엇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느냐는 그런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거죠. 광복 후에 일본에서 만든 말들이 계속 유입되는 게 우리는 어떤 말들을 만들어 쓰지 않고, 일본에서 만든 말을 아무 생각 없이 무비판적으로 가져다 쓰는 것. 택배도 그렇고, ‘물류’라는 말도 그랬어요. 그것은 일본 말로 ‘부쯔류’라고 하는데요. 물류라고 하면 지금 다 알아듣죠. 물건, 상품의 유통을 뭐라고 할까, 할 때 일본 애들은 물류라고 지어서 쓴 거예요. 여기서 일본을 칭찬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1945년 이후에도 계속 만들어놓은 말을 넙죽 넙죽 받아다 쓰면서 아무 생각이 없다는 이것을 말하고 싶은 거예요. 당장 바꿀 수는 없지만, 이런 말들을 과연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고민을 하자는 거죠. 주워서 쓰는 것은 쉽지만, 그것을 자기 것으로, 자기 고유의, 우리의 알기 쉬운 말로 고치려는 노력이 없다는 것은 저는 지적하고 싶어요.

◇ 김양원> 앞서서 일본어 찌꺼기, 이런 표현을 쓰셨어요. 제가 교수님이 책에서 언급하신 사례 중에 저로서는 충격이었던 게 ‘국립묘지 참배’라는 표현이었어요.

◆ 이윤옥> 묘지라고 쓰고 거기를 가는 것을 그러면 뭐라고 하느냐, 그것을 참배라고 하거든요. ‘삼빠이’라고. 그런데 신사참배라고 들어보셨잖아요. 그것은 신사 같은 곳에 참배할 때 쓰는 말이에요. 그러면 우리는 그전에 자기 조상 무덤에 가는 것을 참배라고 안 했고, 성묘한다고 했어요. 그러면 국립묘지에 성묘한다는 것은 이상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물론 자기 조상만 성묘하는 것으로 하고 국립묘지에는 참배, 이런 식으로 갈렸지만요. 잘 생각해보면 무덤에 가서 절을 하고, 조상을 기리는 것은 성묘라는 말로도 충분한 거거든요. 그래서 신사참배라는 말에서 썼던 참배를 우리 호국 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묘지에 쓰는 것도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고쳐야 할 말이죠.

◇ 김양원> 그런 것 같습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돼서 제가 마지막 질문을 하나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요. 요즘에는 한국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고, 또 케이팝이라고 해서 한류가 세계적인 붐을 일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외국에서 오히려 한국어를 배우고 따라하려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이런 보도를 많이 봅니다. 그런데 반대로 얘기하자면, 일본과 우리나라는 중국과 함께 같은 한자 문화권이었잖아요. 그래서 인접 문화권에서 일어나는 이런 문화교류, 언어교류, 이런 것들을 우리가 너무 일본이니까, 라는 이유로 나쁘게만 보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하는 의견도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있는 것 같아요. 이 부분에 대해서 소장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 이윤옥> 물론 한자 문화권은 맞아요. 맞지만, 우리말로 쓸 수 있는 말은 중국 한자는 괜찮고, 일본 한자는 안 된다는 논리는 아니에요. 중국 한자도, 일본 한자도, 또 외래어도 우리말로 바꿀 수 있는 건 바꾸면 참 좋겠지만, 그게 금방 되지는 않고요. 특히 일본과는 우리의 언어와 문자를 쓸 수 없도록 일제 침략 당시에 언어 말살 정책을 썼잖아요. 그것은 저는 언어, 말이라는 것은 그 나라의 얼과 혼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을 쓰지 못하게 그 말로 대신하게 했기 때문에 더더욱 우리가 광복을 맞이해서 74주년 동안 오면서 그런 말 속에 들어 있는 그런 것들을 구별하지 못하고 불매운동, 이런 것도 굉장히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말을 순화하고, 우리의 알기 쉬운 고유의 말로 바꾸려는 노력. 어떤 말이 그런 말인가를 골라 써야 하는 거지, 특히 일본과의 관계에서는 우리가 걸러 쓸 수 있는 민족적 자존심이 상하는 말들. 이런 말들은 얼마든지 우리말로 골라 쓸 수 있으니 그것을 골라 쓰는 작업을 해야 하고요. 또 그런 것들을 알려주는 작업을 부지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양원> 저희가 한글날을 맞아서 늦었지만 이윤옥 소장님께 이런 저런 말씀을 들어봤는데요. 공교롭게도 어제가 또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단행된 지 100일이 되는 날이었고, 그 어느 때보다도 한일관계가 만만치 않은 이런 시국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 말씀이 뜻깊게 다가오는 것 같고요. 단순히 불매운동,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만 열과 성을 다할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일본말 찌꺼기, 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런 흔적에 대해서도 뿌리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 이윤옥> 당장 고쳐 쓰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유래라도 알고 고치는 노력이라고 해야 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김양원>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윤옥> 고맙습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이윤옥 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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