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FM, 조현지입니다
  • 제작,진행: 조현지 / 구성: 조경헌

인터뷰 전문

[역사맛집] 조선시대도 배우자 출산휴가가 있었다?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10-10 15:54  | 조회 : 966 
[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대담 : 김준우 신일고 선생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역사맛집] 조선시대도 배우자 출산휴가가 있었다?


◇ 조현지 아나운서(이하 조현지)> 우리 지갑 속 만 원 지폐의 모델, 조선의 4대 국왕, 세종. 그의 업적은 한글 창제뿐이 아니었습니다. 들으면 깜짝 놀랄 만큼 시대를 앞선 천재, 세종대왕 이야기. 지금부터 한 번 맛을 보겠습니다. 맛깔스러운 역사 이야기들만 골라서 푸짐하게 한상 차리는 시간, <역사맛집>. 신일고 역사셰프, 김준우 선생님과 함께합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 김준우 신일고 선생님(이하 김준우)>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조현지> 오늘은 또 어떤 요리를 저희가 한 번 해볼까요?

◆ 김준우> 오늘은 아까 오프닝에서도 말씀하셨듯이 10월 10일 임산부의 날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조선시대 때 출산, 혹은 육아 관련해서 재미난 이야기를 가져와봤습니다.

◇ 조현지> 앞서서 살짝 언급을 했는데, 왠지 세종대왕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요. 왜 천재라고 했을까요?

◆ 김준우> 그렇죠. 세종대왕의 업적이 상당히 많습니다. 학창시절 때 역사를 많이 배웠겠지만, 세종대왕의 업적은 엄청나게 많이 배우게 되거든요.

◇ 조현지> 어제 한글날이었잖아요.

◆ 김준우> 맞아요. 훈민정음 창제부터 시작해서 과학기술, 여러 가지 있지만,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또 다른 업적이 한 가지 숨어 있습니다. 

◇ 조현지> 뭔가요?

◆ 김준우> 바로 출산휴가, 육아휴직 정책이 되겠습니다.

◇ 조현지> 세종 때부터 이런 게 있었다고요?

◆ 김준우> 그럼요. 조선시대 때 보통 신분제 사회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양반집 부인들은 출산을 하게 되면 어차피 일을 안 하기 때문에 집에서 아이와 함께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국가에 소속되어 있는 노비들 같은 경우에는 출산을 하고 난 다음에 또 다시 와서 일을 해야만 했거든요. 심지어 조선시대 때 노비들은 사실상 사람 취급을 안 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종대왕은 노비들이 그러면 되겠는가, 출산을 하기 전에 혹은 하고 난 후에 적당히 쉴 수 있게 법 제도를 고쳐야겠다고 말씀을 하신 거죠.

◇ 조현지> 그러면 얼마나 출산휴가를 줬을까요?

◆ 김준우> 일단은 세종 전까지만 하더라도 원래 조선에서는 7일 정도의 출산휴가를 줬습니다. 

◇ 조현지> 일주일이요? 애 낳고 일주일 만에 복귀해야 한다고요?

◆ 김준우> 네, 그런데 그건 너무 힘들다고 해서 1426년 세종 때 출산 후 100일간 주도록 하라고 7일에서 100일로 연장을 하게 됩니다.

◇ 조현지> 일주일에서 세 달 넘게요.

◆ 김준우> 그것뿐만 아니라 4년이 지난 뒤에 세종대왕이 또 이야기를 하십니다. 저번에 법을 고쳐서 7일에서 100일로 기한을 늘려줬는데, 보니까 출산 이후도 이후지만, 출산 전도 중요하더라. 만삭이 되어서 일하러 와서 집에 가는 길에 애를 낳은 노비도 있다더라, 그러면 안 되지 않겠느냐고 해서 출산 전에도 1개월 전부터 출산휴가에 들어갈 수 있도록 법을 바꾸게 됩니다.

◇ 조현지> 그러면 출산 전후로 해서 약 4~5개월 정도 되는 거네요?

◆ 김준우> 그렇죠. 또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 노비의 경우에는 100일 동안 쉬라고 하는데, 문제는 출산 후에 100일을 쉬는데 움직이기가 어렵지 않습니까? 옆에서 도와줄 사람이 필요한데, 보통 노비의 남편도 노비거든요. 그러면 남편은 일하러 나가고 집에 아무도 없는 거예요. 그러면 몸조리하기가 힘들다고 해서 남편들도 함께 쉬어서 육아에 동참하도록 하라고 한 것이죠. 그래서 남편들도 30일간 육아휴직을 허락하게 됩니다.

◇ 조현지> 사실 10월부터 남편, 배우자의 출산 휴가가 3일에서 10일로 늘어난다, 이런 기사가 얼마 전에 뜨기도 했는데요. 세종 시절에 이미 30일, 한 달을 줬다는 거잖아요?

◆ 김준우> 저는 남편들에게 준 것도 참 대단한 거지만, 노비들에게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준 것 자체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 조현지> 그렇죠. 그리고 어쨌든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양반 계층에서는 애초에 일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니까 따로 복귀를 한다든가, 이런 게 없지만 종들은 그런 게 아닌 거잖아요. 그런 것을 이미 다 고려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한데요. 그러면 혹시 ‘다둥이 혜택,’ 요즘에 이런 것도 있잖아요. 이런 게 있었을까요?

◆ 김준우> 요즘 저출생, 저출생이라고 해서 다자녀 혜택들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조선시대 때에도 존재합니다. 조선시대 때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살펴보면 세쌍둥이, 네쌍둥이를 낳아서 국가에서 곡식을 지급하였다는 기록이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 조현지> 그런데 이때도 세쌍둥이, 네쌍둥이가 많이 있었나 보네요?

◆ 김준우> 네. 세종실록을 잠깐 읽어보면, 광주사람 한막금의 아내가 한꺼번에 세 남자 아이를 분만하여, 명하여 쌀과 통을 아울러 10석을 주었다, 라는 기록이 있는데요. 여기서 쌀과 콩이 10석이면요. 그 당시 공무원에 있어서 9급 공무원 정도 되는 종 9품의 녹봉이 1년에 보통 쌀, 콩 합쳐서 10석입니다.

◇ 조현지> 연봉을 한 번에 준 거네요?

◆ 김준우> 1년치 연봉을 준 거죠.

◇ 조현지> 하긴 세쌍둥이면 아이들 키우려면 얼마나 많이 들어가겠어요.

◆ 김준우> 네, 맞아요.

◇ 조현지> 이런 것을 다 고려한 거였다는 거잖아요?

◆ 김준우> 그렇죠.

◇ 조현지> 그런데 이 당시 세종 때 지금처럼 저출생이거나 이런 것은 아니었을 것 아니에요?

◆ 김준우> 저출생은 아니었지만, 그 당시 국가 관념을 봤을 때에는 백성들이 많은 것이 나라의 힘이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조선을 건국할 때 시스템을 짠 정도전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임금은 나라에 의존하고, 나라는 백성에 의존하는 것이니 백성이란 나라의 근본이며 임금의 하늘인 것이다. 그래서 조선 정조 같은 경우에는 매년 인구조사해서 보고를 하거든요. 그때마다 예를 갖추면서 받았다고 기록에 나와 있습니다.

◇ 조현지> 사실 얘기를 들어보면 옛날 그 왕들은 인구를 참 존귀한 것으로, 중요한 것으로 그만큼 생각을 했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저희 어렸을 때, 제가 태어날 때만 해도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이런 세대가 됐는데요. 또 불과 몇 십 년 사이에 한 명도 안 낳는 시대가 됐단 말이에요. 그리고 앞서서도 지금 임신해서 입덧 중이다, 곧 있으면 태어난다, 이런 이야기를 보내주신 분들도 많았는데, 임신 중인 부모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 중에 하나가 태교잖아요. 조선시대 때도 태교, 이런 게 있었나요?

◆ 김준우> 조선시대 때 태교가 굉장히 유명했습니다. 여러 곳에서 태교를 했겠지만, 가장 관심이 있는 것은 아마 왕비들의 태교가 아닐까.

◇ 조현지> 그렇죠. 왕비들은 도대체 어떻게 했을까. 

◆ 김준우> 훌륭한 왕을 출산하기 위한 사명을 띠고 궁궐에 들어갔으니 태교에 엄청 신경을 많이 썼을 텐데요. 기록상 남아 있는 최초의 태교는 세종대왕 때입니다.

◇ 조현지> 역시 세종이네요.

◆ 김준우> 세종대왕의 부인이었던 소헌왕후가 첫 딸을 낳게 되는데, 그 땅이 정소공주거든요. 이 정소공주의 비석에 보면 덕이 깊고 용모가 빼어남을 태교 덕분이다, 이렇게 기록을 하고 있습니다.  

◇ 조현지> 아예 비석에 그렇게 새길 만큼이요? 그러면 어떤 태교를 했을까요?

◆ 김준우> 세종 때 지은 태산요록이라는 책을 보면 태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있는데요. 여기서 임신 3개월, 이 무렵 태아는 환경에 영향을 받기 시작하는데, 아직 성품이 정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서 태교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내용을 살펴보면 좋은 향을 피우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시경과 서경을 읽는다. 숙소는 깔끔하게 하고, 반듯하게 잘린 것을 먹고, 반듯한 자리에 앉는다. 음악을 즐기고, 좋지 않은 소리를 듣지 말고, 좋지 않은 일을 보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쓰여 있습니다.

◇ 조현지> 좋은 것 보고, 좋은 것 듣고, 좋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다, 이런 거. 지금의 태교 방법이랑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거든요.

◆ 김준우> 맞아요. 그런데 이 태교가 조선 후기로 가면 갈수록 엄격해지기 시작합니다. 조선 후기에 가면 일단 합방을 할 때부터 길일을 잡죠. 

◇ 조현지> 아, 이런 거 사극에서 많이 봤어요.

◆ 김준우> 제조상궁과 천체를 보는 관리인 관상감 둘이 합의를 해서 길일을 뽑습니다. 길일을 뽑고, 그다음에 거기서 천둥이 치거나 심한 안개가 끼거나 혹은 일식, 월식, 질병이 있었을 때를 피해서 날짜를 잡아요. 그래야 훌륭한 아이를 잉태할 수 있다, 이렇게 하죠. 그러고 난 다음에 아이를 임신했을 경우에는 왕비의 거처는 태교의 장이죠. 왕비는 십장생 수를 놓습니다. 오래 살라는 의미에서 십장생 수를 놓고요. 임신 5개월이면 역시 사서삼경 소리를 계속해서 듣고요. 음식도 음양오행에 맞춰서 먹게 되고요. 그다음에 음식 중에서 용봉탕. 건강한 왕세자를 낳으라는 의미로 잉어가 들어간 음식을 먹고요. 이런 이야기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 조현지> 용봉탕이 그때도 나오는 거군요. 조선시대의 태교라고 하면 저는 궁금한 게 신사임당이요. 최고의 학자를 또 길러냈잖아요. 신사임당은 물론 어머니 자체가 훌륭하시기도 했지만, 어떤 태교를 했을지 궁금하거든요. 

◆ 김준우> 신사임당도 왕과 같은 인물을 출생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냐면, 신사임당이라고 불리는 사임당 있잖아요. 이 사임당이 당호로 불리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사람 이름 대신 부르는 거죠. ‘사임당’ 이렇게 부르는데, 그 사임당의 뜻이 스승 사(師) 자에, 임(任) 자는 태임이라는 사람을 뜻해요. 이 태임이라는 사람을 스승으로 삼는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태임이라는 사람이 누구냐면 중국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 중 한 명, 왕 중의 한 명이었던 문왕을 임신한 어머니입니다. 그래서 이 태임이 태교를 통해서 문왕을 낳았는데요. 신사임당도 나도 태임처럼 문왕과 같은 훌륭한 제왕의 기질을 가진 아들을 낳겠다는 뜻으로 자기의 당호를 정한 거죠.

◇ 조현지> 이미 호를 정할 때부터 의지가 담겨 있었네요.

◆ 김준우> 그렇죠. 왕을 낳지는 못했지만 정말 유명한 율곡 이이라는 당대 최고의 학자를 낳게 됩니다.

◇ 조현지> 쭉 듣다 보니까,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좋은 것을 보고, 좋은 생각을 해야 하고, 음악 즐겨야 하고, 아까 사서삼경 읽고, 이런 것은 결국 똑똑한 아이 낳으려고 하는 거잖아요. 요즘 태교 하느라 수학 문제 푼다, 이런 분들도 있고요. 영어 테이프 듣는다는 분들도 있는데요. 지금 이 현대의 태교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 김준우> 맞아요. 조선 후기에 태교 관련해서 유명한 책 하나가 태교신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 조현지> 책도 있었어요?

◆ 김준우> 네. 요즘도 번역되어서 나와 있는데요. 태교신기를 보면 이런 이야기가 쓰여 있어요. 어진 스승 밑에서 10년간 배운 것이 훌륭한 어머니의 태교 10달만 못 하다. 

◇ 조현지> 그만큼 태교가 중요하다는 거죠?

◆ 김준우> 어진 스승의 10년보다 어머니의 10달 태교가 중요하다는 거죠. 10일 두 번 나오죠? 오늘이 10월 10일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보면 어머니만 이렇게 신경 쓴 것이 아니라 온 집안이 다 같이 태교를 해야 한다고 나와 있어요. 예를 들어서 어머니가 좋은 것을 봐야 하는데, 아버지가 거기서 싸우고, 험한 말하고, 욕하고, 때리고, 이러면 안 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아버지도 태교에 같이 동참해야 하고, 거기서부터 공동 육아가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이 됩니다.

◇ 조현지> 든든육아, 공동육아. 사실 이게 조선시대 때부터 계속 됐던 이야기라는 게 놀랍기도 하고, 지금 우리는 왜 그것을 잊고 있어서 다시 캠페인을 해야 하는가, 이런 생각도 드는데요. 한 청취자님께서 “신사임당 아들이 문왕 급 인물이 되기를 바랐던 거군요. 처음 알았어요. 신기합니다. 이렇게 예나 지금이나 어머니의 사랑은 엄청납니다.” 이렇게 해주셨는데요. 자식을 좋은 사람으로 기르기 바라기 위한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느끼는 게 예나 지금이나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 정말 중요한 일이고, 이렇게 국가적으로 중요시했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됩니다. 오늘 선생님, 조선시대 세종 이야기랑 태교 이야기했는데, 갑자기 모르는 것을 알게 된 느낌이에요. <역사맛집>을 들을 때마다 배불러지는 그런 느낌입니다.

◆ 김준우>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는 것 말고 더 재미난 이야기들이 더 많이 숨겨져 있습니다. 

◇ 조현지> 그러니까요. 뭔가 정해진 반찬 말고 특별한 특별식을 먹은 듯한 그런 느낌이 듭니다. <역사맛집>, 오늘도 신일고등학교 김준우 선생님과 함께했습니다. 선생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김준우>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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