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 진행 : 최휘/ PD: 신동진 / 작가: 성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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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터널에서 꺼내주었다" 심리부검 후 자살 유가족이 한 말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7-15 15:02  | 조회 : 1692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19년 7월 14일 (일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이구상 중앙심리부검센터 부센터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나를 터널에서 꺼내주었다" 심리부검 후 자살 유가족이 한 말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저희가 연속해서 마련하고 있습니다. 자살공화국이라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짚어보고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봅니다. 오늘은 자살 그 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하는데요. 보통 자살 사망자가 발생하면 남겨진 유가족과 지인들은 슬픔 속에서 도대체 왜, 라는 질문에 시달리고요. 내 탓은 아닐까 하는 죄책감에 빠지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런 의혹을 밝히고, 유가족들의 슬픔을 치유하는 방법이 있다고 하는데요. 바로 심리부검이라고 합니다. 어떤 내용인지 오늘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중앙심리부검센터 이구상 부센터장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구상 중앙심리부검센터 부센터장(이하 이구상)> 네, 안녕하세요. 

◇ 김양원> 먼저 지금 듣고 계신 분 중에 조금 생소하신 분들이 있을 것 같아요. 심리부검. 조금 정확히 설명해주시죠?

◆ 이구상> 네, 심리부검이란 유가족분들께서 제공해주신 자료나 유가족분들과의 면담을 통해서 자살 사망에 영향을 끼쳤을 다양한 요인들, 예를 들면 건강이라든가, 심리라든가, 대인관계, 경제적인 문제, 이런 환경적인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고인이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를 규명하는 작업을 하는 방법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김양원> 저희가 보통 시신을 부검한다, 이런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잖아요. 그런데 심리를 부검한다, 이 이야기는 생소해서 제가 여쭤봤고요. 말씀 듣고 보니 자살의 이유. 왜 돌아가셨는지, 그 이유를 밝히기 위한 과정인 것 같은데요. 이 과정을 통해서 유가족들이 도대체 왜, 라는 의문을 조금 해소할 수 있나요?

◆ 이구상> 네, 심리부검을 통해서 늘 갖게 되는 질문.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에 대한 부분을 일정 부분 답을 찾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심리부검의 결과가 제공되면서 그 답을 찾는 것은 아니고요. 그분의 삶의 전반적인 상황들이라든가, 죽음 직전에 있었던 여러 가지 요인들을 본인 스스로 탐색해가면서 마음속에 정리라든가, 사망하신 분에 대한 삶을 통합적으로 분석해내는 그런 과정들을 경험하게 되죠.

◇ 김양원> 예를 들어 가족이나 지인이 이런 선택을 하셨다고 했을 때, 심리부검을 받게 되는 분들은 남겨진 가족이나 친구들이잖아요? 시신부검은 사망한 당사자의 시신을 부검하는 것인데, 심리부검은 사망한 당사자가 아니라 남겨진 가족들이나 다른 사람들을 부검하게 되는 거죠. 그렇게 되면 정확한 정보를 과연 얻을 수 있을까, 궁금해지거든요?

◆ 이구상> 아무래도 유가족분들께서 그것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거나 떨어져 사셨을 경우에는 그 상황에 대해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면담을 통해서만 진행하는 것은 아니고요. 유족분께서 가지고 계신 여러 가지 자료들을 함께 검토하거나 저희가 통상적으로 두 분의 유족분들을 만나 뵙고 한 분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아니고, 두 분의 이야기를 통해서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그 결과를 도출하기도 합니다.

◇ 김양원> 그러면 유족들이 가지고 있는 기억, 이게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은데요. 유가족들이 심리부검을 하면서 고인에 대한 기억을 다시 떠올리거나 이야기하는 것. 고통스러운 과정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 이구상> 실제로 고인의 사망 당시 기억들을 일부로 꺼내는 것은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저희가 몇 가지 조건을 달고 이 면담을 진행하는데요. 우선 첫 번째로는 자발성의 원칙입니다. 본인이 만약에 이것을 원치 않았을 경우에 언제든지 중단이 가능합니다. 또 이야기하는 과정 속에서 그 이야기를 풀어낼 때 내가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다고 하면, 그 이야기도 거부할 권한이 있습니다. 그래서 면담의 과정에서 사망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을 통해서 유족분들이 치료적인 도움을 받아야지, 그것들로 인해서 고통을 받는 것은 저희는 최대한 차단하고, 또 이러기 위해서는 전문가가 이 면담을 수행해야 할 필수조건이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김양원> 말씀하신 것처럼 고통을 덜어내고, 조금 나아지기 위해서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인데, 기억을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점점 더 고통 속으로 빠져들 수 있기에 원하시지 않으면 안 하신다고 하셨잖아요. 그렇다 보면 아무래도 심리부검이라는 과정을 신청하는 분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되는데, 실제로 어떻습니까?

◆ 이구상> 심리부검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시는 유족분들도 워낙 많으시고요. 그다음에 심리부검을 통해서 내가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나 이런 것들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많으십니다. 그래서 실제로 1년에 저희가 심리부검을 한 건수가 120건 내외 정도 되는데요. 최근 들어서 이런 심리부검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돼서 전년과 비교해보면, 두 배 가까이 이상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는 유족분들도 심리부검에 대한 태도라든가, 가치라든가, 이런 것들이 언론이나 방송을 통해 노출되면서 많이 개선됐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 김양원> 심리부검이 유가족들의 치유에 도움이 된다. 이렇게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되는 건가요? 어떻습니까?

◆ 이구상>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라든가, 고민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사실 몇 시간 동안 누군가를 붙잡고 이야기하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리고 주위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도 없고, 그런 이야기를 시작하면 그만해라, 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서요. 그런 기회를 갖는 첫 단추가 됩니다. 그리고 심리부검을 통해서 그냥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 저희가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몇 가지만 소개를 해드리면, 이렇게 심리부검을 통해서 유입된 유족분들을 대상으로 생명보험 사회공헌재단에서 후원을 하고 계시는데, 1인당 140만 원 정도의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고요. 전국에 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서 애도상담이라든가, 마음건강 교육이라든가, 사회성 향상 프로그램이라든가, 이런 다양한 서비스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심리부검이 그 시작이고, 이후에는 지속적인 관리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김양원> 이게 자살로 가족이나 지인을 떠나보낸 남겨진 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역할을 하신다고 했는데, 실제로 활동하시면서 저희한테 소개해주실 만한 사례가 있을까요?

◆ 이구상> 아무래도 개인정보와 관련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저희가 유족분들 관련해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 속에서 저희도 감동을 받았던 그런 이야기를 간단히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인분 중에 자살로 사망하고 나서 굉장히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해서 힘들어하셨던 분이 계셨는데요. 그분이 우연치 않게 이 서비스를 받고 나서 저희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된 것 같다. 그리고 본인이 지금까지 세금 낸 것이 굉장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세금 지금까지 낸 것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할 정도로 저희에게도 굉장히 큰 기쁨이었고, 그분에게는 고통을 혼자 감내해야 하는데, 그 터널 같은 곳에서 빠져나온 계기가 됐다고 그분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긍정적인 부분에서 이런 서비스들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 김양원> 네, 어두컴컴한, 앞이 보이지 않는 암흑 같은 그런 터널 속에서 나를 꺼내준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고 하는데, 공감이 가고요. 그러면 혹시 저희 방송을 지금 듣고 계신 분들 중에 이런 말 못할 안타까운 상황에 처해 있어서 나도 한 번 심리부검을 받고 싶다는 분들기 계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이구상> 주저하지 마시고, 또 고민하지 마시고, 일단 전화를 주십시오. 전화를 주셔서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시면 저희가 성심성의껏 필요한 요소, 요소들을 설명을 드릴 겁니다. 그리고 저는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내용이 분명히 주위에 이런 고통으로 힘들어 하는 유족분을 알고 계시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그분들은 대부분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하시죠. 내가 괜한 이야기를 해서 그분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닌가 하고 침묵으로 지속하는 경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거기서 벗어나셔서 그분들에게 이런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양원> 네, 여러분 들으셨죠? 중앙심리부검센터입니다. 이쪽으로 전화를 하시거나 홈페이지 들어가셔서 도움을 받아보시기 바라고요. 자살로 인해서 남겨진 유가족에 대한 심리치료와 지원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저희가 이것을 통해서 하고 싶은 것은 자살예방이에요. 그런데 이런 심리부검이 자살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사례가 있을까요?

◆ 이구상> 네, 중앙심리부검센터에서도 1년에 한 번씩 심리부검한 결과를 보고서로 발간하고 있습니다. 우선 첫째로, 자살 사망 전에 조기 경고 신호가 있었느냐. 사망을 짐작할 수 있는 신호가 있었느냐는 분석을 해보면 약 92%가 그런 징후가 있었다, 이렇게 유족분들께서 답을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자살 사망 전에 이것을 인지했는가, 자살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인지했는가, 하는 질문에 75.6%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그러면 이러한 조기 경보 신호가 어떤 것들이 있고, 사망 직전에 어떤 모습들이 나타나는지를 국민분들에게 교육을 하거나 아니면 전문가분들에게 교육을 하거나 그러면 조기에 발견될 가능성이 매우 높게 되는 거죠. 그리고 또 자살의 주요인, 스트레스 요인으로는 정신건강 문제가 가장 높았습니다. 정신건강 문제가 87.5%로 가장 높았고, 복수 응답입니다. 가족 관련 스트레스가 64%. 경제 문제가 60.9%, 이렇게 나타났습니다. 결국 정신건강 문제라는 것이 경제적인 문제라든가, 대인관계 스트레스 때문에 발생할 수도 있고요. 아니면 정신건강 문제가 시작되어서 이런 경제적인 문제와 대인관계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게 되는 겁니다. 결국은 이런 정신건강 문제를 우리가 조금 더 조기에 발견하고, 또 치료받게 되면 이런 어려움에서 조금 더 벗어날 수 있게 된다는 거죠. 특히 우리가 참고해볼 수 있는 나라가 있는데요. 핀란드 같은 나라는 1년간 자살로 사망한 분들의 자살 사망 원인을 알기 위해서 6여 년간 심리부검을 진행했고요. 국가 차원에서 진행했고, 그 결과를 통해서 7가지의 핵심 가치를 수집했고, 그것을 토대로 해서 지속적인 자살예방 활동을 했습니다. 지금의 결과로는 핀란드가 자살률이 상당히 많이 떨어진 그런 나라라고 많은 나라에서 핀란드에 대한 대책의 사례를 우수 사례로 가져와서 진행을 하고 있는데요. 이런 것들만 보더라도 심리부검에서 나온 결과가 자살예방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설명드릴 수 있겠습니다. 

◇ 김양원> 심리부검을 통해서 자살예방의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씀까지. 계속해서 저희 프로그램에서는 자살을 살자로 바꾸는 노력과 필요성, 다뤄보겠습니다. 이런 노력의 일조하고 계시는 이구상 부센터장님, 오늘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구상> 네,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중앙심리부검센터 이구상 부센터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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