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만나는 시간, NOW
  • 방송시간 : [월~금] 09:10~10:00
  • 진행,PD: 전진영 / 작가: 강정연

인터뷰 전문

“원앤온리 카자흐스탄 대통령 30년 만에 스스로 사임, 왜?”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3-22 12:12  | 조회 : 962 
YTN라디오(FM 94.5) [세계를 만나는 시간, NOW]

□ 방송일시 : 2019년 3월 22일 금요일
□ 출연자 : 백주현 前 카자흐스탄 대사(국립외교원 명예교수)


◇ 전진영 아나운서(이하 전진영): 최근 카자흐스탄에 카자흐스탄 역사상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카자흐스탄이 독립하고, 대통령직이 만들어진 이후, 처음이자, 단 한 명뿐이었던 대통령이 최근 물러나겠다고 스스로 사임 의사를 밝혔는데요. 오늘 NOW 인터뷰에서는 카자흐스탄 대사를 지낸 국립외교원 백주현 명예교수와 함께 관련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백주현 前 카자흐스탄 대사(이하 백주현): 안녕하세요. 

◇ 전진영: 저희가 국제시사 전문 프로그램을 만든지 3주 정도 되어 가는데, 제가 진행을 해보면서 느낀 것은 아직도 전 세계적으로 장기 집권하는 나라가 이렇게 많구나를 실감하게 됩니다. 최근 20년 집권을 한 알제리 대통령 이야기도 다뤘습니다만, 카자흐스탄은 무려 30년 동안 대통령직을 한 사람이 해왔단 거잖아요? 

◆ 백주현: 그렇습니다. 카자흐스탄의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갑자기 사임을 하셔서 굉장히 놀라운 결정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또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경우는 헌법상 임기제한이 없습니다. 초대 대통령에 대해서는 임기 제한을 없애는 그런 헌법 규정이 있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적 권좌에 있던 분이 갑자기 스스로 사임하니까 놀라움도 있고, 일부 제3세계에서는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표하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전진영: 그런 부분 때문에 뉴스가 되는 것 같기도 한데요. 처음 당선될 때 98.8%의 압도적 지지율. 거의 전원이 찬성했다고 봐도 될 정도인데요. 30년 동안 그 지지율이 이어졌는지가 궁금하고요. 교수님께서 카자흐스탄 대사로 가 계셨던 게 언제죠?

◆ 백주현: 저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3년 근무를 했습니다.

◇ 전진영: 그때 가셨을 때 느끼셨던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은 어땠나요?

◆ 백주현: 저는 주 소련 대사관에서부터 겸임국으로 카자흐스탄을 방문했고, 대사님을 모시고 가고 통역하면서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을 1990년부터 봐왔는데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왜 이렇게 강한 국민의 지지율을 얻었느냐 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1991년 소련이 붕괴됐는데, 그 과정에서 당시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러시아하고 교섭을 굉장히 잘해서 서북부에 위치한 주요 유전권의 관할권을 다 찾아왔어요. 동시에 문제가 많았던 세미팔라틴스크라고 지상, 지하 포함해서 500여 회의 핵실험을 했던 핵 실험장을 폐기했습니다. 핵무기를 폐기한 대신에 미국이나 러시아로부터 체제 보장과 대규모 경제 협력 투자를 받아낸 거죠. 그러니까 이게 국가를 건설하는 데 있어서 초기에 그 작업을 잘 교섭하고, 튼튼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이 카자흐스탄 국민들한테는 이미 그 당시부터 국부에 가까운 사람이라는 의식이 생겼고요. 실제로 텡기즈쉐브로일이라는 유전은 쉐브론이 50%를 투자하고, 엑슨모빌이 50%를 투자한 대 유전인데, 수익성이 높아서 전 세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이렇게 마련된 돈으로 카자흐스탄은 개혁, 개방의 정책을 초기부터 펼쳐왔고, 그러면서 국가 장학금으로 선진국에 2만 명 가까운 사람을 유학시켰거든요. 국가 발전에 있어서 대통령이 한 여러 가지 업적에 대해서 국민들은 강한 지지를 보여왔고, 제가 만난 시민들도 이런 것에 대해서 어떤 거리낌 없이 존경하는 것을 듣고 있었습니다.

◇ 전진영: 굉장히 국민들이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는 실적들을 많이 내놓은 대통령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 시점에서 대통령직을 스스로 내려놓은 걸까요? 그 부분이 가장 궁금한 건데요. 표면적인 이유가 있을 테고요. 그리고 아까도 말씀하셨지만 의구심이 가는 부분도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대통령직을 더 하고 싶지만 지금 그만둘 수밖에 없는 숨겨진 이유도 있다고 봐도 될까요?


◆ 백주현: 제가 옆에서 봐온 모습으로는 아직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건강하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나이로 80이신데, 2년 전에 라이벌이었던 우즈베키스탄의 카리모프 대통령이 갑자기 서거했습니다. 2016년에요. 그분이 한 2살 정도 많거든요. 이게 대통령직이 굉장히 격무인데, 어떤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하는 생각을 하신 게 아니가 하는 생각이 들고요. 또 자기가 마지막까지 권력을 유지하다가 상황이 이상하게 돼서 퇴진하는 것보다는 카자흐스탄의 안정과 번영을 위한 구상을 실현할 수 있는 구조로 넘어가는 것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 전진영: 그런데 지난달까지만 해도 대통령이 구체적인 개혁성과가 없다면서 총리 내각을 전격 해산시키기도 했고, 이렇게 적극적으로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에 집권 의지가 확고했다고 보는 부분도 있었거든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백주현: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제가 대사로 재직할 때도 내각에 대한 질책이 자주 있었습니다. 제가 분석하기로는 그동안 1998년 경제위기가 있었고, 2008년에 글로벌 경제 위기가 있었고요. 2014년에는 러시아의 크림병합으로 인해서 뜻밖의 경제 피해를 입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이 유라시아 경제공동체의 회원국이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여러 번에 걸친 경제의 충격들이 있었는데, 객관적인 사안에도 불구하고 국정의 성과를 내는 데 있어서 미약하다는 지적들이 있었거든요. 최근에 와서는 이런 개각을 하는 것이 자주 이루어졌다, 이렇게 보셔야 할 것 같고요. 그래서 대통령을 30년 하시니까 각료들이 너무 복지부동하고 눈치만 보는 게 아니냐. 이런 판단도 있을 것 같고요. 젊은 대통령을 앉혀서 내각에 역동성을 부여하고 자신은 물러나되 잔존 권력은 유지하는 선택을 한 것으로 봅니다.

◇ 전진영: 제가 보도 내용을 보니까 권력은 유지하겠다는 선택을 한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잖아요. 대통령직은 내려놓더라도 몇 개의 권력은 그대로 가지고 있는 모습이더라고요. 안보리 의장직, 누르오탄 당 의장직, 헌법위원회 위원직은 유지하겠다. 이렇게 밝혔는데, 이런 부분으로는 실질적으로 대통령직에서 내려온다고 한들 권력은 계속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 이런 분석도 있거든요? 

◆ 백주현: 제가 아까 이미 설명을 드렸지만 카자흐스탄 국민들 사이에서는 우리 국가를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분이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라고 하는 믿음이 생각보다 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정치적인,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서도 그러한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다만 이분이 안보라든가, 당을 장악하는 것은 아직 하겠지만, 실질적으로 제일 어려운 부분은 현재 카자흐스탄이 처해 있는 경제적인 어려움. 이것을 타개해서 어떻게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또 성공적으로 경제 건설을 해나가느냐는 것입니다. 카자흐스탄은 기본적으로 핵무기를 버리고 경제 건설을 하는 선택을 한 국가인데요. 여기에 가장 자극을 많이 준 나라가 우즈베키스탄입니다. 그동안 우즈베키스탄은 폐쇄적인 체제를 유지했고, 카자흐스탄은 개혁, 개방에 주력을 해왔는데요. 최근에는 관심이 우즈베키스탄으로 많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라이벌 관계도 생각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전진영: 그러면 카자흐스탄 내부에서도 새로운 지도자가 이제는 필요하다, 이른바 젊은 피라고 저희가 말을 하잖아요. 그런 부분에 대한 갈망도 있나요?

◆ 백주현: 저는 그렇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것은 카자흐스탄뿐만 아니라 그동안 러시아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많이 있었고, 사회는 시장 경제로 이동해서 많이 변했는데, 지도부는 옛날 방식으로 한다고 해서 젊은 층에서 상당히 지도부에 대한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는 문제가 발견됐거든요. 카자흐스탄에서도 이제 외국에 나가서 유학한 학생들도 많고, 경제 발전의 경험도 있는데, 조금 더 투명하고, 믿을 수 있는 제도가 들어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대통령이나 권력가와 연결된 사람들만 출세하는 것보다는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 하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특히 인재를 기용하는 것이나 예산을 편성하는 것에 있어서 그런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꽤 있다고 저는 느끼고 있습니다.

◇ 전진영: 그렇다면 앞으로 카자흐스탄에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나요?

◆ 백주현: 앞으로 잔여 임기가 1년입니다. 앞으로 1년 동안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되어 있는 것이고요. 아마 그 임기가 다한 시점에 이루어질지, 아니면 그것보다는 조금 더 빠른 시기에 대통령 선거가치러지지 않을까 하는 관측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전진영: 그러면 후임 대통령으로 가시화된 후보군이 있습니까?

◆ 백주현: 그동안에 여러 번에 걸쳐서 대통령을 직을 놓고 장기 집권하니까 야심가들이 자기의 의사를 표현하다가 좌초된 경우도 있었는데요. 제가 보기에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대통령 후보로 나올 수 있는 분이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상원의장. 그 사람이 대통령직을 임시로 하고 있습니다만, 그분하고 그다음에 대통령의 장녀인 다리가가 있고요. 그분이 이번에 상원의장이 되었습니다. 상원에 위원장을 하다가 올해 상원의장이 됐고요. 그런 분들이 가능성이 있고, 또 그 이외에도 이미 총리를 지내고 아스타나 시장을 했던 타스마감베토프라는 분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오랫동안 거론되어 왔던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이 그동안 굉장히 낮은 자세로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보고요. 그런 분들이 가능성이 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 전진영: 저희가 또 이 일에 대해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부분은요. 카자흐스탄을 장기 집권해 왔던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사임이 단순히 카자흐스탄이라는 한 나라의 변화로 끝나는 게 아니라 중앙아시아 지역에 전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 이 부분도 저희가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 백주현: 흥미로운 부분인데요. 색깔 혁명이 아프리카부터 중앙아시아까지 불었었죠. 우크라이나도 그랬고, 키르기스탄도 그랬고, 조지아도 그랬고, 또 이 전에는 아랍과 아프리카에서도 아랍의 봄이라는 그런 혁명의 물결이 왔었죠. 그 과정에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는 미치지 못하고 멈췄거든요. 어떻게 보면 장악력이 높은 대통령들이 민생에 대한 안정성을 가지고 갔기 때문에 국민들이 폭발적인 요구는 안 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에 새로 대통령이 되고, 또 새로운 대통령으로 당선될 분들이 그런 부분에 유의를 해서 사회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또 국정 운영을 안정적으로 해나간다고 하면,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하나 말씀드릴 것은 초반에도 말씀드렸지만, 카자흐스탄 같은 경우는 경제를 안정적으로 이끌어나갈 여러 가지 조건이 있거든요. 자원들이 많고, 그동안 유학생들을 보내서 투자해놓은 인재 양성도 있고요. 그리고 개혁·개방뿐만 아니라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 그동안 시리아라든가, 아프가니스탄이라든가 이런 해결의 장을 제공해왔고요. 우리가 가장 관심 있는 한반도 비핵화에도 자기들의 그런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하고 있습니다. 이런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되면, 어떤 급격한 정세 변화보다는 기존의 정책 방향에서 조금 더 투명성을 제고하는 쪽으로 가지 않겠나, 그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 전진영: 우리나라와도 영향이 있을까요?

◆ 백주현: 우리로서는 굉장히 기대감이 큰 상황입니다. 

◇ 전진영: 우리나라와 최대의 협력국이라고 들었습니다.

◆ 백주현: 말씀을 드렸지만 카자흐스탄에는 우리의 핏줄인 고려인들이 아직도 10만 명 정도 거주하고 계시고요. 우즈베키스탄에는 18만 정도가 거주하고 계십니다. 또 지난 30여 년 동안 우리 기업들이 이 지역에 진출해서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조금 더 개방적이고, 이런 좋은 풍토가 형성되기를 기다려 온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굉장히 기대가 크고요. 또 제가 보는 관점은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이 진정한 페이스메이커가 됐다. 한쪽은 폐쇄고, 한쪽은 개방이었기 때문에 그동안은 서로 얘기를 할 때 마이동풍하는 게 있었는데, 이제는 서로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을 하면서 중앙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하지 않겠는가. 그런 관점에서 우리 기업에도 큰 기회가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 전진영: 네, 오늘은 카자흐스탄에서 장기 집권했던 대통령의 사임을 통해서 카자흐스탄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까지 분석을 해봤습니다. 지금까지 백주현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백주현: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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