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전성기, 오늘
  • 진행자: 김명숙 / PD: 신아람 / 작가: 조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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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나도 몰라, 전성기 마음다방 -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9-10 13:08  | 조회 : 2627 
YTN라디오(FM 94.5) [당신의 전성기 오늘] 
□ 방송일시 : 2018년 9월 10일 (월요일) 
□ 출연자 :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

내 마음 나도 몰라, 전성기 마음다방 -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


◇ 김명숙 DJ(이하 김명숙): <내 마음 나도 몰라, 전성기 마음다방>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 자리 함께하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이하 누다심): 안녕하세요. 누구나 다가갈 수 있는 심리학을 꿈꾸는 사람, 누다심입니다.

◇ 김명숙: 반갑습니다. 가을이 되니까 가을바람을 타고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것 같지 않으세요?

◆ 누다심: 우리가 온도가 적절하니까 날씨보다는 우리 삶에 좀 더 집중해서 심리적으로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 김명숙: 그래요? 저는 가을바람에 시간은 좀 머물고 고민, 근심·걱정만 바람결에 날려버렸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함께하는 시간이 오늘 이 시간이죠. <내 마음 나도 몰라, 전성기 마음다방> 첫 번째 사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6002번 청취자분의 사연입니다. “결혼 11년 차 주부입니다. 남편과 초등학교 저학년 딸아이와 저, 이렇게 셋이 살고 있습니다. 남편은 어려서 부모님의 이혼을 겪기는 했지만 남동생과 함께 경제적으로는 큰 어려움 없이 성장한 것 같아요. 문제는 남편이 집안일의 모든 상의를 동생과 나누고 결정의 기준을 동생에게 둔다는 데에 있습니다. 제게는 그냥 결과만 통보하듯 전해주거든요. 사소한 집안 살림 부분까지 동생 부부의 의견을 앞세우는데 그것 때문에 트러블이 잦아져요. 이런 부부의 모습이 딸에게 많이 부끄럽습니다. 미래를 함께 설계하고자 남편은 부지런히 경제활동을 해왔고 저도 열심히 재테크를 했어요. 그래서 전세도 벗어났고 아파트도 여러 채 갖게 됐습니다. 하지만 다음 단계를 위해서 제가 입을 떼면 남편은 그 정보를 고스란히 동생에게 가져가서 인생의 다음 설계를 하곤 합니다. 저는 이제 남편과는 아무것도 하지 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너무 속상해서요”

이분도 참 마음이 힘드시겠어요. 남편하고 이렇게 해서 이렇게 살아보고 싶은데, 라는 생각도 있고 의견을 내면 남편분이 부인과 상의하기보다는 남동생과, 어렸을 때 함께 자라온, 부모의 이혼이라는 게 성장기에 영향이 커서 그럴까요?

◆ 누다심: 아무래도 어린 시절의 경험은 굉장히 오래갑니다. 그래서 성인이 됐을 때 경험했던 것과 어린 시절에 경험했던 것의 비중의 차이를 본다면 사실 성인이 돼서 경험했던 것들은 어린 시절에 경험했던 것들에 비해서, 제가 직관적으로 느낌으로 봤을 때에는 20% 정도밖에는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어린 시절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인생을 시작하는 초기 경험이 어쩌면 평생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이분도 어린 시절에 경험하셨던 부모님의 이혼. 그러면 동생이랑 두 분만 있었을 거 아니에요.

◇ 김명숙: 서로 믿고 의지하는 게 컸겠죠.

◆ 누다심: 그렇죠. 그래서 내 인생에서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동생뿐이다. 아마 이런 생각을 하시지 않았나, 생각이 드네요.

◇ 김명숙: 그런데 그렇게 생각을 물론 할 수 있고 그런 경우의 수도 많겠지만, 결혼하게 되면 사랑하는 부인 또 반대로 사랑하는 남편, 이렇게 같이 가정을 이루다 보면 우리 둘이 의견을 모아서 뭘 하자. 이런 경우가 대부분이잖아요. 그런데 그게 쉽지 않은가 보죠, 이럴 때?

◆ 누다심: 제 생각에는 남편분이 결혼 여부도 동생과 상의하셨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이런 경우가 많아요. 보통 이걸 심리적으로는 분리가 안 되어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보통은 자기 부모님과 분리가 안 되어 있는 자녀들이 많이 있거든요. 그래서 성인이 됐는데도 아직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심리적으로 분리가 안 되어 있으면 내가 누구랑 결혼할지도 부모님과 상의하고.

◇ 김명숙: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마마보이?

◆ 누다심: 그렇죠. 그렇게 해서 부모님이 괜찮겠다, 결혼을 허락해서 결혼하면 그 이후에도 부부 관계에서 소통해야 할 것을 부모님에게 또 가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게 보통 고부갈등, 요즘 처가와의 갈등이 굉장히 많잖아요. 그래서 이분 같은 경우에는 부모님이 아니라 동생과 심리적으로 분리가 안 되어 있는, 마치 몸은 하나인데 머리가 두 개인 듯한, 심리적으로 보면 동생분과 그런 관계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 김명숙: 동생과 돈독한 형제지간에 우애가 깊은 것은 너무너무 좋은 현상인데 그게 살짝 과해서 아내와의 관계에서 불편함이 발생한다면 그건 또 불행일 수 있는 거잖아요.

◆ 누다심: 그렇죠. 저는 동생분도 좀 어떤 생각이 드느냐면, 만약 제가 저희 형이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가지고 저한테 와서 이렇게 하면 어떨까, 라고 한다면 저는 그건 형이 형수랑 알아서 해, 이렇게 얘기할 텐데요. 이 동생분도 결혼하신 것 같아요. 동생 부부라고 했으니까. 그런데 동생분도 사실 형의 집안 사소한 일까지 이야기했을 때 거기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한다는 것 자체가 동생도 형이랑 분리가 안 되어 있는 같은 입장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 김명숙: 혹시 이렇게 열심인 부인이 있는데도 남편이 부인을 조금 미덥지 못하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요?

◆ 누다심: 그렇죠. 일단 제가 사연을 보면서 좀 눈에 띄었던 게 결혼 11년 차 주부이신데 아파트를 여러 채 갖게 되셨대요. 이분이 아마 좀 재력이 있으신 것 같아요. 그런데 이렇게 많은 재력이 있을 때 이걸 가지고 여유 있게 내가 스스로 결정하고 내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결정해서 투자도 마음껏, 실패하더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잖아요. 그런데 사실 심리적인 부분은 우리의 현실적인 부분을 압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례로 돈이 아무리 많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요. 스스로 ‘나는 아직 가난해’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은요. 계속 일만 하세요. 그런데 돈은 아무리 적고 남들이 보기에는 참 저 집은 힘들게 살겠다, 라고 하더라도 스스로가 부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여유 있게 사십니다. 그러니까 아내분 입장에서는 내가 이렇게 열심히 재테크도 해서 결혼 11년 차인데 벌써 아파트도 여러 채 갖게 된, 어느 정도 여유가 있고 내가 이렇게 성실하게 해서 남편이 나를 인정해줄 법도 한데 왜 인정해주지 않느냐. 그것은 이 남편분이 어린 시절부터 갖고 있던 불안감. 내가 언제라도 힘든 상황에 처해질지 모른다. 그러니까 더 조심히, 더 조심히. 이렇게 아내의 이야기만 듣고 결정하기보다는 어떻게 보면 제3자인 동생한테 가서 ‘네 형수가 이렇게 하자고 하는데 네 생각은 어떠니?’ 이렇게 계속 불안한 마음에 조언을 구하는 거죠. 그래서 어떻게 보면 부인을 완전히 못 미덥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부인과 하는 것들에 대해서 누군가는 확인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계속 그 불안한 마음에 동생한테 가서 이야기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 김명숙: 더 안전을 지향하고 뭔가 확인받고 싶어 하고, 그런 심리가 있으신 것 같군요. 부인 입장에서는 사실 ‘내가 저 사람 부인 맞나? 내가 가족의 일원인가? 내가 혹시 외부인인가?’ 이런 서운함도 있을 것 같아요.

◆ 누다심: 그렇죠. 이 부인이 만약 제 여동생이라면 저는 제가 대신 가서 이 남편분한테 뭐라고 해주고 싶을 정도로, 참 부인이 정말 많이 속상하고 힘들겠다. 인정받지 못하고, 또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까지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 김명숙: 남편 마음 안에 오로지 내가 다 꽉 차 있어야 하는데. 너무 속상하실 것 같기도 해요. 2528님, ‘지금 사연이 저랑 똑같아요. 정말 부인이 힘든 것 100배 공감합니다’ 이런 경우가 종종 있나 봅니다. 예를 들어 이게 꼭 남동생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부인 입장에서 보면, 아까 사연 주신 분은 남편의 남동생과 남편이 너무 의존적이라고 하지만, 남편이 시어머니와 너무 그렇게 돈독하거나 남편이 시아버지와 너무 돈독하거나. 돈독한 건 좋지만 지나치게 부인인 나를 배제하고 내 의견을 무시하고 그런다면 그것도 엄청 속상할 것 같거든요.

◆ 누다심: 굉장히 힘들죠. 사실 부부란 각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서 독립된 가정을 이뤄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거잖아요. 사실 이럴 때 이 아내분이 느끼시는 감정은 아마 경험하지 않은 분들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신의 존재 자체가 거부당하는 느낌일 것 같아요. 내가 어쨌든 내 인생을 걸고 이 사람과 함께 결혼했는데 결국 이 사람의 관계 속에서 내가 첫 번째가 아니라 내가 두 번째, 세 번째라는 느낌은요. 굉장히 힘들 것 같아요.

◇ 김명숙: 대부분 아내들은 첫 번째 1순위보다도 0순위이기를 바라거든요. 그런데 그 0순위는 고사하고 1순위도 안 되고 자꾸 배제되면 얼마나 마음에 상처가 되겠어요. 이럴 경우 아내 되시는 분은 계속 마음이 안 좋은 상태로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아내 되시는 분은 어떤 식으로 입장을 표명해야 좋을까요?

◆ 누다심: 이분이 굉장히 속상하신 마음이 있는데 이 속상함을 남편에게 전달하시면 좋겠어요. 그런데 이때 비난하듯이 전달하실 가능성이 매우 높거든요.

◇ 김명숙: 속에 쌓인 게 많으니까.

◆ 누다심: 그렇죠. 우리는 기본적으로 속상하면 ‘어떻게 당신 나한테 그럴 수 있느냐. 계속 시동생한테 가서 묻고, 너무 화난다’ 이러면 남편 입장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내가 유일하게 의지할 사람이었는데. 막말로 부부끼리는 무촌이잖아요. 등 돌리면 남이고.

◇ 김명숙: 점 하나 찍으면 달라지는 거죠.

◆ 누다심: 그런데 동생은 정말 나와 평생 함께할 사람이라는 마음이 있는데 아내분이 그렇게 비난하듯이 이야기하시면 남편분은 ‘여보, 미안해. 내가 이제 당신과 상의할게’ 이렇게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갈등이 커질 수도 있으니까.

◇ 김명숙: ‘여태까지 내가 해왔던 건데 갑자기 왜 그래?’ 이럴 수도 있고.

◆ 누다심: 그렇죠. 지금 결혼 11년이나 됐는데. 그래서 이때는 비난하듯이 말고 남편 앞에 가서 정말 자기 너무 힘들고 속상하다. 첫 번째로 그렇게 표현하시고요. 두 번째로는 당신이 그러는 마음도 한편으로는 이해된다. 이해되지만 나는 너무 힘들다, 라고 지속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시는 게 좋습니다. 그러면 남편분이 진짜 아내에 대한 마음이 있다면 ‘내가 진짜 동생이랑 이렇게 하는 게 우리 아내를 이렇게 힘들게 한다’라는 게 진짜 마음속에 와 닿잖아요. 그러면 아주 조금씩 조금씩 변할 수 있습니다.

◇ 김명숙: 이럴 때 제가 순간 생각이 나는데, 말투가 굉장히 중요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나 자기 이해해. 충분히 이해해! 그렇지만 나 너무 힘들어. 왜 이렇게 힘들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하고, ‘자기야, 나 진짜 요즘 힘들어. 그런데 자기도 내가 충분히 이해는 할 수 있어’ 이렇게 말투를, 단어는 똑같은데. 그렇죠? 저도 말투 고쳐야겠어요.

◆ 누다심: 그렇죠, 맞습니다. 그래서 어쨌든 남편 입장에서 이 여자가 나를 비난하는구나, 내가 잘못했다고 하는구나, 이렇게 전달하는 게 아니라 이 사람도 힘들구나. 이렇게 전달될 수 있도록. 그러면 자기 앞에 있는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가 힘들다는데 그걸 계속 무시할 사람은 사실 별로 없습니다.

◇ 김명숙: 남편이 아내를 무시한다거나 아내를 사랑하지 않아서 그러는 게 아니잖아요, 분명. 남편은 어렸을 때부터 해왔던 거고, 그렇게 생활해왔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별 의식 없이 할 수도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상황에서든 본인이 힘들고 아프면 그것을 힘들다고 자연스럽게 편안하게 고백하고, 그리고 내가 힘든 만큼 너도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이해해, 이렇게 하는 게 순서다. 이 말씀이시죠? 그런데 마음이 속상하고 화나면 그게 잘 안 되는 게 문제인데, 일단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투부터 바꾸는 연습, 저부터 해야겠다는. 오늘 누다심 칼럼니스트와 함께하면서 상담 내용 중에 제가 깨달은 겁니다. 이래서 좋은 것 같아요. <내 마음 나도 몰라, 전성기 마음다방> 다른 사람의 고민을 함께 듣고 사연 나누면서 나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나도 변해야겠다, 이런 마음을 갖는 게 참 좋은 것 같아요. 우리 청취자 여러분들도 그런 마음에서 지금 문자 많이 보내주고 계십니다. 고맙습니다. 노래 한 곡 듣고 나서 또 여러분의 사연 계속 이어서 들어보겠습니다. 김광진의 ‘처음 느낌 그대로’

(음악: 김광진 - ‘처음 느낌 그대로’)

◇ 김명숙: <당신의 전성기, 오늘> 4부 월요일에 함께하는 코너죠. <내 마음 나도 몰라, 전성기 마음다방>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와 함께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문자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요. 그 가운데 4958번 청취자분, ‘명숙님의 푸근한 진행에 감사드립니다. 작은 사연도 많이 읽어주시는 정성에 항상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4부 시간에 맞춰서 보냅니다. 저도 이제는 라디오 덕에 치료가 많이 됐습니다. 재밌고 감동적인 사연도 좋지만 상담 코너에 나오는 사연들처럼 정신적 위안이 필요한 애청자가 많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친구가 되어준 치료사 94.5 YTN에 감사드립니다’ 와, 이렇게 따뜻한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6002번 청취자분, 사연 보내주신 분이시죠. 또 지금 막 문자 보내주셨네요. ‘오늘 말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열심히 노력해보겠습니다’라고 첫 번째 사연의 주인공께서 이렇게 감사의 문자로 답을 보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계속해서 두 번째 사연 이어가죠.

2538번 청취자분이십니다. “50대 중반 주부입니다. 집에서 부업 하면서 아들과 딸을 키우고 있습니다. 남편은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 있고 막내아들은 대학원생, 첫째 딸은 27살인데 최근 백수가 됐습니다. 얼마 전에 여름휴가 삼아 가족여행을 다녀왔는데 남편은 자기 편한 대로만 하고 아들은 매사 무관심, 딸은 동생한테 경쟁심 부리고 질투만 하고 있네요. 여행 시작부터 끝까지 제가 모든 걸 다 하려니 너무 지치더라고요. 저 빼고 가족 셋 다 자기 짐가방도 하나 챙기거나 들 줄 몰라요. 제가 하는 일이 부업이긴 하지만 수입이 좀 있는 편이라 아이들이 하고 싶다는 것 대부분 다 해주면서 키웠어요. 지금껏 나름 화목한 가족이라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제가 아이들 잘못 키웠나 싶습니다. 남편한테는 아무리 말해도 들은 척도 안 하고, 자식들은 부모가 다 해주겠거니, 기대기만 하는 것 같아요. 딸은 잘 다니던 회사를 3개월 만에 그만두더니 놀겠다고 선언했지 뭐예요. 엄마가 만능이 아닌데 이걸 어떻게 이해시켜야 하나요. 요즘 부업 수입도 점점 줄어서 백수 된 딸 뒷바라지도 조금 부담스러워졌거든요”

지금 2538번 님의 사연을 쭉 읽다 보니까 아내이자 엄마이면서 정말 집안의 중심인 듯한 느낌이 들어요. 다 맡아서 하시는 것 같아요.

◆ 누다심: 부부생활이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가 부부가 균형을 맞추는 게 상당히 어렵다는 겁니다. 그래서 적절하게 어느 정도는 남편이 하고 어느 정도는 아내가 하고, 이렇게 해야 가장 이상적인데 사실 균형을 맞추는 게 어렵기 때문에 아마 아내분께서도 남편 대신 아이들이나 집안일이나, 이런 것들을 전적으로 도맡아 하셨을 거고, 그렇게 하다 보니까 남편분은 직장 다니시면서 아내가 잘하니까 점점 더 무관심해지고. 또 아내분이 부업도 하시면서 아이들도 잘 키우시니까 더 믿으시는 거죠. 더 믿기 때문에 남편은 조금 더 무관심해져 가는 게 균형이 결국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생각이 듭니다.

◇ 김명숙: 저도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 들어요. 남편하고 말다툼하다 보면 아내가 뭐라고 그러면 남편분이 그런대요. ‘당신이 알아서 잘 다 했잖아’ 이렇게 이야기를 정말 한대요.

◆ 누다심: 잘하는 게 문제예요. 우리가 ‘내가 열심히 하면 모두가 좋아하겠지’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당장에는 그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요. 한 사람이 잘하면 다른 사람은 상대적으로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부부생활을 잘하는 지혜 중의 하나가 혼자 완벽해지는 게 아니라 내가 좀 부족한 모습을 계속 보여주는 것. 그래서 상대가 그걸 채울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사실 부부생활의 지혜이기도 하죠.

◇ 김명숙: 그런데 가끔씩 보면 성격적인 것도 물론 있겠지만, 누가 하기 전에 내가 그냥 하지, 뭐. 내가 해버리지. 그게 마음이 편해. 이러면서 먼저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고 나서 나중에 뒤돌아보면 나만 다 한 것 같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이게 대부분 엄마이자 아내들이 그렇지 않을까요?

◆ 누다심: 남편한테 ‘당신은 왜 그렇게 가만히 있느냐’ 그러면 남편분들이 이때 그런 이야기를 하죠. ‘당신이 먼저 했잖아. 당신이 다 해버리는데 나보고 어떡하라고’ 이렇게 나오기 때문에 그 불안한 마음을 좀 견디시고 아내분들도, 요즘에는 또 남편들이 전업주부이신 분들도 있잖아요. 그래서 어느 쪽이든지 안 하고 못하고 덜하고, 상대방한테 도움을 요청하고 해달라고 하는 게 사실 가장 필요한 부분이죠.

◇ 김명숙: 버티기를 좀 하는 게 좋을까요? 버텨보기?

◆ 누다심: 맞습니다, 버티기.

◇ 김명숙: 그렇다면 남편분은 약간, 일부러 그러시는 건 아니겠지만 무관심한 듯하고 그냥 편한 대로만 한다고 하셨는데, 이런 남편을 변화시킬 방법이 어떤 게 있을까요?

◆ 누다심: 아내분이 남편에게 ‘당신이 애들한테 이야기 좀 해’라고만 해서는 남편이 즉각적으로 아내의 기준에 맞게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면 남편분은 ‘그래, 내가 이야기를 좀 해야지’라고 생각을 하더라도 아이들과 제대로 소통해본 적이 없다면 그 표현방법을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남편이 움직이기를 원하신다면 아내분이 남편에게 구체적으로 이런 말을 해줘. 당신이 구체적으로 나를 이렇게 도와줘, 라고 아주 구체적인 요청을 하실 필요가 있어요.

◇ 김명숙: 지난 시간에도 구체적인 표현을 하라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게 정말 중요한가 봐요.

◆ 누다심: 그렇죠. 왜냐면 아내분 입장에서는 당신이 한마디 해, 라고 하면 아내분 입장에서는 우리 남편이 애들한테 이런 식으로 잔소리도 하겠고, 이게 있지만 남편은 그게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요구하시되 남편이 그래도 무시한다면 그때는 정말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거지만, 많은 경우 제가 남편분들을 만나보면 ‘선생님, 제가 의도적으로 그런 게 아니라 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 김명숙: 그게 남자들의 성향인가 봐요.

◆ 누다심: 그리고 또 안 해 버릇 했으니까. 그렇죠.

◇ 김명숙: 구체적으로 남편한테 요구하고 말을, 표현하시라는 얘기고요. 그런데 사실 남편도 그렇지만 아이들도 지금 성인이잖아요. 그런데 엄마가 원하는 대로 다 해줘서 키웠음에도 계속적으로 엄마한테 의지하고, 그러면 너무 엄마가 힘들지 않을까요? 지금 사연 주신 분처럼.

◆ 누다심: 청취자분께서 제가 지금 말씀드리는 방법을 하실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제가 이렇게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자식들 둘한테 통보하시는 거예요. 내가 이제부터는 생활비를 점점 줄여서 대략 6개월 후에는 아무것도 안 줄 거다. 그러니까 너희들이 스스로 벌든지, 너희들이 돈을 안 쓰고 살든지 알아서 해라. 이렇게 구체적인 플랜을 짜서 이야기하시고, 그리고 아이들이 그러면 잘 안 받아들일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애들도 ‘엄마는 말 저렇게 해도 또 우리가 조르면 줄 거야’

◇ 김명숙: 맞아요. 그리고 엄마는 다 만능인 줄 알아요. 뭐든지 엄마가 다 해야 하는 것 같고. 엄마니까 당연히 해야지, 이런 생각들을 하더라고요. 

◆ 누다심: 그래서 그것을 청취자분께서 버티셔야 해요. 견디셔야 해요. 그 약속을 지키셔야지, 사람은 어쨌든 적응의 동물이기 때문에 원칙을 가지고 계속 지켜나가신다면 아이들도 스스로 돈을 벌거나 스스로 자신의 삶에 책임감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 김명숙: 물론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니까 안쓰러워하는 게 엄마들의 마음이거든요. 그런데 안쓰러워하기 전에 이제는 성인이니까, 아이들이. 구체적이고 단호하게 통보하라. 혼자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 누다심: 그리고 갑자기 안 주시는 게 아니라 조금씩 줄여가셔야 그게 자식들한테도 피부로 와 닿습니다. 이러다가 진짜 엄마가 안 주겠구나.

◇ 김명숙: 한 번 통보했다고 해서 그 순간에 단호하게 그때부터 하는 것이 아니라.

◆ 누다심: 네, 조금씩 줄여가겠다. 10만 원씩 줄여가서 몇 개월 후에는 안 주겠다. 이렇게 이야기하셔야 자녀들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벌어지겠죠.

◇ 김명숙: 점차적으로, 순차적으로. 하다못해 집에서 빨래부터 아이들이 각자 하게끔 훈련시키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어쨌거나 남편이든 아내든 자식이든, 부모·자식 간에도 부부간에도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이야기할 게 있으면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단호하게 하되 부드러운 말투로 하라는 것, 오늘 잘 명심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 누다심: 감사합니다.

◇ 김명숙: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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