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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감히 짐작해 본 인간 노무현의 투신 전 심리
작성자 : hy*** 날짜 : 2009-05-30 16:41  | 조회 : 4580 

노무현 아저씨...

그가 누구이고 어떤 사람이기에

나의 가슴에 피멍을 들게 하는지 모르겠다.


한 나라의 임금님을 지내셨고,퇴임하셔서 우리의 시야에서 멀리 떠나셨고...

가끔씩 언론에 소박한 봉하마을 전원생활의 모습을 드러내며

반갑다는 느낌을 줄 뿐이었다.


집권 내내 무수한 언론과 민간 단체 등등 여러 기관이나 사람들로부터

갖은 핍박과 모함,비방을 당해야 했던 노무현 아저씨.

왜 이 나라 사람들은 그렇게들 노무현 아저씨를 못잡아먹어 안달이 났을까.


역대 어느 대통령도 노무현 아저씨처럼 탈권위적이고

인간미가 흐른 분이 없었다.

어느 대통령이나 어깨나 목에 힘이 들어가 있었던 걸로 기억될 뿐이다.


노무현 아저씨...

걸음걸이에서부터 벌써 막강한 권력을 안은 최고 통치자의 권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성큼성큼 구부정한 등으로 인자한 얼굴 모습과

은은한 미소로 걸으시는 노무현 아저씨.

당신은 말 그대로 이웃집 편안한 아저씨였다.


노무현 아저씨때문에 이렇게 가슴저리고 눈물 조차 흐르기 힘든

멍하고 또 멍한 상태를 어떻게 형용해야 할지...

노무현 아저씨의 그 끔찍한 외로움과 벼랑 끝에 선 극단적인

소외감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일부 또는 많은 세상 사람들은 노무현 아저씨의 마지막 선택 조차 손가락질을 한다.

정치적 색깔을 떠나,이념과 사상을 떠나,한 사람의 인간이며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의 동지이다.


우리는 모두 망망대해보다 더 아득한 우주공간의 아름다운 지구별에서

서로 아웅다웅하며 살아가고 있는 동족들인데,

어찌 한갓 물거품과 같은 가치들때문에 이토록 힘들게 하는가.


노무현 아저씨의 끝이 모를 슬픔을,비참함을,억울하고 애달픈

마음들을 어찌 헤아릴 수가 있겠는가.

강하게만 보였던,단단한 심지를 지니며 언제나 숱한 비바람과 폭우에도

끄떡없을 듯 보였던 당신께서도 결국은

나약한 우리 지구별 인간들 중의 하나였다.


노무현 아저씨도 사람이고 무엇보다 따스한 감성과

섬세한 가슴을 지닌 아버지같은 분이었다.

'바보 노무현'이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깨끗한 정치를 위한 소신을 굽히지 않은 분이었다.

불의에 대해 그 어느 대통령보다 분노하고 바른 말 하실 줄 아는 분이었다.


검찰에서,언론에서 연일 노무현 아저씨와 그 일가족들을 향해 던지는

칼날들 앞에,결국 사면초가의 두려움을 온몸으로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한 사람의 인간이기 전에,한 나라를 다스리던 국가 원수였다.

이제 막 퇴임 1년을 넘겼을 뿐이다.


국민 누구나 알고 국민이면 누구나 알 수밖에 없었던

노무현 아저씨의 존재...

국가의 자존심이었고,국가의 인격이기도 했다.

세계적인 관점에서는 노무현 아저씨는 곧 한국이었고,

한국은 곧 노무현 아저씨로 통했다.

전직 대통령 예우라...

매일같이 전직 대통령을 향한 허물 들추기식 보도와

압박적인 수사 행태는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한가닥 명예 조차도,

인간 노무현으로서의 지극히 당연하고 간절한 자존심 조차도

빼앗아가고 말았다.


처절하게 사회적으로,정치적으로 짓밟히고 매장당한...

한 인간으로서의,한때의 국가 통치자로서의 마지막 작은 인격이나

인권 조차 처참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더 이상 무슨 삶의 의지가 있겠는가...

30년을 넘게 동고동락하며 지내온 권양숙 아줌마 조차

말 한마디 없이 갈 수 있느냐고 할 만큼,노무현 아저씨의 마음과,

가슴과,온몸은 갈기갈기 찢기고 말았다.


모든 친인척 비리와 의혹,수사 초점이 되는 아픈 사연들을

홀로 가슴에 떠안은 채,자신이 모든 것을 등에 업고 천길 낭떠러지

아래로 굴곡 많은 인생을 미련없이 내던지셨을 때,

그 하늘도 땅도 뚫을 듯한 외롭고 슬픈 마음의 눈물들을

어떻게 알 수 있으랴...


나는...

어쩌면,검찰 소환에 응하며 포토라인에 서던 노무현 아저씨의

그 하얗게 샌 머리칼과 수심이 가득한 얼굴,부쩍 늙어버린 듯한 모습,

어딘지 초연해 보이던 모습에서,노무현 아저씨의 서거를

어렴풋이나마 예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인간 노무현으로서의 작고 초라한 모습...

온 국민,세계가 다 지켜보는 그 무시무시한 카메라 앞에서,

극도의 불안과 공황을 느꼈을 노무현 아저씨.


형과 관련한 인터뷰에서,확인되지 않은 것들로 계속 카메라 들이대는 것...

그거 아주 무서운 것이라고 했던 노무현 아저씨.

얼마나 하실 말씀들이 많았을까.

얼마나 왜곡된 사실들이 많았을까.


하지만...

일방적으로 퍼붓고 매도해 버리는,조금의 항변도 변호할 시간도

주지 않은 언론의 보도,검찰 수사의 허점...

하루하루가 초조하고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성 마저

빼앗긴 듯했을 노무현 아저씨.


어쩌면...

노무현 아저씨는 오래된 생각이다라는 유서 마지막 문장에서와 같이,

집권 내내 힘들었고,퇴임 후에도 때때로 마음 편할 날 없던 시간들 속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 전에 자신의 슬픈 운명을

결심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미...생각을 굳힌 상태에서 죽음을 머릿속에 그리며,

부모님 위패가 모셔진 법당을 찾고...

많은 수난과 굴곡과 파란만장한 삶이 농축된 짧은 유서를 작성하고...

곧바로 봉하마을 뒷산 부엉이 바위로 올랐을 땐...

그 심정이 어떠했을까.


노무현 아저씨는 그렇게...

우리들 곁을 떠났다.

나는 노사모 회원도 아니었다.

노무현 아저씨의 인간적인 면모가 좋았을 뿐이고,

노무현 아저씨의 인격을 존경할 뿐이었다.


그런 아저씨가...

나의 아빠처럼,나의 가족처럼 느껴진다.

내 가족이 끔찍한 죽음을 맞이한 것처럼 애통하고 서러운 마음 감출 수 없다.


너무나...너무나...밉고 또 미운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마지막 삶의 순간까지 바보가 되어버린 노무현 당신이 가장 밉다.

너무나...너무나...자애로운 인간적인 노무현 아저씨의 미소와

소탈한 모습의 사진을 보며...


불과 2~3장의 사진을 보다가 꾹꾹 참고 참았던 울음보가 터질 것 같아서...

눈시울 가득 뜨거워지는 눈물을 흘리기 싫어서...

애써 사진을 외면해 버리고...

이렇게 말로 다할 수 없는 비통한 마음을 보잘것 없는 글로나마 토로해 본다.


이렇게 모니터를 바라보며,그 짧은 14줄의 유서를 한 줄 한 줄 써나갈 때,

이미 죽음을 결심하고 담담해져 있을...

모든 것을,자기자신까지도 버릴 준비까지 하며 죽음의 바위로

향해가려 했을 노무현 당신의 그 뼈가 부러지는 듯한 아픈 마음을...

어찌해야 좋을까...

노무현 아저씨...

정말 당신은 미치도록 바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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