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전성기, 오늘
  • 진행자: 김명숙 / PD: 신아람 / 작가: 조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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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 마음다방 "애들 다 컸으니 각자 이성 만나면서 지내자는 남편" -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8-20 12:30  | 조회 : 3229 
YTN라디오(FM 94.5) [당신의 전성기 오늘] 
□ 방송일시 : 2018년 8월 20일 (월요일) 
□ 출연자 :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

내 마음 나도 몰라, 전성기 마음다방 -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


◇ 김명숙 DJ(이하 김명숙): <내 마음 나도 몰라, 전성기 마음다방> 오늘도 역시 지난주에 이어서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 자리 함께하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이하 누다심): 안녕하세요. 누다심입니다.

◇ 김명숙: 한 주 잘 보내셨어요? 

◆ 누다심: 이제 벌써 8월 하순이더라고요.

◇ 김명숙: 그러게 말이에요. 지난주에는 공휴일이 있어서 더 빨리 지나간 것 같아요.

◆ 누다심: 네. 그래서 빨리 9월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요즘 버텨내고 있습니다.

◇ 김명숙: 저도 그런데 주말에 친구들하고 잠깐 이야기하면서 요즘 카톡으로 무슨 심리테스트 그런 거 많이 오더라고요. 저도 좀 재미삼아 해봤는데 다들 그런 걸 너무 좋아라 해요. 그런 걸 보고 느낀 게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 하고, 타인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참 알고 싶어 하는 욕구가 많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서 동시에 다들 고민이 비슷비슷해요. 그래서 함께 나누고 얘기하면 풀어지는데 그게 그렇지 못하면 안으로 쌓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더라고요.

◆ 누다심: 맞습니다. 사람들 마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비슷한 점이 굉장히 많거든요. 그래서 어떻게든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드러내는 것은 우리의 마음건강에 굉장히 중요하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김명숙: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참 그것도 고마운 일이고요. 또 때로는 나만이 혼자 생각할 수 있는 그런 공간, 시간, 이런 걸 갖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저희가 사연 오는 걸 보니까 비슷비슷한 내용이 의외로 많아요. 그래서 오늘은 그 많은 사연 가운데서 우선 첫 번째로 사연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오늘 <내 마음 나도 몰라, 전성기 마음다방> 첫 번째 상담 사연입니다. 9475님께서 보내주셨어요. “저는 55년생 여성입니다. 남편은 저보다 5살 위고요. 아들이 둘인데 작년에 다 결혼했어요. 큰아들은 캐나다에 이민 가고, 작은아들은 대기업에 취직해서 주재원으로 나갔습니다. 남편하고 둘이서만 사는데요. 남편이 외롭다는 이유로 다른 여자들과 어울려 다니더라고요. 노래방도 가고 술도 마시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서요. 남편은 저한테 당신도 다른 남자 사귀고 하고 싶은 대로 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시댁 식구들과 아이들만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선생님,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이런 사연을 보내주셨는데요. 사연 내용을 보니까 사실 요즘 이런 내용이 비단 사연을 보내주신 분뿐만 아니라 50대 후반의 일반적인 부부, 가정에서 흔히 일어나는 내용인 것 같기도 해요.

◆ 누다심: 우리가 이혼이라고 얘기하면 법적으로 부부가 갈라지는 걸 주로 생각하는데요. 심리학자들은 정서적 이혼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그것은 아직 법적으로는 이혼하지 않았고 같은 집에서 같은 부부로서 한집에서 살지만, 감정적으로는 교류가 없는 상태를 정서적 이혼이라고 하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게 그런 거죠. 예를 들어 아내분이 남편한테 식사하라는 이야기조차 하기 싫어서 아이랑 같이 살고 있다면 ‘너희 아빠 밥 먹으라 해’ 그러면 남편분도 안 먹는다는 이야기를 직접 하기 싫으니까 ‘너희 엄마한테 나 밥 안 먹는다고 그래’ 이렇게 누군가를 통해서 소통하든지. 그래서 스킨십도 없고 정서적인 교감도 없는 상태를 정서적 이혼이라고 하는데요. 지금 사연 보내주신 9475님의 경우 전형적인 정서적 이혼 상태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김명숙: 그런데 지금 55년생 여성이라고 보내주셨어요. 이 주부께서는 사실 가족을 위해서 본인이 굉장히 많이 희생, 봉사라면 좀 그렇지만, 아무튼 가족을 위해서 여지까지 살아왔는데 남편이 이렇게 말하면 굉장히 서운하고 섭섭할 것 같아요.

◆ 누다심: 그렇죠. 이 사연을 들으면서 이분은 어떻게 이 힘든 시간을 버텨내고 계실까, 굉장히 많이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도 있는데요. 그런데 저는 이 사연을 보면서 지금까지 시댁 식구들과 아이들만 생각하며 살아왔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그럼 남편과의 관계가 과연 그동안은 어땠을까. 적어도 30년 이상은 부부 생활을 유지하신 것 같은데 남편 이야기가 지금 현재형 모습에 관한 이야기밖에 없어서 그동안 남편과의 관계가 저는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남편과의 관계가 분명히 사이가 좋다가 갑자기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 같고요. 사실 남편과의 관계도 그동안 굉장히 서먹서먹했던, 서로 아쉬운 게 있고 서로 풀리지 않은 감정이 있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김명숙: 이제껏 30년 동안 그렇게 이어져 왔던 과거에 대한 것은 물론 아쉬움도 있고 허탈감도 있긴 하겠지만, 일단 현재가 중요하고 앞으로가 중요한 거잖아요. 그러면 지금 이 시점에서 남편의 사회적인, 노래방도 가고 다른 여자들과 어울려 다니는 교제활동에 대해서 어떻게 이분이 봐줘야 하는지, 그리고 남편이 ‘당신도 그렇게 해’ 이렇게 이야기한 것에 대해서 어떤 반응을 보내야 하는지.

◆ 누다심: 일단 이 남편의 심리상태를 추측해보자면 두 가지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로는 남편분이 사실 다른 여성들과 함께 어울려 다니는 것들이 겉에서 보기에는 재밌게 사네. 그래도 너는 되게 이기적으로 너 좋으려고 사는구나, 이렇게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남편분의 마음에도 정서적인 외로움이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마치 우리가 배가 고플 때 진짜 영양가가 좋은 음식을 먹어서 우리의 몸을 보완해야 하는데 그게 없을 경우 사람들이 단것만을 먹는다든지, 열량은 있는데 영양가가 없는 음식들을 섭취하면서 그 배고픔을 잠깐 무마시키려는 경우가 있잖아요. 누군가와 지속적으로 외도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이 사람도 만나고 저 사람도 만나고 노래방도 가고, 이렇게 지내신다는 것 자체가 정서적인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일종의 저는 몸부림이라고 보이고요. 그리고 두 번째로는 자신이 불만이 있으면 아내한테 가서 ‘나 너랑 사는데 너무 외롭다. 우리 이야기를 해보든지, 아니면 어떻게 네가 나한테 이럴 수 있느냐’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수동적으로 상대방에 상처를 주면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을 수동-공격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이런 수동-공격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를 직접 공격하는 게 아니니까. 만약 남편분이 아내분한테 와서 욕하거나 화내거나 하면 뭔가 소통할 수도 있고, 힘들긴 하지만 그런 계기가 되는데, 저 사람이 나한테 불만이 있는 것 같은데 나한테는 직접 이야기하지 않고 저렇게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기한테도 너도 다른 남자 만나라고 이야기하는 것들은 직접 비난하고 화내는 것보다 어떻게 보면 더 교묘한 공격이다. 수동적으로 아내분을 공격하는 그런 수동-공격적인 심리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명숙: 그러면 남편의 심리를 아내분께서 이해해야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저는 지금 들었어요. 그러기에는 아내분이 너무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상대방을 이해하기에 앞서서 내가 너무 지금 속상하고 허탈하고 배반감 느끼고 그런 상황인데 어떻게 남편의 심리까지 내가 지금 이해해줘야 하나. 

◆ 누다심: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남편분을 이해하시고 용서하시고 어쨌든 견디시라고 말씀을 드리는 건 아닙니다. 제가 이런 말씀을 많이 드리는데요. 공감은 하시되 동의는 하시지 마라. 남편이 저렇게 하는 게 내가 부족하고 내가 못나서 나를 싫어해서, 이렇게 받아들이시는 게 아니라 저 사람도 나름대로 몸부림을 하고 있구나, 그 마음을 공감해주시라는 거예요. 하지만 남편의 방식은 틀린 겁니다. 남편의 방식에는 동의하시면 안 돼요. 그냥 아내분이 무조건 이해해주고 기다려주고 한다고 이 부부 관계가 남편분이 자기가 잘못을 깨닫고 ‘여보, 미안해. 내가 그동안 당신 힘들게 했지’ 이렇게 해서 돌아오셔서 해피엔딩이 될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남편의 마음을 공감은 하시되 그 남편의 행동에는 동의하시지 말고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보셔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김명숙: 그 구체적인 방법을 찾는 게 제일 애로사항이에요. 자녀로부터도 외로움을 많이 타실 것 같아요.

◆ 누다심: 사실 지금 자녀들이 다 떠났다, 이렇게 이야기했잖아요. 아마 아들 둘이니까 한 명은 캐나다로, 또 한 명은 주재원으로 해외에 나가있는 상황인데. 어쨌든 이분께서 사연에 시댁 식구들과 아이들만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시댁 식구들과 어쨌든 관계가 꽤 괜찮으신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구체적인 방법을 말씀드리자면 이런 상황에 대해서 가깝게는 시댁 식구들한테, 그리고 좀 멀리 있는 자녀들이긴 하지만 다 장성했으니까 자녀들에게 이 모든 상황을 이야기를 저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두 부부의 문제는 단지 부부 사이에서만 끝날 게 아니라 다른 가족들을 다 끌어들여서 남편이 여기에 대해서 뭔가 해명이라도 하든지, 아니면 다시 아내와 마주앉을 수 있는 압박이라도 받든지. 정 안 된다면 사실 갈라설 생각도 하셔야 하니까. 그런데 이런 것들의 뭔가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 저는 주변 사람들한테 힘드시겠지만 이야기하시는 게 나중에 벌어질 수 있는 더 큰 상처를 예방하는 방법이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 김명숙: 우리 사연 보내주신 청취자분께서 지금 연령대를 보면 60대 초중반쯤 되시는 것 같아요. 55년생이라고 하셨으니까. 여자로서도 굉장히 허탈감을 느낄 것 같아요. 아내로서도 그렇고, 엄마로서도 그렇고. 그래서 본인 스스로가 분노도 폭발할 것 같고요. 가족에 대한 배신감도 느낄 것 같고. 그래서 이럴 때는 스스로 자기를 다스리기가 엄청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가족에게 자식에게 시댁 식구에게 말하기조차 힘들 것 같은데, 그 감정을 스스로 어떻게 잘 극복해낼 수 있을까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말을 꺼내기까지 어떻게 본인 스스로 추슬러야 할까요?

◆ 누다심: 절대로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시는 걸 멈추셔야 합니다. 내가 뭔가 잘못해서 그렇구나, 이렇게 되면 부부 관계도 더 깨지고요. 이 사연 보내신 분도 우울증에 걸리실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요. 그래서 부부관계가 뭔가 남편이 서운했다면 그것은 그 부부가 서로 마음을 주고받는 방법을 서로 몰랐고, 그리고 아이들을 키우느라고 그저 열심히 사느라고 그런 부분을 서로 잘 몰랐을 뿐이지, 내가 잘못했거나 내가 부족하거나, 이렇게 생각하시는 걸 절대 멈추셔야 하고 그것은 사실도 아닙니다. 잘잘못을 따지자면 분명히 남편분이 잘못하고 계시는 거니까 그 상황에서 혼자 무너지지 마시고 꼭 용기 내셔서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하셔서 남편이 다시 자신과 마주앉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시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 김명숙: 그러면 전체적으로 9475님께 필요한 부분은 콕 집어서 어떻게 정리하실 수 있을까요?

◆ 누다심: 지금이라도 부부 관계를 새로 시작한다고 결심하시면 좋겠어요. 그래서 남편과 마주앉으라는 것은 그동안 30년 이상을 남편과 지내면서 서로에게 서운하고 서로가 서로를 돌보지 못했던 시간이 길지만, 건강하시면 앞으로 20년 30년은 함께 사실 수 있잖아요. 그래서 그 남아있는 시간이라도 새로운 마음으로 남편과 함께 살 수 있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다시 부부관계를 시작한다. 그것이 두 분에게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 라고 결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명숙: 말씀 들어보니까 모든 문제점에 대해서 내 탓이라고, 네 탓 아니고 내 탓이야 생각하는 경우가 우리가 많았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공감은 할 수 있지만 무조건 내 탓으로 돌리지는 말자, 그런 말씀이시군요. 그리고 일단 서로 마주하는 기회를 갖고 이야기를 꺼내 가면서 해결책을 찾아보자. 그런데 한 번에 쉽게 되진 않겠죠.

◆ 누다심: 그럼요. 많이 걸릴 겁니다.

◇ 김명숙: 아마 참고하시면 좋은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선생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저도 정말 위안이 되고 빠져드는 느낌이 드는데, 애청자분들도 그러신 것 같아요. 사연이 엄청 많이 오고 있거든요. 저희 노래 한 곡 듣고 나서 이야기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최백호의 ‘아름다운 시절’

(음악: 최백호 - ‘아름다운 시절’)

◇ 김명숙: <내 마음 나도 몰라, 전성기 마음다방> 두 번째 사연으로 함께 가겠습니다. 선생님, 지금 2551번 청취자분께서 사연을 보내주셨는데요. 이분은 일단 첫 문장이 “저는 거절이 너무 어렵습니다”로 시작했어요.

“저는 거절이 너무 어렵습니다. 나이 50이 넘도록 술 한잔하자는 친구들의 말도 거절 못 해서 집에 늦게 들어가고 아내가 화를 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제 아내는 똑 부러지는 성격이라 제가 아무리 봐도 이해가 안 된다고 합니다. 사실 아내의 맺고 끊는 성격이 좋아서 반하기도 했고, 같이 살다 보면 저도 영향을 받을 것 같아서 내심 기대도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도 거절이 너무나 힘드네요. 회사에서는 직급도 어느 정도 올랐고 이제 상사보다는 부하직원이 많은데 그런 위치에서도 안 된다는 그 말 한마디가 그렇게 어렵습니다. 제가 점점 바보처럼 느껴집니다. 거절 못 하는 제게 화가 나서 집에서 괜히 가만히 있는 식구들에게 분풀이한 적도 있어서요. 지금까지는 큰 탈 없었지만 앞으로는 어떨지 겁이 나네요”

사연을 듣고 이분은 굉장히 심성이 착한 분이신가 보다, 라는 생각을 했는데요.

◆ 누다심: 저는 이분이 스스로 자기가 점점 바보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말씀하셨잖아요. 좀 쓴소리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저는 바보가 맞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왜냐면 다른 것보다 밖에서 그런 거절을 못 하니까 집에서 식구들한테, 이건 진짜 너무 속상한 거예요. 제가 바보다, 이렇게 말씀드린 것은 앞으로 계속 그렇게 사시라, 이게 아니라 그렇게 살지 않으셔야 한다. 바보가 아니신데 왜 밖에서는 거절도 못 하고 집에서 애꿎은 가족들한테 분풀이하시는지.

◇ 김명숙: 왜 거절을 못 하는 걸까요?

◆ 누다심: 이분이 지금까지는 큰 탈이 없었다고 이야기하셨잖아요. 어쩌면 이분 입장에서는 거절하지 않는 것이 이분의 사회생활을 하시는데 상대방들에게는 배려받는다는 느낌으로 전달되었기 때문에 이분은 어쩌면 그런 부분에 있어서 내가 거절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부탁을 들어주니까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는구나. 그리고 나를 인정해주는구나. 이렇게 계속 작용했던 거죠.

◇ 김명숙: 한 번 참음으로써 내가 배려하는 느낌도 주고. 그런데 그게 사실 바람직하지 않다는 거죠. 때로는 No라고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런 이야기 요즘 많이 하잖아요.

◆ 누다심: 그렇죠. 이렇게 생각해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제가 2551님한테 만약 이분이 다른 사람한테 어떤 부탁을 했는데 그 사람이 무조건 Yes, Yes라고 한다면 기분이 어떠실까. 어쩌면 상대방이 할 수 없는, 하기 힘든 것들은 거절이라도 해주면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 더 하나씩 해나갈 수 있을 텐데 무조건 주변 사람들이 거절하지 않고 다 들어준다면 아마 2551님 입장에서도 발전도 별로 없을 거고요. 또 자신들이 어떤 일을 고민하면서 해야 할 기회들도 없을 테니까 사실 무조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주는 게 모두에게 좋다, 계속 좋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는 겁니다.

◇ 김명숙: No라고 말해야 할 때에는 반드시 해야 하는 용기가 필요하겠군요.

◆ 누다심: 그렇죠.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분이 거절하지 못하면서 상대방을 지나치게 배려하는 것도 있지만요. 사실 한편으로는 자기가 상대방으로부터 비난이나 쓴소리나 섭섭한 표정 같은 것을 받기 싫어하기 때문에 그냥 무조건 고개를 끄덕이는 겁니다.

◇ 김명숙: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에게는 분풀이한다는 말씀을 하셨잖아요. 그런 걸 보면 또 밖에서 하는 것과는 다른 유형인 것 같아요.

◆ 누다심: 그렇죠. 한국에서 밖에서는 다른 사람들한테 너무 친절하고 가족들한테 되게 함부로 막하는,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가족들에게 푸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가족은 나를 받아주겠지, 라는 생각 때문에 그렇게 하시지만 그것 때문에 가족들이 너무 상처를 받기 때문에 저는 이런 경우 오시면 심리학자로서 이분들에게 굉장히 쓴소리를 많이 합니다. 왜 가족들을 그렇게 함부로 대하냐. 오히려 밖에서 거절할 걸 거절하고, 가족들을 더 배려해줘야 하는데 그런 부분들이 반대되어 있는 거죠.

◇ 김명숙: 그런데 거절을 못 하시는 경우를 보면 특히 밖에서는 다른 사람이 내가 거절하면 상처받을 것 같고, 혹은 내가 거절하고 나면 뒤에서 나를 좀 흉볼 것 같기도 하고, 이런 불안한 마음도 있을 것 같아요.

◆ 누다심: 그렇죠. 내가 만약 거절했을 때 상대가 상처받을 것 같다는 것은 어쩌면 그 사람을 배려해주는 거기도 하지만요. 한편으로는 상대방을 무시하는 마음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 이런 행동을 멈추시려면 내가 저 사람을 배려해줘야지, 라고 생각하시면 이런 행동을 멈추기 쉽지 않거든요. 왜냐면 배려해주는 것은 우리가 사회적으로 되게 바람직하다고 하는 거니까. 그런데 그걸 멈추시려면 내가 사실 저 사람을 무시하고 있구나. 예를 들어서 주변에 굉장히 힘없고 약한 사람들이 부탁했을 때 우리는 거절하지 않고 들어주잖아요. 그런데 나보다 힘 있고 능력 있는 사람이 한 부탁을 내가 감당할 수 없으면 거절해야 그 사람이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거고, 그것은 그 사람을 무시하지 않는 거니까. 그래서 내가 상대방을 배려한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안 되고 내가 상대방을 배려한다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상대방이 그 일을 스스로 못해낼 거라고, 내가 저 사람보다는 뭔가 더 잘할 거라고 한편으로는 저 사람을 무시하는 마음이 있는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셔야 그 행동을 멈출 수 있게 되는 겁니다.

◇ 김명숙: 그렇다면 Yes를 할 때와 No를 할 때를 잘 구별해야 할 것 같은데요. No를 하면서도 상대방의 기분을 다치게 하지 않는, 상대방의 미움을 받지 않을 수 있는 No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 누다심: 일단 상대방이 어떤 부탁을 했을 때 자신이 그것을 못 들어줄 것 같다, 이렇게 생각이 들면요. 그냥 ‘나 못해’ 이렇게만 이야기하시는 게 아니라 ‘내가 너의 부탁을 들어주고 싶기는 한데 내가 지금 시간적으로나 능력적으로 그런 부분을 하기 힘들 것 같다. 그런데 나는 한편으로는 네 부탁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있고, 또 내가 네 부탁 들어주지 못하면 네가 속상해할까 봐 걱정되는 마음이 있다’ 

◇ 김명숙: 솔직하게.

◆ 누다심: 그렇죠. 그 마음까지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러면 상대방 입장에서는 저 사람이 내 이야기 들어줄 수 있는데 그냥 거절하네, 이게 아니라 나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고 내 부탁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현실적으로 그게 안 되는구나. 이렇게 받아들이니까 상대방도 상처받지 않고, 또 거절하시는 입장에서도 마음이 전달됐으니까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실 수 있을 거죠.

◇ 김명숙: No라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야 Yes도 진정하게 받아들여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오늘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와 함께한 시간, 너무 빨리 가서 여기서 마쳐야 할 것 같고요. 다음 시간을 또 기대해야겠습니다.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누다심: 감사합니다. 

◇ 김명숙: 저희 <당신의 전성기, 오늘>에서 월요일에 함께하는 코너 <내 마음 나도 몰라, 전성기 마음다방> 이 코너에 참여하고 싶으신 분들, 심리상담 받고 싶은 분들은 문자뿐만 아니라 편지로도 사연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문자번호는 #0945번이고요. 편지사연 보내주실 분들은 ‘서울특별시 마포구 상암산로 76 YTN 뉴스퀘어 빌딩 YTN 라디오 <당신의 전성기, 오늘> 담당자 앞’ 이렇게 보내주시면 되겠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사연 기다리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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