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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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똑바로보기]"제주 영리병원 허용이 몰고 올 의료계 파장"-안호림 교수 12/15(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12-17 14:18  | 조회 : 3865 
[YTN 라디오 ‘열린라디오YTN’]
■ 방송 : FM 94.5 MHz (20:20~20:56)
■ 방송일 : 2018년 12월 15일 (토요일)
■ 출연 : 안호림 인천대 교수


조현지 아나운서: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미디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안호림의 미디어 똑바로보기>시간입니다. 오늘도 인천대학교 안호림 교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안호림: 안녕하세요.

조현지 아나운서: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갖고 오셨나요?

안호림: 지난 5일 원희룡 제주지사는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조건부로 허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녹지국제병원은 중국자본인 뤼디그룹이 투자해서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영리병원인데요. 이번 결정에 대해 시민단체와 녹지국제병원 모두 반발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와 의료계는 허가 취소를 주장하고 심지어 원희룡 지사 퇴진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녹지국제병원측도 내국인 진료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결정에 대해 소송을 하겠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제주도 영리병원 허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조현지 아나운서: 병원 하나 설립하는 것 가지고 왜 이렇게 난리인가 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 같아요. 영리병원이란 어떤 것인데 이렇게 소란스러운 건가요?

안호림: 국내에서 처음으로 설립되는 영리병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영리병원 허용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이후, 시민단체와 의료계는 계속 반대입장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병원은 100% 비영리 병원인데, 영리병원을 허용할 경우 의료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는데요. 영리병원은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병원이잖아요. 영리병원은 마치 주식회사처럼 외부투자가 가능하고, 이윤을 투자자들에게 분배합니다. 설립목적 자체가 돈을 버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 활동을 통해 소비자는 질 좋은 서비스를 받고 기업은 돈을 버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니까요.

조현지 아나운서: 일반 병원들도 돈을 버는 건 마찬가지인데, 어떤 차이가 있는 거죠?

안호림: 비영리병원은 수익 전부를 의료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병원에서 올린 수익을 밖으로 빼낼 수가 없습니다. 의료장비를 사고, 시설을 늘리거나 개선하고, 인력을 확충하고, 서비스 질을 높이는 데 사용해야 하는 거죠. 의사가 자기 돈으로 세운 개인병원이라고 해도, 병원에서 번 돈을 자기 마음대로 쓰는 게 불가능합니다.

조현지 아나운서: 영리병원을 도입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점은 무엇인가요?

안호림: 병원을 운영하는데 수익을 가장 우선시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점들 때문입니다.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 영리병원은 비싼 가격에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먼저 영리병원이 의료비 인상을 부추길 위험성이 있는데요. 돈을 많이 버는 고급서비스에 치중하고, 꼭 필요하지 않은 서비스를 부추기는 식의 의료비를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가 자주 예로 드는 나라가 미국이죠. 미국 의료비가 비싸다는 건 유명하잖습니까.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개인 파산 이유의 62.1%가 의료비 때문이라고 합니다.

조현지 아나운서: 또 다른 문제는요?

안호림: 상류층만 비싼 질 좋은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의료서비스가 불평등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영리병원은 이윤을 목적으로 하다보니 돈을 더 잘 버는 분야에 초점을 둘 거라 걱정합니다. 녹지국제병원도 성형외과, 피부과, 가정의학과, 내과만 있는 고급병원입니다. 지역간 불균형도 심해질 우려도 있고요. 그러다보면 건강보험 체제가 무너질 위험성도 있다는 건데요. 영리병원은 건강보험적용이 의무가 아니고, 자신들이 알아서 민간보험과 계약을 맺고 가격을 책정하는 게 가능합니다. 건강보험료가 오르지 않는데 진료비가 오르면 건강보험이 커버할 수 있는 부분은 줄어듭니다. 건강보험과 민간보험 간 경쟁이 이뤄질 거고, 결국에는 민간의료보험이 건강보험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조현지 아나운서: 찬성하는 입장에서도 충분한 근거가 있겠죠?

안호림: 첫째는 의료기관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되고, 경쟁을 통해서 서비스 품질도 올라갈 수 있습니다.. 공공 서비스가 갖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극복할 수 있다는 거죠. 두 번째로는 경제적인 효과입니다. 의료관광산업을 육성하고, 의료수출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고, 일자리도 늘어난다는 겁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37만 4천개가 늘어나고 약 62조의 생산유발효과가 있다고 하는데요. 마지막으로 병원이 주식회사 형태가 되면 운영도 더 투명해지게 됩니다. 

조현지 아나운서: 이번 결정에 대해서 시민단체들이 크게 반대하고 있다고요.

안호림: 시민단체들은 ‘도민을 버리고 중국자본을 선택했다’며 크게 반발했습니다. 이번 결정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지난 10일 청와대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리병원 허가 철회와 원희룡 지사 퇴진을 요구했습니다. 15일에는 서울 광화문 광정에서 촛불 집회도 열 계획이고, 주민소환도 추진한다고 합니다.

조현지 아나운서: 이번 결정은 공론조사를 거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런 과정이 있었는데도 여전히 반발이 크네요. 왜 그런가요?

안호림: 원희룡 지사가 공론화위원회의 결론과 정반대의 결정을 내려서입니다. 원희룡 지사는 공론조사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거든요. 말 바꾸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죠. 복지부가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허가해 준건 2015년입니다. 하지만 시민단체, 민노총 등의 반대가 거세어서 제주도에서는 최종 허가를 계속 미루고 있었는데요. 결국 공론화조사라는 과정을 통해 제주도민들의 뜻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기로 한 것입니다. 공론조사 결과에서는 녹지병원 개설 반대가 찬성보다 20% 높습니다. 그런데도 원희룡 지사가 허용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조현지 아나운서: 녹지병원측도 반발하고 있다면서요.

안호림: 제주도가 병원 개원을 허가하긴 했지만, 조건을 달았습니다.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문제는 복지부가 승인했을 때는 그런 조건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녹지병원측은 올해 2월에 의견서를 보내서 외국인만 진료하게 하는 건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 녹지병원측은 이번 결정에 대해서 공문을 보내 공식적으로 항의했는데요. 공문에서는 이번 결정에 ‘극도의 유감을 표한다’면서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소송전까지 번질 가능성이 높아 보이네요.

조현지 아나운서: 원희룡 지사의 입장이 곤란하게 됐네요. 하지만 이런 반응은 충분히 예상가능했을 것 같은데요. 원희룡 지사가 조건부 허가를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안호림: 가장 큰 이유로 손꼽히는 것은 허가를 하지 않을 경우 벌어질 손해배상 소송하고 지역주민들의 반발입니다. 병원설립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와 제주도가 적극 투자를 유치해서 된 것입니다. 게다가 녹지국제병원은 이미 건물도 짓고, 장비도 다 갖춰놓고, 134명이나 되는 인력도 채용해 놓은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설립을 허가하지 않으면 소송을 벌어질 것이 확실하고, 소송액도 1000억원 가량 될 것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만약 영리병원을 허용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사용하게 하면, 지역발전이라는 말 때문에 병원부지를 헐 값에 팔아넘긴 주민들이 소송을 벌일 가능성도 있는 게 문제였습니다.

조현지 아나운서: 외국인만을 상대하는 병원이 하나 생긴다고 큰 영향을 있을까 생각하는 분도 많을 것 같은데요.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안호림: 이른바 ‘뱀파이어 효과’를 우려합니다. 흡혈귀영화를 보면 흡혈귀한테 물리면 물린 사람도 흡혈귀가 되잖아요. 비록 영리병원 하나 설립되는 것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우리나라 의료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거죠. 외국인 진료만 허용하겠다고 했지만 법적 근거가 약하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외국 영리병원이 외국인 환자만 치료해야 한다는 법조항은 없습니다. 오히려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진료를 거부하면 처벌받는 조항만 있는데요. 지금은 진료과목이 4개에 불과하고 병상도 47개지만 더 늘릴 경우, 막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영리병원은 건강보험체계에서 벗어난 의료기관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이 자체가 의료민영화의 시작이라고 보는 입장도 있습니다.

조현지 아나운서: 언론의 반응은 어떤가요?

안호림: 영리병원 허용에 대해서는 최초 논란이 시작된 2006년에도 언론사별로 입장이 첨예하게 달랐었습니다. 이번에도 언론사들의 입장이 크게 갈리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이번 결정을 의료산업의 발전과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며 환영하는 입장인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의료 공공화를 해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허가 결정이 나기 전부터 칼럼을 통해서 ‘원희룡이 비겁하다’라고 까지 하면서 허가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7일자 사설에서도 개원 허가를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의료협회를 시대착오적이라며 비판하기도 했고요. 동아일보는 오래전부터 영리병원 허용에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예전에도 의료관광시장을 키우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영리병원을 허용해야 한다는 기사를 여러 차례 내보낸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일자리 37만개가 늘어나는 등 경제적인 효과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번 결정이 ‘반쪽 허가’라면서 오히려 부족하다는 입장입니다. 세계일보도 과감한 규제개혁이 필요하다며 이번 결정을 환영하는 입장입니다.

조현지 아나운서: 다른 언론사들은요?

안호림: 한겨레신문, 경향신문은 영리병원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줄곧 반대입장을 보여왔습니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복지부가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허가한 2015년에도 사설을 통해서 복지부 결정을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 결정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입니다. 한겨레는 ‘건보 흔드는 의료 영리화 신호탄...뱀파이어 효과 우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번 결정이 불러올 문제점들에 대해 상세하게 보도했습니다. 경향신문도 시민단체들의 입장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서 알자리 창출 같은 경제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습니다. 한국일보 경우에는 해설기사에서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 모두 비중있게 다루면서 였는데요. 사설은 의료 공공성 약화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조현지 아나운서: 제주도 영리병원 허가도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복잡한 사안인데요. 지금까지 언론의 보도를 보면서 아쉬운 점이나 부족한 점은 없었나요?

안호림: 안타깝게도 많습니다. 영리병원문제는 경제적인 측면도 있고, 공공서비스라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각도에서 보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영리법인 허가를 찬성하는 쪽도, 반대하는 쪽도 일방적인 보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테면, 영리병원을 찬성하는 쪽에서 해외사례를 소개할 때 종종 놓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영리법인을 허용하고 있는 선진국들과 한국과의 의료 환경 차이입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싱가포르 같은 국가들은 공공병원의 비중이 높습니다. 공공의료체계가 튼튼하기 때문에 영리병원이 들어와도 의료비 상승 같은 문제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서는 우리나라는 10%에 불과하거든요. 영리병원 때문에 의료비가 비싸다고 소문난 미국도 30%나 됩니다. 반면,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심도 깊고 균형잡힌 보도가 필요해 보입니다.

조현지 아나운서: 이번 사건은 결국 정치적 문제가 되어버렸습니다. 부디 이번 사건이 한국 의료계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길 바래봅니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안호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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