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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시간 : [월~금] 15:00~16:00
  • 진행 : 김우성 / PD: 김우성 / 작가: 이혜민

인터뷰 전문

[생생인터뷰] "경제적 원리로도 설명 안 되는 1%의 기적... 독일 축구를 대!한!민!국!"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6-29 18:01  | 조회 : 5664 
[생생인터뷰] "경제적 원리로도 설명 안 되는 1%의 기적... 독일 축구를 대!한!민!국!"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PD
■ 대담 :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 김혜민PD(이하 김혜민)> 그저께죠. 한국축구가 독일을 2-0으로 꺾으면서 우리들을 행복하게 했습니다. 한국 피파랭킹은 57위고, 독일은 1위입니다. 기록으로 보면 도저히 이길 수가 없는데요. 사실 축구의 세계, 승부의 세계는 확률의 세계죠. 오늘은 경제의 눈으로 축구를 분석해보죠. 생생경제의 과외선생님, 경향신문 박병률 기자 나오셨어요. 안녕하세요?
 
◆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이하 박병률)> 네, 안녕하세요. 

◇ 김혜민> 확률로 따지자면 우리가 이길 확률이 얼마나 낮았겠어요, 그렇죠?

◆ 박병률> 그렇죠. 1%다, 라는 얘기도 있었고, 5%다 하는 곳도 있었죠. 심지어 독일이 7대 0으로 이길 게 우리나라가 2대 0으로 이기는 것보다 확률이 더 높다고 베팅 사이트에서 그렇게 했었죠.

◇ 김혜민> 심지어 우리나라 사람들도 그렇게 얘기를 했어요. 그러면 그렇게 얘기한 도박사들이 생각을 잘못한 거예요?

◆ 박병률> 아니죠. 도박사들의 생각은 그동안의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경험치라든가, 여러 가지 데이터를 가지고 얘기를 한 건데, 사실은 우리가 이길 확률이 1%였다, 라는 것 자체가 틀렸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확률을 말할 때 승률이 1%다, 5%다, 이 정도 된다는 얘기는 통계학적으로 얘기를 하면, 대수의 법칙에 적용되는 것이다, 이렇게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 김혜민> 대수의 법칙이요? 이게 뭐예요?

◆ 박병률> 그러니까 큰 수의 법칙이라는 것이죠. 그러니까 어떤 것을 수십 번, 수백 번 시도를 했을 때 나오는 평균치라는 얘깁니다. 그러니까 한국이 독일을 이길 확률이 1%였다는 얘기는 100번을 붙으면 1번은 이긴다는 얘기입니다. 99번은 지는 거죠. 그런데 그날 우리는 그 1번을 본 겁니다.

◇ 김혜민> 아니 그런데 우리가 100번을 한 것이 아니잖아요.

◆ 박병률> 그렇죠.

◇ 김혜민> 그러니까 100번을 해서 1번 나올 확률인데, 한 번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그 한 번이 돼요?

◆ 박병률> 그 한 번이 언제 나올지 모르는 것이죠. 우리가 100번을 했는데, 100번 중에서 59번째 나올지, 첫 번째 나올지, 100번째 나올지 알 수가 없는 건데요. 이것이 바로 평균이라는 겁니다. 어쨌든 100번을 하면 1번은 이길 것이다, 만약에 우리가 5%였다면 100번을 하면 그래도 한 5번은 이길 텐데, 그런데 그 엄청난 날을 목도를 했다,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말씀하셨던 것처럼 1% 확률이라는 것은 100번 붙어서 한 번 이기는 것이니까 우리가 100번 경기를 안 하죠. 그러면 한 30번 정도 붙어도 사실 이기기 힘들죠. 그런데 독일과 우리가 어느 세월에 100경기를 하겠습니까?

◇ 김혜민> 기적이라고 불릴 만한 일이었군요. 

◆ 박병률> 만약 이 1%가 맞다면 우리가 나머지 앞으로 독일과 90경기 정도를 한다면 이길 수가 없는 것이죠. 그것이 바로 대수의 법칙인데, 하지만 그것은 확률이라는 것이 어떤 과학적으로, 고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우리가 독일을 이겼기 때문에 다음번에는 확률이 더 올라갈 것입니다.

◇ 김혜민> 더 올라가요? 그렇겠죠.

◆ 박병률> 우리나라 피파랭킹이 올라가면 확률도 올라가는 것이죠.

◇ 김혜민> 네, 이 통계라는 게 그동안의 기록들을 보고, 평균치를 내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그러면 거기에는 변수, 그러니까 우리가 독일을 이긴 이런 기적 같은 것은 반영이 안 되는 것이죠?

◆ 박병률> 대수의 법칙에 따르면 되게 많이 했을 때는 이게 맞는데, 개별로 했을 때는 얼마든지 이변이 일어날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차범근 감독도 이길 수 없는 상대는 없다고 말씀하신 게 당연히 경기를 하면 누가 보더라도 지는 것이 정상인데, 어쩌다가 이길 수 있다는 얘긴데요. 이런 것이 선거에도 한 번씩 나옵니다. 선거를 보면 대선이 있고, 지방선거나 총선이 있는데, 여론조사를 하면 대부분 여론조사 업체들이 하는 것이 대선은 맞습니다. 전국적으로 하다 보니까 대수의 법칙이 적용됩니다.

◇ 김혜민> 모집단이 크니까요.

◆ 박병률> 네, 부산 것, 서울 것, 대구 것, 광주 것, 다 합치면 전체 평균이 대선 후보자의 득표가 되는 것이죠. 전국적인 득표요. 그런데 이게 대통령이 누가 되었다 하더라도 지역 보면 다 다르잖아요. 호남은 누구를 밀고, 영남은 누구를 밀고, 서울은 누구를 밀고, 또 서울 중에서도 어떤 구냐에 따라서 다 다른데, 이게 만약에 지방선거나 총선으로 가면, 잘 안 맞습니다. 지방선거나 총선은 구별로, 심지어 구청별, 더 들어가면 기초단체까지 다 내려가니까 그러면서 우리 마을만 하더라도 표가 다 다르게 나올 수가 있거든요. 이번에도 보니까 서울만 하더라도 민주당이 대부분 다 이겼습니다만 전체 평균 득표를 보면 자유한국당이 얻은 것이 거의 2, 30% 넘었습니다. 그런데 구청장으로는 그때 1/25이었나요? 한 개 빼고는 민주당이 다 먹었는데, 이렇게 나오는 것이 이것은 대수의 법칙이 적용 안 됐던 것이죠.

◇ 김혜민> 그러니까 대선이 아닌, 총선이나 지방선거는 개별성, 그러니까 변수들이 조금 있기 때문에 확률이 맞지 않을 확률이 크다는 말씀이시죠?

◆ 박병률> 네, 그만큼 모집단이 적다는 얘기죠. 적으면 다른 변수가 튀어나올 수가 있다는 얘깁니다. 

◇ 김혜민> 스포츠에 통계가 참 많이 이용돼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선거에도 이 통계로서 여론조사를 하기도 하지만, 스웨덴전 보니까 우리가 유효슈팅이 0개라는 데이터도 있고요. 또 독일 전에는 선수들이 얼마를 뛰었다, 이런 것도 있는데, 스포츠에 통계가 많이 이용되는 이유, 이것도 예전에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요.

◆ 박병률> 그렇죠. 예전에는 감으로 많이 했었죠. 감독도 대충 쟤가 오늘 몸이 좋구나, 하면 뛰어라, 이랬는데, 지금은 전반적으로 과학화가 되기 때문이죠. 스포츠의 과학화인데, 사실 이 스포츠 과학화를 이끌었던 대표적인 종목이 바로 야구입니다. 야구만큼 숫자가 많은 경기가 없거든요. 볼 카운트부터 아웃 카운트도 세 개가 되죠. 그러다 보니까 상당히 데이터 야구를 하게 되는데, 아예 야구에서는 세이버 매트릭스라고 야구 통계학을 뜻하는 단어도 있습니다.

◇ 김혜민> 아 그렇군요. 세이버 매트릭스요?

◆ 박병률> 네, 그리고 이제 이것을 이용해서 엄청난 성과를 거둔 팀들도 많은데, 대표적인 구단이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에는 오클랜드라는 팀입니다. 이 팀이 가지고 있는 전략을 머니볼이라고 하기도 하는데요,

◇ 김혜민> 어, 이거 영화의 제목 아니었어요?

◆ 박병률> 네, 맞습니다. 이 팀의 성공을 영화로 담은 것이 바로 영화 <머니볼>입니다. 그러니까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야구를 하면, 슈퍼스타를 예를 들면 무조건 쓰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날의 감독의 느낌에 따라서 기용하는 것이 스포츠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이 오클랜드라는 팀은 그게 아니라 선수들 하나하나 다 분석합니다. 그러니까 선수의 가치를 실제로 보면 선수의 실력도 있지만, 선수의 사생활이라든가, 선수의 인기라든가, 선수의 이미지라든가, 사실 이런 것들이 많죠. 그리고 또 어떤 선수들이 아주 잘하는 것 같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한, 두 개 역할을 해준 것은 맞는데, 전체 평균을 보면, 타율이라 게 낮을 수가 있습니다. 이걸 다 분석한 거죠. 그랬더니 실제로는 아주 잘하는 선수인데, 예컨대 출루율이 매우 높은데, 몸값이 낮은 선수들이 많다는 겁니다. 이런 선수들만 뽑아가지고 팀을 구성해버렸죠. 그랬더니 팀 전체의 연봉은 떨어지는데, 팀 전체 성적이 엄청나게 좋게 나옵니다. 특히 2002년에는 무려 20연승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만년 하위 팀인데 이런 분석을 통해서 성공하는 바람에 역시 야구는 통계게임이구나, 통계를 잘 이용하면 선수의 몸값을 제대로 측정하고,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넣을 수 있겠다, 하는 것이 확산됩니다. 그것 때문에 영화가 만들어진 것이 영화 <머니볼>이죠. 

◇ 김혜민> 이런 것들을 이끌었던 피터라는 사람이 경제학을 전공한 것이잖아요. 그러니까 경제학의 원리, 통계적인 사고, 이런 것들을 야구에 투영해서 야구를 분석하는 데 쓴 것인데요. 김성근 감독이 이걸로 유명하죠?

◆ 박병률> 네, 대표적인 데이터 감독으로 유명했었죠. 그리고 SK 있을 때 성공했었는데요. 확실히 스포츠가 사람이 하는 것이다 보니까 항상 통계가 맞는 것이 아닙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그 통계라는 것이 결국 대수의 법칙이거든요. 이 선수는 평균 3할을 치지만, 하필이면 그날 몸이 안 좋아서 무타수, 무안타를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 선수가 3할이라는 얘기는 한 시즌을 뛰었을 때, 평균적으로 10경기 나오면 3안타를 치는 선수라는 뜻이지, 오늘 만약에 한국 시리즈 결승전인데, 꼭 안타를 세 대를 친다는 보장은 할 수 없죠. 갑자기 소위 말하는 미친 선수가 돼서 5타수, 5안타를 칠 수도 있고요. 혹은 5타수, 무안타를 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 경기만으로는 대수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죠.

◇ 김혜민> 야구 이야기했으니까 다시 축구로 돌아와서요. 우리가 첫 경기, 두 번째 경기를 졌는데, 일각에서는 한국이 3전 전패를 당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니까 최소한 1무 2패는 할 것이다, 그러니까 독일전에 비기거나, 이길 때도 됐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이것도 확률을 계산한 것인가요?

◆ 박병률> 확률이라기보다 심리에 가까운데, 이게 우리가 경제학에서 말하는 도박사의 오류에 가깝습니다. 이것이 뭐냐면 전체 확률에 근거를 삼기는 하는데, 전체 확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개별 사건을 그 전체 사건의 확률과 연관시키는 것을 얘기합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이런 겁니다. 우리가 동전을 던진다, 이것은 개별 사건입니다. 앞면이 나올 수도 있고, 뒷면이 나올 수도 있는데, 그냥 우리가 전체적인 확률로 보면 동전을 던졌을 때 앞면이 나올 확률은 50%가 되는 거죠.     그런데 내가 동전을 던졌을 때 앞에 앞면이 나왔다고 해서 세 번째 던지는 것이 무조건 뒷면이 나오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것도 여전히 확률은 50%입니다. 그러니까 앞에 이미 앞면이 나왔기 때문에 그렇다면 다음에는 무조건 뒷면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틀린 것이라는 말이죠. 동전을 한 번 던질 때의 확률은 전체 확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또 대표적으로 비슷한 것이 아이 낳을 때 비슷합니다. 지금 성비가 거의 100대 100이거든요. 여자아이 하나에 남자아이 하나인데, 그렇다면 우리 가정에서 첫 째를 딸을 낳았습니다. 그러면 전체 우리 성비로 보면, 다음에는 아들이 나와야 하죠. 그런데 그렇지 않죠. 다음에 또 딸이 나올 수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두 번째 사건에서도 아들이 나올 확률은 여전히 50%가 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가정을 다 모으니까 성비가 1:1이 되는 겁니다. 이게 바로 개별 사건인데, 앞서 말씀하셨던 것은 첫 경기를 우리가 이겼든, 졌든, 두 번째 경기를 우리가 이겼든, 졌든, 세 번째 독일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죠. 이것으로 보면 앞에 2연패를 했다고 해서 마지막 경기를 비기거나, 이긴다고 볼 수는 없다는 얘깁니다. 그 경기는 그 경기인데, 이런 도박사의 오류가 경제학에서 왜 중요하느냐는 의사판단을 할 때 자칫 잘못할 수가 있다는 겁니다. 예컨대 내가 주식투자를 했는데, 이제 많이 떨어졌으니, 오를 때가 되었어, 그런데 이것은 꼭 그렇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또 우리 과거에 보면, 집에서 화투를 하거나, 윷놀이를 하거나,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꼭 돈을 잃다 보면 아, 이제는 딸 때가 됐는데, 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때도 딸 때가 된 것은 아니죠. 확률은 여전히 50대 50입니다. 이런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그것을 만약에 실수하게 되면, 끝까지 매달리게 되죠. 언젠가는 오를 거야, 하게 되는 것인데, 냉정하게 말하면 확률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 김혜민> 소개팅을 한 10번 나갔는데, 다 마음에 안 들었어요. 그래, 내가 10번 마음에 안 들었으면 이번에는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올 거야, 이거 다 말도 안 되는 얘기네요. 

◆ 박병률> 그렇죠. 아까 축구 이야기를 하셨는데, 앞에 2연패를 당하면 세 번째도 사실 질 확률이 더 높아야 하는 것이죠.

◇ 김혜민> 심리적으로도 위축되고, 또 실력이 그렇다는 것이니까요.

◆ 박병률> 네, 또 그 팀이 이번 경우에는 독일이었죠. 독일이 첫 경기에 졌고, 두 번째 경기를 간신히 이겼는데, 세 번째 경기를 결국 졌습니다. 지고 나서 보니까 결국 이것이 우리 실력이구나,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은 앞의 두 경기가 나빴다는 것은 계속 컨디션이 안 좋다는 얘기일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질 확률이 높다고 보는 것도 틀린 것은 아닙니다.

◇ 김혜민> 그러면 지금 독일 이야기하셨으니까요. 제가 궁금한 것이요. 지난번 월드컵 우승팀은 다음 월드컵에서 16강에 못 나간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죽을 쑨다, 이런 징크스라고 하던데요. 그럼 이것도 확률이라고 할 수 있어요?

◆ 박병률> 조금 심리적인 영향을 많이 미칠 것 같죠.

◇ 김혜민> 그런데 실제 그렇잖아요.

◆ 박병률> 그런데 이 정도 되면, 지난번에 스페인도 그랬었고, 이탈리아, 프랑스도 전대 우승팀이 첫 경기에 다 졌거든요. 아마 이쯤 되면 새로운 신조어가 생길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일종의 승자의 저주 같은 거요. 그러니까 전 우승팀의 저주. 이런 식으로 우리가 붙이면 되는 건데, 그런데 이것을 굳이 분석하라고 하면, 이럴 수는 있겠죠. 항상 어떤 팀이 한 번 우승을 하려면 그 전대에 어떻게 보면 최고의 힘을 내야 합니다. 가장 좋은 스쿼드에다가, 극적인 여러 가지 힘들을 최대한 자원을 동원하게 되는데, 그러면 사실 그다음 대회에는 그만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 김혜민> 그런데요. 월드컵이라는 것은 4년에 한 번 열리고요. 4년 전에 나왔던 선수가 또 나올지 안 나올지가 정해져 있지 않은데, 그런데도 이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 박병률> 이런 것들은 있죠. 전대 우승팀에 대해서는 다른 팀들이 분석을 많이 하죠. 아, 저 팀이 이런 부분이 강점이고, 저런 점이 약점이라는 것을 분석을 많이 할 수 있고요. 

◇ 김혜민> 많이 노출되어 있군요.

◆ 박병률> 네, 그리고 또 하나는 아무래도 전대 우승팀의 경우는 승리에 대한 자신감도 있지만, 또 바꿔 말하면 오만함이랄까, 지난번에도 됐는데? 히딩크 감독도 그런 지적을 했는데요. 또 심리적으로 부담이 될 수도 있죠. 지난번의 우승팀인데 이번에도 이 정도는 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죠. 이런 것들은 이제 행동 경제학에서 분석하기도 합니다.

◇ 김혜민> 지금 승자의 저주라고 이름을 붙여 봤는데, 또 이런 것도 있잖아요. 월드컵 경기가 보면 처음 나오는 팀이 첫 경기를 예상보다 잘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번에 아이슬란드가 그랬죠.

◆ 박병률> 첫 경기 아르헨티나랑 1대 1로 비기고, 나머지 두 경기는 다 집니다.

◇ 김혜민> 그래요? 그럼 그것은 어떻게 볼 수 있어요?

◆ 박병률> 통계학, 경제학에서 하는 얘기 중에 초심자의 행운이 아니냐,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 김혜민> 아, 경제학에 그런 말이 있어요?

◆ 박병률> 뭘 하는데 첫 번째에 예상하지 못하게 너무 잘 되는 현상, 이런 것을 말하는데요. 참 주식 투자를 하는데, 친구들이 한번 해보라고 해서 했는데, 갑자기 대박이 났어요. 그러면 갑자기 나는 원래 주식을 잘하는 사람인가, 했다가 들어가서 나중에 패가망신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의외로 보면, 카지노에서라든가, 과거에 화투 같은 것을 할 때 너 한 번 해봐, 해서 저 못하는데요, 하다가 당기라고 해서 당겼는데, 덜커덩 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다가 이제 들어가게 되는데, 이런 현상이 많다 보니까 초심자의 행운이다, 이렇게 붙였습니다.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이런 것들이 있으면 행동 경제학자들이 분석을 해보는데, 이런 분석을 해봤습니다. 코넬대학교의 심리학자인데, 농구를 가지고 한 번 분석을 해봤거든요. 자유투를 하는데, 첫 번째 자유투가 성공했을 때, 두 번째도 과연 성공을 할까요, 그러니까 두 번째도 성공확률이 높을까, 하는 것을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농구 팬들이 답변자의 91% 정도가 첫 번째 골 들어갔으면, 두 번째 골도 잘 들어갈 것 같아,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그러면 반대로 첫 번째 골이 실패한 사람은 두 번째 골이 안 들어갈 것이냐, 했더니 아무래도 첫 번째 실패했으면 두 번째도 실패하겠지,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의미가 없었다는 겁니다. 첫 번째 실패한 사람이 두 번째 성공한 확률이나, 첫 번째 성공한 사람이 두 번째 성공할 확률이나 이 차이가 그렇게 나지 않았다는 거죠. 그런데 이런 편견이 우리한테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첫 번째 자유투가 운 좋게 들어갔을 경우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죠.

◇ 김혜민> 그러면 이걸 경제에 적용해서, 원래 경제 원리이니까요. 주식 투자 이야기하셨는데, 그러면 처음 대박 본 주식 투자자들은 그냥 나오는 게 신상에 좋겠네요?

◆ 박병률> 그러니까 겸손해야 하는 것이죠. 이게 과연 나의 실력이냐, 나의 운이냐, 그리고 또 다음번에도 성공을 할까, 이런 걸 보면 벤처 투자에도 한 번씩 나오거든요. 그러니까 내가 창업을 해가지고, 아이템을 냈는데, 초반에 너무 성공을 했어요. 그런데 이게 처음에는 너무 기분이 좋고, 아, 이게 무조건 되는구나 해서 크게 돈을 끌어들이다가, 물론 성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실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가 어떻게 해서 성공을 했느냐, 이 부분을 조금 더 냉정하게 분석해볼 필요가 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면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죠. 과거에 싸이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 강남스타일이 히트하고 나서, 두 번째, 세 번째를 했는데 강남스타일만큼 히트를 안 하더라는 겁니다. 도저히 내가 이유를 모르겠다, 원래 강남스타일은 그렇게 히트할 줄 몰랐는데, 세계적으로 히트를 했고, 나머지 정말 강남스타일을 분석해서, 비슷한 작품들을 만들어 냈는데도 불구하고 성공을 하지 못하더라, 정말 모르겠다,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요. 이게 영화나 연극, 드라마 같은 특히 콘텐츠 산업에서 이런 일들이 많이 벌어지거든요. 그만큼 우리 경제도 그렇고, 일상생활에 이런 소위 말하는 운이라는 것, 우리가 분석하지 못하는 이런 일들이 많다는 것, 사실 인정하게 되면 나의 성공이 단순히 나의 실력 때문만은 아니다, 하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 김혜민> 네, 결론이 굉장히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났네요. 겸손하자, 네, 한국축구팀, 16강은 못 나갔지만, 아주 큰 승리를 거뒀고요. 지금 그래서 오늘 귀국했죠. 비난이 아닌 박수를 많이 받았습니다. 아까 말씀하신 대로 하지만 겸손하게, 우리가 어떤 것들이 부족했는지 분석해서 다음 월드컵에서는 정말 16강을 넘어, 8강을 넘어, 이런 기대도 하면 안되는데, 그렇죠?

◆ 박병률> 그래도 꿈을 가져야죠.

◇ 김혜민> 꿈을 가져야 해요? 알겠어요. 그러면 8강을 넘어, 승자가 되는 그날까지 힘내줬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우리 축구, 야구, 이런 스포츠를 통계적으로, 경제적으로 설명해봤습니다. 경향신문 박병률 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박병률>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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