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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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보기]"日 아베 사학 스캔들, 북핵 카드도 소용 없어"-안호림 교수 3/24(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3-26 22:34  | 조회 : 2518 
[YTN 라디오 ‘열린라디오YTN’]
■ 방송 : FM 94.5 MHz (20:20~20:56)
■ 방송일 : 2018년 3월 24일 (토요일)
■ 출연 : 안호림 인천대 교수

아나운서: 미디어가 보는 세상에 대한 얘기를 나누어보는 <안호림의 미디어 똑바로보기> 시간입니다. 오늘도 안호림 교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나오셨나요?

안호림: 안녕하세요. 오늘은 우리와는 가깝고도 먼 이웃인 일본을 뒤흔들고 있는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에 대해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여러분들은 ‘아베 사학 스캔들’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하실 겁니다. 지난 2일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신문인 아사히신문(朝日신문)에서 재무성이 모리토모 학원 사건에 대해 국회에 제출한 문서가 조작되었다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기사가 나간 이후 아베 총리는 다시 한 번 큰 위기에 몰렸는데요. 중의원 선거 압승 이후 승승장구하며 장기집권을 노리던 아베총리가 3선에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아나운서: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이 처음 세간에 알려진 것은 작년부터라고 알고 있습니다. 처음 보도한 것도 아사히신문이죠?

안호림: 맞습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해인 2017년 2월 8일, 사회면 기사를 통해서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에 대해 처음으로 보도했습니다.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정권의 핵심에 대한 비리의혹이어서 인지 모르겠지만 학원이름도 익명 처리하는 등 신중하게 접근했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재단이 아키에 여사와 관련있다는 기사가 밝혀지면서 아베 총리 부부와의 연관성을 제기했습니다. 이 보도 이후 비리 의혹이 제기되어 아베 정권은 지난해 사상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정권 붕괴의 위기까지 몰리게 되었습니다.

아나운서: 모리토모 학원이 초등학교 설립지로 사용될 국유지를 헐값에 구입했고, 이 과정에서 아키에 여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안호림: 현재까지는 아베 총리 본인보다는 부인인 아키에 여사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비유하면 영부인이 압력을 넣어 사학재단이 국유지를 시장 가격의 1/8에 살 수 있도록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입니다. 모리모토 학원은 아키에 여사를 설립 예정인 초등학교 명예교장으로 임명한 뒤 재무성 관리들을 접촉해 헐값에 사들였습니다. 시가 9억 5천 6백만엔(한국돈으로 95억 6천만원)에 상당하는 국유지를 8억엔(한국돈으로 80억원) 이상 할인된 1억 3천만엔에 구입한 것입니다. 재무성은 매각 절차에 법적인 하자가 없다고 밝혀왔었는데, 이번 기사로 인해 이런 입장이 한 번에 흔들려 버린 것입니다.

아나운서: 초기에는 자신이나 부인이 관련된 것이 드러나면 사임하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아베 총리가 상당한 곤란한 지경입니다. 재무성에서도 문서조작을 인정했다고 들었습니다.

안호림: 아베 총리는 처음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부터 자신이나 부인은 전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 후에도 계속 같은 입장을 반복했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재무성에서 문서조작을 인정해서 입장이 곤란해졌습니다. 게다가 실무담당자가 자살하는 등 사태가 악화일로를 걸었고 여론도 급속하게 악화되자 ‘빨리 대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바꾼 상태입니다.

아나운서: 아베총리는 작년의 경우 사학 스캔들 때문에 20%대까지 떨어지자 조기 총선을 통해 상황을 반전시킨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안호림: 작년의 경우,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아베 총리가 적절하게 활용했고, 야당이 사분오열하는 바람에 예상외의 압승을 거두었습니다. 압도적인 승리 덕에 스캔들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다릅니다. 문서 조작 파문이후 이루어진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40% 중반을 넘는 수준에서 30%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아베 총리가 즐겨 사용하는 북핵 카드는 북미 대화국면에서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다시 중의원을 해산해서 선거를 치루는 것은 지난 선거가 불과 다섯 달 전이었기 때문에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닙니다.

아나운서: 일본은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인데도 정치인들의 비리, 특히 기업과 관련된 비리가 심심찮게 나오는 것 같습니다.

안호림: 자민당에 의한 권력 독점이 7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고, 일본 또한 국가주도형의 발전을 추진했던 국가여서 그런지, 정경유착의 문제가 심심찮게 있어왔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건 중 하나는 1988년 리크루트 사건입니다. 일본 미디어 기업인 리쿠르트사가 아직 공개되지 않은 계열사 주식을 정치인과 관료 뿐 아니라 재계와 언론계 유력인사에게 싸게 양도한 뒤 주식공개 뒤 부당 이득을 취하게 한 사건입니다. 당시 총리이던 나카소네 야스히로, 후임총리 다케시다 노보루, 아베 신조 총리의 아버지인 아베 신타로 외무상, 차기 총리 후보로 촉망받던 미야자와 기이치 대장상등 자민당의 주요 거물들이 모두 포함되고, 총 76명(이른여섯명)이 관련된 초대형 비리 사건이었습니다. 결국 관련자들은 대부분 사임했고, 나카소네 전총리는 민자당을 탈당했습니다.

아나운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하지만 아베 총리가 만약 스캔들로 사임해야 하는 사태가 온다면, 아베총리의 정치생명은 끝이라고 봐야할까요?

안호림: 일본 정치사를 볼 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리크루트 사태의 경우에도 대부분이 다시 정계로 복귀했습니다 .나카소네 전총리도 탈당한지 불과 2년만에 복당했고, 96년에는 자민당 비례구 종신 1위가 되는 등 스캔들 이전의 위상을 다시 되찾았습니다. 다나카 가쿠에이 전총리는 일본 정치사상 최대 추문 중 하나인 록히트 사건으로 역대 총리 중 처음으로 검찰에 구속되어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2015년 NHK설문에서 전후 일본을 상징하는 인물 1위로 뽑혔습니다. 유죄판결을 받은 이후에도 자신의 지역구 선거에서는 매번 압승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이런 전례를 볼 때 아베 총리 또한 위상은 하락하겠지만 정계를 은퇴하거나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입니다.

아나운서: 국가지도자가 관련된 정치 스캔들은 다른 선진국들에서도 종종 있었던 일입니다. 미국의 빌 클린턴 전대통령도 섹스스캔들로 탄핵위기까지 몰렸지 않았었습니까?

안호림: 사실 클린턴 전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화이트워터’사건 때문에 위기에 처한 적이 있습니다. 아칸소 주지사 재임 중에 화이트워터 부동산 개발회사 공동창업주이자 큰 후원자인 짐 맥두걸이 연방 정부로부터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클린턴 전대통령이 직권 남용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클린턴 부부는 청문회에 불려나가고 특검까지 받았었습니다. 하지만 핵심증인인 맥두걸이 1998년 교도소에서 복역 도중, 사망하면서 흐지부지 되었습니다. 또 백악관 인턴이었던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문제시되었던 르윈스키 사건 때는 의회에서 위증을 했다는 혐의로 탄핵위기까지 몰리기도 했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독일 통일의 주역이자 역대 독일 수상 중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로 평가받는 헬무트 콜 전총리도 불법정치자금을 수뢰한 것이 밝혀져 자신의 경력에 큰 오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러시아 연방 초대대통령인 보리스 옐친 전대통령도 뇌물 사건에 휘말린 적이 있습니다.

아나운서: 상식적으로 정치 스캔들은 정치인이나 정당, 정부의 지지도를 낮출 것이라고 짐작 가능한데요. 실제로도 그런 경향이 나타나나요?

안호림: 스캔들과 연루되면 정치인들의 지지율이 떨어지긴 합니다. 스캔들과 미국 대통령 지지도의 관계에 대한 연구에서 조사한 4가지 사례 중 3개에서 대통령의 지지도가 10% 이상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닙니다. 클린턴 전대통령 같은 경우, 르윈스키 스캔들 때에도, 화이트워터 스캔들 때에도 큰 타격을 입지 않았습니다.

아나운서: 부패하고 비도덕적인 정치인들을 국민들이 심판할 수 있는 기회는 선거일텐데요. 스캔들에 연루되었던 정치인들은 당선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안호림: 대체적으로 정치 스캔들은 선거에서 스캔들에 연루된 정치인들의 득표율을 낮추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그 영향이 크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현역 정치인의 스캔들은 득표율을 낮아지긴 하지만 선거에서 질 정도까지 크게 낮아지진 않는거 같습니다. 미국 상원의원 선거에 대한 분석에 따르면 스캔들에 연루된 상원의원의 득표는 2.6% 정도 감소합니다. 스페인 지방선거에서도 스캔들로 인해 줄어드는 득표율은 약 4%라고 밝혀졌습니다. 그렇지만 검찰에 의해 기소되는지 여부와 언론이 얼마나 많이 보도하는가에 따라 스캔들의 영향은  커질 수 있습니다. 스페인의 경우 언론이 크게 다루고(기사 10개 이상), 기소 당했을 경우에는 득표 손실은 최대 14%까지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역사적인 사례로 볼 때, 현역 정치인이 스캔들로 인해 다음 선거에서 낙선한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선거 직전이나 선거 도중의 큰 스캔들이 아니면 당락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입니다.

아나운서: 의외의 결과네요. 득표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안호림: 유권자들이 스캔들 자체에 대해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정치에 무관심해서 뉴스를 잘 안 볼 수도 있고, 스캔들이 언론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해서 이슈화가 덜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연구 결과에서도 정치지식이 낮을 사람일수록 스캔들과 관련된 후보에 투표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스캔들 보도는 시간이 흘러가면서 점차 줄어들기 때문에 오래된 사건일수록 유권자들이 잘 기억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선거에서는 많은 이슈가 제기됩니다. 청렴함이나 도덕성은 후보를 선택하는 여러 기준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이를테면 경제 이슈가 전면에 부각되었을 때 스캔들이 갖는 영향은 줄어들게 됩니다. 이명박 전대통령의 경우, 선거 기간 동안 BBK관련의혹이 계속 제기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경제가 가장 큰 선거이슈가 된 것이 당선에 큰 몫을 했습니다.

아나운서: 정치인의 부패를 크게 문제 삼지 않는 정치문화를 가진 나라도 있을까요?

안호림: 문제가 되지 않다는 정도는 아닐지 몰라도 국가에 따라 태도차이가 있습니다. 부패했지만 능력은 있는 정치인을 용인할 수 있다고 대답한 미국인은 전체의 10%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독일인의 경우는 15%, 러시아 국민들의 경우는 25%가 능력이 있는지 여부가 부패 여부에 비해 더 중요하다고 대답했습니다.

아나운서: 국가의 경제상황과 같은 요인도 스캔들이 갖는 효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클린턴 전대통령의 인기는 집권 기간 미국경제가 호황이었기 때문이라는 말도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안호림: 전통적 정치학 이론에서는 현역 정치인 지지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제 상황과 정당에 대한 충성도라고 봅니다. 경제가 호황일 때는 정치지도자들의 지지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스캔들로 인한 위기에 영향을 적게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지지도가 낮은 정치인 스캔들일수록 더 자주, 더 많이 보도된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미디어의 스캔들에 대한 보도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로 강력합니다. 정치인이나 공직자의 부패 스캔들은 정부, 정치인에 대한 신뢰를 낮춘다는 것은 여러 연구결과에서 확인된 적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권자들은 스캔들 자체에 대해서는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스캔들로 인해 낮아진 신뢰는 시간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의 부패 스캔들의 영향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경제 상황에 대한 비관적인 뉴스에 비해 스캔들뉴스가 정부관료들에 대한 신뢰를 낮추는 정도가 두 배 이상 강하다고 합니다.

아나운서: 역시 미디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말씀이네요. 어느덧 마무리할 시간이 다되어갑니다. 이번 아베 스캔들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지 정리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호림: 언론이 가진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정부와 정치인을 감시하는 이른바 감시견 역할입니다. 이번 스캔들 또한 아사히신문이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사건을 파헤치고, 의혹을 보도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남의 나라 일이라고 구경하는 듯한 모습만 보일 것이 아니라, 한국 언론이 현직 대통령이나 집권 세력에 대한 비리 의혹 보도에 이만큼 열성적이고 단호한 모습을 보였었는지 반성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게다가 한국은 미국, 일본과는 달리 지역 매체가 발달해있지 않아, 지역 정치인비리문제는 이슈화되기 쉽지 않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을 대표하는 언론사들이 유권자들의 이목을 끌기 쉬운 뉴스에만 집중하지 말고, 언론의 사회적 역할을 보다 충실히 할 수 있는 보도에 힘써주시기 바랍니다.

아나운서: 인천대 안호림 교수였습니다. 오늘도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호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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