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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

[생생인터뷰] 한국 기초과학과 경제 닮은 꼴, 노벨상 받으려면?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12-18 16:41  | 조회 : 3242 
[생생인터뷰] 한국 기초과학과 경제 닮은 꼴, 노벨상 받으려면?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우성PD
■ 대담 : 류영대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총괄실장
◇ 김우성PD(이하 김우성)> 노벨상 수상할 때마다 전 세계 언론이 보도를 하죠. 우리도 관심을 갖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부러워하는 상황이 많습니다. 사실 노벨경제학상은 없죠. 노벨의 이름을 빌려 경제학상을 주는데, 그때마다 생생경제도 상세하게 넛지 이론으로 상 받으신 분 보도도 해드렸는데요. 정작 과학기술 같은 진짜 노벨상은 왜 우리나라는 받지 못하는 걸까요? 그 배경을 살펴봐야 하고요. 이게 정말 중요한 여러 가지 국제적 이슈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애청자분들에게 속 시원하게 알려드리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기초연구를 지원하고 있는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의 류영대 기초연구총괄실장입니다. 안녕하십니까.
◆ 류영대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총괄실장(이하 류영대)> 네, 안녕하세요.
◇ 김우성> 재단 이름 생소하신 분들도 있을 것 같고요. 기초과학, 기초연구라고 하면 무엇인지 막연해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설명 부탁드릴게요.
◆ 류영대> 먼저 제가 근무하고 있는 한국연구재단은 정부 산하 출연 연구기관입니다. 가장 큰 역할은 연구자와 대학 및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학술 및 연구 역량, 인력 양상 등을 지원하는 사업을 정부를 대행해서 지원해주는 기관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말씀하셨던 기초연구 사업은 과학기술 전 분야에 대해 기반, 기초가 되는 부분인데요. 기초연구가 생소하실 수 있는데, 응용연구, 개발연구와 조금 대치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따라서 특정 목적이나 활용을 염두에 두지 않고, 기초가 되는, 기반이 되는 연구를 지원한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 김우성> 그 자체로 과학적인 성과를 내는 연구가 중요하군요. 개발해서 새로운 핸드폰 만든다는 게 아니라. 그런 부분이 중요하다고 지금 말씀드린 이유가 노벨상을 탄 나라들을 봤더니 기초연구가 강하고 좌우했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실장님께서 스웨덴의 사무소장으로도 나가 계셨어요. 노벨상, 우리나라는 못 받습니까, 안 받습니까?
◆ 류영대> 아직은 못 받는다는 표현이 좀 맞을 것 같고요. 노벨상 아시겠지만 노벨이 사후 자기 본인이 벌었던 돈을 가지고 세계 인류에 기여하고자 만들었는데요. 1901년부터 시상을 시작했습니다. 120년 정도 된 역사인데요. 노벨과학상은 국가의 기반, 특히 기초 연구에 대한 기반이 단단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아직 사실 기초연구를 본격적으로 지원한 것은 1989년 기초과학 원년의 해로 선포하고 그때부터 했기 때문에 아직 28년 정도 본격적으로 지원한 게, 그렇게밖에 되지 않았어요. 아직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고요. 긍정적인 것은 최근 상위 1% 우수한 연구 성과를 거두신 분들이 꽤 생겨서 지켜보면 좋은 소식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봅니다.
◇ 김우성> 수학이라든가 순수 물리학 같은 것을 보면 다른 별 이야기 같은데, 그런 것들이 우리 사회의 발전, 잠재력, 저력과 잠재력 의미에서 기초과학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시죠.
◆ 류영대> 맞습니다. 특히 요새 흔히 하고 있는 웹이나 인터넷도 사실 국방분야 기초연구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생긴 산물입니다. 저희가 경제적인 효과를 받고 있는 반도체도 사실 물리 분야 기초 연구가 밑바닥이 되어 현재 반도체 호황에 경제적 효과를 얻은 겁니다. 말씀드렸지만, 기초 연구를 특정 목표를 생각한다고 보면 기초 연구 본질 자체가 아닌 것이죠.
◇ 김우성> 굉장히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당장의 성과가 아니라 긴 시간 저력을 키워야 하는 연구인데 우리 사회 분위기가 그렇지 않아서요. 2018년도 우리나라 기초 연구 사업, 어떤가요?
◆ 류영대> 2018년도는 한 가지 특히 과학기술 분야, 기초연구 분야에 큰 획을 그을 수 있는 해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사실 2016년 말부터 시작해 400여 명 이상의 과학자들께서 국회 청원을 거쳐 자유공모형 기초연구 사업을 확대해달라.
◇ 김우성> 자유공모형 기초연구,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연구하겠다는 건가요?
◆ 류영대> 그렇습니다. 국가에서 지정하는 분야에 연구하는 그러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원하는 연구, 본인이 도전하고 싶은 주제를 스스로 발굴해서 그것을 지원해주는 게 자유공모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연구 지원을 강화해달라는 차원에서 청원했고요. 2017년 1월 국회에서 통과해 그것을 받아 새 정부에서는 2017년도 기초연구 사업의 예산을 2017년 예산 대비 2022년까지 두 배로 확대하겠다는 국정목표를 세웠고요. 그 첫해가 2018년도입니다. 그래서 전년도보다 12% 정도 증액된 규모로 해서 예산이 됐습니다. 당초 목표로 삼았던 금액보다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삭감되어 조금 연구자나 기관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향후 4년간 당초 수립했던 계획을 착실히 이행한다고 한다면 2022년까지 큰 폭의 예산 증액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 김우성> 진짜 대한민국의 경제력, 국력을 키울 수 있는 기초연구, 그림은 잘 그렸습니다. 계획도 좋은데 예산이 조금 깎인 건 아쉽네요. 국회의원 중 순수물리학자나 이런 분도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런 얘기가 국회에도 전달됐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래도 앞서 자유공모 연구 얘기도 해주셨지만, 연구자분들은 사실 글 쓰시는 분들이 아니니까요. 평가라든지 이런 것들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 류영대> 2018년도 기초연구 사업에서 가장 큰 변화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게 평가 부분인데요. 기초연구 특성상 사실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적인 것을 적용해서 하기가 곤란함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최종평가를 통해서 성공과 실패를 판정하는 식의 평가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연구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평가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모험적이고 도전적이고 실패의 위험이 높은 과제보다는 조금 작은 성공이라도 할 수 있는, 뭐라도 성과를 낼 수 있는 식의 과제를 많이 하시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2018년 새해부터는 기초연구 평가에서 성공과 실패라는 개념 자체를 없애고요. 과정 중심으로 패러다임 시프트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그러한 수준으로까지 평가 방법을 개선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 김우성> 페이스북도 그렇고 마이크로소프트도 그렇고 창고에서 시작된 스타트업인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거든요. 한국 경제의 스타트업들은 실패가 두려워서 성공하지 못하고 아주 활성화되지 못하는데요. 기초연구과학 분야가 앞서가는 것 같습니다. 행정적 부담, 앞서 얘기했지만 젊은 연구자들 간섭으로 여기기도 하고 까다로움도 있잖아요. 그런 것들도 개선됐나요?
◆ 류영대> 물론 있고요. 아마 연구자 입장에서 설문하다 보면 본인의 시간 중 상당부분을 연구계획서 신청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면 이런 기회가 자주 있지 않기에 연구자 입장에서는 신경을 쓸 수밖에 없거든요. 연구 계획서가 복잡하고 어려운 식이 있었습니다. 올해 2017년부터는 연구계획서의 양식 분량을 대폭적으로 간소화했고, 내년부터는 집단연구 과제의 사업에서도 활용했고요. 예를 들면 선도연구센터라는 사업이 있는데, 현재는 70페이지 연구계획서, 최소한 분량을 요구했는데 내년에는 그 절반 수준인 35페이지로 절반 이하로 줄였습니다. 연구자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부담이 완화되어 조금 더 편하게 쓰고 싶은 내용을 간략하게 쓸 수 있는 식의 연구자 입장에 친화적인 제도 변화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우성> 기초과학 연구하시는 분들이 연구를 잘 해야지 신청서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 류영대> 그런데 아시다시피 경쟁 베이스로 신청서를 가지고 동료평가를 통해 그 분야 연구자들에게 평가를 맡깁니다. 연구계획서에 작은 분량이지만 그 안에 본인이 하고 싶은 내용을 얼마나 잘 녹여내는가, 이것도 중요한 요소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우성> 필요하긴 한데 그 부담도 줄여주겠다. 한 단계 더 진보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고요. 안타까운 것은 사회과학 쪽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젊은 학자들이 젊었을 때부터 첫 번째 연구를 시작해 미셸 푸코와 같은 사회학자도 그렇지만, 기초과학도 마찬가지이지 않습니까.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박사 하면서, 교수님 도와주면서, 교수 되면 또 막내 교수 역할. 사실 해외로 나가버리세요. 이것 어떻게 해야 합니까?
◆ 류영대> 좋은 지적이시고요. 사실 과학 분야에서 젊은 연구자를 어떻게 지원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이슈 중 하나입니다. 노벨상 얘기가 나왔는데요. 노벨상에 대해 최근 한국연구재단에서 분석한 자료가 있는데요. 그 자료에 의하면 전형적인 노벨상 수상 시나리오가 20대에 박사학위를 받고 독자적인 연구를 30대 이전에 시작해서 40대에 노벨상 수상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내고 그게 10년 정도 되어 50대 중반까지 성과가 해당 연구계에 파급효과를 보고 관련되는 상을 수상한 분들이 60대 이후에, 평균적으로 68세에 수상했더라고요. 그렇게 수상하는 궤적을 볼 수 있음을 발견했는데요. 여기에서도 중요한 것은 20대 박사를 취득하고 30대에 독자적 연구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기초연구에서도 30대, 신진 연구사를 39세 이하로 잡고 있는데요. 그분들에 관련된 지원을 강화하려고 하고요. 그러한 차원에서 생애 첫 연구라고 해서 전임 교원 중 연구비를 수혜받지 못한 분들을 대상으로 지원했던 프로그램이 2017년도에 있었는데, 2018년까지 계획을 확장할 것이며 또 신인 연구자에게 필요한 것이 장비, 시설 부분입니다. 그 부분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을 이번에 신설해서 혁신실험실이라고 명명했는데, 이 지원을 통해 최대 350명의 신진 연구자들에게 그러한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시행할 계획입니다.
◇ 김우성> 인터스텔라 영화를 보며 중력 얘기가 나오고, 시간 개념이 나오는데 그런 것들을 탄탄하게 만들어가는 과학자들 지원해야 할 것 같습니다. 더 지원이 많았으면 좋겠고요. 중요한 것은 퀴리부인, 이런 것도 떠오르지만 과학계에 남성 연구자만 있는 것도 아니고요. 여성분들은 아이를 낳기도 하고 여러 핸디캡이 있거든요.
◆ 류영대> 특히 과학기술계에도 여성 연구 인력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고요. 정부나 저희 연구 관리 기관에서도 그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요. 아쉽게도 지금까지는 임신, 육아, 출산 등으로 인해 과제를 수행하시는 분들이 그러한 상황에 도래했을 때 과제를 중단하는, 불가피하게 중단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있었는데요. 2018년부터는 그러한 임신, 육아, 출산 부분으로 문제가 생길 때 최대 1년에서 2년까지 연구 기간을 연장해주는 제도를 개선해서 시행할 계획입니다. 그러면 훨씬 더 여성 연구자 입장에서는 본인의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상황에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우성> 이국종 교수로 유명한 아주대 병원에 박은정 교수, 계속 학교를 그만뒀다가 다녔다가 하다가 결국 독성학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논문을 쓰셨는데요. 이러한 제도가 진작 있었다면,
◆ 류영대> 제2, 제3의 박 교수 같은 분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 김우성> 경제에도 사실 잠재력을 중요하게 봅니다. 당장 돈을 잘 버는 게 아니라 근본적인 힘이 있느냐, 이것인데요. 기초연구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2018년부터 많이 바뀐다고 하니까 일단 다행이고 예산 깎인 건 조금 아쉽고요. 끝으로 어떤 사업을 펼치시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 류영대> 2018년부터는 기초연구 사업을 좀 더 연구자 친화적으로, 연구자 편의를 최대한 고려하면서, 그렇지만 불성실하든가 연구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는 방향에서 염두에 주고 지원할 계획에 있습니다.
◇ 김우성> 이렇게 가면 노벨상, 언젠간 나오겠죠?
◆ 류영대> 사실 노벨상 목표가 될 수는 없고요. 이렇게 차분히 꾸준히 지원한다면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최초의 한국인 노벨과학자 수상자를 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김우성> 한국 과학, 한국 국력의 저력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 류영대> 감사합니다.
◇ 김우성> 류영대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 기초연구총괄실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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