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전성기, 오늘
  • 진행자: 김명숙 / PD: 신아람 / 작가: 조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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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노년은 아름다워” - 김영옥 옥희살롱 대표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03-09 13:02  | 조회 : 5309 
YTN라디오(FM 94.5) [당신의 전성기 오늘] 
□ 방송일시 : 2017년 3월 9일 (목요일) 
□ 출연자 : 김영옥 옥희살롱 대표 

감성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노년은 아름다워” - 김영옥 옥희살롱 대표


◇ 김명숙 DJ(이하 김명숙): 여러분은 늙는다, 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대부분의 경우 일단은 나이 들어가, 늙는다, 서글퍼, 궁상맞다, 화나, 보통 이런 부정적인 표현을 많이 쓰시는 거 같아요. 사실 늙지 않는 사람은 없는데 말입니다. 우리 모두가 어제보다 오늘 늙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늙는다는 것에 대해서 왜 이렇게 불안해하는지. 사실 가장 공평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 말이죠. 그래서 오늘 이 시간에는 늙는다는 것에 대한 고민, 한 번쯤 다시 해보고, 중요한 일인 거 같아서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감성 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아주 멋진 분 함께하셨습니다. 옥희살롱의 대표 김영옥 선생 자리에 함께하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영옥 옥희살롱 대표(이하 김영옥): 안녕하세요. 

◇ 김명숙: 반갑습니다. 

◆ 김영옥: 네, 반갑습니다. 

◇ 김명숙: 아니, 왜 이렇게 어려 보이세요? 오늘 우리가 늙음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안 어울릴 거 같은 생각이 언뜻 들었어요. 처음 뵀을 때. 

◆ 김영옥: 네, 제가 다른 언론매체와 인터뷰할 때도 제일 강조한 게 일단 우리가 가장 흔히 하기 쉬운 인사말로 ‘어려 보이십니다, 얼굴이 좋아 보이세요’란 말을 쓰는데 그 말부터 좀 고치자, 하지 말자, 그런 얘기를 했거든요. 지금 굉장히 역설적으로 그 인사말을 하신 거로 제가 이해했습니다. 

◇ 김명숙: 고치자, 반성하겠습니다. 아유, 잘못된 질문은 처음부터 드렸네요. 우리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이라고 돼 있던데요. 잊혀지지가 않아요. 한 번 들으면 탁 기억이 날 이름이에요. 옥희살롱, 소개 좀 해주시죠. 

◆ 김영옥: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은 페미니스트 선후배가 의기투합해서 만든 단체고요. 생애문화연구소라는 앞의 말은 우리가 인생을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의 전 과정으로 통합적으로 봐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에서 붙인 거고요. 옥희살롱이라는 말은 처음에는 제 이름의 하나와 저랑 같이 이 단체를 이끄는 친구, 후배의 이름 하나를 합친 건데 사실은 옥희가 한국 사람이라면 다 좋아하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딸 아이의 이름이잖아요. 그래서 대한민국 모든 사람이 친숙하게 부르고 기억할 수 있는 이름 중의 하나죠. 그래서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엔 모든 사람이 다 불편한 마음 없이 편하게 올 수 있다, 이런 곳이란 뜻입니다. 

◇ 김명숙: 남자도? 

◆ 김영옥: 그렇죠. 남자도 페미니스트 관점과 인권 관점에서 존엄하게 나이 드는 문제에 관심 있다면 언제든지 사랑방처럼 이곳을 방문할 수 있습니다. 

◇ 김명숙: 그렇습니다. 저희가 오늘 이 시간에 김영옥 선생님 모시면서 문자 참여하시는 분들 선정해서 선물 드리려고 하거든요. 우리 선생님께서 직접 쓰신 책 <노년은 아름다워>, 정말 듣기만 해도 설레는 그런 제목이고요. 저도 읽어봤는데, 아직 끝부분은 다 못 읽었어요. 정말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그런 책이었어요. 많은 분들에게 정말 권해주고 싶은데 오늘 또 선물로 이렇게 갖고 오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청취자분들 가운데 선정해서 보내드릴게요. <노년은 아름다워>. 그리고 저희 <당신의 전성기, 오늘>이 프로그램은 50+ 여러분께서 많이 사랑해주시는 프로그램이에요. 그래서 노년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는 나이잖아요, 오십에 접어 들면서. 젊을 때는 사실 노년이란 게 잘 와 닿지도 않고 생각이란 것도 잘 안 하게 되잖아요. 선생님도 그러셨잖아요. 아닌가? 

◆ 김영옥: 그렇죠. 저도 어렸을 때 나이를 한 번 상상해보라고 누가 청하면 그 상상력이 40대에서 멈추더라고요. 40 이후는 전혀 상상이 되지 않아요. 제가 대학에서 강의를 하잖아요. 학생들한테 가끔 물어봐요. 그대들이 상상할 수 있는 나이의 끝은 어디냐? 그럼 다 서른여덟 살, 서른아홉 살, 마흔을 넘어가진 못합니다. 저도 생각해보면 40 넘어갈 때 상당히 고비라고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질문들과 답을 찾지 못해서 미궁에 빠지는 것과 같은 그런 경험을 했고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건데 왜 우리는 노년이라고 하는 것을 특정 연령이 시작돼야 상상할 수 있게 되는가. 사실 우리가 늙어감이란 관점에서 본다면 그건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날 때부터 시작되는 거잖아요. 나이 들어간다, 그렇죠? 그때부터 나이 들어가기 시작해서 그 나이 들어가는 과정이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젊은 시절에도 꼭 노년, 늙음, 이런 관점이 아니라 나이 들어감이란 관점에서 자신이 시간을 살아내는 존재라는 걸 생각하곤 한다면 삶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 김명숙: ‘나이 들어감’이란 것을 또 새롭게 받아들이는 그런 시간이었어요. 짧은 시간에 말씀 들으면서 저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선생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유교적 문화가 많이 있잖아요. 그래서 이제 연세 드신 분들, 흔히 노인이라고 우리가 칭하면서 어른 대접도 하면서 사실은 존경하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노인이라고 하면 뒤로 보는 경우가 사실 있어요. 노인 취급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왜 그런 걸까요? 대접은 하면서도. 

◆ 김영옥: 대접을 자발적으로, 혹은 진심으로 하지 못하는 거죠. 사실 유교 문화가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로 작용했지만, 이 유교 문화에 대해서 얼마나 공동체 구성원 전체가 합의를 하고 있었는가 질문해보면 사실 굉장히 여러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나는 그 문화에 찬성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 유교 문화가 항상 나는 이등 시민으로 배제했기 때문에, 라든가 그 유교 문화는 내 일상을 괜히 불편하게 만들곤 했다, 이런 말 할 사람들이 많을 거거든요. 나이 어린 사람, 혹은 여성들, 혹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사회에서 주변화된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유교 문화 때문에 고통을 받기도 했잖아요. 그런데도 오랫동안 지배적인 문화 규범으로 작동해온 거죠. 그런데 이제 그렇게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교 문화가 계속 지속되다가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생산과 소비 논리가 중요해지기 시작하니까 한꺼번에 무너지기 시작한 거죠. 사실 노년 분들이 일정 기간 동안은 별로 근거 없이 일종의 규범으로써 존경을 받는 것처럼 보이다가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특정한 근거 없이 배제되기 시작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노년이든 10대든 40대든 우리가 좀 서로를 존중해야 할 내용과 형식을 제대로 찾아보자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 김명숙: 네, 서로를 존중하는 것도 필요하겠고 자기 스스로가 나이 들어가면서 스스로가 스스로를 존중할 줄 아는 품격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할 거 같단 생각을 또 하게 되네요. 요즘 고령화 시대 하면서 실버산업이 활성화되고 사업을 하려면 실버산업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100세 인생’이란 노래가 또 히트가 되는 시대잖아요. 정말 노년의 삶에 대해 정말 관심이 많아지고, 잘 살아야 한다, 노후 대비책도 잘 세워야 한다, 이런 얘기들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노후 정책 이런 것에 대해서는. 

◆ 김영옥: 노후 정책, 가장 복잡하고 참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죠. 한국 사회에서 노년이나 혹은 노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양상을 잘 들여다보면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는 거 같아요. 
노년 문제도 상당히 계급 문제기도 하죠. 성별 문제기도 하고. 여자가 나이 드는 모습, 남자가 나이 드는 모습이 달라요. 그다음에 상류층이 나이 들어가는 모습, 절대 일반인들 모습처럼 눈에 띄지 않습니다. 일반인들의 눈에 띄는 건 상류층이 아닌 상당히 빈곤한 삶을 견뎌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거나 아니면 최근에 많이 말하는 것처럼 시청 광장에서 태극기를 휘두르는 사람들이죠. 그러다 보니까 노후 정책을 이야기할 때나 100세 인생을 이야기할 때도 사람들 머릿속에는 이런 양극화된 모습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일단 노년 문제를 이야기할 때 이걸 시민권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노년들도 사회권을 누릴 권리가 있고 그리고 다양한 문화권을 누릴 권리가 있다. 그리고 노년들이 어디에 있는지, 어느 곳에서 마음 편히 자기의 존재감을 표출할 수 있는지 이런 거에 우리가 주목해야 한단 거죠. 그래서 노년 정책이 너무나 일방향적으로 독거노인들의, 빈곤 노인들의 복지 정책으로만 치우쳐서 이야기되면 일반인들이 머릿속에 떠올리는 생각은 노년들은 우리들이 낸 세금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정말 구차하게 빌붙어 사는 사람들이구나, 이런 생각 갖기 쉽거든요. 노년들을 복지대상, 복지정책의 수혜자로 보지 않고 명실상부한 시민으로, 시민권을 누릴 권리가 있는 사회구성원으로 볼 수 있는 이 관점부터 확립하는 게 중요할 거 같아요. 

◇ 김명숙: 그럼 구체적으로 이런 정책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게 혹시 있으신지? 흔히 지하철 공짜로 타는 것에 대한 연령을 조정한다고 하잖아요. 그것 때문에도 공론이 많이 되고 있는데, 이런 것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단순한 정책일 수도 있지만 다른 것들도 생각하고 있는 거 계신지요. 

◆ 김영옥: 그렇죠. 지하철 무임승차권을 몇 세부터 줄 것인가, 이건 상당히 표피적인 질문인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표피적이고 자극적인 질문으로 노년들이 누려야 할 시민권의 문제를 축소시키는 게 문제거든요. 저는 아까 사회권과 문화권 말씀드렸지만, 노년들도 75세가 되고 85세가 돼도 이러저러한 즐거움을 누릴 권리가 있다, 이들도 당당히 갈 장소가 필요하다, 이런 것이죠. 사실 우리가 어디에 가서 어떤 일을 할 것인가, 그리고 내가 어디에 갔을 때 사람들이 나를 반겨줄 것인가, 이게 중요한 문제잖아요.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노년들이 갈 수 있는 문화공간이 어디가 있을까요? 그렇죠? 그리고 한국 사람으로서 내가 85세가 됐는데 새롭게 이러저러한 것을 배우고 싶다, 예를 들어 모던댄스를 배우고 싶다, 엑셀 프로그램을 배우고 싶다고 할 때, 이 배움에 대한 열망을 얼마나 진지하게 사회구성원들이, 다른 구성원들이 받아들여 줄 것인가 이런 다양한 문제들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교육권, 다양한 어떤 문화적인 제도에 접근할 권리, 자기 자신을 당당하게 표현할 권리, 기타 등등 굉장히 많죠. 우리가 그 관점으로 본다면. 저는 노년에 대한 사회정책이 국가만의 책임도 아니고 노년들을 돌봐야 하는 가족 구성원들만의 책임도 아니고 우리 모두의 책임이면서 우리 모두가 자기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기라도 하단 관점에서 총체적으로, 종합적으로 봤으면 좋겠어요. 

◇ 김명숙: 독일에서 공부하셨잖아요. 외국의 경우는 어떤가요? 유럽이나, 독일을 예로 들어도 좋고요. 노인에 대해서, 늙어가는 것에 대해서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요. 

◆ 김영옥: 제가 독일에서 공부한 게 벌써 20년 전 일이에요. 사실 저는 20년쯤 전에 독일에서 공부할 때 사회구성원들이 어떤 방식으로 서로 존중하는가, 라는 관점에서 이러저러한 놀라운 경험을 많이 했었는데 그중 하나가 연령 차별을 가능하면 없애려고 하는 노력이었죠. 예를 들어서 10대들의 성적 권리를 존중해준다든가 아니면 70대 이상 된 노년들의 사회 참여권을 존중해준다든가, 아니면 여성들의 노동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국가나 기업이 책임지려고 한다든가, 이런 여러 가지 문제가 저에겐 굉장히 흥미로운 깨달음의 순간들을 줬었는데요. 

◇ 김명숙: 20여년 전에. 

◆ 김영옥: 그렇죠, 제가 20여 년 전에 돌아왔어요. 그러니까 독일 간 거는 한 30년 전쯤이 되겠죠. 그랬는데 제가 지금에 와서 독일을 비롯해서 소위 복지가 잘돼있는 북유럽 사회를 보면서 굉장히 안타까워하는 것 중 하나가 신자유주의가 너무나 많은 사회구성원들을 지금 위기와 불안에 몰아넣고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사회복지, 혹은 국가가 복지의 대상으로 선정한 그룹들 중 제일 먼저 노년이 조금씩 배제되기 시작한단 거예요. 노년에게 할당됐던 복지기금 중 많은 부분이 삭제되기 시작한단 거죠. 그래서 10대들에 대한 투자, 혹은 여성들에 대한 투자, 혹은 육아정책에 대한 투자는 가능한 한 지키려고 애쓰는 데에 반해서, 혹은 육아 문제 같은 경우는 더욱더 적용 범위를 심화시키고 확장시키려는 데에 비해서 노년의 복지 문제는 조금씩 축소시키려는 경향이 있단 거죠. 그러니까 사회 전체의 생산과 재생산 관점에서 볼 때 노년은 말하자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란 생각이 은연중에 자리 잡기 시작하는 거죠.

◇ 김명숙: 안타까워요. 

◆ 김영옥: 그렇죠. 왜냐하면, 유아나 소년, 유년기, 청소년 등은 일종의 투자잖아요. 이들에게 제대로 된 투자를 해주면 나중에 사회에, 기업에, 국가에 이러저러한 인력으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는데 노년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80세, 90세 된 이 사람들에게 국가가 최대한의 삶의 질을 보장해주기 위해 투자했다, 그런데 이들에게 남은 것은 죽음밖에 없다, 이런 식의 일차원적인 생각이 유럽 사회에서도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아서 굉장히 걱정스럽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와 비교해본다면 독일 사회에서 노년들에게 제공하는 신뢰, 믿음, 시민권 이런 건 훨씬 높죠. 

◇ 김명숙: 우리나라도 이제 점차 노인 복지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쓰고 계시니까, 그리고 또 100세 시대 아까 말씀하셨지만,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여러 가지 다양한 정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또 그렇게 되겠죠. 8003님, ‘저는 노후 준비의 3대 필수요소는 체력, 경제력, 인간관계를 꼽습니다. 한 가지 더, 바로 혼자 있는 힘입니다.’ 하셨어요. 훌륭하신 거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영옥: 훌륭하십니다. 

◇ 김명숙: 체력, 경제력, 인간관계, 그리고 혼자 있는 힘. 

◆ 김영옥: 저는 인간관계를 조금 더 특화시켜서 서로 속내를 마음껏 털어놓을 수 있는 도반, 친구가 되면 좋겠다 말씀드리고 싶고요. 그리고 경제력, 이 부분은 사회나 국가가 책임져야 할 문제다, 이것을 개인의 어깨에 무거운 돌처럼 올려놔선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전 개인적으로 노후 준비에 중요한 항목으로 꼽는 게 노년에 대한 생각, 아까 우리가 얘기했잖아요. 좀 더 젊었을 때부터 노후에 대해서, 혹은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해서 철학적으로, 인문학적으로, 인성적으로 생각 좀 해보자는 걸 꼽고 싶어요. 

◇ 김명숙: <노년은 아름다워>란 책을 쓰셨는데요. 노년은 아름다워, 노년과 미. 어떻게 보면 좀 안 어울릴 것도 같지만, 어떻게 보면 노년과 아름다움, 멋지게 느껴지는 거거든요. 노년의 미는 무엇인가요? 

◆ 김영옥: 노년의 미는 사람들로 하여금 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관심을 끌게 만드는 데에 있다고 봐요. 우리가 노년의 미를 젊은이의 미랑 똑같은 잣대로 평가하기 시작하면 노년은 절대 아름다울 수 없습니다. 기껏해야 여전히 아름다우세요, 여전히 고우세요, 아직도 별로 늙어 보이지 않으세요, 이렇게밖에 안돼요. 여전히와 아직도의 사이에 껴서 발버둥 치게 되는 거죠. 

◇ 김명숙: 하하, 너무 다가옵니다. 

◆ 김영옥: 노년의 미는 그런 관점으로 보지 말고 주름이 많든 적든, 검버섯이 있든 없든 저 사람이 살아온 생이 궁금해진다, 저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의 40대가, 나의 50대가 덜 불안할 거 같다. 이런 느낌을 줄 수 있다면 그게 아름다운 노년인 거죠. 그래서 저는 제 책에서 노년의 미를 사람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힘이라고 정의를 내렸어요. 실제로 그게 미학에서 미를 평가하는 기준이거든요. 아름다우면 또 보고 싶잖아요. 

◇ 김명숙: 그래서 ‘그처럼 되고 싶다’란 생각이 들게끔. 

◆ 김영옥: 그렇죠. 바로 그렇죠. 

◇ 김명숙: 저도 <노년은 아름다워>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 우리 김 선생님께서 굉장한 감성의 소유자란 생각을 했어요. 

◆ 김영옥: 감사합니다. 

◇ 김명숙: 이 책이 처음엔 어렵게 느껴지지만 읽다 보니 정말 빠져들고 어떻게 이런 문장을 펼쳐낼 수 있었을까, 그건 경험도 풍부하실뿐더러 많이 보셨으니까 생각도 많이 하셨을 거고요. 정말 이 책처럼 노년은 아름다워, 가 정말 나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는데요. 

◆ 김영옥: 감사합니다. 

◇ 김명숙: 이 책을 보면 당당하게 사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노년들, 당당하게 나이 들어가신 분들이 많이 등장하거든요. 우리 청취자분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분들, 주인공 가운데 어떤 분이 생각나시는지요? 

◆ 김영옥: 이 책에서 제가 소개하고 있는 여덟 분 모두 다 굉장한 매력의 소유자들이셨어요. 처음부터 어떤 매력을 느꼈기 때문에 인터뷰를 신청한 거고. 그중에서도 딱 한 분만 집어서 소개를 하라고 하시면 약간 망설임이 있지만, 우리 최영선 여성분을 소개하고 싶어요. 이 분은 이 책에서 소개된 분들 중 가장 연세가 많으신 분이고요. 처음부터 독특하시다, 이런 느낌을 계속 저한테 주신 분입니다. 

◇ 김명숙: 몇 살이시죠? 

◆ 김영옥: 이분은 되게 재밌는데 70대에는 항상 70살이에요. 10년 내내 70살이시고요. 80대 들어서신 다음에는 10년 내내 80세십니다.

◇ 김명숙: 그거 좋은 방법이네요. 

◆ 김영옥: 그래서 나이를 물어보면 80세입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데요. 이분은 젊어서 글을 쓰는 여성이 되고 싶었던 꿈을 꿨죠. 그러다 소설가는 되지 못했지만, 글을 계속 쓸 수 있는 잡지사에서 일하셨고 그리고 이후엔 많은 사람들의 자서전을 써주면서 일과 자기의 소망을 합치시키는 그런 생을 사셨는데요. 일찍이 혼자 자립하셔서 세 자녀를 키웠고요. 전형적인 유교식 가부장제 문화와는 맞지 않는 생을 사신 분이에요. 그런데 언제나 생의 모토는 내 생의 주인공은 나다, 였고요. 일을 하시면서 굉장히 고되고 힘들었지만 나는 이 일을 통해서 나와 더불어 살고 있는 동시대인들에게 봉사하는 거다, 그리고 내 일의 의미는 나의 생계, 내가 먹여 살려서 키워야 하는 세 아이의 미래에만 있지 않고 사회의 미래에도 있다는 생각으로 살아오신 분이에요. 

◇ 김명숙: 어떤 일을 하셨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 김영옥: 잡지사에서 기자로 일하신 거죠. 기자로 계속 일하셨고 그다음에는 <명의 33인>이란 책도 쓰셨고, 그 뒤로 잡지사를 그만둔 다음에는 여러 사람들의 자서전을 써주시기도 했고요. 

◇ 김명숙: 다양한 분들을 만난 경험도 있으셨고. 

◆ 김영옥: 그렇죠. 주로 글 쓰는 일을 하신 거예요. 글 쓰는 일이란 게 작가로 이름을 떨쳤단 건 아니지만 글 쓰는 사람의 정체성, 이건 끝까지 갖고 계셨던 거죠. 이분에게서 제가 중요하게 본 것 중 하나는 여성으로서 소위 정상적인 생애주기를 밟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니까 일찍 혼자가 됐고, 일찍 혼자된 몸으로 세 아이를 키웠고, 기타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기죽지 않고 굉장히 자신만만하게 자기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면서 일생을 보냈단 거죠. 그래서 지금도 본인에겐 본인이 자랑스러운 여자인 거, 그리고 매력적인 여자인 게 중요해요. 그런 점들이 후배인 저 같은 여성에게 상당히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거죠. 

◇ 김명숙: 노년에 본인이 자기 스스로가 당당할 수 있는 게 가장 아름다울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우리가 청춘은 아름다워, 이런 얘기는 많이 들어왔잖아요. 청춘은 그냥 자연적인, 청춘이기 때문에 아름다울 수 있는 거고, 노년은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에 따라서 아름다울 수도 있고 또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거 같단 생각이 들어서요.


◆ 김영옥: 정말 좋은 지적 하셨어요. 청춘은 조건 없이 누구나 다 아름답습니다. 그건 생물학적인 아름다움인 거 같아요. 그런데 노년은 의미를 어떤 식으로 부여하느냐에 따라서 굉장히 다른 모습을 띨 수 있는 거거든요. 자꾸 노년의 아름다움을 청춘의 아름다움에 견줘서 성취하려고 하면 그건 보나 마나 100% 실패가 보장된 기획이죠.

◇ 김명숙: 그러면 역으로 100% 성공이 보장되는 노년을 맞이하기 위해서 우리 중년들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지, 마지막으로 짧게 정리해주신다면요? 

◆ 김영옥: 저는 중년들이 가능하면 내 남은 생의 의미를 어디 투자할까 질문을 하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로부터 여전히 아름다우십니다, 어떻게 이렇게 피부 관리를 잘하세요, 라는 말을 들음으로써 자신의 자존감을 세우려고 하기보단 내가 나의 미래 세대에게 얼마나 더 잘 살 수 있는, 생애 자원이 많은 사회를 물려줄 수 있는가, 내가 그런 사회를 나의 후배에게, 후세에게 물려줄 수 있기 위해서 지금 무슨 일을 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을 더 많이 하고 오늘은 나도 이만큼 공공선을 위해서, 혹은 미래 세대에 물려줄 사회를 위해서 일을 잘했구나,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생을 살 수 있다면 노년이 정말 아름답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 김명숙: 네, 말씀 들으니까 노년의 힘이 느껴질 수 있도록 해야겠다. 노년이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한 사회가 되는 거 아니에요? 오늘 정말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오늘 <감성 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노년은 아름다워>란 책의 저자이신 옥희살롱 대표 김영옥 선생님과 함께 정말 제대로 잘 나이 들어가는 방법, 비법에 대한 이야기 재밌게 잘 나눠봤습니다.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김영옥: 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문장만 더해도 돼요? 노년의 모토, ‘내 나이가 어때서, 투쟁하기 딱 좋은 나이인데.’ 이 말씀을 하고 싶습니다. 

◇ 김명숙: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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