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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매몰사고’ 안전까지 하청주는 “시스템 문제”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01-10 11:40  | 조회 : 3151 
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 방송일시 : 2017년 1월 10일(화요일)
□ 출연자 : 박두용 한성대 기계시스템공학과 교수 (한국안전학회 부회장)


- 낙원동 철거현장 붕괴사고, 전형적인 ‘한국형’ 사고
- 건설업 특성상 도급은 당연... 문제는 ‘안전까지 떠넘기는 것’
- 사고 나도 원청은 책임 지지 않는 구조
- 하청은 안전관리 권한은 없고 책임만 져
- 권한과 책임 일치 원칙 지켜져야



◇ 장원석 아나운서(이하 장원석): 저는 방송을 진행하면서 속보가 들어오면 괜히 가슴이 철렁합니다. 무슨 사고가 발생한 건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지난 주말 속보가 들어왔는데요, 끔찍한 안전사고였습니다. 종로에 있는 건축물을 철거하다가 잔해가 무너져 내려 2명의 근로자가 숨지고 말았습니다. 지난해 발생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남양주 공사현장 가스폭발 사고, 최근에 발생한 연이은 사고 모두, 다치거나 사망한 이들은 하청업체 직원들입니다. 오늘 ‘투데이 포커스’에서는 뿌리가 뽑히지 않고 있는 원청업체와 하청업체의 관계, 도급 등 전반적인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한국안전학회 부회장이신 박두용 한성대 교수와 전화 연결 해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박두용 한성대 기계시스템공학과 교수(이하 박두용): 네, 안녕하세요.

◇ 장원석: 지난 7일 종로구 낙원동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 어떻게 보시는지요?

◆ 박두용: 대단히 안타까운 사고인데요. 전형적인 후진국형, 한국형 사고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장원석: 후진국형 사고, 한국형 사고다. 어떤 의미일까요, 많은 것을 담고 있는 것 같은데요.

◆ 박두용: 이런 종류의 사고는 우리나라에서 수없이 발생하고 있던 사고고요. 소규모 건설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했다는 것, 하청업체가 작업하다가 파견이나 일용직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것, 건물 해체와 같은 사고는 이미 예견하고 있었고 많이 나고 있는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안전 조치가 제대로 취해지지 않았다는 것, 감독이나 허가가 좀 부실했다는 것, 이런 측면으로 볼 때 전형적인 한국형 사고라고 할까요, 이렇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 장원석: 감독도 부실했고, 교수님 말씀하시는 것처럼, 반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예견 가능한 사고였는데요, 막을 수 있지 않았는가, 이런 안타까움이 있어요. 꼬리자르기식 책임 회피와 같은 것이 이어지고 있어서 구조적 문제가 항상 지적되는데요. 계속해서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 뭐라고 보십니까?

◆ 박두용: 글쎄요. 한두 가지 문제가 아니라 사실 국가 안전 관리 시스템 부실이라고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이나 개별 사업장에 아무리 안전을 강조해도 사고가 나기 마련이거든요. 우리나라 건설업계 또는 우리나라 노동 안전의 전형적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장원석: 사고 종류는 다 다른데, 결국 따지고 보면 인재라는 분석이 나오잖아요.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시스템 문제, 그 부분이 건설업계 도급 문제 아니겠습니까? 이게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나요?

◆ 박두용: 건설업에서의 도급은 당연히 관행입니다. 왜냐면 건설업이라고 하는 게 다양한 공정이 있기에 도급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그래서 건설업에서 도급 자체가 문제는 아닌데, 도급을 주면서 안전 관리 책임까지 떠넘기는 것, 이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도급이라고 하는 것이 전문 업체에게 도급을 맡길 수밖에 없는데요, 도급을 주는 쪽은 갑이고 받는 쪽은 을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갑이 권한이 있는 거거든요. 그 권한 있는 쪽에서, 즉 원청에서 안전관리 책임을 져야 하고 그쪽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여기에 허점이 많다고 보입니다.

◇ 장원석: 도급이 자연스러운 상황인데, 일을 잘하는 업체에게 맡기는 건 당연하겠죠. 전문 공사 일에 숙련된 사람들에게요. 안전 책임을 을에게 떠넘기는 상황은 허점이 많다고 지적해주셨습니다. 그러면 공사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이 어떤 식으로 전가되고 있습니까? 실제로 하청 업체가 책임을 무나요?

◆ 박두용: 일단 이번 사고처럼 산재 사고가 나면, 현재 법 체계가 피해자를 직접 고용한 자가 일차적으로 책임을 지게 되어 있어요. 건설 공사의 경우 직접 공사를 담당한 업체, 대게 하청업체입니다. 하청업체가 일차적 책임을 지게 되어 있어요. 원청은 관리 책임 일부를 지게 되어 있는데, 어디까지나 보조적 위치에 있고 일차적 책임을 하청 업체에 묻고 있기에 원청은 사실 책임 면제가 되어 있다고 해야 하나요,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가 되어 있는 거죠.

◇ 장원석: 도급 문제, 사실 원청 업체가 하청 업체에게 하청을 주면, 그 업체가 또 재하청을 주고, 2차, 3차 계속 이어지지 않나요? 문어발식으로. 그러면 결국 끝에 있는 업체들끼리 계약에서만 책임을 물기 때문에 원청 업체는 책임을 피하게 되는데요. 공사장 관계자가 직접적으로 책임을 지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 박두용: 공사장 관계자를 하청업체로 보게 되면, 이 문제 해결이 안 되는 거죠. 말씀하신 것처럼 공사장 원래 책임을 지는, 그 건물 수주 받은 곳이 원청이지 않습니까? 원청에서는 건물을 지을 책임이 있죠. 마찬가지로 건물 사고가 나지 않을 책임을 지게 하면, 하청업체 안전을 관리하거나 또는 안전 관리 할 수 있는 하청업체에 하청을 주거나, 이런 구조가 성립되는데요. 현재는 사고를 낸 하청업체에게만 책임을 묻게 되니까, 현재 구조에서는 근본적으로 해결책이 안 나오는 거죠.

◇ 장원석: 지금 구조에서 규제도 느슨한 편입니까?

◆ 박두용: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관련 규제가 선진국보다 약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데요. 특히 건설 공사 중 굉장히 위험한 건물 해체 공사, 이런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고가 많은 데요. 사실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 규제, 우리나라 노동 안전이나 취약 계층에 대한 사고, 이런 곳의 안전은 취약한 편입니다. 관계 법령은 있는데 현장을 지도, 관리, 감독할 인력이나 시스템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전형적인 노동 재해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약한데요, 우리나라에서 ‘산업 안전 감독관’이라고, 이 감독관 수가 선진국에 비해 절반 아니면 5분의 1,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현실입니다. 현장 관리가 안 되면 안전이 확보되지 않거든요. 취약한 편이죠.

◇ 장원석: 그러면 현장 관리자 역할이 굉장히 중요할 텐데요. 현장 관리가 잘 안 되고 있다는 게 드러난 거죠?

◆ 박두용: 그렇습니다. 방금 말씀드렸듯, 현장 관리가 취약한데요. 현장 관리할 감독이 정부에서 보면 고용노동부의 산업 안전 감독관인데 그 수가 부족하고요. 수가 부족하면 현장은 원청이나 현장 관리하는 곳에서 이것을 맡아줘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 부분도 취약하거나 안 하는 거죠.

◇ 장원석: 현실적 문제도 있습니다. 사실 하청이나 재하청을 받은 업체가 현장 관리자를 파견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원청에서 허가 없이, 허가 안 받았으니까 주도적으로 못 한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 이건 어떻게 해결해야 합니까?

◆ 박두용: 그렇죠. 그 건설 공사를 전체적으로 관장하는 곳은 원청이거든요. 원청은 공사 진척이나 결과에만 신경 쓰지 하청업체 안전 관리 신경을 안 쓰니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는 거죠. 원청은 자기가 받은 건설 공사에 대해 건물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까지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하는데요. 그 부분이 취약한 겁니다. 왜냐면 원청이 권한을 가지고 있거든요. 하청은 그러한 권한을 사실상 가지지 않고 책임만 물기 때문에, 결국 책임과 권한의 분리라고 할까요, 거기에 근본적 문제가 있는 거죠. 안전에 기본적으로 권한과 책임 일치 원칙이라는 게 있거든요. 그래서 원청에 안전관리 책임을 지도록 하면, 그것을 하청시키든 원청에서 안전 관리자를 파견하든, 관리하든, 이런 안전 관리가 실행되는 거죠.

◇ 장원석: 그래서 지난 19대 국회에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제출되지 않았나요, 거기서 사라져버리고 말았는데, 개정안에 법적 미비점이 보충되어 들어가 있었나요?

◆ 박두용: 그동안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가 도급사업체 책임이라고 해서 사실 원청의 책임입니다. 원청에 책임을 묻는 것이 강화됐습니다. 이번 경우도 그 적용을 받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근본적으로는 일차 하청업체가 책임지고, 원청의 보조적인 책임을 강화해왔는데요. 근본적으로는 시간과 장소를 총괄하는, 그러한 원청의 책임을 좀 더 강화하는 쪽으로 개편이 이뤄져야 우리나라 전체적 공사장 안전관리가 강화될 거로 생각합니다.

◇ 장원석: 그것이 핵심이군요. 원청에 책임을 물리도록 하는 것. 그리고 신고제가 아니라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 지금은 서류만 제출하면 철거할 수 있나 보죠?

◆ 박두용: 지금 5층 이상 건물에 대해서는 철거할 때 구청에 철거 계획서를 제출하게 되어있는데요. 안전 관리와 관련해서는 구청에 철거 계획서뿐만 아니라, 이건 신고제이고요, 또 노동부에 유해위험 방지계획서, 이것을 제출하게 되어있습니다. 이건 강제입니다. 허가와 심사를 받고 공사하게 되어 있는데요. 제가 알기로는 이번 경우엔 유해위험 방지계획서를 제출해서 허가받았는데, 문제는 현장에서 실행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문제는 현장에 있는 거거든요. 현장 관리는 다른 안전 문제도 마찬가지인데요, 현장의 안전 관리 감독이 제대로 되게 만드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 이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책상에서 서류로만 안전이 확보되는 건 아니거든요.

◇ 장원석: 이번에 원청에서 책임을 물어서 이러한 안전 책임을 더 확고하게 다지고, 그런 면에서 현장 감독도 확실히 해나가야 하는 것,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 같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박두용: 네, 감사합니다.

◇ 장원석: 지금까지 박두용 한성대 기계시스템공학과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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