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시간 : [월~금] 17:00~19:00
  • 진행: 신율 / PD: 서지훈 / 작가: 강정연, 임은규 / 유튜브AD: 김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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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살 내 나이로 바라본 세상살이를 ‘화장’에 담았다-임권택 감독[강지원의 뉴스! 정면승부]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5-04-03 21:29  | 조회 : 3052 
정면 인터뷰2.
80살 내 나이로 바라본 세상살이를 ‘화장’에 담았다-임권택 감독

[YTN 라디오 ‘강지원의 뉴스! 정면승부’]
■ 방 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5/04/03 (금) 오후 6시
■ 진 행 : 강지원 변호사

◇앵커 강지원 변호사(이하 강지원): 영원한 현역, 임권택 감독이 102번째 영화를 들고 우리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는 4월 9일 개봉을 앞둔 ‘화장’. 세계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계시는데요. 한국 영화의 성장을 함께 한 살아있는 거장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임권택 감독, 전화 연결합니다. 감독님 안녕하세요?

◆임권택 감독(이하 임권택): 네, 안녕하십니까.

◇강지원: 영화 ‘화장’이 아직 개봉도 안됐는데도 불구하고 관심이 아주 뜨겁습니다. 이게 어떤 영화인지 청취자분들에게 소개를 해주시겠습니까, 직접?

◆임권택: 이것은 2004년도에 이상 문학상을 탄 소설인데요, 그게 김훈 선생의 ‘화장’이라는 소설입니다. 단편이기도 한데요. 그것을 영화로 옮겼습니다.

◇강지원: 단편소설을 영화로 옮겼는데, 그 내용을 지금 얘기해 주시면 재미가 없겠죠?

◆임권택: 짧게 말씀드리면, 뇌종양으로 죽어가는 부인과, 또 한쪽으로 자기가 출근하고 있는 회사의 젊은 여직원과의, 그쪽으로 쏠리는 사랑하는 마음. 이런 방황과 갈등을 찍은 영화인데요. 우리가 일생을 살면서 만나서 앓고 사는 일도 있지 않은가 생각을 하며 찍었습니다.

◇강지원: 그러시군요. 감독님께서는 우리나라 여러 가지 전통적인 미를 다룬 영화를 많이 찍으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좀 변화를 택하셨다, 는 평이 있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십니까?

◆임권택: 제가 61년에 데뷔해서 지금까지 거의 53년간 영화감독 생활을 하고 있는데요. 그동안 선생님 말씀대로 우리 문화랄지, 우리 수난의 세월들을 타고 살아온 사람들, 여러 어려움. 이런 것들을 영화로 쭉 담아 왔는데요. 너무 오랫동안 그런 종류의 영화만 하고 있으니 아주 힘들어져 갑니다. 여기서 벗어나지 않으면 한 감독으로 활기있게 살아나가는 데도 여러 가지로 문제가 있을 것 같고 해서요. 진작부터 기왕 제가 해온 어떤 틀로부터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가 이번 ‘화장’이라는 영화를 만나서요. 이것이라면 기왕에 제가 해왔던 영화로부터 좀 새로운 감독으로 보일만 한 영화적 변화가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그것을 이제 한다고 했습니다.

◇강지원: 그래도 그렇지, 지금 연세가 많으신데 지금 또 변화를 추구하실까.

◆임권택: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제가 80에 들어서면서 곰곰이 제 직업을 생각해 보니까요. 세월을 살아낸 만큼 삶을 체험하고, 그 체험한 것이 용해가 되고 나이만큼 사람의 나이만큼을 영화에 담는 것이구나, 하고 느꼈어요. 젊었을 때는 별의별 픽션도 다 찍고 했는데, 이 나이에 와서는 더 이상 나이든 것을 찍을 도리도 없고. 또 젊음을 찍는 것도 거짓일 것 같아서요. 제가 살아낸 만큼 그 나이로 바라 본 세상살이. 이런 것을 영화에 담고자 했죠.

◇강지원: 그러시군요. 그 연세에서 바라 본 세상. 그런 것들을 표현해내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김훈 작가의 소설을, 원작을 처음 대하셨을 때 어떤 대목이 그렇게 다가왔습니까? 영화로 해야겠다, 고 생각하셨나요?

◆임권택: 어떤 대목이라기보다는, 주인공 화장품 회사의 중역으로 되어있는 사람이 주연이거든요. 안성기 씨가. 제가 기왕에는 우리 문화나 역사나 심지어는 판소리나 이런 것을 담고 있었는데. 그런 것을 떠나서 현대를 살면서 사소한 삶에서 우러나는 그런 감정들. 그런 감정을 쫓아서 감정에 관한 추이랄지, 그런 것들을 영상으로 드러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고요. 그런 것을 찍는다고 찍었습니다.

◇강지원: 정말 놀랍습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 연세에도 사소한 감정에 관심을 가지실 수 있다는 것이 많은 분들에게 감동을 줄 것 같은데요. 이번 영화를 만드실 때 안성기 배우도 선뜻 참여하겠다고 하던가요?

◆임권택: 거기 영화에 출연하고 있는 오 상무의 역할을 어떤 연기자가 해야 되는가. 상당한 고심 끝에 선택을 했는데요. 그 역할이 자기 부인의 뇌종양 병간호를 정말 성실하게, 치열하게 해서. 그런 한 쪽은 같이 자는, 병원 안에서 자기 회사의 젊은 회사 직원에게 쏠려가는 연정. 이런 감정을 같이 쫓아가야 되는데요. 저 성실한 감정이 있는 얼굴이 한 쪽으로는 여자를 향해서 가는 이런 역할이 자칫 잘못하면 관객들한테 혐오스러움을 줄 그럴 우려도 있는 역할이거든요. 그런데 안성기 씨야말로, 연기자로서 지금까지 영화팬들에게 보여준 건실한 이미지 같은 것. 그런 것이 확실하게 잡혀있는 연기자이고. 그래서 그런 혐오스러운, 여자를 향한 갈증 같은 것을 수시로 주인공의 감정 추이에 따라서 자주 어울려 가고 하는 영상들이. 비추어도 관객들한테 주는 혐오스러운 느낌. 본처, 병든 처를 놔두고 저렇게 외도 같은 감정을 보내고 있는, 그런 것을 가장 무난하게 할 수 있는 연기자는 안성기씨가 아닐까 했는데. 안성기씨는 이미 굉장히 많은 영화를 통해서 연기 역량이 거의 다 드러난 연기자라고들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제 촬영 현장에 제가 오랫동안 가까이 지낸 영화 평론가랑 시나리오 작가들이 와서 현장을 보면서, 매일 한 열흘도 넘게 출근하다시피 오는 거예요. 아니 여기 있으면 매일 밥값도 들어가고, 무엇 때문에 매일 출근을 하느냐, 했더니 매일이 새롭다고 그래요. 그렇게 저는 기왕에 해왔던 연기에 대해서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연기를 하고 있다고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내가 연기자 선택을 정말 잘했구나,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강지원: 안성기 씨뿐만 아니라 김호정씨라든가, 김규리씨라든가. 이런 배우들 연기에 전부 만족하십니까?

◆임권택: 전부 세 분인데요. 너무 헌신적으로 했고요. 그게 헌신적으로 해서 잘되는 것이 아니거든요. 탁월한 연기력이 발휘가 되어야 했는데, 정말 잘들 했습니다.

◇강지원: 그렇군요. 하여튼 해외 영화제에서 많은 상도 받으셨고요...

◆임권택: 상보다도 많은 초대를 받았는데, 저도 그런 일이 그렇게 흔한 일이 아닌데요. 그래서 김훈 선생의 엄청난 문장력이나 힘이 가는 박진감이나, 이런 것을 자칫 잘못 담아내다가 망신나기 딱 좋은 작품을 만난 것 같다고 했는데. 그 영화가 조금은 알음알음 방황을, 정신적 방황과 갈망을 계속 알아가는 얘기를. 자칫 잘못하면 관념적으로도 보일 수 있고 하는데요. 이것을 사실 살고 있다는 사람들의 느낌이 정말 사실감으로 다가오게끔 찍어서 원작의 엄청난 힘 그대로를 옮길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사실감으로 극적 힘을 실었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것을 통해서 상당히 잘 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강지원: 알겠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의 말씀 드리고요. 곧 개봉하는데 꼭 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임권택 감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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