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이방인>, <위대한 개츠비> 그리고 생 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대중의 뜨거운 사랑을 오래도록 받고 있는 작품들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들은 아시다시피 외국작가가 그들의 언어로 쓴 것이라, 대부분의 한국독자들은 번역가의 손을 빌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번역이란 맛있는 음식을 잘근잘근 씹은 뒤에 다른 이에게 주는 일이다”라고 말한 4세기 중국의 역경승도 있듯이, 번역된 문학작품은 원저자의 문체가 그대로 살아 있다고 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오역의 함정도 곳곳에 독자를 기다리고 있지요.
소설가이며 번역가인 이정서씨가 2014년, 까뮈의 <이방인> 번역본에서 오역 수십 군데를 지적하여 <이방인>을 새로 번역해 냈지요. 기존의 문학계는 거세게 반발했지만 꽤 중요한 대목에서는 오역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데요.
그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작가가 자신의 의도를 제대로 전달할 목적으로, 수많은 시간을 고뇌하며 ‘잘 읽힐’, ‘좋은 문장’을 써낸 것인데, 그것을 오히려 번역자가 자기 식으로 이해하고 해체시킨다면, 그게 과연 원래보다 잘 읽히는 좋은 문장일 근거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러면서 앞서 소개한, 영원한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인 문학작품의 문장들을 가져와서 여러 번역본을 비교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관심 가질 법한 작업 같지만 워낙 일반 독자들에게 친숙한 작품들이라 호기심이 당기는데요. 비슷한 것 같지만 미묘하게 달라지는 문장들을 보면서, 제대로 된 번역이란 무엇인지, 우리는 과연 진짜 작품들을 만나왔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매끄러운 번역문을 선호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다소 거칠더라도 질박하게 번역해서 원작자의 문체를 느껴보게 하는 것이 더 호소력이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