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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 시인의 시 <여름 내내>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8-20 10:34  | 조회 : 1235 
YTN지식카페 라디오 북클럽 이미령입니다.

유난히 폭염에 시달렸던 올 여름. 최고의 피서는 독서라 생각하지만, 너무 더웠던 올 여름, 책 읽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책을 펼치면 이내 무더위에 정신이 혼곤해지고, 머릿속에는 자연의 풍경이 펼쳐지면서 나도 모르게 망상에 사로잡힐 때가 종종 있었는데요, 허수경 시인의 시 <여름 내내>를 읽다보면 시인도 그렇게 책을 읽다가 여름 풍경 속으로 풍덩 빠져버린 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과나무 아래서 책을 읽었습니다. 책 제목……. 기억나지 않네요. 사과가 아주 작을 때부터 읽기를 시작했는데, 점점 책 종이가 거울처럼 투명해져서 작은 사과알들을 책을 읽으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점점 책 종이가 물렁해져서 책 주위에서 어슬렁거리던 사과알들이 책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활자도 사과알을 따라 책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책은 물렁해졌고 물처럼 흐르려고 했어요. 물처럼 흐르는 책의 제목이 기억나지 않아요. 사과알이 든 흐르는 책을 여름 내내 읽고 있습니다. 나무에 매달린 사과알들이 다 사라지고 난 뒤, 나무가 책의 물 회오리로 들어왔습니다. 집과 새와 구름이 들어왔습니다. 해가 그리고 내 위의 하늘조각도……. 책은 무거워지고 더 거세게 흐르고, 여름 내내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사과나무도 구름도 해도 하늘조각도 사라지는 자리에서”

뜨거운 태양 열기로 나무가 무르익고 과일이 무르익고, 어느 사이 활자마저 물렁하게 익어버려 세상이 한 덩이가 되어버렸습니다. 지금쯤 사과나무에서는 서늘한 계절을 기다리며 사과가 익어가고 있겠지요? 그렇게 여름 내내 시인은 책을 읽고 자연은 무르익어갑니다.

오늘은 
허수경 시인의 시 <여름 내내>(<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문학과지성사에 수록)를 소개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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