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시를 소개하는 이번 한주, 오늘은 김용택 시인의 시 <삶>입니다.
“매미가 운다./움직이면 덥다./새벽이면 닭도 운다./하루가 긴 날이 있고/짧은 날이 있다./사는 것이 잠깐이다./사는 일들이 헛짓이다 생각하면,/하는 일들이 하나하나 손꼽아 재미있다./상처받지 않은 슬픈 영혼들도 있다 하니,/생이 한번뿐인 게 얼마나 다행인가./숲 속에 웬일이냐, 개망초꽃이다./때로 너를 생각하는 일이/하루종일이다./내 곁에 앉은/주름진 네 손을 잡고/한 세월 눈감았으면 하는 생각,/너 아니면 내 삶이 무엇으로 괴롭고/또 무슨 낙이 있을까./매미가 우는 여름날/새벽이다./삶에 여한을 두지 않기로 한,/맑은/새벽에도 움직이면 덥다.”
열대야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새 뒤척이다 설핏 잠들었다 눈을 뜬 새벽.
사는 게 난리도 아닌데, 더위마저 거드니 이렇게 사무치도록 살아야 할 이유가 뭔지 궁금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옆에서, 건넌방에서 땀 흘리며 자는 저 식구들을 생각하자니, 그게 또 한여름을 살아내게 해주는 힘이 됩니다. 잠을 설친 건 매미도 한가지라, 그나마 열대야를 지나온 이른 새벽, 난데없이 인생철학자가 되어 삶을 돌이켜보는데, 잠을 설친 매미만 친구가 되어주네요.
박재삼 시인도 <한여름 새벽>이란 제목으로 이렇게 노래했는데요,
“이십오 평 게딱지 집 안에서/삼십 몇도의 한더위를/이것들은 어떻게 지냈는가/내 새기야, 내 새끼야,/지금은 새벽 여섯시/곤하게 떨어져/그 수다와 웃음을 어디 감추고/너희는 내게 자유로운/몇 그루 나무다,/몇 덩이 바위다.”
인생을 처음부터 생각하기에 그만인 한여름, 무더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