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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똑바로보기] "미세먼지는 중국발?"- 안호림 인천대 교수 1/19(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1-21 09:29  | 조회 : 2573 
조현지 아나운서: 언론을 통해본 세상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는 <안호림의 미디어 똑바로보기>시간입니다. 오늘도 안호림 교수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안호림: 안녕하세요. 현지 아나운서는 방송인이라 목소리에 각별히 신경이 쓰일텐데요.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고생은 안하셨어요?

아나운서: 이번주 초 같이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마스크를 꼭 하고 다니고, 물도 많이 마시고, 외출도 되도록 삼가고 있습니다.

안호림: 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고농도미세먼지때문에 이번 주 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을 줬을겁니다. 수도권에서는 사상 최고 수준의 농도까지 기록했는데요. 이제는 사흘 춥고, 나흘 따뜻한 삼한사온이 아니라 사흘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로 고생한다는 ‘삼한사미’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미세먼지는 국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은 미세먼지에 대한 이야기 해볼까합니다.

아나운서: 이번에는 정말 심했어요. 서울 시내 전체가 뿌옇게 흐려졌었죠. 다들 ‘미세먼지가 정말 심각하구나’하고 뼈저리게 느끼셨을 것 같아요. 미세먼지 농도도 높았죠?

안호림: 사상 최악이었습니다. 관측을 시작한 게 2015년이니까 불과 4년째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관측된 것 중 최고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기록했습니다. 초미세먼지를 측정하는 단위는 세제곱미터당(일평방미터당) 마이크로그램인데요. 마이크로그램은 1그램의 백만불의 일입니다.

아나운서: 미세먼지, 미세먼지라고 말은 많이 하는데,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모르는 분들도 많을 거 같아요.
안호림: 미세먼지는 대기 중에 떠다니는 직경 10㎛이하 크기의 작은 먼지를 이야기합니다. 초미세먼지는 미세먼지 중에서도 직경 2.5㎛이하인 미세먼지를 지칭합니다. 미세먼지는 인간 활동 때문에 발생하는 인위적을 발생하기도 하고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도 합니다. 주범으로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나 자동차 배기가스가 많이 얘기가 되는데요. 하지만 이 외에도 다양한 원인이 있습니다. 자동차 타이어가 마모돼서 생기는 먼지도 있고 밭을 가는 과정에서도 생깁니다. 또 고기나 생선을 굽는 과정에서도 발생합니다. 대기 중에서 화학반응의 결과로 생겨서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합니다.

아나운서: 정말 다양하네요. 그런데 몇 마이크로미터 그러면 얼마나 작은지 잘 실감이 안나요. 뭐랑 비교하면 이해가 쉬울까요?

안호림: 사람 머리카락 굵기가 50~70㎛라고 해요. 그러니까 사람 머리카락의 1/5이나 1/7밖에 안되는 거죠. 그런데 초미세먼지라고 부르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직역에 따르면 우리가 미세먼지라고 하는 건 ‘거친 입자, 거친 먼지(coarse particles)’라고 부릅니다. 초미세먼지라고 부르는 건 ‘미세입자, 미세먼지(fine particles)'가 보다 정확합니다.

아나운서:  둘 다 미세먼지인데 굳이 구분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안호림: 가장 크게는 위험한 정도가 달라서라고 합니다. 초미세먼지는 크기가 더 작다보니 인체 깊숙한 곳까지 침투가 가능하고 심지어 피부로도 침투합니다. 혈관을 타고 장기나 뇌까지도 침투할 수 있어서 매우 위험합니다. 하지만 황사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미세먼지의 60%이상이 초미세먼지라고 합니다. 관리대책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합니다.

아나운서: 중국 얘기가 나온 김에 더 얘기를 해보죠. 언론에서도 그렇고, 대중들의 인식도 그렇고, 중국 탓을 많이 하잖아요. 실제로 중국이 우리나라 미세먼지 문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요?

안호림: 영향은 확실히 있습니다. 문제는 영향이 얼마나 큰가인데요. 연구에 따라 다양하게 결과가 나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 2014년~2015년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가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미세먼지가 고농도일 때와 평상시로 구분해서 분석했는데요. 평상시 중국 영향은 42.8%~43.6%인데 고농도일 때는 68.6%~72.1%로 높아집니다. 미국 나사와 국립환경과학원이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를 보면 국내 원인이 52%, 국외 원인이 48%입니다.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4%입니다. 일반적인 기대보다는 작은 수치입니다.

아나운서: 연구결과들을 보면 중국보다는 국내원인이 더 크다고 결론내릴 수 있겠네요. 하지만, 언론보도에서도 중국 얘기가 자주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일반 사람들도 중국 탓을 할 수 밖에 없는 게 아닐까 싶어요.

안호림: 미세먼지에 대한 중국책임론은 언론이 기여한 바가 크다고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이번에도 중국 베이징 등의 도시에서 스모그가 심각하다는 보도를 많이 보셨죠? 국내 일간지들의 미세먼지 보도에 대해 분석한 논문이 하나 있습니다. 논문에 따르면, 신문의 성향에 따라 미세먼지에 대한 보도도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경우 미세먼지 원인에 대한 기사에서 중국 원인을 강조하는 기사 비중이 한겨레, 경향신문보다 10%넘게 많았습니다(67.8%, 54.7%). 하지만 모든 일간지에서 중국 원인에 대한 기사가 반 이상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아나운서: 결국 남의 탓만 한다는 건데요. 그런 식의 보도가 갖는 문제점은 없을까요?

안호림: 있습니다. 문제는 중국 책임을 강조하다보면 국내원인에 대해 소홀하게 된다는 건데요. 게다가 중국에서 비롯된 미세먼지 문제는 우리 노력만으로 해결하는 게 어렵잖아요. 어떻게 보면 불가항력적인 문제입니다. 결국 중국 책임을 강조하는 보도는 문제해결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사람들에게 불안감과 중국에 대한 반감만 심어주게 됩니다. 미세먼지 문제는 중국과의 협조를 통해 해결할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최소화하는 노력도 같이 기울여야합니다. 연구결과에서도 나오지만 국내 원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니까요.

아나운서: 미세먼지 주범의 하나로 손꼽히는게 석탄화력발전소잖아요.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여야하는데, 대체할 방법이 문제겠죠. 그러다보니 탈원전 정책을 재고해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던데요.

안호림: 더불어민주당의 송영길 의원이 지난 11일 원자력계 신년인사회에서 현재 건설이 중단되어 있는 신한울 3, 4호기건설 재개해야한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여당 의원들간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청와대는 더 이상 그 문제에 대해 논의할 시점이 아니라고 일축하긴 했지만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 언론의 입장은 어떠한가요? 원전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인가요?

안호림: 일부 언론사들이 오래 전부터 탈원전 정책 재고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여러 번에 걸쳐 탈원전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사설과 칼럼을 내보낸 적이 있습니다. 지난 2018년 11월 14일에는 ‘원전이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막는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보내서 탈원전 정책이 오히려 반환경적 정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중앙일보도 14일자 칼럼에서 탈원전 출구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반해서 한겨레신문은 탈원전 정책을 반대하는 이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한 한 학자의 글을 싣기도 했습니다.

아나운서: 대만이 국민투표를 통해서 탈원전정책을 폐기했다는 보도를 본 것이 기억나는데요. 탈원전 정책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많이 부각시키고 있지 않나요.

안호림: 지난 11월 24일에 대만에서 국민투표가 있었습니다. 안건은 탈원전 정책 폐기를 비롯해서 총 10개였습니다. 투표결과 2025년까지 핵발전소를 전부 운전정지한다는 법조항이 폐기되었습니다. 이를 두고, 몇몇 언론에서 대만이 탈원전정책을 폐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11월 26일 대만 국민투표결과를 보도했습니다. 기사에서는 현 대만 정권의 탈원전정책이 추진동력을 모두 상실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아나운서: 정확한 보도인가요? 해외 보도는 언론보도에만 의존해야 하니까 가끔은 조심스러워질 때가 있더라고요.

안호림: 국내언론의 보도가 부정확하고 과장되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대만정부는 국민투표 후에도 탈원전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현재 있는 원전들은 2025년에는 물리적 수명이 다하게 된다고 합니다. 법조항과 무관하게 문을 닫아야 하는 거죠. 하지만 새로운 원전 건설 계획은 없다고 합니다. 법조항 폐기는 맞는데 실질적인 정책변화는 없다는 것입니다.

아나운서: 아직도 겨울은 한 달 이상 남아있고,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 미세먼지는 더 심해질 것 같습니다. 언론과, 정부, 그리고 국민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안호림: 기후변화문제와 마찬가지로 미세먼지 문제도 궁극적으로는 석탄, 석유 등 화석원료에 의존하던 산업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는 많은 비용이 발생하고, 때로는 손해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만큼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국민들이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불안이 큰 이유 중 하나는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해야하는지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부도 언론도 이 문제에 대해 국민들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지혜와 의지를 모으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나운서: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안호림: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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