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전성기, 오늘
  • 진행자: 김명숙 / PD: 신아람 / 작가: 조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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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을 깨워라! “5·18 광주민주화운동 38주년, 영화 <기억하라>” - 이정국 영화감독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5-17 13:23  | 조회 : 2490 
YTN라디오(FM 94.5) [당신의 전성기 오늘] 
□ 방송일시 : 2018년 5월 17일 (목요일) 
□ 출연자 : 이정국 영화감독

꽃중년의 룰루랄라, 청춘을 깨워라! “5·18 광주민주화운동 38주년, 영화 <기억하라>” - 이정국 영화감독


◇ 김명숙 DJ(이하 김명숙): 오늘은 앞서 예고해 드린 대로 영화감독님이시죠. 지금은 대학교에서 교수님으로 활동하고 계신 이정국 감독님, 자리 함께하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정국 영화감독(이하 이정국):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명숙: 저 정말 반가워요. 왜냐하면 어떤 분이실까, 실제로 못 뵈었기 때문에. 언론을 통해서는 봤지만, 궁금했어요. 예전에 정말 눈물 콧물 쏙 빼고 봤던 영화 <편지>의 감독님이시잖아요.

◆ 이정국: 예. 아주 옛날 영화죠.

◇ 김명숙: 아마 그래서 그 추억을 갖고 계신 청취자분들이 많이 계실 것 같아요. <편지>의 그 감독님, 오늘 나오신다는데 오늘은 그런데 장르가 다른 영화네, 하고 궁금해하시는 분들 많으실 것 같습니다. 바로 내일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38주년 되는 날이잖아요. 감독님께서 그것을 소재로 한 장편 다큐 영화 <기억하라>라는 영화를 만드셨어요. 어떻게 해서 이런 작품을 내가 찍어야겠다, 라고 생각하셨는지요?

◆ 이정국: 영화 속에 사연이 나오긴 하지만, 제가 데뷔작이 바로 <부활의 노래>라고, 광주항쟁을 다룬 첫 상업영화였어요. 그때가 개봉이 1991년이었죠. 그게 크게 실패하면서 제가 30대 중반에 인생의 바닥을 쳤어요.

◇ 김명숙: 제목이 <부활의 노래>인데.

◆ 이정국: 그러다가 저는 광주를 직접적으로 겪진 않았지만 일종의 트라우마에 걸려서 광주 자체를 거의 잊고 살다시피 하다가, 제가 8년 전부터 광주에 내려가서 시니어분들하고 단편을 1년에 한 편씩 찍었어요. 그러다가 작년에 처음으로 7번째 단편을 만들면서 우리가 5·18 이야기를 해보자, 어르신들한테 이야기했더니 좋다 그러더라고요. 그분들도 광주를 겪고 목격했지만 한 번도 같이 5·18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러면서 시작된 영화죠.

◇ 김명숙: 그렇군요. <기억하라>라는 제목만 들어도 어떤 내용일 거다,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청취자분들은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 잠깐 영화를 짧게 소개해주시면 어떨까요?

◆ 이정국: 영화는 단편이 한 계엄군이 광주에 내려가서 자기가 암매장한 아이를 찾아주면서 양심고백 하는 이야기예요. 그런데 저희가 단편을 만들고 나서 그 어르신들을 다 인터뷰하기 시작했어요, 5·18 때 목격담이라든가 경험담을. 그걸 두 개로 묶어서 중편 정도로 만들려고 했는데, 그걸 만들고 나서 몇 개월 후에 진짜 우리 단편영화 같은 일이 일어났어요. 한 계엄군 장교가 광주교도소 근처에 암매장한 사건을 양심고백 한 거죠. 그래서 그분도 만나서 인터뷰하다 보니까 87분짜리 장편 다큐 극영화, 좀 특이하죠. 다큐 속에 단편이 들어가 있으니까.

◇ 김명숙: 87분이요. 저도 보고 싶어지는데, 아마 많은 청취자분들께서 관심을 가지실 것 같아요. 저희가 그래서 감독님의 말씀도 들었지만, 실제로 이게 보이는 라디오가 아니라서 아쉽긴 하지만, 저희가 감독님의 작품을 잠깐만 엿볼 기회를 가지면 어떨까 싶어서 짧게 오디오로만 여러분께 들려 드리면 어떨까 싶어서요. 한 번 감상해볼까요?

[영화 <기억하라> 음성]

◇ 김명숙: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자기가 저질렀던 만행이라고 할까요. 그것에 대해서 반성하는 장면인 것 같아요.

◆ 이정국: 네. 제가 요즘 굉장히 밀고 있는 유명한 경구가 있어요. 아우구스티누스라고 유명한 신학자가 얘기한 건데 ‘악행에 대한 고백은 선행의 시작이다’ 또 하나 밀었던 게, 원래 이 단편을 만들기 전에는 소크라테스의 ‘반성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그걸 토대로 사실 작품을 출발했어요. 우리는 수많은 악행을 저질러놓고도 사람들이 반성은 안 한 사례들이 친일 문제, 5·18 문제, 세월호 문제 많잖아요. 

◇ 김명숙: 지금도 많이 이어지고 있죠.

◆ 이정국: 그렇죠. 그래서 어떻게 보면 그 주제가 이 이야기의 핵심을 흐르는, 다큐와 단편의 핵심을 흐르는 거죠.

◇ 김명숙: 그러고 보니까 이 영화에서도 군인이었나요. 그 사람의 양심고백으로부터 시작된 거잖아요. 그게 반성이죠. 이 영화가 내일 개봉을 하루 앞두고 있어요.

◆ 이정국: 개봉이 아니라 시사회입니다. 개봉은 조금 나중에 하려고 하고, 아직 사실은 조금은 미완성 상태라. 본격적인 첫 시사회죠, 5·18을 맞이해서. 재밌는 게 옛 도청이 아시아문화전당으로 바뀌었거든요. 거기서 시사회를 해요. 그래서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 김명숙: 그렇네요. 여러 가지 느낌이 교차하실 것 같아요, 하루를 앞두고서. 영화 찍는 과정도 그렇고, 찍기 전까지 기획부터 지금 이렇게 시사회를 하는 시점까지, 느낌이 어떠세요? 어떻게 많이 다르셨나요?

◆ 이정국: 글쎄요. 저도 이 영화를 찍으면서 저뿐만 아니라 같이 참여했던 시니어분들, 광주분들이 한 번도 5·18을 언급하지 않고 마치 트라우마가 걸린 사람들처럼 다들 기피하고 하다가 이번 영화를 통해서 비로소 그걸 털어놓으면서 트라우마를 좀 극복, 치유했다고 할까요. 여기에 그 당시 교사였기 때문에 현직 교사라서 적극 참여하지 못했는데 자기 선배나 친구들은 도청에서 죽어간 한 분이 있어요. 그분은 한 번도 자기가 38년 동안 옛 도청에 못 갔대요. 그러다가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처음으로 가서 감정을 표현하는데 제가 울컥하면서 오히려 그걸 통해서 이분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니까 참 의미가 있다.

◇ 김명숙: 평생 가지고 갈 상처들을 지금 꺼내놓음으로써 치유가 되고, 그런 과정을 지금 몸소 보신 거잖아요, 영화를 촬영하면서.

◆ 이정국: 저는 <부활의 노래> 영화를 찍어서 그것에 트라우마가 걸렸다가,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다시 영화로써 치유한 셈이죠.

◇ 김명숙: 그렇네요. <부활의 노래> 지금 말씀하셨지만 그때 당시가 1991년이었죠. 그때랑 지금 2018년도, 영화 찍으면서 많이 시대가 바뀌고 환경도 바뀐 걸 실감하시죠?

◆ 이정국: 어마어마하게 바뀐 거죠. 그 당시는 노태우 정권 때 제가 만들었고, 그래서 공연윤리위원회하고 정부하고 여러 가지 싸움도 있었고, 그리고 환경 자체가 그 당시에는 돈을 제작자가 대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우리끼리 돈을 모아서 그 당시 4000~5000만 원 들었는데, 가령 얼마 전에 <택시운전사>가 150억 들었겠죠. 그걸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차이가 나죠. 탱크 하나도 등장을 못 시키고 영화를 찍었으니까. 지금 제가 다시 5·18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시나리오를 써둔 게 있는데.

◇ 김명숙: 또 새로운 영화 계획하고 계시는군요.

◆ 이정국: 예. 제대로 광주항쟁의 10일간을 치열하게 내부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를 지금 시나리오를 써놓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 김명숙: 그것도 기대해보겠습니다. 이번 영화 <기억하라>에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다고 들었어요. 예를 들면 배우분들도 재능기부를 많이 하셨고, 지역의 예술인들도 많이 동참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실제 광주에 계신 60~70대 시니어분들께서도 많이 참여하셨다고요.

◆ 이정국: 그렇죠. 그 회원분들이 제법 되고, 또 그 회원분들이 아니어도 광주 영상미디어클럽이라는 시니어 클럽과 희망문화협동조합이라는 40~50대 연극인들, 그 외에도 많은 시민들이 무료로 재능 기부식으로 출연해줬고요. 그리고 특히 제 대학 동창이었던 중견배우 송영창 씨가 재능기부로. 그래서 굉장히 고마웠죠.

◇ 김명숙: 영화 만드시면서 기억에 남는 것도 참 많으셨을 것 같아요, 촬영하면서. 기존에 그냥 다른 영화들 촬영할 때와는 다른 점요.

◆ 이정국: 저희 영화 찍을 때는 주로 어르신들이 많이 참여하니까요. 그동안은 어르신들끼리만 하다가 이번에는 조금 스케일이 있고 무거운 이야기라 제가 30대 젊은 영화인들 두 명을 끌어들여서 작업하긴 했는데, 계속 무등산 중심으로 돌면서 찍다 보니까 다들 어르신들이 지치신 분이 많아서 끝까지 못 올라오신 분도 계셨고요. 그래도 끝나고는 다들 보람을 느끼고 너무 좋아하셨어요.

◇ 김명숙: 그러시죠. 어르신들이라고 하면 60~70대, 

◆ 이정국: 80대까지 있습니다. 주인공 중 한 분이 지금 82세 되신 분이 자기 자식을 5·18 때 잃은 아버지 역할로 나오셨죠.

◇ 김명숙: 그렇군요. 직업들도 다 다르시겠죠?

◆ 이정국: 그렇죠. 과거에는 소위 한가락 하셨던 분들. 그런데 지금은 노년이 돼서 인생 2막을 열고 영상 편집이라든가 촬영에 취미를 갖고 계신 분들이 많아서 그분들이 되게 참여할 때 재밌어요. 저도 거기 내려가서 할 때마다 같이, 영화라는 게 사업적인 목표, 예술적인 목표도 있지만 우리가 일상의 삶에서 일종의 치유의 목적, 대화의 목적으로 할 수 있구나를 저도 느꼈죠.

◇ 김명숙: 이번 <기억하라>라는 작품이 영화라는 걸로 귀결시키기에는 너무 많은 것들을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가 잊지 말고 반성해야 할 것은 반성한다, 그런 메시지도 담고 있지만, 또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60~80대 시니어분들이 함께 동참하시면서 꺼내놓지 못했던 것들을 꺼내놓음으로써 치유되고, 그럼으로써 또 다른 제2의 전성기, 인생 2막을 새롭게 펼치는 계기도 되고. 다양한 경험들이 이 안에 녹아있는 것 같아요. 그만큼 영화의 힘이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사실 그래도 광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했기 때문에 특수성도 있고요. 그래서 감독님께서 기존에 만드셨던 작품들하고 비교하면 좀 더 힘겨웠던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 같아요.

◆ 이정국: 그래도 제가 첫 작품 <부활의 노래>를 할 때에 비해서는 많이 좋아졌고 세상도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오히려 눈치를 보고 조금 우리가 고민했던 지점이 5·18 겪었던 분들한테 혹시라도 잘못 그려서 실례되지 않을까, 그런 부분이 좀 더 고민했던 부분이고요. 그 외에는 그래도 워낙 주변에서 협조를 많이 해주고, 가령 영상 자료 같은 것도 광주 5·18 기록관에서 쓰라고 무상으로 지원도 해주는 등 여러 가지 협조를 받았죠.

◇ 김명숙: 감독님께서 앞서 <부활의 노래> 영화 말씀도 하셨지만, 제 기억으로는요. 영화배우 박신양 씨와 고 최진실 주연의 <편지> 지금 생각해도 또 보고 싶고 몇 번을 봤던 영화거든요. 눈물 콧물 쏙 빼면서 봤던 영화, 그 영화의 감독님이시다. 그런데 지금 <기억하라> 작품을 촬영하셨다. 뭔가 장르가 다르잖아요. 그밖에 <블루>라는 영화, <산책>, <두 여자 이야기> 이런 영화를 촬영하셨는데, 감독님 개인적으로는, 물론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촬영하는 것도 좋겠지만, 어떤 쪽이 훨씬 더 맞다고 생각하시나요? 장르가 다르기 때문에 궁금하기도 해요.

◆ 이정국: 글쎄요. 저는 사실 첫 영화를 시작할 때만 해도 약간 장르영화들, 스릴러라든가 공포 이런 쪽을 많이 공부하고 그걸 하고 싶었는데 그 당시에는 여건이 안 돼서 <두 여자 이야기>부터 멜로를 하다가 <편지>를 만드는데 되게 제 정서에 맞더라고요. 그리고 굉장히 쉽게 찍고 편하게 찍었던 영화 같아요. 그리고 제 삶이 녹아있는 인물이, 캐릭터가 나오고 하다 보니까 <편지>, <두 여자 이야기>, <산책> 같은 영화는 경험담이라기보다도 제가 겪었던. <두 여자 이야기>는 제가 시골에서 우리 어머니 세대들이 겪었던 이야기를 만든 거고, <편지>는 실제로 제가 갖고 있던 정서예요. 가령 <편지>에 보면 수목원이 나오고 주인공 직업이 임업연구원이거든요. 지금까지 드라마, 영화를 통틀어 임업연구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는 제가 못 들어봤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그걸 한때 전공했기 때문에, 그리고 숲을 제가 너무 좋아하고, 지금도 나무를 좋아하지만. 그러다 보니까 이런 멜로 장르, 소위 자연주의 멜로 이런 게 저한테는 맞는 것 같아요. 사실 이번 영화의 배경이 무등산인 것도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무등산의 소나무가 굉장히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하는데, 제가 워낙 나무를 좋아하다 보니까 소나무가,

◇ 김명숙: 소나무가 상징하는 것도 있잖아요.

◆ 이정국: 그렇죠. 광주를 내려다보는 목격자 역할을 하고 있거든요, 무등산은. 그래서 제가 영화의 대부분 90% 가까이는 무등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 김명숙: 멜로영화도 너무 나한테 잘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소재의 영화를 찍어보니까 이것도 재능이 뛰어나다, 라고 느끼셨나요?

◆ 이정국: 그것보다는, 사실 이 영화 속에도 멜로적인 요소가 있어요. 아버지와 아들의 정서.

◇ 김명숙: 그렇죠. 사랑이라는 게 꼭 남녀 간의 것만은 아니니까요.

◆ 이정국: 장르는 약간 정치적이지만 서브 장르로써, 부수적인 장르로써 멜로가 항상 저한테는 저도 모르게 들어가게 되는 것 같아요.

◇ 김명숙: 우리 삶 자체가 사실 사랑 없으면 아무것도 없는 것 아니겠어요. 지금 저희가 문자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그 가운데 우선 4654님, ‘항상 꿈을 꾸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드림인 김동균입니다. 이정국 감독님과 25년 전쯤 영화 연구모임인 신표현에서 만나 뵈었는데요. 못 뵌 지도 20년이 다 되어가네요. 감독님이 광주를 다룬 새 영화를 준비하셨다니 예전 영화도 생각납니다. 감독님께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강의를 들었는데. 의미 있는 영화 <기억하라> 많은 분들이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김동균 드림’ 하고 4564님께서. 와, 완전 팬이시네요.

◆ 이정국: 그러네요. 아주 옛날옛날 기억이 나네요, 신표현.

◇ 김명숙: 25년 전쯤 영화 연구모임 신표현.

◆ 이정국: 맞습니다. 제가 후배들 강의도 하고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 김명숙: 못 뵌 지 20년 다 되어 간다는데 한 번 만나보셔야겠어요. 이렇게 라디오를 듣고 반가운 마음에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 이정국: 옛날 후배들 다 보고 싶어요. 시대가 달라졌네요. 이 상황에서 바로 서로 연결이 되고.

◇ 김명숙: 좋으시죠, 이러니까? 저희 YTN News FM 94.5 <당신의 전성기, 오늘>입니다. 감독님, 함께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저희 지금 <당신의 전성기, 오늘> 4부, 장편 다큐 극영화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을 소재로 한 <기억하라>의 감독님이신 이정국 감독님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궁금한 점 있으면, 나누고 싶은 이야기 있으면 언제라도 방송 중에 문자로 참여하시기 바랍니다. #0945번입니다. 참여하신 분들 몇 분 선정해서 준비한 선물도 보내드릴게요. 그리고 또 9772님, ‘저는 그때 중학생이었는데 같은 반 친구 오빠도 총소리에 무서워 밖에는 못 나가보고 담장 너머로 내다보다 총에 맞아 죽으면서 그 친구의 어머니까지 충격으로 세상을 떠나시고 제 친구가 졸지에 어머니 역할을 하며 동생들을 돌보면서 중학교 생활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아프게 남아있어 광주 5·18 영화가 나올 때마다 발걸음이 극장으로 옮겨지는 건 어쩔 수 없답니다. 감독님의 <편지>라는 영화도 잘 봤는데, 이 영화도 꼭 보고 싶습니다. 감독님,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길게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 이정국: 지금 5·18 때 아시아문화전당에서 7시에 할 때는 다 시민 무료 시사회예요. 일찍 가면 보실 수도 있습니다.

◇ 김명숙: 내일 시사회라니까 많은 분들이 보시고 좋은 말씀도 많이 들려주실 것 같고요. 개봉 날짜가 그리워지네요. 빨리 다가왔으면 좋겠고요. 5·18과 관계된 실제 인물들도 인터뷰하셨고, 일반 시민들, 외국인과도 인터뷰하셨다고 들었는데요. 현장에서 인터뷰할 때의 느낌은 어떠셨나요?

◆ 이정국: 이게 사실 장편 다큐 극영화라는 식으로 제가 만들었는데 중간에 단편 23분짜리가 들어가고, 그 단편 빼놓고는 제가 스마트폰 하나로 다 찍었어요. 핸드폰 하나로, 스태프가 저 혼자예요. 그러다 보니까 굉장히 편하고, 사람들이 제가 핸드폰을 들면 찍는 줄도 모르고 의식을 안 하고 굉장히 자연스럽게 말합니다. 그래서 인터뷰가 의식하지 않고 굉장히 편하게 말하다 보니까 진정성 있는 자기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상당히 유리했고, 나중에 외국인들 인터뷰가 나와요. 중국분들하고 유럽 쪽 분들은 우리 과거에 광주 국제영화제 참여해서 5·18 국립묘역에도 가보신 분들이 이야기하는데, 그것은 그분들한테 인터뷰해달라고 해서 이메일로 받아서 제가 올린 거라 직접 간 건 아니고요. 요즘에는 인터넷 시대니까 그게 가능하죠.

◇ 김명숙: 그렇죠. 인터넷 시대니까 가능한 것뿐만이 아니라 핸드폰으로 다 촬영하셨다니까 그것도 저는 놀랍네요. 그런데 다 촬영하고 최종 편집본에 들어가지 못한 영상도 많이 있나요?

◆ 이정국: 예. 사실 원래 이 영화가 100분 조금 넘었는데 87분으로 줄였어요. 그게 뭐냐면, 제 약간 개인적인 5·18과 관련된 <부활의 노래> 만들 때의 과정과 그 이후의 과정이 앞뒤로 조금 들어가 있는데 이건 너무 개인적인 것 같아서 제가 그 부분을 다 편집해서 걸러냈는데, 그 부분도 사실 이 영화의 주제와는 맞아떨어지거든요. 반성에 대한 주제. 제가 <부활의 노래> 때 힘들게 하면서 후배들이 모든 걸 돈도 안 받고 고생했는데 제가 그 친구들한테 고마웠다, 정말 고생했다, 이런 말을 제대로 못 해준 것 같아서. 최근에 다시 인터뷰하면서 만나보니까 거기에 대한 불만을 느낀 친구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나도 참 잘못했구나. 그래서 이번 영화 찍으면서 쫓아다니면서 사과하고 다니고 그랬어요. 그런데 그 부분은 제가 어쩔 수 없이 뺐습니다.

◇ 김명숙: 영화를 제작하면서 감독님께서 넣으려고 했던 소재, ‘반성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소크라테스의 명언이지만, 그걸 감독님께서도 실천하신 거네요.

◆ 이정국: 네, 그렇죠. 찍다 보니까 나 자신이 반성 되더라고요.

◇ 김명숙: 저희 <당신의 전성기, 오늘> 이 프로그램은 인생 2막, 아까 감독님께서도 무료로 재능기부로 출연해주신 시니어분들 말씀하셨지만, 인생 2막을 여는 50+ 세대의 인생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이야기 나누는 프로그램이에요. 감독님께서는 물론 지금 뜨거운 청춘기를 보내고 계시는데, 감독님께서 생각하시는 전성기는 언제였는지, 아니면 제2의 전성기가 지금인지 궁금합니다.

◆ 이정국: 다들 지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제가 돌아보니까 영화를 34살에 데뷔해서 지금까지 28년이 됐더라고요. 그런데 내가 앞으로 영화를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될까, 했는데 28년 할 수 있겠더라고요. 90까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지금 89세, 90인데 영화를 만들고 있거든요. 제 롤모델인데. 그래서 지금은 제가 우리 나이로 62이에요. 그러면 인생 2막 시작으로, 그러면 충분히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어떻게 보면 이게 지금 데뷔작 같은 느낌. 이번에 <기억하라> 제가 <부활의 노래>라는 5·18 영화로 데뷔했듯이 이번에는 <기억하라>로 데뷔해서 인생 2막을 열어서 제 인생을 확실하게 다른, 정말 한 차원 높은 영화로 갈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 김명숙: 오늘 감독님과 이야기 나누다 보니까 저희가 물론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한 <기억하라>라는 영화를 촬영하셔서 모시긴 했지만, 50+들이 듣는 저희 프로그램답게 <청춘을 깨워라>라는 소제목답게 감독님의 인생 2막을 펼치시는 지금 이 순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오늘.

◆ 이정국: 네. 저도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김명숙: 저희가 감사하죠. 저희 청취자분들도 아마 새로운 자극을 받고 각자의 분야에서 새롭게 변화를 시도하고 인생 이모작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되는 오늘 시간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끝으로 저희가 내일 영화 시사회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기억하라>와 관련해서 한 말씀, 이것은 꼭 우리 청취자분들께 드리고 싶다는 이야기가 있으면 어떤 게 있는지.

◆ 이정국: 제가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느낀 게, 많은 분들이 5·18을 몰라서 왜곡되게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 되게 많더라고요. 제가 이번 다큐를 완성해서 엊그제 저희 집사람한테 집에서 보여줬더니 굉장히 나름대로 감동스럽다면서 자기가 몰랐던 5·18에 대한 부분을 많이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 김명숙: 몰랐던 부분도 있지만, 알아도 잘못 알았던 게 더 무서운 것 같아요.

◆ 이정국: 그렇죠. 그런 케이스도 많고. 그래서 이런 영화, 제 영화뿐만 아니라 많은 5·18, 우리가 세월호 문제도 있고 과거 일본 제국주의 시대도 있고, 이런 모든 부분들이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고 이제는 잘못된 부분을 털고 새롭게 출발하는 그런. 정치적으로도 지금 그런 상황에 있지만 우리가 이제는 새롭게 태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기존의 것을 털고 잘못된 것을 반성하고. 저는 그런 측면에서 이번 제가 만든 영화가 조만간 개봉하면 많은 사람들이 봐주셨으면 그런 생각을 하는 데 동참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김명숙: 정말 오늘 이렇게 나와서 영화 이야기뿐만 아니라 감독님의 인생 이야기까지 함께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6817님께서 문자 주셨어요. ‘무등산 말씀 반갑습니다. 그곳 국립공원 아랫마을이 어릴 적 고향입니다. 영화 찍으셨다니 영광입니다’ 이렇게 추억도 되살리는 오늘 방송이었네요.

◆ 이정국: 너무 무등산이 좋습니다. 안 가보신 분들이 많은데 저도 고등학교 때까지 안 가보다가 한 번 영화 찍으러 갔다 오고 이런 좋은 산이 광주 바로 옆에 있다니, 하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무등산을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명숙: 이렇게 해서 내일 시사회가 펼쳐질 영화 <기억하라> 앞으로 많은 분들이 함께 보시고 공감하고, 그래서 우리가 좀 더 꿈을 가지고 반성하면서 살아가면서,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오늘 바쁘신 중에 나오셔서 이렇게 좋은 말씀 함께 나눠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이정국: 고맙습니다.

◇ 김명숙: 지금까지 영화감독 이정국 감독님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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