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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신년특집 치매, 결국 우리의 이야기 - 마지막 이야기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1-26 13:00  | 조회 : 5321 
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 방송일시 : 2018년 1월 26일 금요일
□ 출연자 : 이성희 기억키움학교 치료사


◇ 장원석 아나운서(이하 장원석): 2018 신년특집 <치매, 결국 우리의 이야기>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시간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사회에 접어들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치매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할 때입니다. 치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여러분의 생각을 들어보는 시간 오늘도 역시 마련했습니다. #0945로 여러분의 의견, 또 고민사연 보내주시면 저희가 답변해드리겠습니다. 오늘 특집 마지막 시간에는 기억키움학교 이성희 치료사, 스튜디오에 직접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세요.

◆ 이성희 기억키움학교 치료사(이하 이성희): 안녕하세요.

◇ 장원석: 오늘 굉장히 추웠잖아요. 오늘 오시는 데 불편하지 않으셨습니까.

◆ 이성희: 네.

◇ 장원석: 괜찮았어요? 기억키움학교에 대해서 제가 자료를 찾아봤거든요. 그런데 한 군데 있는 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어디어디에 있나요?

◆ 이성희: 지금 서울시에 6군데, 7군데 있고요.

◇ 장원석: 구마다 그런 게 있나요?

◆ 이성희: 구마다는 아니고요. 구마다 생길 예정입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지금 성동구, 도봉구, 서초구, 강북구 등에는 이런 기억키움학교가 있는데, 이곳에서 치료사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기억키움학교라는 곳은 그럼 어떤 곳인가요?

◆ 이성희: 제가 있는 기억키움학교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고령화극복지원사업의 한 일부분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사회적 지원에서 약간 소외된 사각지대에 있는 경증 치매 어르신들에게 인지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해서 어르신들이 중증 치매로 진행을 지연시키고, 또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학교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현재 어르신들이 인지기능 강화와 일상생활 능력 유지를 위해서 작업치료와 같은 인지재활 프로그램, 그리고 요리활동과 같은 일상생활 기능훈련, 그리고 뇌신경체조와 같은 신체활동 프로그램 등을 시행하고 있고요. 또 부양가족 스트레스 해소나, 그리고 치매 관련 교육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 장원석: 그러면 이성희 치료사께서는 지금 어디 지역에서 일하고 계십니까?

◆ 이성희: 저는 노원구에서.

◇ 장원석: 노원구. 제가 아까 여기 노원구를 빠뜨렸네요. 치료사 업무는 어느 정도 하셨습니까?

◆ 이성희: 치료사는 제가, 여기 입사한 것은 2010년이고요. 

◇ 장원석: 벌써 햇수로 8년째, 9년차네요. 굉장히 오랜 기간 치료사 일을 해오고 계시는데. 치료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서요. 설명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성희: 작업치료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 말씀드리기 전에, ‘작업’이라는 용어의 정의가 필요할 것 같아요. 저희가 흔히 이해하는 공사장에서의 작업, 또는 남녀 간의 작업 이렇게 이해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작업치료의 ‘작업’이란 우리가 일상생활을 수행함에 있어서 본인에게 의미 있는 모든 종류의 활동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조금 더 쉽게 말씀드리면 자신의 삶을 주도하는 활동이 바로 작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해외에서는 작업을 ‘Occupa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작업치료사는 ‘Occupational Therapy’라고 하는데,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Occupation, 즉 작업이란, 어떤 사람에게는 여가 또는 취미활동이 될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일의 한 부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사람마다 성격이 다 다른 것처럼 개개인의 작업도 상당히 다양한데요. 이런 다양한 작업 속에서 환자가 원하는 작업을 찾아주고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작업치료사의 역할입니다.

◇ 장원석: 작업치료사, 저도 생소했나 봅니다. 이런 역할을 하는 직업이군요. 그러면 치매라는 질병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것이, 치매는 한 번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는 것 아니냐. 아무리 초기라고 하더라도 치료가 가능할까, 이런 생각을 하고서 그냥 포기하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현장에서는 어떻습니까? 실제로 경과가 나아진다든지 좋아지는 사례가 있습니까?

◆ 이성희: 질문하신 내용처럼 ‘내가 과연 치매일까’라는 생각에서 오는 불안감을 갖고 계신 분들이 굉장히 많고, 그래서 안타까운데요. 확실히 초기에 치료가 진행된다면 어르신들에게 치매가 조금 더 늦게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몇 가지 저희의 사례를 말씀드리면, 일단 60대 남성분으로 센터에서 2015년도에 알콜성 치매로 진단받고 기억력 문제라든지 폭력행동, 이에 따른 우울 증상으로 자살시도까지 하셨다가 약물치료랑 센터에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병행하면서 이후에는 규칙적으로 생활하시고, 운동도 하시고, 또 센터 내에 다른 사람들과 많은 교류를 통해서 우울과 폭력적 행동 증상이 많이 좋아지셨던 케이스가 있었습니다. 또 다른 경우에는요. 우울증으로 인지기능이 저하돼서 일상생활이 조금 어려우셨던 60대 초반의 여성분이 있으셨는데, 이분의 경우에는 자기가 치매는 절대 아니다, 라고 인정하지 않고 계시다가 집으로 귀가하는 도중에 집을 잃고 경찰의 도움으로 집을 찾아가는 일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때 이후에 어르신이 치매라는 질환을 약간 다소 수용하시고 센터에 나와서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6개월 정도 지난 후에는 본인 스스로 하시려고 노력하셨고, 또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인지활동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으셔가지고 따로 숙제도 내드렸던 사례가 있었는데요. 물론 제가 말씀드린 두 가지 사례처럼 모든 사례가 드라마틱하지는 않아요. 치매라는 질병의 특성상 진행성이고 노인성 질환이기 때문에 충분히 통제할 수 없고요. 이외에 다른 합병증도 많이 갖고 계시기 때문에 어르신들의 인지기능, 그리고 일상생활 유지만으로도 치매 초기에서 중기로, 또는 중기에서 말기로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기억키움학교에서 작업치료사로 일하면서 여러 가지 느끼는 점도 많고, 2010년부터 일하면서 많은 경험 하셨겠지만, 그중에서 평소에 가장 힘든 점은 뭔가요?

◆ 이성희: 힘든 점은 어르신들이 치매다 보니까 잘 잊어버리시잖아요. 그런 부분들이 스케줄을 조정해드려야 하고, 아침에 몇 시까지 오세요, 점심 드시고 오세요, 이런 부분이 있는데 식사를 안 하시고 오셔가지고 집으로 다시 보내드려야. 오늘 같이 추운 날은 사실 왔다갔다하기 힘드신데요. 이런 것들도 좀 힘든 것 같습니다.

◇ 장원석: 그러게요. 그거 하나하나 어르신들의 스케줄을 다 챙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겠네요. 그런데 가족들은 이게 참 어렵다고들 얘기하잖아요. 치매환자 당사자가 인정을 못하는 경우. ‘내가 무슨 치매냐. 나는 아직 정정하다’ 이렇게 얘기하시기 때문에 치료에 나서기까지 설득하는 과정이 힘들 것 같은데, 어떤가요?

◆ 이성희: 네. 치매가 노년기에 가장 피하고 싶은 질병 1위일 정도로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이잖아요. 그래서 가족 또는 당사자분께서 상당히 당황스러워하시고 인정하지 않으시곤 하는데. 치매 어르신들이 초기에는 ‘나는 치매 아니야’라고 부정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고, 내가 치매라는 사실이 주변 사람들한테 알려질까 봐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고 해요. 그래서 치매라는 진단으로 인해 내 가족한테 폐를 끼치는 게 아닐까 하는 미안함, 그리고 부양 문제로 인해서 버려질까 하는 두려움 같은 복합적인 심정을 갖고 두려워하시는데요. 어떻게 보면 이런 부정적인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하잖아요. 따라서 어르신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입장에 서보는 마음하고 태도가 돌봄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서 말씀드린 여러 가지 감정을 충분히 공감해주고, 또 진심어린 이해와 사랑으로 어르신 자신이 감정을 표현하게 하고 자신에게 관심을 갖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장원석: 그러면 기억키움학교에 오시는 분들은 그래도 어느 정도 본인이 ‘내 인지능력이 예전과 같지 않아서 치료를 받아야겠다’ 이렇게 인식하신 분들이 오시는 건가요?

◆ 이성희: 네. 조금은 인식은 하고 계세요. 그래도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해서 되게 감사하게 생각하세요.

◇ 장원석: 그런 점들은 어느 정도 가족들과 이야기를 마친 다음에 오기 때문에 거기에서는 ‘내가 왜 치매냐’ 이렇게 따지는 분들은 덜 계시겠군요.

◆ 이성희: 네. 그런 분들보다는 아무래도 내가 이 나이에 이렇게 치료를 받는 곳이 있어서 너무 좋다, 라고 말씀을 많이 하세요.

◇ 장원석: 그렇군요, 기억키움학교. 2018 신년특집으로 <치매, 결국 우리의 이야기> 다섯 번째 시간, 마지막 시간으로 기억키움학교 이성희 작업치료사와 함께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2부에서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치매, 결국 우리의 이야기> 1부에 이어서 2부에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이성희 기억키움학교 작업치료사와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1부 말미에 치매환자 본인이 자신이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할 때 어떻게 하나, 이런 말씀을 드렸는데. 가족들이 처음에 말 꺼내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가족들은 당사자들에게 어떻게 얘기를 꺼내면 좋을까요?

◆ 이성희: 어르신들이 치매 진단을 받고 나서는 거의 의사선생님이랑 말씀을 하시기 때문에 따로 가족분들이 이야기하실 일은 많이 없고요. 의사선생님께서 병원에 진료를 보시면서 말씀을 해주시기 때문에.

◇ 장원석: 그렇군요. 본인도 먼저 치매 증세를 알아차리고 ‘내가 건망증을 넘어서서 치매 증세를 슬슬 앓고 있는 것 아닌가, 경증 정도로 보이는데. 어떡하지? 가족들에게 이야기를 할까, 말까’ 이렇게 고민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앞서 1부에서도 말씀해주신 것처럼 내가 버려질까 막연한 두려움, 이런 것들 때문에요. 이럴 때 당사자들로서는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요?

◆ 이성희: 치매는 원인에 따라서는 완치가 가능한 질병이기도 하기 때문에 어르신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치매를 의심하기보다는 전문가의 상담 또 진단이 필요할 것 같이 보여집니다. 그래서 걱정하시기보다는 정확한 진단으로 초기에 관리할 수 있는 게 더 중요할 것 같은데요. 어르신들이 간혹 가다가 자녀들한테는 좀 말씀을 안 해주시길 원하시는 분들도 있으세요.

◇ 장원석: 치매뿐 아니라 본인이 어떤 질병에 걸렸을 때 자식들이 걱정할까봐 그런 마음에 얘기를 안 하려고 하시는데, 그게 치매 역시도 해당되는군요. 이와 관련해서 저희 청취자분들도 상담을 여러 가지 보내주셨는데요. 하나 골라봤습니다. 이것도 같이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익명의 청취자분인데요.

“저는 상대방과 어떤 말을 하려고 하다가도 금방 잊어버리고, 휴대전화로 단어를 찾아야지 생각하면서도 금방 ‘내가 뭘 찾으려고 했지?’ 면서 잊어버리는 경우가 계속 반복됩니다. 이게 치매 초기 증세인지, 치매로 가는 과정은 아닌지, 단순히 건망증인지 걱정이 됩니다”

이런 질문 주셨는데. 처음에 어르신들이 치매인지 아닌지 고민할 때 이런 증세를 가장 많이 겪으실 것 같아요. 내가 나이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건망증은 아닌 것 같고, 치매라고 하기에는 좀 증세가 약한 것 같고. 이런 증세를 보이는 분들은 어떤 게 필요할까요?

◆ 이성희: 제가 이 증상만 듣고 치매 초기다, 아니다, 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어르신들이 저희 센터에 오셔서 제일 많이 상담하는 내용 중의 하나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일단 시간이 지나고 나서 생각이 나면 건망증일 경우가 많은데. 예를 들면 제가 열쇠를 잘 잃어버리는데요. 그런데 그 열쇠가 보통 선반이나 주머니 속에서 발견되잖아요. 열쇠를 찾고 나서 여기 뒀지, 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자책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것은 건망증에 해당하고요. 초기 치매에서 나타나는 기억장애의 경우에는 열쇠를 발견해도 왜 거기에 열쇠가 있는지 기억해내기 어려워요. 그 과정을 기억해내는 게 어려운데, 조금 더 심각한 경우에는 열쇠를 보고 이게 뭔지, 이게 어떻게 쓰는 건지, 어디에 쓰는 건지 모르겠다면 그때는 반드시 검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서울에는 구마다 치매안심센터가 있고, 또 서울시 외에는 가까운 보건소에 치매상담센터가 있으니까 주저하지 마시고 선별검진을 시행하시고. 또 정상이어도 저희가 1년에 한 번씩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서 치매예방을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치매는 역시 건망증 증세와는 확실히 다르군요. 그런 것들로 구분해볼 수 있겠고요. 그런데 경증의 경우는 좀 애매할 것 같아요. 경증은 어느 정도까지로 볼 수 있을까요?

◆ 이성희: 치매 초기의 특징은 최근 기억의 감퇴가 두드러진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예전 기억은 비교적 유지되지만 최근에 있었던 일을 금방 잊어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서 음식을 조리하다가 불을 끄는 것을 잊어버린다든지, 아니면 미리 적어두지 않으면 중요한 약속을 까먹는다든지, 이렇게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요. 언어적 표현에서 조금 전에 말했던 것을 반복하거나, 질문을 되풀이하거나, 아니면 대화중에 정확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그것, 저것’으로 표현한다거나, 아니면 머뭇거리게 됩니다. 또한 전반적으로 관심과 의욕이 없고, 또 대부분의 일에 귀찮음을 호소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어르신의 문제를 가까운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인지하기는 하지만, 아직은 비교적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수행하면서 지낼 수 있는 수준을 경증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경증이라는 검사결과가 나오면 바로 치료를 시작하는 게 아무래도 좋겠지요. 기억키움학교에서도 이런 분들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경증 치매 환자를 위한 추천할 만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 이성희: 현재 기억키움학교에서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지원으로 치매 어르신들을 위한 인지재활활동인 작업치료, 미술치료, 음악치료, 원예치료, 전산화 인지재활 치료인 코트라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한 일상생활 활동을 위해서 훈련으로는 다양한 요리 수업이랑 뇌 활성화 게임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고요. 이 외에 신체활동으로는 뇌신경체조, 실버체조, 스트레칭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기억키움학교는 학교라는 취지에 맞게 어르신들끼리 돌아가면서 반장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요. 어르신 개개인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하나의 공동체 집단으로 서로가 서로를 도와가면서 자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그런 장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증 치매환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추천해 달라고 하셨는데, 제 생각에는 특정 프로그램보다는 어르신이 흥미를 느끼고 또 어르신에게 의미 있고 목적 있는 활동,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르신들의 수준에 맞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이라면 무엇이든지 좋을 것 같습니다. 

◇ 장원석: 그러면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가지고 집에서 해도 괜찮겠네요, 요리라든지 그런 것들은. 그럼 거기에 계신 분들은 대부분 비슷한 처지에 비슷한 연령대의 분들이 많기 때문에 서로 의지가 많이 될 것 같아요. 오면 표정이라든지 말투도 편하다는 것을 작업치료사께서도 현장에서 느끼시나요?

◆ 이성희: 네. 물론 보실 때마다 인사를 해주시고 그러시니까, 잊어버려서 인사를 하시는 건지, 아니면. 그렇게 항상 감사하다는 인사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어르신들끼리도 거기서 친목활동을 하면서 잘 지내시나요?

◆ 이성희: 네. 끝나면 저희가 리드하지 않아도 어르신들끼리 노래도 같이 부르시고 하십니다.

◇ 장원석: 그게 굉장히 좋아 보이네요.

◆ 이성희: 네. 집단으로 있으시면서 교류를 할 수 있다는 게, 사회적인 그런 활동을 할 수 있게 마련해드리는 것 같습니다.

◇ 장원석: 그리고 나만 이런 증세를 앓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런 소외감 같은 것도 혼자서 집에서 앓고 있는 것보다는 덜 느낄 것 같고요. 집에서도 함께 노력해야 할 부분이 충분히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것들이 집에서 동반되면 좋을까요?

◆ 이성희: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이라면 아무래도 접근성이 용이하고 어르신들에게 실제적이고 관련 있는 활동이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활동을 최대한 자연스럽고 또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데요. 어르신들에게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보다는 다소 단순하지만 흥미를 느낄 수 있는 활동으로 가정지향적인 활동이 치료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를 위해서 첫 번째로 보호자의 환경 수정이 중요합니다. 활동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복잡해지면 인지능력이 조금 저하되어 있는 어르신들에게 스스로 할 수 있음에도 환경적인 제한으로 인해서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는데요. 예를 들면 인지능력이 감퇴함에 따라 어르신들이 위험한 것과 위험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기 어렵게 됩니다. 그래서 이에 따라서 환경을 단순화시키는 방법이 있는데요. 위험도에 따라서 스티커 색을 달리해서 위험한 칼이나 가스레인지에는 빨간 스티커를 붙인다든지, 아니면 위험하지 않고 어르신들이 잘 활용하는 TV나 라디오는 파란 스티커를 붙인다든지,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가스레인지 밸브 차단기를 교체한다든지, 아니면 약 복용을 잊지 않게 약 달력을 만들어드리는 등의 시각화 방법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인지훈련은 어르신이 좋아하셨던 활동 중에 찾아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정적인 활동을 좋아하셨던 어르신이라면 신문 스크랩, 퍼즐, 같은 그림 찾기, 컬러링 등이 있고요.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국민건강보험공단 장기요양보험 사이트에 전문자료실을 들어가시면 인지활동 프로그램 자료가 있습니다. 이러한 자료를 이용하시면 집에서도 더 전문적인 인지자극 활동이 될 것 같고요. 또한 일상생활 훈련에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최대한 자연스럽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한데요. 경증 치매 어르신은 기본적인 일상생활보다는 조금 더 복잡한 도구적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요. 예를 들면 요리할 때 다음 과제가 생각나지 않을 수 있어요. 레시피를 써드리고 잘 보이는 곳에 붙여드리고 보시면서 수행할 수 있게끔 도와드리는 방법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 기억키움학교 사례를 들어보면, 기억키움학교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어르신이 계시는데, 이분의 경우 커피를 상당히 좋아하셔서 올 때마다 커피를 찾으세요. 그런데 막상 커피를 드리면 커피를 뜯으셔서 내용물은 쓰레기통에 버리시고 종이컵에 물을 담아서 드시더라고요. 그래서 실행과 관련된 문제로 생각했고, 어르신에게 커피 타는 순서를 그림으로 시각화해서 보여드렸고, 또 지속적으로 그리고 반복적으로 이러한 커피 타기라는 과제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어르신이 큰 노력 없이 습관적으로 순서에 맞게 커피를 타고 계시더라고요. 지금은 커피 담당이 되셨고요. 일상생활 훈련은 반복적으로 루틴한 과정을 만들어서 훈련하는 방법으로 접근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적인 활동보다는 동적인 활동을 좋아하셨던 어르신이었다면 산책 같은 신체활동도 좋을 것 같은데요. 중앙치매센터에서 개발한 뇌신경 체조라고 있어요. 이런 것을 활용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장원석: 현실적인, 구체적인 프로그램까지도 설명해주셨는데요. 많은 치매가정에 도움이 되는 시간이 됐길 바라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기억키움학교 이성희 작업치료사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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