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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보기]"은행 달력에 인공기 등장? 정치인 막말 이유 분석"-안호림 교수 1/6(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1-08 19:35  | 조회 : 2781 
아나운서: 오늘도 안호림 교수님 모셨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셨어요. 새해 들어 처음 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안호림: 안녕하셨어요. 새해 건강하시고 기쁜 일만 가득한 한 해 되십시오. 청취자 분들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나운서: 오늘은 어떤 얘기를 가지고 나오셨는지요.

안호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018년 신년사에서 “인공기가 은행 달력에 등장하는 그런 세상이 됐다”라고 언급해서 새해 벽두부터 시끄러웠습니다. 몇 년 전부터 정치인들의 막말, 돌출행동이 많이 문제가 되어왔고, 특히 작년 한 해는 대통령선거도 있어서 더더욱 눈에 많이 뜨이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이미지 정치, 미디어 정치 시대에 이런 정치인들의 막말을 어떻게 봐야할까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아나운서: 작년에는 유독 많았던 것 같은 기억입니다. 연말에는 자유한국당 류여해 의원과 홍준표 대표 간에 설전이 오가기도 했었죠?

안호림: 지난 달 자유한국당에서 당무감사 결과에 따라 당협위원장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류여해 위원을 포함하기로 했었습니다. 류여해 의원이 이 결정에 크게 반발하는 과정에서 홍준표 대표와 “주막집 주모”, “낮술 드셨나” 등의 거친 언사를 주고받으며 ‘막말 경쟁’을 벌이는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류 의원은 20일 열린 윤리위원회 장 앞에 산타클로스 모자를 쓴 라이언 인형을 들고 나타나 더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작년에 얼마나 정치인들의 막말과 돌출행동이 많았던가를 잘 보여준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나운서: 작년에는 특히 대통령 선거 도중에 홍준표 대표의 거침없는 언사와 과거 행적들이 많은 주목을 받았었죠.

안호림: 홍준표 대표는 거의 대표주자격이시죠. 특유의 언사로 대선 이전부터 사람들의 입에 오른 적이 종종 있었습니다. 방송이니까 아주 거친 표현을 빼고 골라본다면 같은 당 나경원 의원에게 “거울보고 분칠이나 하고 화장이나 하는 최고위원은 이번 전대에서 뽑아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2011년에는 종합일간지 기자가 곤란한 질문을 하자 “너 진짜 맞는 수가 있다”고 폭언했다가 공개 사과한 적도 있죠.

아나운서: 막말이 특정 정당, 특정 정치인만의 전매특허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정치인의 부적절한 언사나 행동이 문제가 된 일이 많았었죠?

안호림: 셀 수 없다고 할 정도로 많은 사례가 있었죠.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 하시겠지만, 1998년 당시 한나라당 소속의원이었던 김홍신 의원이 정당연설회에서 김대중 전대통령을 비판하면서 “공업용 미싱으로 입을 드륵드륵 박아야 할 것이다.”라는 폭언을 한 적도 있습니다. 독설로 유명한 정청래 전의원 같은 경우에도 지난 2015년 최고의원 회의에서 주승용 의원에게 “공갈 친다”라는 표현을 썼다가 당 안팎에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SBS뉴스에서는 지난 31일 2017년을 정리하면서 기억날 만한 정치인들의 말을 모아 방송하기도 했는데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의 “밥하는 아줌마” 발언이 포함되었었습니다.

아나운서: 작년에 방한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언사도 매번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잖습니까? 이런 변화가 한국에서만 유독 두드러지는 것일까요?

안호림: 비단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라고 보입니다. 최근 들어 보다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정치인들이 세계 곳곳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뿐 아니라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도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두고 매우 거친 욕을 하는 바람에 정상회담이 취소된 일도 있었습니다. 브라질의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로 뽑히는 자이르 볼소나루 의원이 아이티 여성 난민들을 향해 “쓰레기”라고 표현한 거나, 슬로바키아 극우 정당 소속 의원이 집시들에 대해 “기생충”이란 말을 사용했다가 문제가 되기도 했었죠.

아나운서: 매체나 평론가들은 대중영합주의라는 비판을 많이 합니다. 정치적인 이유를 떠나서 이런 현상이 자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안호림: 자주 거론되는 문제지만 먼저 언론의 선정주의적인 보도태도도 큰 몫을 합니다. 정치인에 대한 보도나 선거보도에서도 언론이 정책이나 후보자의 능력, 비전 같은 측면에 집중하기보다는 말실수, 외모, 메이크업, 옷차림과 같은 사소하고 피상적인 요소들에 지나치게 많은 관심을 쏟는다는 비판은 줄곧 있어왔습니다. 언론의 특성상 특이한 것, 갈등의 요인이 있는 이슈들이 보다 기사화가 잘 되기 마련입니다. 2004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쟁에서 하워드 딘 의원이 선두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오와주 연설에서 한 실수가 뉴스에 반복해서 나오면서 대중의 조롱거리가 되어버려 결국 경선에서 짐 케리 후보에 패한 적도 있습니다. CNN은 나중에 자신들이 그 영상을 너무 많이 틀었다고 인정하기도 했지요(1976년 포드대통령의 예도 있음).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도 후보들의 정책이슈 보다 안철수 후보나 홍준표 후보의 발언들이 보다 더 화제 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아나운서: 요즘은 신문, 방송과 같은 전통매체보다는 인터넷, SNS를 통해서 정치인들의 언행들이 화제가 되고 대중에게 알려지는 일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안호림: 요즘은 많은 정치인들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서 대중과 직접적인 소통을 하는 일이 많다보니 더더욱 정치인들의 거침없는 언사들이 눈에 더 잘 뜨이고 화제가 됩니다. 게다가  SNS는 정보의 전파속도가 매우 빨라서 대중이 관심이 갖는 소식은 순식간에 퍼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류여해 의원 같은 경우에도 주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 자신의 입장을 알렸습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사랑은 유명합니다. 백악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사용을 어떻게든 줄이려고 고민한다는 기사도 나온 적이 있을 정도니까요. 문제는 이런 직접적인 소통은 이른바 ‘사고’ 위험성이 높다는 데 있습니다. 신문, 방송과는 달리 여과장치가 없으니 정제되지 않은 말들이 그대로 전달되고, 문제가 되곤 합니다.

아나운서: 그중에는 실언, 실수도 있었지만 일단 노출이 많이 되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런 점도 있겠죠?

안호림: 아일랜드의 작가, 시인이자 공화주의자인 브렌단 베한이라는 사람은 “세상에 나쁜 언론 노출이란 없다. 본인의 부고만 뺀다면”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지요. 요즘에는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라는 말도 있잖습니까? 연예인이던 정치인이던 대중의 관심과 애정을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 매체의 관심은 일단 좋은 일이라고 봐야겠지요. 게다가 정치인들에게 매체에 노출되는 것은 그 사람의 영향력과 유능함을 보여주는 지표로서 인식되는 경향도 있어서 더더욱 그러한 점이 있습니다.

아나운서: 하지만 과연 모든 뉴스보도가 긍정적인 결과만 가져올까요?

안호림: 미디어정치의 시대에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사실 대중이 기억하고 알아볼 수 있는 국회의원은 몇 되지 않고 그들의 대부분은 어떤 식으로든 TV에 등장하거나 했던 분들입니다. 커뮤니케이션에서 의제설정이론은 특정이슈를 자주, 중요하게 보도하면 대중도 이를 중요한 뉴스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합니다만 요즘은 이슈 뿐 아니라 인물에도 그런 효과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매체에 자주 이론이 거론되는 정치인은 중요한 인물이라고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아나운서: 하지만 연예인이 이를테면 해외도박과 같은 스캔들에 휩싸일 경우 반드시 큰 뉴스거리가 되는 것이 좋은 결과만을 보이지는 않지 않습니까? 정치인의 경우는 더더욱 그럴 것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안호림: 의제설정이론에서는 단순히 어떤 뉴스를 더 많이, 더 중요하게 보도 하는가 뿐 아니라 뉴스의 특정 측면, 인물의 어떤 특징을 보도하는지도 영향이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기후 변화 문제를 경제적인 측면을 중점적으로 보도하게 되면, 대중들도 이를 경제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인물에 대한 보도도 마찬가지여서 선거에서 후보의 비리의혹 보도가 중점적으로 이루어지면 유권자들도 청렴함, 깨끗함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서 후보를 판단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정치인의 막말, 부적절한 언사, 행동이 자주 기사화되는 것은 뉴스대상이 되는 정치인의 정책, 지도력과 같은 점이 아니라 품성에 대중들의 관심이 모아집니다. 그래서 품성, 언행이 정치인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불리하게 작용이 되겠죠.

아나운서: 하지만 대중의 기억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말도 있고, 정치인의 이미지라는 것도 변화 가능한 것이 아닐까요? 사실 많은 사람들은 얼마나 쉽게 대중이 옛날 일을 잊어버리는지 비판하곤 합니다만.

안호림: 구체적인 사건의 자세한 내용에 대한 대중의 기억은 오래 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도 시간이 꽤 지난 일은 누가 얘기해줘야 “아하! 맞아 그런 일이 있었지.”하고 기억해 내는 일이 많으니까요. 정치인의 이미지는 능력과 인품의 두 가지 차원으로 구성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지도력, 정책수행능력과 같은 공적인 차원, 정치적 차원과 도덕성, 신뢰성과 같은 개인적 차원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이 둘은 별개의 것이라기보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정치인의 이미지는 정치인에 대한 많은 정보가 압축된 하나의 종합된 평가라고 이해합니다. 이렇게 볼 때, 비록 막말을 한 기억 자체는 희미해질 수 있지만, 그 발언 때문에 생긴 부정적인 평가는 이미지 속에 남게 되겠죠.

아나운서: 현재 정치권에서의 막말의 범람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은 많이 있어왔습니다.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는데, 오늘 얘기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어떤 식으로 한국의 정치문화가 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요?

안호림: 언론과 정치계 모두 노력해야 합니다. 정치인들의 사소한 말실수, 부적절한 언행에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것은 선정주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매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서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과연 내용 없는 선정주의적 보도가 모든 매체가 가야될 것인지는 자문해봐야 합니다. 언론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당위성도 있지만, 인터넷, SNS와의 차별성을 위해서도 오히려 품위 있고 내용 있는 보도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인들, 특히 국회위원들은 개인 정치인으로서가 아닌 국가기관인 국회의원의 품격에 적절한 언행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옛말과 달리 무조건 언론에 노출이 많이 되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어떤 식으로 노출되느냐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점, 대중의 기억은 짧을지 모르지만 이미지는 오래간다는 점을 기억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아나운서: 오늘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인천대 안호림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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