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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빅데이터]"한샘 성폭행, 빅데이터 분석"-배철순 소장 11/19(일)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11-20 17:26  | 조회 : 4391 
∘이슈!빅데이터 시간입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미디어에서 보여 진 사회현상의 의미를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빅데이터를 처형하라’의 저자이자, 하우사회문제연구소 소장이신 배철순 소장님을 모셨습니다. 소장님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매주 시의 적절한 주제를 선택하시는 소장님께서 오늘은 어떤 주제를 선택해 오셨을지 너무 궁금합니다. 지난 방송이후 어떤 이슈들이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을까요?

→ 매스미디어(mass media), 그러니까 전통적인 매체인 TV나 신문지상에서는 글로벌한 이슈가 주된 내용이 되었던 지난 2주간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에 나섰지요. 지난 5일부터 약 2주간의 일정이었는데요. 일본을 시작으로 한국, 중국, 필리핀, 베트남 정상과의 회담을 가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히 북한과 관련된 내용이 많았는데요. 특히 유일하게 국회연설까지 해서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 긴장일변도의 동아시아 국제정세를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린 점. 또, 평소와 달리 절제된 언어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고요. 한중일 3국으로부터 약 3,300억 달러(약 370조원)의 미국 무기판매나, 경제투자를 약속받았다는 점에서 실리외교의 성과를 얻었다는 평도 있습니다. 

∘네 저도 국내 동정보도와 일본, 중국 등에서의 행보에 대한 많은 보도를 봤습니다.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친근한 이미지가 있지 않았나 싶은데요.  

→ 그렇습니다. 공화당 소속의 강성보수지요. 우리나라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지배적이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번방문을 통해서, 소탈하고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서인지 긍정적 평가가 많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추가적으로 청와대의 의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다수였습니다. 예를 들면 만찬메뉴였던 ‘독도새우’라든지, 트럼프 대통령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의 포옹 같은 경우에는, 일본에 “간접적으로 한방 먹인게 아닌가”라는 통쾌함을 표현하는 네티즌 의견들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네 저도 ‘독도새우’를 보고 우연인지 의도인지는 모르지만, 참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럼 이번 방송 주제는 당연히 ‘트럼프 대통령’인가요?   

→고려는 했습니다만, 다른 이슈를 선택 해봤습니다. 글로벌한 이슈에 비하면 작아 보이지만, 너무 중요한, 그리고 심각한 사회문제인 ‘성범죄’와 관련된 내용을 선택했습니다.

∘아! 가구, 인테리어 회사지요. ‘한샘’에서 발생되었던 ‘직장 내 성폭행’에 대한 이슈가 상당히 뜨거웠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사실 성범죄에 관한 뉴스는 끊이지 않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직장’이라는 공적인 장소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또 일단은 피해자의 주장이기는 합니다만, 성범죄에 의해 피해를 입은, 도움을 요청하는, 힘없는 여성에게, 연달아 성범죄가 발생되었다는 점에서 많은 네티즌들의 공감과 분노가 있었습니다.

∘네 저도 관련 뉴스를 보고, “참 답답하다. 여성분이 얼마나 힘드셨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간단히 정리 부탁드립니다.

→25살 신입 여사원입니다. 2016년 12월, ‘한샘’이라는 큰 회사에 입사해서 교육을 받던 중에  회식자리 화장실에서 동료에 의해 몰래카메라를 당합니다. 첫 번째 성범죄피해입니다. 그리고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가해자의 요청에 의해서 합의를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사정을 봐주던 교육담당자에게 두 차례에 걸친 성폭행을 당합니다. 두 번째 성범죄지요. 또 경찰에 신고를 하고, 조사를 하는 과정에 회사 인사팀장에 의해서 ‘잘 풀어보자는 취지’의 회유와, 성추행, 성폭행 시도를 당합니다. 총 세 번의 성범죄를 겪은 피해자는 휴직을 하구요. 복직을 앞둔 상황에서 인터넷 게시판에 답답한 마음을 호소한 글(10월 29일)을 올렸는데 이것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얻었습니다.

∘그렇군요.

→지금은 상황이 조금 변했는데요. 피해자와 가해자가 범행일 이후 친근해 보이는 카톡을 나누는 캡처화면이 공개되기도 했고요. 가해자 측에서도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습니다. 반면에 이 사건의 경찰 재조사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3만 5천명이 넘는 사람이 참여한 상태이기도 합니다.

∘아. 진실여부에 대한 공방이 끝난 사건이 아니군요?

→네 일부는 그렇습니다.

∘그럼 빅데이터 분석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무척 궁금합니다. 

→오늘은 구글트랜드 분석결과만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키워드 ‘성희롱’으로 2004년부터 현재까지의 빅데이터 분석을 해봤습니다. 일단은 성희롱으로 이슈가 되었던 유명인들의 이름이 눈에 띕니다. 그리고 ‘장소’와 관련된 단어가 고빈도로 관찰되는데요. ‘직장’, ‘여교사’, ‘지하철’, ‘마사지’, ‘버스’의 순으로 보입니다. 즉, 해당 장소에서, 여교사의 경우는 학교겠지요. 성희롱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시점을 조금 달리 해봤습니다. 지난 5년간은 어떨까요? 비슷한 결과가 보이지만, ‘게임’, 그러니까 ‘성희롱 게임’이라는 연관어가 눈에 띕니다.

∘성희롱 게임은 조금 생소한 것 같습니다.

→저도 이 부분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조금 자세히 알아봤는데요. 대학가에서 큰 문제가 되었던 신입생 등을 대상으로 한 ‘음주 게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인터넷 게임에서, 익명성 뒤에 숨어서, 성적 발언을 일삼는, 일부 유저가 사회문제가 되어서 데이터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지난 1년간으로 데이터 조사기간을 좁히면 ‘장소’관련, 그러니까 ‘여교사’나 ‘대중교통’과 관련된 연관어는 대부분 순위에서 사라집니다. 그리고 새로운 고빈도 연관어로 ‘단톡방 성희롱’이 나타납니다. 새로운 형태의 성희롱이 등장한 것이지요. 

→말씀드렸다시피 시기별로 성희롱의 형태는 조금씩 변해왔습니다. 그럼에도, 2004년 이후 꾸준히 등장하는, 고빈도 연관어가 있습니다. 바로 ‘직장 내 성희롱’입니다. 그만큼 심각하기도 하고, 직장에서는 여전히 성희롱이 빈번히, 발생된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직장에서만큼은 아직도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시지요?

→그렇습니다. 사실 성관련 범죄는 매년 증가해왔습니다. 경찰청이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성폭력 범죄자는 29,414명입니다. 이것은 4년 전 보다 4,579명, 18.4%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매년 꾸준히 증가해왔지요. 단속기법과 신고의식의 성장에 따른 결과일수 도 있겠습니다만, 어찌되었든 성범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 증가율 속에 ‘직장 내 성범죄’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 정말 참담한 내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한샘 성폭행’ 사건이 이슈가 되자, 유사한 내용의 ‘현대카드 성폭행’ 사건도 연이어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고요. ‘성심병원 간호사 장기자랑 사건’도 비슷한 맥락에서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성폭행은 아니고요, 개인에게 수치심을 줄 수 있는 업무외의, ‘성적인 행위’를 강요한, 성 상품화, 성희롱, 일종의 ‘갑(甲)질’에 가까운 행위였는데요. 이러한 ‘직장 내 성범죄’가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던 지난 주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직장 내 성범죄’가 정말 심각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회문제 연구를 하시는 소장님께서 깊게 관심을 가지실 주제인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최 아나운서님. 혹시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 알고 계신지요? 

∘그럼요. 소장님께서도 종종 인용하시기도 했지요. 일정 수 이상의 추천을 받은 청원에 대해서 장관님과 같은 관계자가 답변을 주는 그런 형태로 알고 있습니다만.

→네.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의 추천을 받은 청원은 30일 내에 청와대의 수석이나 각 부처 장관 등 책임 있는 관계자가 답변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저 역시 아주 훌륭한 소통방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안타깝게도 이 국민청원이 ‘남녀대결의 장’이 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남녀대결’의 장이요?

→네 그렇습니다. 남녀갈등, 젠더갈등이라고도 하지요. 현재 국민청원의 절반에 가까운 내용이 남녀의 ‘차별 문제’에 관련된 내용입니다. 대표적으로는 ‘여성 징병제’와 같은 것들이 있겠지요. ‘남녀차별’, ‘남녀갈등’이 공론화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현상은 분명히 순기능이 있겠지만, 또 남녀갈등이 왜곡 되거나 조장될 수 있다는 점도 큰 문제입니다. 

∘그렇군요.

→사회문제를 연구하고 관찰하는 입장에서 현시점의 ‘대한민국의 남녀관계’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페미니스트(feminist)를 자칭하는 특정 여성커뮤니티에서는 남성을, 특히 한국 남성을 극단적으로 조롱하고 비난합니다. 불의의 사고로 숨진 연예인 김주혁씨에 대한 매우 모독적인 발언들이 바로 그 예입니다. 남성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수의 남성커뮤니티에서는 한국여성을 방송 상으로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용어로 비난하면서 아주 심각한, 폭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이라는 끔찍한 일을 애청자분들께서도 기억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네 정말 심각한 일로 보이는군요.

→네 이러한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청와대 국민청원’이라는 공적인 장소에서까지 논란이 이어지는 것이지요. 저는 이처럼 극단적인 상황에 도달한 것에 대해 ‘미디어의 책임’을 묻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이정도의 남녀갈등이 발생하게 된 이면에 미디어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아 지금의 남녀갈등에 미디어의 책임이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물론 남녀갈등의 배경에는 여러 가지 사회문화적인 배경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남녀갈등은 모두 미디어의 잘못이다”라는 극단적인 주장은 아닙니다. 다만 미디어가, 언론이 “좀 더 좋은 기사를 쓸 수는 없는가?”라는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좀 더 좋은 기사’라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요?

→‘좋은 기사’는 정확성, 객관성, 공정성 같은 내용적인 균형이 필수적입니다. 우리 미디어가 남녀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이슈에 대해 ‘좋은 기사’의 요소들, 특히 ‘객관성’과 ‘공정성’을 잘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 저는 많은 아쉬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사건기사’의 경우, ‘혐의사실’ 위주의 기사를 쓰되, 반드시 피해자뿐만 아니라 혐의자의 주장도 덧붙여야 합니다. 기사 분량까지 같을 필요는 없겠지만, 가급적이면 비슷하게 쓰는 것이 좋겠지요.  

∘그렇군요.

→‘한샘 성폭행 사건’의 경우가 아쉽습니다. 이것은 성범죄 사건입니다. 여성들이 직장생활에서 남성보다 높은 빈도로, 성범죄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피해자의 주장을 보도하는 것 또한 매우 필요하고 적절합니다. 다만, 이 사건을 다루면서 한쪽의 견해만 선정적으로 부각시킨 것이 아닌가. 당사자 간 견해가 엇갈리거나 이해가 엇갈리는 일임에도 다른 한쪽의 반론이 부족하지는 않았는가. 라는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불과 2~3일전까지, 사건과 관련해서 ‘남성중심의 직장문화’, ‘한국사회의 병폐’에 대해서 맹비난을 퍼붓던 매체가, 갑자기 돌변해서 ‘반전’, ‘카톡을 열어보니’라는 제목과 함께 마치 피해여성이 범죄를 유도한 것처럼, ‘무고죄’가 성립될 것처럼 보도하는 행태를 다수 볼 수 있었습니다. ‘현대카드 성폭행 사건’의 경우에는 불과 수 시간 만에 ‘성폭행 범죄’기사들이 ‘무고죄’기사로 뒤바뀝니다. 

∘아! 저도 그런 기사들을 많이 읽었던 것 같습니다.

→미디어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읽은 기사에 대해서만 신빙성을 가집니다. 어떤 소비자는 “아 이것은 남성에 의한 성범죄다”라는 인식을 가진 반면에 다른 소비자는 “여성의 무고에 의해서 선량한 남성 피해자가 발생했다”라고 머릿속에 남을 수 있습니다. 진실의 기준이 되는 법적 판결은 한참 뒤에야, 훨씬 작은 영향력으로 전달되겠지요.

∘그래서 ‘공정성’을 잃은 기사가, 미디어의 보도가 남녀갈등을 조장할 수 있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매우 심각하고,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여기에는 어떤 반론의 여지도 없습니다. 다만, 보도가 조금의 ‘공정성’을 잃더라도, 남성이든, 여성이든 선량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어떻게 보면 지금 한국사회의 큰 병폐인 ‘남녀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을 미디어가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렇군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성범죄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 그리고 미디어가 잃어버린 ‘공정성’이 만들어낸 남녀갈등에 대한 의미 있는 말씀이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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