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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행 : 김우성 / PD: 김우성 / 작가: 이혜민

인터뷰 전문

[생생인터뷰] 돌연사 '크런치 모드' 수십 년 된 낡은 제도 탓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08-04 16:15  | 조회 : 3482 
[생생인터뷰] 돌연사 '크런치 모드' 수십 년 된 낡은 제도 탓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우성 PD
■ 대담 :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 김우성 PD(이하 김우성)> 요즘 날씨도 덥고 여러 가지 노동환경의 변화, 개선에 대한 얘기가 많아서 이 주제를 자주 다루긴 하는데요. 지난해 11월 게임업체 넷마블 관련 회사에서 일하다 사망한 한 직원의 죽음이 산업재해로 인정받았습니다. 이 직원이 사망한 원인을 살폈더니, 낯선 용어입니다. ‘크런치모드’ 때문이라고 밝혀졌습니다.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의 근무 관행이라고 하는데요. 과도한 업무량입니다. 부서질 듯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 인정됐다는 취지보다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는 게 맞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어제 저희가 폭염 속 노동 얘기도 했고, 앞서 뉴스에서도 그런 얘기를 전해드렸는데요. 이런 것들부터 바뀌기 시작하면 삶의 질이나 이런 부분도 나아지지 않을까요?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연결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이하 김영선)> 네, 안녕하세요. 

◇ 김우성> 넷마블 자회사인 넷마블 네오에서 근무한 직원의 돌연사 이야기가 산재라고 인정받았는데요. 앞뒤 어떤 얘기인지 궁금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가요?

◆ 김영선> 작년 11월 개발자가 돌연사했습니다. 그야말로 돌연사라는 표현이 이유도 알 수 없는 갑작스러운 죽음이죠. 그 시기에 한 건의 돌연사가 더 있었습니다. 그런데 넷마블은 돌연사와 업무는 관계없다고 일관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지역의 노동 사회단체들이 조사를 통해서 업무 관행과 돌연사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계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고요. 그 결과의 하나로 업무와의 연관 없는 죽음이 아니라 과로로 인한 것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김우성> 과로. 우리나라 노동에 대해서 관대하기 때문에 과로를 성실하다고 보시는 분들도 있는데, 사람 생명까지 흔든다면 위험하겠죠. 크런치모드라는 말도 낯섭니다. 보도들도 크런치모드라고 하는데요. 뭔가요?

◆ 김영선> 크런치라는 표현은 견과류를 으깨 넣은 과자라든가 지방을 집중적으로 태우는 운동법을 말할 때 크런치모드를 쓰는데요. 업계에서는 직원을 갈아 넣어서 물건을 뽑아낸다고 하는 자조적인 표현으로 크런치모드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상품 출시 전이나 업데이트 시기에 야근이나 특근을 반복하는 업무 관행을 말합니다.  

◇ 김우성> 업무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면들도 얘기는 되지만, 갈아 넣는다는 표현을 쓸 만큼 정말 굉장히 힘든 노동환경인데요. 대부분의 게임이나 IT 업계는 다 이런 상황이 되는 건가요? 어떻습니까?

◆ 김영선> 몇몇 예외는 있을 수 있습니다만,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IT 노동자, 게임 노동자 모두가 크런치모드에 노출되어 있다고 진단할 수 있고요. 따라서 과로사 위험에 상당히 노출되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김우성>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IT나 이쪽 업계에서는 크런치모드, 직원들의 모든 걸 으깨 넣을 만큼 고된 강도가 보편적이라고 하는데요. 산재를 인정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동안 산재 인정이 안 된 건가요?

◆ 김영선> 이번이 처음이었는데요. 산재가 인정되지 않았던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을 텐데요. 첫 번째로 산재 절차와 관련해서 말씀드리면, 업무와 사망사고 간 연관성을 밝히는 게 사실은 꽤 어렵습니다. 어려운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요. 기본적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어떤 반응을 보이냐면, 출퇴근 근무일지를 보여줄 수 없다, 업무와 연관성이 없다고 정보를 통제하고 있습니다. 유가족이 과로사를 입증하는데 아주 애를 먹게 하는 지점이기 때문에 산재 인정받기 어려운 현실이 있고요. 두 번째로는 업무 관행과 관련해서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장시간 노동이 문제인 건 알지만 다 관행으로 내려왔으니 다 그런 것 아니냐. 그러니까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건강 위험들이 많이 있었지만 이것을 정말 문제로 연결하지 못하는 업계의 분위기가 계속되어 온 결과로 산재로 되는 케이스도 적었다고 판단합니다. 

◇ 김우성> 오래 일하는 관행, 특히 이쪽 업종의 특성, 관행적 판단에다가 여러 가지 입증의 어려움까지 있어서 그렇게 됐다고 하는데, 기사 속에도 그런 말이 등장합니다. 이 회사를 구로의 등대라고 불렀다고 하는데요. 지난해 직원 1명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고요, 두 명이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는데요. 이 정도면 보통 고용노동부에서 조사를 들어가는 것 아닌가요?

◆ 김영선> 맞습니다. 구로 쪽에서 넷마블을 구로의 등대라고 부르기도 하고, 판교 지역에는 판교의 등대라고 불리는 업체가 있고요. 업계 전반적으로는 개발자들이 오징어잡이 배를 탔다고 하는 자조적인 표현을 자주 씁니다. 그 정도로 야근, 특근, 밤샘 등이 잦은데요. 당연하게 여겨졌는데 지역의 노동 사회단체들의 끈질긴 노력 끝에 특별 관리감독을 이끌어 낸 만큼 정부 당국도 이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벌여야 할 테고요. 초장시간 노동을 청산하는 작업을 적극적으로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우성> OECD 2번째로 높은 근로시간, 이에 관해 여러 가지 얘기를 하는데, 역시 관련 이야기이고요. 사람의 건강과 생명이 달린 일입니다. 국회에서도 토론회를 열고 논의는 시작했다고 하고요. 연구위원님이 직접 토론회도 다녀오셨잖아요. 주로 어떤 대안을 얘기했나요?

◆ 김영선> 토론회에서는 크런치모드의 정도라든가 건강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원인은 무엇인지, 대책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습니다만, 여러 가지 대안과 원인이 있지만 현장에 비일비재한 관행들, 이것이 심각한 질병임을 공론화하는 자리임을 볼 수 있고요. 장시간 노동에 오래 노출되면 정말 누구나 과로사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하는 점을 적극적으로 드러낸 자리였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 김우성> 실태에 대해 잘 알려지지조차 않았는데 문제는 정말 문제라고 인식하는 계기가 됐군요. 지금 넷마블도 지난 3월 문화를 개선하겠다고 과도한 야근, 주말 근무 없애겠다. 근무 외 시간에 메신저 하지 않도록 노동 강도를 줄이겠다고 얘기했는데요. 사실 이런 것뿐만 아니라 폭염의 과로 대책도 얘기했지만, 아직 강제성도 없고 지켜질까 의문점이 있거든요. 어떻게 보십니까?

◆ 김영선> 지금 넷마블 한 업체만 개선하는 건 업계의 심각한 장시간 노동 문화를 근절하는데 한계가 많습니다. 넷마블을 포함해서 업계가 가진 고질적인 문제들이 있으니까, 그것들을 근절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 조치들이 지속적으로 나와야 하고요. 그 제도적 개선 자체가 적극적으로 이행되는지 관리 감독하는 작업이 계속적으로 수반되어야 장시간 노동의 문제들이 조금이나마 개선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우성> 지금 앞서 3시 뉴스에서도 맨홀 작업을 하던 근로자 2명이 폭염에 유명을 달리하신 얘기를 전해드렸는데요. 산재가 꽤 많이 일어나는 나라인데요. 봤더니 역시 OECD 가운데 1위이군요. 산재가 많은 이유가, 노동 특성 때문입니까, 아니면 관련 규정이 미비해서인가요?

◆ 김영선> 앞서 말씀하신 그 두 가지를 포함해서, 괜찮겠지 생각하는 안전 불감증도 있을 테고요. 여태 이렇게 해왔는데 어떻겠느냐, 이러한 업무 관행들이 있을 거고요. 이런 것들을 방치하는 낡은 제도들, 사건, 사고에 대한 철저한 조사나 대책이 부재한 점, 나아가서 솜방망이 처벌 같은 것이 계속적으로 반복하는 상황을 낳게 하는데요. 여러 가지 원인 가운데서도 장시간 노동과 산재 사고와의 연관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이 있습니다. 말씀해주셨듯이 OECD 국가 1위로 노동시간이 길다고 얘기가 되는데, 법정 노동시간을 무색하게 만드는 초장시간 노동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보입니다. 

◇ 김우성> 일하는 시간을 줄이려면 사람을 더 뽑아야 하고, 기업 입장에서는 답이 안 나온다는 얘기인데요. 버스 운전기사 장시간 노동이 산재뿐만 아니라 일반 생활 현장에서 사고까지 일으키는 경우인데요. 대책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거든요. 구체적으로 얘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강제적인 법제화가 필요한 겁니까, 감시하는 근로감독관을 늘려야 합니까?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요?

◆ 김영선> 일단 질병을 치료하려면 여러 가지 대책이 필요할 텐데요. 단기적인 정책도 필요할 테고 여러 가지가 필요할 텐데요. 일단 기본적으로 먼저 시급하게 장시간 노동 문제를 근절하는 시급한 대책은 방치하는 안 좋은 제도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미디어에서도 언급되는데, 특례제도라든가, 근로기준법 제외하는 제도라든가, 근로기준법 5일 미만을 적용하지 않는 제도라든가, 포괄임금제라든가. 독소적인 제도들이 60, 70년대, 80년대 만들어진 낡은 제도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장시간 노동을 지금 방치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을 제거하는, 핀셋 대책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대책들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우성> 당장 도움을 주기보다 장애물부터 제거하는 것, 물론 여러 가지 소득 증대도 중요하겠지만, 이러한 요소를 제거하는 것들이 결국 추상적이긴 하지만 국민 행복에 닿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오늘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 김영선> 네, 감사합니다. 
 
◇ 김우성>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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