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전성기, 오늘
  • 진행자: 김명숙 / PD: 신아람 / 작가: 조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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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운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겠지만” - 박준 시인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07-20 13:46  | 조회 : 6141 
YTN라디오(FM 94.5) [당신의 전성기 오늘] 
□ 방송일시 : 2017년 7월 20일 (목요일) 
□ 출연자 : 박준 시인

감성 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운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겠지만” - 박준 시인


◇ 김명숙 DJ(이하 김명숙): <당신의 전성기, 오늘> 4부 <감성 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문을 엽니다. 지금 나가는 이 시그널, 기억하시죠? 지난가을, 겨울 저희 방송 함께하면서 매주 수요일 <시를 품은 수요일> 코너 아마 생각나시는 분들 계실 거 같아요. 그 시간에 함께 했던 박준 시인, 오늘 이 자리에 모셨어요. 우리 애청자분들이라면 다들 익숙하고 기억하실 겁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우리의 뇌와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해줬던 수요일의 남자, 박준 시인, 오늘 오랜만에 만나 봅니다. 안녕하세요.

◆ 박준 시인(이하 박준): 네, 다시 인사드립니다. 시인 박준입니다. 반갑습니다.

◇ 김명숙: 오늘 너무 기다렸어요. 그런데 보자마자 깜짝 놀랐어요. 흔히 깜놀이라고 하죠. 왜 이렇게 대학생이 돼서 오셨어요?

◆ 박준: 제가 살면서 칭찬을 많이 못 들으면서 자랐어요. 청소년기 때부터요. 그래서 이렇게 칭찬해주시면 어떻게 반응할지 잘 몰라요.

◇ 김명숙: 그냥 좋다고 하시면 돼요. 너무 멋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저희 방송, 지난가을, 겨울, 봄 이렇게 잠깐 하셨는데, 그동안 여름이 오면서 새로운 일을 저지르셨어요. 멋진 책을 내셨잖아요. 그래서 오늘 저희가 모셨는데, 그동안 책 준비한다고 얼굴을 안 보여주신 거예요?

◆ 박준: 그렇다기보단 제가 집에서 직장으로 출근하는 길에는 YTN 방송국이 있는 이 상암동을 지나야 해요. 그래서 언제 불러주실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 김명숙: 그 언제가 오늘입니다. 오늘 박준 시인 좋아하시는 우리 애청자 여러분, 오늘 문자 참여 많이 해주세요. 오늘 문자 참여해주신 분들 가운데에 10분을 선정해서 박준 시인의 새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선물로 보내드릴 겁니다. 많은 참여 해주시길 바라고요. <시를 품은 수요일> 시간에 정말 열심히 시에 대해서 얘기했었잖아요. 그간 우리 사회, 지난가을, 겨울, 봄 거치면서 여름까지 많은 변화를 겪었는데, 변화를 겪으면서 시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하시죠, 우리 박준 시인은?

◆ 박준: 더더욱 필요해진다고 생각하는데요. 이게 사실 영화 같은 경우엔 좋은 영화 같은 건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보면 좋죠. 사실 시라는 것은 낭독해서 누구한테 들려줄 수도 사실 있지만, 혼자 있을 때 읽는 그런 독서거든요. 사실 점점 사회가 혼자, 1인 가구도 많아지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질 때, 혼자를 어떻게 할까, 어떻게 둘까 고민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때 사실 시만큼 혼자를 도와주는 것도 또 없단 생각을 했어요. 여전히 시가 필요하다, 시인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한 생각을 해봤습니다.

◇ 김명숙: 시가 필요하죠. 시가 정말 마음의 위안이 될 때가 늘 많아요. 그래서 저희가 지난 <시를 품은 수요일> 코너를 할 때마다 우리 애청자 여러분이 힐링이 너무 잘 돼요, 고맙습니다, 이런 문자에 많이 참여해주셨거든요. 위로와 소통, 공감 이런 게 되는 부분이잖아요. 지난번에 출간하신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정말 전설 같은 시집이잖아요. 벌써 출간된 지 5년이 지났는데요. 지금까지 꾸준하게 사랑을 받고 8만 4천 부 이상, 31쇄까지 출간한 걸로 제가 알고 있는데요. 이렇게 큰 성공을 하면 그다음 작품이 참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가수들도 너무 노래가 히트하면 그다음 곡이 부담스럽다고 하던데, 어떠셨어요?

◆ 박준: 성공했다는 기준이 시집 같은 경우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방금 말씀해주신 것처럼 대중과 독자의 사랑을 받아서 많이 팔리면 시집으로서 성공한 것이죠. 그런데 시집 안에는 시가 들어 있잖아요. 그런데 많이 팔린다고 시가 성공했느냐, 라고 따지면 그건 또 아닌 거예요. 사실 두 번째 시집을 요즘 준비하고 있는데, 물론 이렇게 많은 독자분들의 사랑을 받는, 이렇게 많이 팔리는 시도 중요하겠지만, 다음 시집은 시로서, 문학으로서 더 성공해야 할 텐데, 더 좋은 작품을 써야 할 텐데, 이런 고민을 무겁게 하고 있습니다.

◇ 김명숙: 역시 욕심이 많으십니다. 두 번째 시집을 발간할 계획을 갖고 계시는데요. 요번에 내신 건 시집이 아니고 약간 독특한 산문집 같은 거예요. 그렇죠?

◆ 박준: 우리가 흔히 에세이집, 수필집이라고 얘기하는 것, 산문집을 냈는데요. 제목이 또 역시 깁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이런 제목의 책을 냈습니다.

◇ 김명숙: 사실 우리가 이런 내용의 말은 가끔씩 하잖아요. 운다고 뭐가 달라져, 울지 마, 이런 얘기를 하는데요. 이걸 글로써 읽으면 또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초판이 벌써 일주일 만에 만 부, 3쇄를 찍었다고 하던데요. 왜 이렇게 박준 시인의 글에 열광적이에요?

◆ 박준: 제가 제 입으로 왜 제 책이 인기가 있을까 얘기하는 게 조금 부끄럽지만, 부끄러움을 감수하고 생각해보면요. 제가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할 때도 그렇고 글을 쓸 때도, 이 사람이 내가 이야기하는 것을 다 이해해주지 않으면 어떡하나, 이것을, 이 마음을 잘 몰라서 못 따라오면 어떡하나 해서 좀 불필요할 정도로 친절하게 얘기해요. 약도를 알려줄 때도 여기 이리로 와, 하면 되는데, 30분 전부터 어디서 빠져나와서 어디 골목 끼고, 이렇게 얘기하는 게 제 말의 습관인데요. 아마 이렇게 약간 좀 친절하게, 의미든 어떤 정서든 안내해주는 것에 많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 김명숙: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어쩜 저렇게 잘 집어서 해줄까, 그런 느낌으로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나 봐요. 그런데 이번에 제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운다고 달라지는 게 아무것도 없겠지만”, 이것이 시집이 아니고 산문집이잖아요. 시와 산문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얘기하신 걸로 제가 알고 있는데, 이 책도 그런 느낌이 될 수 있는 건가요?

◆ 박준: 비슷한 의미일 텐데요. 시는 사실 물론 긴 분량의 서사시 같은 것도 있지만 대부분 짧게 한 장면이나 한 이미지를 툭 던져놔요. 그리고 독자들에게 이것을 자유롭게, 본인의 마음대로 해석하시라, 이렇게 던져놓는 게 있다면, 산문은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던지는 게 아니라 실을 매달아서 이렇게 전해주듯이, 좀 길고 구불구불한 길을 의미를 따라서 좀 길게 얘기하는 방식이라서요. 저는 사실 시를 쓸 때는 약간 산문처럼 쓰고, 또 이번 산문은 산문이지만 약간 시처럼 썼어요. 약간 중간적인 다리 같은 느낌을 주고 싶어서 이렇게 책을 내봤습니다.

◇ 김명숙: 시와 산문을 연결하는 다리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운다고 달라지는 게 아무것도 없겠지만”, 제목만으로도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느낌이 오긴 오거든요. 울지 말라는 얘기도 있겠고, 실컷 울어라, 그리고 나면 안 울 거야, 이런 얘기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얘기를 하고 싶으셨어요?

◆ 박준: 우리가 짧게 말씀드리면, 운다고 달라지는 게 아무것도 없죠. 그래도 같이 울면 좀 더 힘도 되고 덜 창피하고 뭐 그러겠다, 이런 것도 하나 있었고요. 또 하나는 우리가 현실 사회에서 어떤 효과나 소용을 기대하고 무엇을 막 노력하잖아요. 그런데 저의 경우만 따져 봐도 무엇을 기대해서 막 노력해도 그것이 이뤄지지 않는 일이 너무 많아요. 취업도 그렇고, 사랑도 그렇고. 그러면 어느 순간 약간 비뚤어져서, 이번에는 내가 무엇을 기대하지 않고, 어떤 효과를 기대하지 않고 마음껏 해볼래, 이런 연장선에서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 그래도 울기라도 할래, 이런 마음으로, “운다고 달라지는 게 아무것도 없겠지만”라는 제목을 붙여 봤습니다. 

◇ 김명숙: 좀 전에 말씀하시면서 함께 운다는 표현도 하셨는데요. 함께 울어준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걸까요?

◆ 박준: 이게 저 개인에게 생긴 슬픈 일로 우는 건 당연한 일이죠. 누구나 다 슬프면 울죠. 그런데 그 당연함을 넘어서서 타인에게 생긴 슬픈 일로 같이 울어주는 것, 혹은 얼굴도 모르지만, 세계 어느 곳에서, 한국 사회 어느 곳에서 슬픈 일을 겪는 사람에게 동감해서, 공감해서 같이 울어주는 것은 이건 굉장히 좋은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함께 운다는 것은 공감이나 이런 영역에 있는 것 같습니다.

◇ 김명숙: 갑자기 그런 생각이 나네요. 비가 올 때 우산을 씌워주는 사람도 좋지만, 같이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것도 좋다.

◆ 박준: 그게 굉장히 위안이 되거든요.

◇ 김명숙: 그 말이 또 생각이 나네요. 우리 박준 시인도 잘 울어요?

◆ 박준: 저, 잘 우는데 또 재밌는 게 잘 그쳐요.

◇ 김명숙: 사탕 하나 주면 뚝 그치고 그래요?

◆ 박준: 울 시간이 얼마 없으면 3분만 울고 뚝 그쳐서 다시 평정심으로 돌아오고 이런 연습을 평소에 합니다.

◇ 김명숙: 그렇군요. 5484님이 지금 문자 주셨는데요. ‘박준님의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라는 시를 좋아하는데, 이 시와 “운다고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이 같은 말인가요?’ 하셨네요.

◆ 박준: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거의 같은 말이에요. 시집에서는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고 썼고, 조금 더 지나서 울어도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 그래도 울자, 이런 생각을 하게 돼서 연장선에 있는 것입니다.

◇ 김명숙: 6282님, ‘박준 시인님이 울지 말라고 하면 더 눈물 날 것 같아요.’ 하셨어요.

◆ 박준: 우리가 어렸을 때 생각해보면, 얼굴에 뭐가 상처가 나서 이러헥 눈 대고 울고 있는데, 누가 와서 괜찮아, 하고 손을 딱 떼면 그게 또 서글퍼요. 난 좀 웅크리고 있고 싶은데요. 울지 말라는 말이 좀 더 눈물 나는 날인 것 같습니다.

◇ 김명숙: 어떨 때는 또, 너 왜 그래, 울지 마, 하면 오히려 눈물이 더 확 쏟아질 때도 있어요.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참 희한하고 미묘한 거예요. 말 한마디에 기분이 왔다 갔다 하잖아요. 시가 바로 그런 딱 한 마디, 단어 하나, 이런 역할이 굉장히 큰 힘을 발휘하는 것 같아요. 0808님, ‘엄마 돌아가신 지 두 달 됐는데, 동생들이 많이 그리워하고 힘들어합니다. 일상생활 열심히 하는 것이 엄마의 바람이겠죠? 우리 다 함께 힘내자.’ 이렇게 문자 주셨는데요. 박준 시인께서 위로 한 마디 해주시면 어떨까 싶네요.

◆ 박준: 놀이공원에 가면 미아보호소 같은 게 있어요. 어느 날은 거기에 앉아서, 사람 많은데 엄마나 가족을 잃어버리면 보호가 되고 안내방송을 하면 부모님이 헐레벌떡 찾으러 오잖아요. 며칠 동안 그 광경을 보게 된 일이 있었어요, 어떤 일 때문에. 물론 어린아이들은 엄마아빠를 잃어버린 순간부터, 처음부터 울고 있어요. 그런데 조금 나이가 자란 어린이들은 참아요. 자기가 너무 불안하고 엄마아빠가 보고 싶지만 참다가 엄마아빠가 미아보호소로 들어서면 그제야 울거든요. 저는 그게 더 슬픈 거예요. 내가 울어줄 눈물과, 울음을 들어줄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아이들이 울기 시작하는구나. 방금 사연을 준 청취자분께서 제가 그런 단계에 있는 것인데, 작고하셨다고 하셨는데요. 제 깜냥으로 드릴 수 있는 위로가 많지 않은 것이, 이런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위로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 김명숙: 어떤 때는 정말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될 수 있는 때도 있지만, 당연하지만, 아무리 많은 말을 해도 위로가 안 될 때가 있어요.

◆ 박준: 맞아요. 섣부르게 힘내세요, 이런 말이 위로가 안 되죠.

◇ 김명숙: 그런 상황이 지금 문자 주신 분의 상황일 것 같단 생각이 저는 들어요. 엄마가 떠나신 지 두 달 정도 됐는데요. 저는 사실 저희 친정엄마가 떠나신 지 25년이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제가 엄마가 떠나신 그 나이가 제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엄마를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뭐라고 말을 못할 정도인데요. 그럴 때마다 가끔씩 힘들 때 엄마를 생각하면 오히려 엄마가 힘이 되는 경우가 있어요. 엄마를 생각하면서, 우리 엄마가 지금 나를 보고 있겠지, 내가 이렇게 힘들어하면 안 되지, 그러면서 스스로 기운을 내는 때도 있거든요. 우리 사연 주신 분도 아마 그러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동생들에게 힘내자고 하셨는데, 동생들이 아마 그런 게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같이 기운 내시길 바라요. 고맙습니다. 6817님, ‘삶 속에서 시는 꿈꾸는 행복이죠. 시 생각만으로 아름답고 마음이 예뻐져요. 입가에 미소 짓는 이 시간이 너무 좋아요.’ 하셨어요. 박준 시인의 팬이 정말 많으신가 봐요.

◆ 박준: 저의 팬이기도 하지만 시의 팬이시기도 한 것 같습니다.

◇ 김명숙: 박준 시인의 시를 읽고 이렇게 팬이 되신 거니까, 우리 박준님의 팬이에요. 5205님, ‘병원에 입원해서 이어폰으로 방송 듣고 있어요. 지루한 병원 생활에서 마음공부 하게 책 신청합니다.’ 하셨어요.

◆ 박준: 꼭 드렸으면 좋겠네요.

◇ 김명숙: 5205님, 병원 생활하면서 또 이 박준 시인의 산문집을 읽으시면 힐링도 되시고 몸도 빠르게 완쾌하실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쾌유를 바라고요. 1943님, ‘운다고 달라지는 게 없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울면서 사는 것 같아요. 아마 그 순간을 이겨내라고 신이 준 최고의 선물인 것 같아요. 그 선물은 마르지도 않죠. 박준 시인님 목소리 듣게 돼서 정말 행복합니다.’라고 하셨어요.

◆ 박준: 마르지 않는다는 게 저도 참 동감하는데, 눈물이라는 것이 내가 울고 싶을 때 수도꼭지처럼 틀어서 막 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내가 그치고 싶을 때 잠그듯이 잠가지는 것도 아니고, 또 울고 나면 후련해지는 것도 있고요. 괜찮아, 괜찮아, 이렇게 생각이 드는 것도 있고, 좋은 선물 같습니다. 눈물이라는 것이.

◇ 김명숙: 어떤 때는 정말 막 울고 나면 카타르시스라고 그럴까요. 기분이 전환될 때가 있어요. 우리가 또 살면서 가끔씩 보면 눈물이 예전 같지 않아, 눈물이 다 말라, 이렇게 얘기하면 정말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나, 그래서 그런 표현이 나오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는데요. 참 눈물이 있을 때가 좋은 거란 생각도 들고요. 가끔 우리 사회는 ‘힘내, 울지 마, 괜찮아, 파이팅’, 이런 말을 많이 외쳐주잖아요. 기운 내라고요. 그런데 어떤 때 정말 힘들 때, 힘내, 괜찮아, 라고 얘기해주는 게 물론 나를 위해서 힘내라고 응원해주는 걸 알면서도 그게 고깝게 여겨질 때가 있어요. 자기 일 아니라고 그렇게 얘기하지, 그러면서요. 그럴 때 진짜 위로라는 게 무엇일까요?

◆ 박준: 위로의 방식이라는 것이 관계가 얼마나 가깝냐,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서 다양하게 다르겠지만, 좋은 위로의 공통점은 섣부르지 않다는 것에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제가 어떤 종류의 상처든 상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타인의 상처를 쉽게 만지지 않거든요. 아무리 좋은 명약이 있더라도 쉽게 바르지 않아요. 호호 불기도 하고 좀 마를 때까지 뒀다가, 그제야 조심스럽게 건네는 방식이 좋은 위로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명숙: 저도 지금 그 얘기를 들으면서 맞아, 그 방법이 참 좋은 방법이다, 그런 생각이 드네요. 0984님, ‘요즘 날씨가 우울해서 울고 싶었어요. 오늘 뺨을 때려주시네요. 힘냅시다.’ 하셨어요. 감사합니다. 울고 싶은 분들에게 아예 좀 우시라고, 슬프면서 아름다운 노래 한 곡 준비했는데요. 박준 시인이 들고 온 노래입니다. 직접 소개해주시면 어떨까요?

◆ 박준: 제가 검정치마의 ‘기다린 만큼 더’라는 노래를 들고 왔는데요. 최근 노래이긴 한데 가사가 꽤 좋습니다. 나는 당신을 언제든 기다릴 수 있지만, 왠지 지금이 마지막일 것 같다고 예감하는 슬픈 가사의 노래입니다.

(음악: 검정치마 - ‘기다린 만큼 더’)

◇ 김명숙: 오늘 <감성 토크쇼, 청춘을 깨워라> 박준 시인과 함께합니다. 새롭게 산문집을 내셨어요. “운다고 달라지는 게 아무것도 없겠지만”이라는 책을 또 갖고 나오셨는데요. 많은 분들이 정말 좋아하시네요. 그리고 지금 1211님, ‘박준 시인님, 기다렸던 책 읽었는데 그 책 읽으면서 시인으로 사는 게 너무 힘든 일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위로해주시네요, 박준 시인님을.

◆ 박준: 처음엔 옛날 말에 ‘시인은 가난한 것 아냐?’ 이런 사회적 인식이 있었잖아요. 물론 어느 정도는 사실이고 어느 정도는 사실이 아니었지만, 그런데 제 또래의 친구들을 보니까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옛날에는 시인만 가난했는데요. 마음이든, 혹은 경제적인 것이든요. 요즘에는 많은 분들이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이게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시인만 가난해도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 김명숙: 그런데 우리 박준 시인님은 부자시죠. 가난하지 않으시죠? 마음이 늘 풍요로우시잖아요.

◆ 박준: 네, 저는 감정이 부자입니다.

◇ 김명숙: 얼마나 대단한 거예요? 어느 분이 그러더라고요. 자기는 감정, 분위기를 먹고 산다, 돈 없어도 행복하단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6282님, ‘운다고 달라지는 게 아무것도 없겠지만 속은 후련해져요. 어릴 때 같이 울어주면 그보다 더한 위로가 없었어요. 박준 시인님, 목소리 정말 좋네요. 당신의 전성기, 파이팅.’ 하셨어요. 고맙습니다. 2395님, ‘한 번이라도 실컷 울고 싶다. 울고 싶을 때, 울지 못할 때, 울고 나면 속이라도 후련할 텐데요. 부모님 떠나가셨을 때, 남모르게 돌아서 흘리던 그때, 조용히 다가와서 안아주던 집사람이 고맙습니다.’라고 하셨네요. 이렇게 함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위안과 위로가 되겠습니까. 그렇죠?

◆ 박준: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누가 울 때 가까운 사람이 가서 아무 말 없이 안아주는 게 굉장히 시적인 장면이잖아요. 삶의 아름다운 장면인 것 같습니다.

◇ 김명숙: 안아주는 것도 참 좋고, 제가 박준 시인님 어느 기사에서 보니까 ‘박준은 누군가와 대화할 때 한 문장 정도의 말을 꼭 기억하려고 애쓴다’, 이렇게 쓰여있는 걸 보고 참 인상 깊었거든요. 제가 그동안 우리 박준 시인과 함께 방송하면서 도대체 무슨 말을 내가 어떻게 쏟아냈는지, 새삼 돌아보게 됐습니다. 우리 박준 시인은 최근에 가장 가슴에 새긴 문장이나 말은 그러면 어떤 게 있어요?

◆ 박준: 제가 최근에 좀 길게 지방에 이렇게 숙소 같은 것을 잡고 여행을 혼자 갔다 왔어요. 그런데 숙소 주인 할머니가 계셨는데, 이삼일 지나니까 좀 친해졌어요. 혼자 왔으니까요. 반찬도 먹으라고 갖다 주시고 하셨는데요. 하루는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저녁에 주변을, 마을을 계속 걸었어요. 작은 농촌 마을이었는데요. 돌아오는데 저한테 저녁 먹었어, 이렇게 물어보시더라고요. 제가 아뇨, 입맛이 없어서 안 먹었어요, 라고 얘기하니까 할머님이 저한테 저녁은 저녁밥 먹으라고 있는 거지, 이런 말씀을 하시는데요. 그게 할머니가 하실 수 있는 당연한 말씀인데, 저한테는 그렇게 괴로워하라고, 마음 쓰라고 있는 게 아니라 저녁엔 그냥 저녁 먹고 자라는 말로 들리는 거예요. 그 말이 최근에 가슴에 오래 남은 말이었습니다.

◇ 김명숙: 역시 시인이라서 그러신지 받아들이는 감각도 남다르신 것 같아요. 두 번째 시집은 계획 중이라고 하셨는데, 언제쯤 기대할 수 있을까요?

◆ 박준: 아주 제가 잘하면 내년에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명숙: 그러세요? 멋진 두 번째 시집을 기대하면서, 이번에 내신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게 아무것도 없겠지만” 책 가운데에서 우리 애청자분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끝으로 좀 읽어주시길 바라고요. 읽으면서 우리는 여기서 박준 시인님과의 시간을 마무리해야 할 것 같아요.

◆ 박준: 감사했습니다.

◇ 김명숙: 고맙습니다. 저희가 감사하고요. 어떤 내용인지 낭송으로 듣겠습니다.

◆ 박준: 편지. 삶을 살아오면서 타인에게 욕을 듣거나 비난을 받은 적이 간혹 있었다. 서로 오해가 쌓여 그런 적도 있었고, 물론 내가 명백하게 잘못한 일도 많았다. 분명한 것은 내가 들었던 욕이나 비난들은 대부분 말로 들었단 것이다. 그러다 오해가 풀리거나 화가 누그러졌을 때 종종 상대에게 사과를 받기도 했는데, 생각해 보면 이러한 사과는 말보다 글을 통해 받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리 짧은 분량이라도 사과와 용서와 화해의 글이라면 내게는 모두 편지처럼 느껴진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떠한 양식의 삶이 옳은 것인지 나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다만 앞으로 살아가면서 편지를 많이 받고 싶다. 편지는 분노나 미움보다는 애정과 배려에 더 가까운 것이기 때문이다. 편지를 받는 일은 사랑받는 일이고 편지를 쓰는 일은 사랑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늦은 답서를 할 것이다. 우리의 편지가 길게 이어질 것이다.

◇ 김명숙: 박준 시인의 책,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중에서 우리 박준 시인이 애청자 여러분께 들려주고 싶은 구절을 읽어주셨습니다. 너무 가슴에 와 닿는 내용이 많고요. 정말 이 책 빨리 읽어보고 싶습니다. 오늘 이렇게 또 바쁘신데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하고요. 저도 힐링됐고 우리 애청자 여러분들도 많은 힐링을 받았을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 박준: 네, 감사합니다.

◇ 김명숙: 오늘 방송 들으면서 우리 청취자분들 좀 많이 우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감히 우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우리 박준 시인이 말씀하신 것 대변하는 거예요. 눈물의 치유의 힘을 믿거든요. 저도 방송으로 함께 울고 웃어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함께 방송 참여해주신 분들 감사드리고요. 저는 내일 다시 올게요. 내일 10시 20분 약속하면서 끝 곡으로 권진원의 신곡 ‘음악이 사랑이 흐르네’ 띄우면서 물러갑니다. 지금까지 김명숙이었습니다. 여러분, 오늘이 가장 젊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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