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투데이

인터뷰전문보기

"봄철 대규모 산불, 후속조치가 최선일까"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05-10 11:28  | 조회 : 4136 
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 방송일시 : 2017년 5월 10일 수요일
□ 출연자 :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장원석 아나운서(이하 장원석): 이번 강원지역의 대형 산불, 갑자기 날아든 불씨에 살던 집이 불에 타버려서 여기저기 신고해봤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어 집을 잃고 망연자실한 모습의 이재민들, 많이 보셨죠. 산불 발생에도 총체적인 시스템에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8천 명이 넘는 인원이 화재 진화에 투입됐는데 화재진화 작업에 투입된 헬기에 탑승했던 정비사 조병준 씨가 숨지기까지 했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와 함께 관련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이 교수님, 안녕하세요? 

◆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이하 이영주): 네, 안녕하십니까.

◇ 장원석: 지난 연휴 기간에 강원도 일대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지 않았습니까?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 됐습니까?

◆ 이영주: 네, 지금 현재 어느 정도 다 진압은 된 걸로 알려지고 있고요.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강원도 일대에 약 320여 헥타르 정도 손실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고요. 좀 구체적으로 나눠보면 삼척 지역 같은 경우는 피해면적이 한 270여 헥타르, 주택이 한 채 정도 손실됐고요. 오히려 강릉의 경우에는 피해면적은 지금 삼척보다는 훨씬 적은 57헥타르 정도 되는데요. 주택이 33채가 소실돼서 이재민이 78명 정도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 장원석: 320헥타르를 태웠다고 하는데, 많은 분들이 헥타르라는 경험이 좀 헷갈리시죠. 여의도 면적이 290헥타르입니다. 그러니까 320헥타르가 탔다니까 얼마나 탔는지 가늠이 되실 겁니다. 어제 아침까지도 잔불 정리한다는 기사가 나왔거든요. 그리고 많지는 않지만 오후부터 비도 다행히 내려서 건조 특보도 해제된 상태인데, 이번 산불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 이영주: 실제로 최초의 화제가 어떻게 시작됐느냐 하는 부분은 규명이 안됐고요. 대부분 산불의 경우에는 사실 입산자의 과실이라든지 혹은 주변 농가의 소각 작업, 이런 것들을 통해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이번 화재도 그럴 가능성이 좀 더 높긴 합니다만, 그 이외에도 바람이 굉장히 강하게 불 때, 나뭇가지들끼리 마찰에 의해서 이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요. 혹은 깨진 유리병이나 페트병들이 이제 빛을 모아주는 돋보기의 역할을 해서 실제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서 이러한 부분에 대해선 조금 정확한 원인 규명이 필요하고요. 사실은 전체가 소실됐기 때문에 사실은 이를테면 흔적을 가지고 화재를 추정하긴 어렵고, 목격자라든지 CCTV라든지 이런 좀 시각적인 정보를 가지고 확인이 돼야 할 텐데요. 아마 오늘부터 좀 정밀하게 조사가 진행된다고 예정되고 있습니다.

◇ 장원석: 일단 최초 발화 원인에 대해선 잠시 뒤에 한 번 더 짚어보도록 하고요. 아무래도 사람의 실화라는 얘기가 많던데요. 일단 한 번 불이 발생하면 갑자기 이게 확산되는 것이, 어제 아침 7시에 해제된 강풍 특보, 강풍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거든요. 강원 지역은 특히 대형 산불로 잘 이어지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 이영주: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봄철이 굉장히 건조한 기후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사실은 풀들이나 나무 같은 것이, 풀들이 굉장히 바짝 말라 있어서 불에 타기 굉장히 쉬운데요. 여기에 대해서 최근에는 봄철이라든지 여름, 초여름까지 굉장히 비가 오는 일수가 적다거나 비가 오는 주기가 굉장히 길어서, 이런 건조한 상태가 굉장히 지속적으로 오래 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실제로 이런 늦봄부터 여름까지 강원도 지역 일대에는요. 이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해서 건조하고 강한 국지풍, 이런 것들이나 또 이 이후에 푄현상에 의한 건조한 바람들, 이런 것들로 인해 바람이 항상 좀 굉장히 많은 시기거든요. 이러다 보니까 실제로 화재가 일단 발생했다고 하면 굉장히 빠르게 넓은 지역으로 확대돼서 대형 산불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 장원석: 푄현상이라는 것이 영서에서 영동으로 태백산맥을 타고 넘어가면서 바람이 건조해지는 이런 걸 말하는 건가요?

◆ 이영주: 네, 굉장히 건조한 바람들이, 푄현상 같은 경우는 저희가 높새바람이라고 해서 이를테면 영동 지역에서 영서 지역으로 넘어가면서 굉장히 건조한 바람이 발생하는 경우고요. 최근에 이번 산불의 원인으로 지적된 양간지풍이라고 해서 이건 오히려 서풍이 불면서 기압의 형성이 조금 다르게 되면서 남쪽이 낮은 저기압이 되고 북쪽이 고기압이 되면서 이번엔 영서에서 영동으로 넘어가면서, 굉장히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 집중되면서 국지성 돌풍이 발생하는, 이런 바람을 얘기합니다.

◇ 장원석: 그러다 보니까 이번에 작은 불씨가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서 듬성듬성 태웠지 않습니까? 그래서 피해 지역이 광범위하게 나타났던데요.

◆ 이영주: 네, 맞습니다. 산불 같은 경우는 쭉 확산되는 것도 문제지만, 불티가 날아가면서 비화라고 하는데요. 이런 것들이 멀리는 몇 백 미터에서 수 킬로미터까지 날아가서 전혀 다른 곳에서도 화재가 확산되는 형태를 보이기 때문에 진압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 장원석: 말씀하신 것처럼 사계절을 놓고 본다면 건조한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때 산불이 많이 나는 것 같은데요. 가을 하고요. 그런데 4월 산불은 많이 봤는데, 5월 산불은 좀 익숙하지가 않거든요. 5월 산불이 잦은 편이었나요?

◆ 이영주: 실제로 최근 한 10년의 통계를 보면 지금 진행자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대부분 봄철이라고 하는, 2월부터 5월 초순 정도까지 화재가 집중돼 있습니다. 전체 화재의 거의 한 70%, 그리고 피해 면적으로 보면 거의 90% 이상이 이 시기에 발생하는데요. 최근 2~3년 동안에 보면 오히려 4월 이후, 그리고 5월 초까지 이런 화재들이 굉장히 집중되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런 것들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건조한 기후가 이제 계속돼서, 비가 오는 주기가 굉장히 길어지고요. 비가 오는 날 수 자체가 적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건조함이 굉장히 오래 가면서 화재에 취약한, 날씨, 기상 상태가 계속 되는 것이 원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장원석: 이번에 엄청난 인원, 8천명이 넘는 인원이 투입돼서 진화 작업을 벌이고 헬기도 수십 대, 사십 여대가 투입됐는데, 모두 진화됐다고 일단 산림청이 주말 사이에 발표했었어요. 그런데 다시 불씨가 살아나서 또 다시 진화작업에 들어갔는데요. 잔불 잡기가 그렇게 어렵습니까? 눈에 안 띠는 작은 불씨가 그렇게 강력하게 커질 수 있나요?

◆ 이영주: 네, 실제로 우리가 일반적인 화재에 있어서도 표면에 겉으로 보이는 화염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상당히 진화됐다고 하더라도, 남아 있는 속불, 이를테면 소위 잔불이나 불씨, 이런 것들까지 완전히 제거해야 사실은 진압이 완료되는 건데요. 산불 같은 경우는 사실 화재 현장이 워낙 넓다 보니까요. 사실은 이제 잔불 제거나 이런 것들에 관련된 시간이나 인력이 굉장히 또 많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특히 이런 잔불이 아직 정리가 다 안 된 상태에서 야간에 강풍이 분다든지 이랬을 경우에 다시 화재가 재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높거든요. 그런데 이제 이러한 부분이 충분히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최초의 진화가 완료됐다고 빠르게 발표했던 것은 다소 성급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 장원석: 이게 이런 식으로 다시 불씨가 살아나는 게 특수한 상황이 아닌 거죠? 자주 있는 거죠?

◆ 이영주: 네, 그렇죠. 그럴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산불의 경우엔 특히 이런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요. 일반적인 건물에서의 화재도 이런 잔불 정리가 제대로 안됐을 경우엔 재발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래서 이게 특수한 경우라기보다는 사실 이런 재발화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잔불 정리가 충분히 완료된 다음에 산불 진화 완료에 대한 부분을 언급하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장원석: 이제 이번 산불의 주원인, 입산자 실화라고 하는데요. 산에 오른 사람이 실수로 피운 불이 산불이 되는 원인, 담배꽁초가 예전에는 많이 알려져 있었는데, 이번에는 논두렁을 태워서 불이 났다, 경북 상주의 경우엔 그렇다고 하는데요. 사람들이 실수로, 일부러 하지 않고 실수로 인해서 산불이 되는 원인이 어느 정도 됩니까?

◆ 이영주: 일부러, 실제로 산불 원인 중에서 입산자의 실화의 경우는 전체의 30% 정도로 알려지고 있고요. 그 다음에 아까 말씀하신 소각 등에 의한 화재가 오히려 40% 정도로, 전체 원인 중의 40% 정도로 가장 높은데요. 사실 입산자의 실화인 경우에 관련된 부분은, 담배꽁초라든지, 조리, 산에서 이를테면 휴식을 하기 위해서 불을 피운다든지 이런 것들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들이 많은데요. 최근에는 대형국립공원이나 대형 산 같은 경우는 입산통제나 또 입산자들에 대한 관리, 이런 것들이 어느 정도 이뤄지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의 예방 효과가 상당히 있긴 합니다만, 일반 야간이라든지 소규모 산 같은 경우에는 입산자들을 일일이 체크하거나 관리하는 등은 한계가 있거든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입산자들의 실화라고 하는 측면은 사실 어려운 측면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 장원석: 등산객들의 소지품을 강제로 검사한다든지 이럴 수가 없잖아요.

◆ 이영주: 네, 그렇죠. 국립공원이라든지 이런 쪽에 연결돼 있는 산 같은 경우에는 예방적인 조치로 행해지기도 하고요. 곳곳에 또 이제 산불을 감시하는 감시자들도 배치돼 있는데, 오히려 이렇게 산불이 발생하는 산 같은 경우엔 이런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거나 관리가 소홀한 일반적인 야산이라든지 이를테면 소규모의, 중소 규모의 산들이라든지, 이런 곳에서 좀 더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 장원석: 네.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서 소방 헬기도 투입되고 여러 가지 조치를 했는데요. 산불을 끄는 헬기에서 뿌리는 물은 조금 다른 물인가요?

◆ 이영주: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선 산불에 사용하는 물, 소화수 같은 경우는 대부분 일반적인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실제로 화재 진압 작업 이후에 산이 오염된다거나 이런 부분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사실 외국 같은 경우에는 실제로 물을 살포했을 때 물이 뿌려진 지점이 어디인지, 물이 이를테면 나무나 기타 여러 가지 수목들에 잘 남아 있어서 화재의 진압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강화액 같은 걸 섞기도 하는데요. 우리나라는 그러지 않고 순수한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오염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한 우려는 상대적으로 적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장원석: 그럼 일단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는데, 타버린 산을 어떻게 합니까? 후속 조치가 따로 있습니까?

◆ 이영주: 실제로 소실된 산의 조림이라든지 관리는 지자체나 정부 혹은 산림청에서 이런 것들을 이제 관리하고 복구를 하게 되는데요. 이런 과정에서 인공 조림을 한다거나, 또는 단계적으로 인공 조림을 해나가기도 하는데요. 이러한 경우에 워낙 면적이 넓다 보니까 한 번에 시행을 할 수는 없고 그렇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진행을 하는데, 이런 인공조림을 하는 과정에서도 사실 수종을 획일적으로 한다든지, 이럴 경우엔 병충해라든지 주변 환경의 취약성에 관련된 부분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도 잘 고민해서 시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 장원석: 네,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영주: 네, 감사합니다.

◇ 장원석: 지금까지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였습니다.

[저작권자(c) YTN radio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목록
  • 이시간 편성정보
  • 편성표보기
말벗서비스

YTN

앱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