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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운 한국고전번역원장 "고전, 우리문화의 힘"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04-28 12:56  | 조회 : 3848 
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 방송일시 : 2017년 4월 28일 금요일
□ 출연자 : 신승운 한국고전번역원장


◇ 장원석 아나운서(이하 장원석): <대장금>, <왕의 남자>와 같은 인기 사극, 사실에 근거한 역사극이란 점에서 이야기 구성이 탄탄하죠. 그래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는 모두 우리의 문화자산인 조선왕조실록에서 나온 것들인데요. 한국고전번역원이 한글로 풀어내지 않았다면 탄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역사, 문화, 사상 등을 발굴해서 보존하는 데에 앞장서는 한국고전번역원의 신승운 원장, 스튜디오에 직접 모셨습니다. 원장님, 어서 오십시오.

◆ 신승운 한국고전번역원장(이하 신승운): 네, 안녕하세요.

◇ 장원석: 반갑습니다. 방송이 계속 어색하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어떻게 좀 방송 인터뷰는 많이 안 해보셨나 보죠?

◆ 신승운: 신문 인터뷰는 자주 했었는데 방송은 일부러 피했어요, 어색해서. 하하.

◇ 장원석: 그런데 지금 어색해보이시진 않습니다. 제가 원장님 모시면 가장 먼저 여쭙고 싶었던 것이 내가 살면서 이 고전작품은 남들에게 꼭 한 번 설명해주고 싶다, 추천하고 싶다, 이런 것들이 있을까요?

◆ 신승운: 고전이란 것이 누구나 읽어서 거의 상식으로 치는 수준의 책들을 고전이라고 하는데요. 지금 우리가 고전이라고 그러는, 우리 한국고전번역원이 하는 부분은 그것보단 좀 폭넓은 개념입니다. 여러분들도 학교에서 <홍길동전>을 배우시고 그랬을 텐데, <홍길동전>을 쓴 허균의 문집이 <성소부부고(惺所覆螺藁)>라고 있어요. 거기에 보면 허균이 워낙 개혁적 사고를 가졌던 사람이기 때문에, 아주 지금 봐도 전혀 낡지 않은, 그런 새로운 면모가 많이 보이는데요. <성소부부고(惺所覆螺藁)> 같은 건 한 번 읽어보셨으면 어떨까 하는, 허균의 문집입니다.

◇ 장원석: 허균의 문집을 소개해주셨군요. 원장님 약간 앞으로 오셔서 마이크에 대고서 말씀하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국고전번역원, 아시는 분들은 아시지만 모르시는 분도 계시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청취자 여러분께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 신승운: 네, 한국고전번역원은 한국이 한글이 창제된 세종조 이후에도 계속 모든 기록을 한 90% 이상을 한문으로 했어요. 그래서 갑오경장 이후에 한글이 많이 쓰이기 시작했지만 거의 한국인이 남긴 기록의 90% 이상이 전부 한문으로 기록돼 있어서, 지금은 한문 교육의 수준이 아주 낮지 않습니까? 한자 교육도 잘 안 되는 상황이라서요. 그래서 한문으로 기록된 우리 전적을, 옛날 책들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일을 맡는, 그런 국가 출연기관입니다.

◇ 장원석: 얼마 전에 교과서에다가 한자를 병기해야 하냐, 말아야 하냐, 이걸로도 논쟁이 있었잖아요. 원장님은 어떤 입장이세요?

◆ 신승운: 고전번역원은 한문으로 된 책을 한글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지만 그걸 다 옮길 수 있으려면 100년도 더 갑니다. 그래서 모든, 우리가 영어를 배우고 일본어, 중국어를 배우듯이 그것보다도 더 가깝게 한문으로, 한문으로 된 성어들이, 단어들이 우리말에 그대로 담겨 있기 때문에, 그래도 너무 큰 부담을 주는 건 별도로 전문가들에게 맡겨도 어느 수준까지 1,200~1,300자까지는 교육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아무래도 원장님께선 어렸을 때부터 이런 한문으로 된, 한자로 된 고전에 관심이 참 많으셔가지고 이런 입장을 갖고 계신데요. 민족문화를 다루는 기관의 수장이라고 표현해도 될까요?

◆ 신승운: 뭐, 민족문화의 아주 정수가 기록이고요. 그 기록을 다루는 기관이 민족문화추진회에서 출범한 한국고전번역원, 이 고전번역원의 전신이 민족문화추진회예요. 그래서 그렇게들 많이 부릅니다.

◇ 장원석: 저희 YTN라디오가 9주년이 됐습니다. 그래가지고 어떤 하나 축하의 말씀을 저희가 부탁을 미리 해놨거든요. 하나 좀 멋지게 뽑아주신다면요?

◆ 신승운: 여러 생각을 해봤는데, 구년대성(九年大成)이란 말이 있어요. 9년이 되면 대성한다, 크게 완성이 된다, 전체적인 틀이나, 그래서 옛날에 교육을 시킬 때 옛날 태학에서, 지금으로 보면 대학이죠.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곳인데 7년이 되면 소성이고, 작은 단계의 그게 완성되고, 9년이 되면 대성이라. 옛날에는 태학에 들어가는 게 15세에 들어가요. 15살에 들어가서 9년이 되면 24살인데 그때가 되면 완전히 지도적으로, 사회에 영향을 주면서 풍속을 바꾸는 게 제일 큰 거거든요. 그런 부분을 다루는 게 대성이라고 그러는데요. 지금 YTN라디오도 9년이 됐으니까 이제는 그동안의 경험과 쌓인 노하우를 갖고, 지금 구년대성을 했다, 이렇게 자부를 갖고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 장원석: 고맙습니다. 구년대성을 이뤘다, 앞으로도 9년이 끝이 아니니까요. 앞으로도 말씀해주신 뜻대로 더 대성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고전 얘기를 다시 해보면요. 우리가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조선왕조실록> 같은 걸 말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한국고전번역원에서 적용하는 고전의 특정한 기준이 있나요?

◆ 신승운: 고전이라는 게 원래 시대가 고 자는 오래 됐단 뜻이고, 전은 기준이 되는 책을 전이라고 하거든요. 전범(典範)이 되는. 그럼 점에서 보면 우리는 지금 법에서, 고전번역원법이 있어요. 그 법에 고전의 규정을 1909년 이전에, 그러니까 1910년 우리가 일제에 강점됐지 않습니까? 그 이전에 생산된 한글, 또는 한문으로 기록된 책을 고전의 하한선으로 잡고 있어요. 그 중에 대표적인 게 <조선왕조실록> 하고 그것보다 더 방대한 <승정원일기>, 이 두 종이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돼 있고, 또 현재 <조선왕조실록>은 완역했고요. <승정원일기>는 지금 아주 초보 단계에 있습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조선왕조실록>을 완전히 다 번역해내는 데에는 얼마나 걸렸나요?

◆ 신승운: 20여년이 넘게 걸렸어요. 그런데 지금 <승정원일기>는 그것의 몇 배가 걸릴 상황이죠.

◇ 장원석: 그렇군요. 그래서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인력들, 후배 양성해서 같이 꾸려가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셨네요. 오래 전에 쓰인 한자나 한글 표현, 어려운 표현이 많지 않습니까? 사실 한글로 쓴 것도 이런 의미로 쓴 건지, 저런 의미로 쓴 건지 고민을 참 많이 해야 하는데, 한자로 쓰였다면 더 그럴 것 같아요. 시간과 노력 상당히 걸리죠?

◆ 신승운: 그러니까 한문 고전을 번역하는 사람들을 기르는 과정이 대학이나 대학원 나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수부 3년을 교육하고, 다시 연구전문부로 2년, 2년 해서 4년. 그래서 3년, 4년 하면 7년이죠. 대학졸업자들이 7년을 가고, 가면서 수업을 하는데요. 이게 한문으로 쓰여 있어서 한문을 배우면 그걸 번역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그러니까 한문을 읽는다는 것은 영어의 구문론처럼 구문을 아는 것이고요. 그다음에 역사적 지식을 전문분야의 지식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요. 제도가 모두 변했고 많은 고사들을 인용하고 있기 때문에 한문 번역 교육을 받아도 그렇게 잘할 수 있는 숫자는 많지 않습니다.

◇ 장원석: 그러면 지금 학생들 중에서 내가 고전 번역이라는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하는 학생들은 어떤 것부터 시작해보면 좋을까요?

◆ 신승운: 지금 대학에서 한문 고전을 읽을 수 있는 기초 교육이 아주 얼마 안돼요. 그래서 우리 고전번역원에 부설된 고전번역교육원이란 기관이 있어요. 거기에서 방학 때에 <논어>, <맹자>, <대학>, <중용> 이런 것을 특강하는데 거기서 그걸 기초적으로 배우고요. 원래 번역 교육은 정식 학생으로 입학하는 데에 시험 보는 내용들이 <논어>, <맹자> 이런 걸 시험 봐요. 아마 학부에 진학한 사람들이 방학 동안을 이용해서 그런 특강을 열심히 듣고 그러면 뭐 충분히 합격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진짜 마음을 두면요.

◇ 장원석: 그렇죠. 원래 교육원을 대학원으로 추진하려고 하셨다가 잘 안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죠?

◆ 신승운: 특수한 일은 특수하게 다뤄야 하는데, 그래서 전문대학원들이 계속 생기는 거죠. 대학이 거의 일반교육을 담당하면서 특수한 전문 분야들마다 전문대학원이 무슨 법학이니 의학이니 각 분야가 다 있지 않습니까? 뭐, 세무니. 그래서 이 고전 번역은 필요한 부분의 숫자가 적은 숫자고, 그래서 일반대학원 교육에서 흡수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번역대학원을 따로 만들어서 전문적으로 기를 때 전문가 양성이 가능하다고 보는 거죠.

◇ 장원석: 네,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언젠가는 그런 교육기관도 생길 것 같은데요. 그런 측면에서 요즘에 인터넷 만화 있지 않습니까? 웹툰이라고 하는 것이요. <조선왕조실톡>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 신승운: 네, 들어봤습니다.

◇ 장원석: 그걸로 기반해서 드라마까지 만들어졌는데요. 그렇게 재밌게 재해석한 것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 신승운: 이제 번역원에서 원전을 갖고, 한문으로 된 원전을 갖고 번역을 해놓으면, 그걸 갖고, 각 고전이라는 게 전문가만 향유한다면 너무 제한적이잖아요. 그래서 각급 각층에서 다 향유할 수 있도록, 초등학생에 맞게 동화처럼 만드는 것도 있고 또 그림으로, 만화로도 만들고요. 영화로도 만들고 이렇게 연극도 만들고. 각 장르에서 다 활용할 수 있게 모든 국민들이 다 같이 향유할 수 있는 그런 부분들을 만드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죠. 그런데 그 첫 번째가 번역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러니까 밀가루 생산을 주력으로 하고 가져다가 빵을 만들고 과자를 만들고 하는 것은 각 분야에서들 함께 합쳐서요. 우리도 그런 작업을 일부 하고 있습니다.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책도 만들고요.

◇ 장원석: 결국, 참 재밌는 표현을 해주셨는데요. 밀가루를 만들면 그 이후에 밀가루로 뭘 만들지는 자유고, 그게 널리 쓰이고 알려질수록 더 좋은 거라고 말씀해주셨네요. 지금 작업 중인 고전은 아까 <승정원일기> 말씀해주셨는데 또 있습니까? 

◆ 신승운: <승정원일기>가 이제 사업의 큰 부분이고요. 또 <일성록>이라고 있어요. 왕이 하루하루 있었던 일을 <승정원일기>나 여러 분야의 책에 있는 책을 제목처럼 정해서 거기다 쭉 모아둔 거죠. <일성록>도 번역하고 있고요. 그거 말고도 조선 시대의 시대를 끌어갔던 대표적인 인물들의 문집을 한 60책 번역합니다. 1년에요.

◇ 장원석: 그렇군요. 그런데 보통 양반이라든지 귀족층의 이야기가 많잖아요. 그런데 그림에서는 김홍도가 서민의 삶을 그린 것처럼 서민, 백성들의 삶을 알 수 있는 고전도 있나요?

◆ 신승운: 그게 일반적으로 전부 양반 얘기만 나오지 않겠냐, 고전에는, 한문이니까요.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정치라는 게 정치가 유교 사회에서는 민생의 하나하나들이 다 정치의 대상이기 때문에 이상한 일이 생기면, 이를테면 실록 같은 데에도 숙종 때에 정릉 쪽에서 어떤 사람이 아기를 낳았는데 닭처럼 털이 있고 이상한 사람을 낳았다, 그걸 자세히 조사해서 보고해가지고 토론하는 게 나온다던지. 무슨 천둥이 치고 벼락이 떨어지면 그게 왕이 잘못해서 그런 것 아니냐 해가지고 세부적으로 그걸 토론하는 것들이 나와요. 거기엔 왕이나 귀족의 얘기가 아니라 사회에 있는 일반인들의 이야기가 나오고요. 또 <추안국안(추안급국안)> 같은 책을 보면 형사 사건을 다룬 재판, 대화가 다 나오니까요. 거기 보면 재판의 대상이 전부 일반 민간인들이 많고요. 무슨 역모를 하는 큰 것도 있지만 소소한 얘기들도 거의 지금 기록처럼 나와 있는 게 많아요. 특히 <승정원일기>는 왕이 신하들 하고 토론하는 게, 서로 주고받는 게 다 세부적으로 나와 있어서 지금 거기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그 정도로 세부적으로 기록돼 있어요.

◇ 장원석: 앞으로 <승정원일기>는 초기 작업이라고 하셨는데, 왠지 더 기대가 되고요.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다시 한글로 풀어질지 기대를 해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신승운: 네, 고맙습니다.

◇ 장원석: 지금까지 신승운 한국고전번역원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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