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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여아살해사건 “범죄자는 험악한 남자? 편견깨야”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7-03-31 11:23  | 조회 : 5282 
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 방송일시 : 2017년 3월 31일 금요일
□ 출연자 :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가해자 피해자 모두 여성 미성년자, 유례없는 살인사건
- 동기 불분명한 이상한 범죄
- 치밀한 범죄과정... 조현병으로 판단하기 어려워
- 해리 장애 등 다른 질환일 가능성도
- 시신 짊어지고 물탱크 혼자 올랐다? 수사 좀 더 필요
- 미성년자도 폭력 증상수반 정신장애는 입원치료 받도록 해야

- 공익광고 속 범죄자는 험악한 남자? 잘못된 인식 유발
- 유괴 예방하려면 누구든 잘 모르는 사람 따르지 않도록 해야
- 놀이터 안전하다는 생각은 금물... 되도록 보호자 동행해야



◇ 장원석 아나운서(이하 장원석): 엊그제 29일, 대낮이었던 1시쯤에 인천 연수구의 한 공원 놀이터에서 초등학교 2학년, 8살짜리 여자 어린이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17살 청소년에게 유인당한 뒤에 살해당하고 주검이 훼손까지 당했습니다. 훼손된 주검은 쓰레기봉투에 담겨서 옥상 물탱크 주변에서 발견됐는데요. 용의자로 붙잡힌 17살 여성 청소년은 횡설수설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 발생했을까요? 원인을 찾아보고요. 유괴를 막을 길은 없는지 한 번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전화 연결돼 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이하 이수정): 네, 안녕하세요.

◇ 장원석: 전 처음에 이 기사 제목만 봤을 때, 가슴이 너무, 뭐라 그럴까요. 두렵기도 하고 끔찍한 사건이어서 눌러보지 못했어요. 클릭하지 못했는데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읽어보니까 인천 연수구에서, 아파트가 밀집한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이걸 어떻게 보셨습니까?

◆ 이수정: 일단은 유례가 없는 살인 사건이라고 보이고요. 가해자가 사실, 미성년자 남자애들은 강력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꽤 있는데, 문제는 여자애가 이런 종류의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는지 사실은 전례를 찾기 어렵단 생각이 들고요. 결국 둘 다 이제, 결국 피해자, 가해자가 모두 나이가 어린 미성년자였고요. 특히 피해자는 8살 먹은 아주 어린아이거든요. 그런데 아주 끔찍하게 유기가 된 방식이나 이런 것들로 봤을 때 사실은 참 동기가 불분명한 이상한 범죄란 생각이 들죠.

◇ 장원석: 아직 조사가 완전히 이뤄지진 않았습니다만 이례적인 사건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7년째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고 자퇴생이다, 지금 학교에 다니고 있지 않다, 이런 정보가 나와 있는데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17살 여성 청소년이 용의자로 체포됐는데요. 일부 시신도 훼손이 돼 있다고 그러고, 이 청소년의 정신건강상태는 범죄심리학으로 봤을 때 어떻게 봐야 할까요?

◆ 이수정: 지금 이제 진단명이 명확하게 보고되고 있진 않습니다. 진료기록을 보면 7년 동안 어떨 땐 우울증이라고 약물을 복용하고 어떨 땐 불안 장애가 있었다고 하고, 환청 증세가 있다고 진료했단 기록도 있고요. 그러다 보니까 정확하게 진단명이 무엇이라는 게 아직까지 나와 있지 않은데요. 일반적으로 이렇게 끔찍한 범죄라고 하면 조현병을 의심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 사건의 경우엔 조현병으로 판단하기도 굉장히 어려운 거 같습니다. 왜냐면 많은 경우에 조현병으로 인한 증세와 연관된 살인 사건 같은 경우엔 강남역 사건처럼 시신을 그냥 현장에다가 내팽겨쳐놓고 도주하거나 하는 게 일반적이거든요. 예컨대 굉장히 비체계화된 범죄를 보이는 게 특징인데요. 지금 이 친구 같은 경우엔 CCTV가 있는 걸 인지하고 본인의 집으로 아이를 유인할 때도 15층 대신 13층에서 내려서 걸어 올라가고, 그리고는 시신을 유기하러 옥상으로 올라가서 물탱크 쪽으로 접근한 장면은 지금 CCTV에서 확보를 못했습니다. 결국 계단으로 올라갔단 얘기인데요. 그런 식으로 굉장히 치밀하고 체계적인 형태의 행위를 일반적으로 조현병 환자들은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지금 7년 동안 정신질환이 있었단 이유만으로 이 친구의 살인의 동기, 이상범죄로 정의하는 게 충분하지 않은 상태고요. 더군다나 이 모든 일이 3시간 동안 오후에 일어난 거거든요. 과연 그 시간 동안 지금 혼자서, 17살짜리 여자애가 할 수 있는 일인지조차, 왜냐면 물탱크로 올라가는 난간이 생각보다 굉장히 올라가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시신의 무게 같은 걸 생각해봤을 때 과연 거기를 여자애 혼자서 올라가서 유기하는 게 가능한지 사실은 좀 더 수사가 필요한 사건이라고 보입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조현병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해주셨는데 조현병이 쉽게 말해서 어떤 증상이죠?

◆ 이수정: 정신분열이라고 기존에 알려졌던 증상이고요. 현실 감각 능력상에 상당히 문제가 생겨서 환각이나 환청, 망상 등에 시달리는 그런 양성 증상이 굉장히 지배적인 질병으로 볼 수 있는데요. 그런데 이제 그런 사람치고는 너무 치밀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한 부분들이 많아서 이게 지금 조현병 환자의 행위로도 보기가 어려운 측면이 좀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기억이 안 난다고 수사 과정 중에 여러 번 얘기를 해서, 오히려 해리 장애나 다른 병명의 정신질환일 가능성도 지금 의심이 되는 상황입니다.

◇ 장원석: 조사 과정에서 그런 부분들은 더 자세하게 확인이 돼야겠고요. 일단 문제는 여고생이, 여고생은 아닙니다, 지금 학교를 안 다니니까요. 여성 청소년이 휴대전화를 빌려주겠다고 피해 아이를 집으로 유인했지 않습니까? 요즘 아이들이 휴대전화에 마음 잘 흔들리는 것도 있고, 부모님에게 전화 연락하는데 내가 휴대폰을 빌려줄게 해서 데려갔다는 건데요. 비슷한 다른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단 점도 여기서 문제점을 지적해야 할 거 같은데요. 부모님들이 낯선 사람 따라가지 마라, 사탕 사준다고 해서 따라가지 마라, 이 정도로만 교육해선 안 될 거 같은데요?

◆ 이수정: 네, 안 되는 거죠. 그리고 공익광고에 보면 빨간 망토를 한 어린아이가 늑대 같은 남자 아저씨에 의해서 유인돼 가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TV에서 광고하는 내용을 보면요.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거예요. 잘못된 고정관념을 오히려 아이에게 심어줘서, 남의 집에 경계심 없이 들어가는 행위까지 해도, 왜냐면 언니였으니까, 아저씨가 아니니까 괜찮겠거니 생각하는 일종의 해이를 유발하는 광고 내용이 사실은 현실과는 굉장히 거리가 있다고 생각되고요. 그런 차원에서 보면 어떠한 유인에도, 잘 모르는 사람에 의한 현재의 자리에서 이동은 위험하다, 이렇게 아이에게 가르쳐줘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 장원석: 아이들에게 범죄자라는 인식을 심어줄 때 험악한 남성 이미지를 심어주기 때문에 그 외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마음을 열 수 있다는 걸 집중적으로 교육해야겠네요, 그 부분을, 다른 생각을 하지 않도록. 또 요즘에 맞벌이 부부가 많다 보니까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이를 대신 돌봐주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어르신들도 생각하기에 손자, 손녀 돌볼 때 사람 많은 곳에 있으니 괜찮고 요즘 아이들 또 너무 오냐 오냐 감싸서 키우는 건 좀 그러니까 알아서 혼자서 놀도록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어떤 점들을 좀 주의해야 할까요?

◆ 이수정: 글쎄, 상당히, 지금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요.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다 보니까요. 방과 후 시간대가 전혀 관리가 안 되는 측면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제 그런 것들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조직화해서 좀 더 감시수준이 높은 안전한 상황에서 아이들의 방과 후 시간, 부모님이 아이들을 데리러 올 때까지 잘 돌볼 거냐, 이런 것들은 사실 공공에서 좀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라 보이고요. 놀이터가 생각보다 그렇게 안전한 장소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을 그냥 혼자 내보내는 게 생각보다 위험할 수 있단 점을 인지하셔야 하는데요. 많은 경우에 아동을 유인하는 장소로 이미 성범죄자를 포함해서, 범죄자들이 알고 있어요. 거길 가면 아이들을 쉽게, 원하는 대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장소 중 하나가 놀이터거든요. 그러니까 굉장히 여전히 유의해야 하는 측면이 있는 거죠. 가능하면 놀이터를 갈 때도 조부모님께서 따라가 주시면 훨씬 더 안전할 텐데 하는 아쉬움들은 있습니다.

◇ 장원석: 참, 요즘에 초등학교 등굣길, 하굣길, 학원 갈 때, 올 때, 놀이터 놀러갈 때 항상 보호자가 따라다니니까 제3자 입장에선 아이들을 저렇게까지 키워야 해, 하는데 요즘 사회 분위기가 그렇지 않습니다. 언제라도 신경을 안 썼다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요. 그래서 이 아동학대 사건이 상대적으로 우리 사회에 두드러지면서 유괴 위험성에 대해 우리가 방심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요즘에도 유괴 사건이 종종 발생하나요?

◆ 이수정: 과거보다는 훨씬 덜 발생하는 건 틀림없습니다. 과거에는 이제 여러 가지 입양 절차 같은 것들이 국가에 의해서 제대로 관리가 안 되다 보니까 선의에 의해서 아이들을 그냥 키울 목적으로 납치해서 데리고 가버리는 실종 사건들도 꽤 많이 있었거든요. 지금은 더 이상 그런 사건들은 일어나지 않고, 그야말로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피해자 물색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볼 수 있고요. 그런 차원에서 아이들이 어른들의 시선 밖에서 관리가 안 되는 시간대를 보내는 건 오히려 오늘날 더 위험한 일이 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 장원석: 그렇군요. 끝으로 짧게 이번에 정신질환, 정확한 병명은 나오지 않았습니다만 구체적으로 미리 손을 썼더라면,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손을 썼더라면 이런 상황이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도 드는데요. 사회 안전망을 어떻게 손을 봐야 한다고 보십니까?

◆ 이수정: 일단 미성년자라도 폭력적인 증상이 있는 정신장애는 입원치료를 받는 게 꼭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이번 친구도 사실 7년 동안 정신질환을 앓아왔지만 사실은 입원을 하지 않은 걸로 보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제 그런 부분에서 조금 더 엄격하게 질환 관리를 일관성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되고요. 그런 차원에서 병식이 없는 정신질환자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치료를 강제할 수 있는 시스템, 이런 것들은 합법적 절차를 통해서 이뤄질 수 있게 국가에서 허용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은 갖게 됩니다.

◇ 장원석: 이런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범죄자들, 나중에 조사를 해봤을 때,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특이행동을 보이나요? 공통적인 게 있나요?

◆ 이수정: 가장 공통적인 특이성 중 하나는 약물 복용이 불규칙해진다는 겁니다. 약물만 복용하면 양성 증상은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이제 약물을 먹었다 안 먹었다 한다거나 가출을 해서 약을 안 먹게 된다거나, 이런 일이 보통 공통적으로 발생하죠. 그렇기 때문에 치료가 꼭 이뤄지도록 하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이수정: 네, 감사합니다.

◇ 장원석: 지금까지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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